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李 솔직한 공익추구형, 분노·심리위축 가능성”

김태형 심리연구소함께 소장의 ‘이재명’ 심리 분석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21-11-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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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생활, 계급관계에서 생긴 사적 욕망

    • 사적 욕망이 공적 욕망으로 승화한 공익추구형

    • 노동자 정체성, 공장 시절 친구 지금도 만나

    • 적과 아군이 분명한 사람

    • 유권자, 속이 보이는 사람에게서 매력 느껴

    • 감정 능력 손상되지 않았는데 소시오패스?

    • 정치인 도덕성은 공적 영역으로 따져야

    김태형 심리연구소함께 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예견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로 공인의 심리 분석에 일가견이 있다. [조영철 기자]

    김태형 심리연구소함께 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예견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로 공인의 심리 분석에 일가견이 있다. [조영철 기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뽑은 인물이 정책을 제대로 실천할지,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을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신념도 없고 무능력하지는 않은지 가늠해 보고 싶어 한다. 이에 ‘신동아’는 전문가를 만나 주요 대선후보의 심리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후보의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기자가 만난 전문가는 김태형(56) 심리연구소함께 소장이다. 김 소장은 2015년 4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박근혜는 연산군과 같은 심리, 대통령 하기 싫은 대통령” “박근혜를 다룰 줄 아는 극소수에 심리적으로 굉장히 의존”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김 소장은 ‘박근혜 심리를 잘 파악했다’며 언론사 인터뷰 요청에 시달렸다.

    이 일을 겪으며 그는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인에 대한 심리분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2017)이었다. 이 책에서 그는 “공인의 심리를 올바르게 파악해야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고 썼다. 최근에는 ‘2021·2022 이재명론’이라는 책을 공저로 내놓았는데, 이 후보와는 사실 일면식도 없다. 2005년부터 ‘감정의 안쪽’ ‘싸우는 심리학’ ‘무의식의 두 얼굴’ 등 30여 권의 심리분석서를 펴냈고, 정주영·이병철·노무현·문재인·안철수·유승민 등 유명인에 대한 분석 글도 썼다.

    김 소장은 정치인을 크게 공익추구형과 사익추구형으로 나눈다. 정치인은 권한을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머슴이기에 사익을 버리고 공익을 추구해야 하지만 현실에선 진정으로 공익을 추구하는 정치인을 발견하기 어렵다. 공익추구형은 공적 욕망이 사적 욕망보다 더 큰 경우를, 사익추구형은 그 반대를 뜻한다. 김 소장은 “진정한 공익추구형 정치인은 사적 욕망을 공적 욕망으로 상승·발전시키는 데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것이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말한 ‘승화’의 진정한 의미이고, 본질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생활, 계급관계에서 생긴 사적 욕망

    - 사람 안에는 공적 욕망과 사적 욕망이 뒤섞여 있을 텐데, 임의로 나누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임의로 나누는 게 아니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심리분석을 치밀하게 해서 사적 욕망을 공적 욕망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거쳤는가, 이후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봐야 한다. 개인이 갖고 있는 건강하지 않은 욕망, 건강하다 해도 그것이 사랑받기나 칭찬받기 같은 아동기적 욕망이면 문제가 된다. 그러면 어른이 돼서도 계속 개인적 명예나, 출세, 돈을 좇는 사람이 된다.“



    - 이 틀을 가지고 이재명 후보를 대입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

    “이 후보의 사적 욕망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과 좀 다르다. 보통의 경우 가족관계에서 사적 욕망이 생겨난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다, 칭찬받고 싶다, 매 맞지 않고 살고 싶다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사적 욕망이 사회생활 속에서, 계급관계에서 형성됐다.”

    - 계급관계에서 사적 욕망이 형성됐다는 건 무슨 뜻인가.

    “소년 노동자였던 이 후보에게 삶이란 매 맞고 학대당하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나락을 한 되 가져오라는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매를 맞아야 했다. 공장 관리인들이 철들라고 때리는 매를 맞아야 했다. 그래서 어린 이 후보에게는 매를 맞지 않을 정도로 신분 상승을 하거나 출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적 욕망이었다. 사회 모순에서 이 사적 욕망이 생겼다. 그런데 대학 가서 사회의식을 갖게 되면서 매를 맞았던 것은 자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결국 이 후보는 매 맞지 않으면서 살겠다는 사적 욕망을 그 누구도 매 맞지 않는 사회를 건설하려는 공적 욕망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재명 후보가 글러브와 장갑을 만드는 대양실업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던 당시 모습. [이재명 캠프 제공]

    이재명 후보가 글러브와 장갑을 만드는 대양실업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던 당시 모습. [이재명 캠프 제공]

    가난을 혐오하지 않는다

    - 사적 욕망이 공적 욕망으로 승화됐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

    “이 후보는 사법시험을 자신과 가족이 희망해 준비했지만, 사시에 합격한 뒤에는 일관되게 공익을 추구했다. 엄혹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는데 사법연수원에서 노동법학회를 만들어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부산의 인권변호사였던 노무현의 특강을 듣고 연수원을 졸업하자마자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이천에서 노동상담소를 운영했고, 성남의료원 건설 등 시민운동도 했다. 성남의료원 설립운동을 하다 그게 뜻대로 되지 않자 정치인이 돼 실현하고자 했다. 그 공적인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계속 나아간 것이다.”

