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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만들기, 밀키트보다 쉽다! 홈메이드 파김치, 겉절이 레시피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김치 만들기, 밀키트보다 쉽다! 홈메이드 파김치, 겉절이 레시피

평생 김치에 관해 연구하며 여러 기록을 남긴 고(故) 김만조 선생은 학창 시절 화학을 전공했다. 김치에 남달리 관심을 갖는 그에게 지도교수가 했다는 말이 어느 책에 적혀 있다.

“김치에 관해 할 게 뭐가 있어? 이 나라에 치마 두른 여자들이 사는 한, 김치 같은 거 사 먹을 리가 없지.”

집집마다 김장을 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 얘기다. 우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만나고 지금까지 겪어온 변화 역시 2년 전엔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으니, 당시 지도교수의 견해도 이해는 된다.

내 손으로 가뿐히 만드는 쪽파김치

쪽파와 고춧가루, 액젓, 설탕, 풀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쪽파김치. 담그기 쉬운데 맛은 끝내준다. [GettyImage]

쪽파와 고춧가루, 액젓, 설탕, 풀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쪽파김치. 담그기 쉬운데 맛은 끝내준다. [GettyImage]

지금은 김치를 담가 먹는 사람보다 사 먹는 사람이 훨씬 많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일로 늘 김장을 꼽던 분이다. 하지만 힘에 부치고, 자식들 먹는 양도 부쩍 줄어드는 바람에 김장을 접은 지 5년이 됐다. 그럼에도 탐스러운 김칫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김장철이 되면 몸이 근질근질, 마음이 동하는지 슬그머니 김장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곤 하신다.

내 친구 대부분은 아이를 낳고 키워 ‘수험생 엄마’ 되는 일이 코앞이다. 이들 중 김치를 손수 담가 먹는 이는 없다. 요리사 친구, 영양사 친구도 김치를 담그지는 않는다. 나처럼 운이 좋으면 양가에서 김치를 가져다 먹는다. 아니라면 여러 브랜드를 순회하는 김치유목민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우리가 놓친 게 있다. 김장은 엄두조차 낼 수 없게 어렵지만, 어떤 김치는 담그기가 매우 간단하다는 점이다.



김장은 1년을 두고 먹을 엄청난 양의 김치를 만드는 일이다. 재료를 준비한 다음 배추를 절이고, 속을 만들고, 배추 잎마다 켜켜이 넣고 버무려야 한다. 그 많은 걸 잘 익히고 보관하는 일도 고되다. 그러니 김장은 잠시 접어두자. 대신 내 두 손으로 가뿐히 해볼 법한 파김치, 깍두기, 겉절이부터 시작해본다.

가장 쉬운 건 쪽파김치다. 쪽파 1kg과 고춧가루(2/3컵), 멸치액젓(2/3컵), 설탕(2.5큰술), 풀(2큰술)을 준비한다. 간단한 김치라도 풀은 꼭 필요하다.

풀은 유산균의 먹이다. 풀이 들어가야 김치가 맛좋게 익는다. 또 풀은 끈적거리는 성질로 양념이 채소에 착착 들러붙게 해준다. 풀은 주로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물과 같이 끓여 만든다. 믹서에 흰 밥과 물을 넣고 걸쭉하게 갈아서 사용해도 된다.

이제 쪽파가 누울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그릇에 양념 재료를 잘 섞은 다음 쪽파를 가지런하게 놓고 살살 버무린다. 그대로 30분 동안 뒀다가 다시 버무린다. 이러면 다 된 것이다. 통에 담고, 요즘 날씨라면 이틀 정도 실온에 뒀다가 냉장실에 넣는다.

쪽파의 알싸한 맛은 액젓과 딱 맞아 떨어진다. 입맛에 따라 멸치진젓이나 꽁치젓처럼 진한 걸 써도, 다진 새우젓처럼 순한 걸 써도 된다. 대파김치 만드는 법도 이와 비슷한데, 파 굵기 때문에 억세고 매울 수 있다. 대파 흰 부분을 액젓에 서너 시간 담갔다가 같은 방법으로 김치를 담그면 된다.

하얀 쌀밥에 깍두기 국물 졸졸

달고 시원한 가을무로 담근 국물 자박자박 깍두기. 밥이 끊임없이 들어가게 만드는 진정한 ‘밥도둑’이다.  [GettyImage]

달고 시원한 가을무로 담근 국물 자박자박 깍두기. 밥이 끊임없이 들어가게 만드는 진정한 ‘밥도둑’이다. [GettyImage]

이번엔 한창 맛이 오르고 있는 가을무로 만드는 깍두기! 무를 깍둑깍둑 썬 다음 양념에 버무리면 끝난다. 쪽파 양념보다 고춧가루와 액젓을 적게 사용해 무 자체의 달고 시원한 맛을 살린다. 무는 쪽파처럼 톡 쏘는 향과 맛이 부족하니 다진 마늘과 생강 등 향채를 조금 넣는다. 이렇게 완성한 깍두기 역시 실온에서 이틀 정도 익히면 국물이 생긴다. 가을무에서 나온 물이 달고 시원해 무보다 국물 먹기에 더 바쁜 김치다. 하얀 햅쌀밥에 깍두기 국물 졸졸 끼얹어 촉촉하게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국물 깍두기를 원치 않을 경우 무를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빼고 담그면 된다.

겉절이는 알배추로 만들어야 달고 아삭하다. 배추만 있으면 다소 심심하니 쪽파, 홍고추도 썰어 넣는다. 양념은 파김치, 깍두기와 비슷하다. 고춧가루, 액젓, 다진 마늘, 다진 생강, 풀을 준비한다. 겉절이는 이름처럼 살짝 절이는 게 포인트다. 알배추 한 통을 낱장으로 뜯어 큼직하게 썬 뒤 소금(1/2컵)을 뿌리고 대강 섞어 60~90분 동안 둔다. 물에 살짝 헹궈 물기를 잘 빼고 양념에 버무린다. 겉절이는 무쳐서 바로 먹는 음식이니 고춧가루 입자가 굵으면 입에서 겉돌 수 있다. 고춧가루와 액젓을 먼저 섞어 살짝 불려 부드럽게 한 다음 양념을 만들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다 만든 겉절이는 밥 위에, 고기 위에, 이불처럼 길게 척척 얹어 우적우적 먹는다. 넓은 그릇에 수북하게 담아도 금세 비운다. 밥이 움푹움푹 줄어 걱정이지만, 가을 겉절이가 돋운 입맛을 내 나약한 의지로 주저앉히기란 쉽지 않다.

코웃음 날 만큼 쉬운 김치 레시피

알배추에 쪽파, 홍고추 등을 썰어 넣고 양념에 쓱쓱 무쳐 먹는 겉절이. 밥 위에, 고기 위에, 이불처럼 척척 얹어 먹으면 좋다.  [GettyImage]

알배추에 쪽파, 홍고추 등을 썰어 넣고 양념에 쓱쓱 무쳐 먹는 겉절이. 밥 위에, 고기 위에, 이불처럼 척척 얹어 먹으면 좋다. [GettyImage]

김치 담그기를 글로 보면 복잡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마에 재료를 올려놓고 보면 코웃음이 날 정도로 쉽다는 걸 알게 된다. 내 입맛 저격자인 엄마 손맛을 이어받으면 좋겠지만 “이만치” “요래요래” 같은 말을 잘 정리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요리책을 보며 김치를 배워보는 중이다. 엄마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내 식탁에서 엄마 김치가 차지하는 자리도 점점 작아진다. 슈퍼마켓에 가면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김치가 있지만, 내 남은 생을 그걸로 채우기는 싫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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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21년 10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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