    김 소장에 따르면 공익추구형 정치인은 크게 네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첫째, 권력을 잡기 위해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하기 위해 권력을 필요로 한다. 둘째, 개인적 손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셋째, 대중은 물론이고 반대자들도 피하지 않는다. 넷째, 절대다수의 일반 국민에 대한 강한 연대감을 갖고 있다.

    - 이 후보는 이 네 가지 특징에 얼마나 들어맞는가.

    “이 후보는 대권 도전과 무관했던 성남시장 때도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사회개혁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서민의 삶을 지켜주겠다며 대권에 도전한다고 했다. 또 이 후보는 일반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기 위해서 해서는 안 될 짓을 많이 했다. 성남시장 시절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감축에 반대하며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정부의 미움을 받았다. 이 후보는 자신이 다수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믿기 때문에 대중 접촉을 좋아한다. 반대자와도 만나서 소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경기도 계곡 상인들과의 대화가 대표적이었다. 일반 국민에 대한 연대감을 넘어서 일체감을 가진 후보다. 특히 대권에 도전하는 이 순간에도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보이고 있다. 공장 시절 친구들을 지금도 만나는 건 가난한 노동자 시절을 혐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국정감사장에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계속 웃음을 흘려 질타를 받았다. 어떤 심리 상태를 보여준 것인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한다며 비웃는 웃음이었다. 이것을 ‘싸가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 후보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오히려 좋게 봤다. 이 후보는 적과 아군이 분명한 사람이다. 국민 일반의 선의와 가능성에 대해선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는데,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에게는 확실하게 적대 의식을 갖고 있다. 소년공 시절부터 나쁜 사람들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어리바리하게 뒤통수를 잘 맞지 않을 사람이다.”

    적과 아군이 분명한 사람

    -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럴까. 성남시 산하기관 직원이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뒤통수를 맞은 것 아닌가.

    “유 전 본부장은 부하 직원이었지 진짜 참모는 아닌 것 같다. 이 후보는 진짜 중요한 협상 상대에 대해선 환상을 갖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후보가 사람을 보는 눈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통찰력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 후보의 강한 심리적 특성 가운데 하나가 솔직함이다. 솔직함에는 도덕적 진솔함, 일상적 말과 행동에서의 솔직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후보는 말을 시원하게 하고,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화나면 화나는 대로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다. 세련된 정치인으로서 표정을 관리하고, 외교적 처세를 하는 데는 약한 사람이다. 또 살아온 과정 자체가 솔직성을 키웠다.”

    - 일반적으로 솔직성은 어떻게 길러지나.

    “어려서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을 했을 때 부모에게서 제지를 잘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럴 때 솔직성이 계발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는데 부모가 제지한다면 감정을 감추게 된다. 양육자로부터 사랑과 수용을 받은 이들이 솔직해진다.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솔직성이 더 발달하기도 한다. 보통의 경우 학생들은 학교에서 개인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자기를 포장하고 속마음을 감추는 것을 배운다. 공장 생활을 한 소년 노동자는 자신을 포장해 이익을 볼 게 별로 없다. 공장일은 보통 협업이다 보니 자신을 돋보이게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보통 육체노동자들이 지식인이나 상류층보다 말과 행동이 솔직하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사회성은 청소년기에 다 완성되는데, 그 시기에 이 후보는 노동자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노동자 스타일의 화법, 자기 표현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치인이 됐다고 해서 그런 특성이 안 나타날 수 없다.”

    유권자, 속이 보이는 사람에게서 매력 느껴

    - 국감 이튿날은 거의 웃지 않았는데, 참모들의 조언을 듣고 그리 했다는 얘기가 있다. 경선 과정에서 나온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발언도 그런 솔직성에서 나온 걸까.

    “특유의 솔직성과 자신감 때문에 그 발언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는 사실 경선 토론회이니 크게 보면 결국 ‘아군’인데 비도덕성과 여배우 관련 얘기까지 끄집어낼까 하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러니 화가 났던 것 같고, 그런 말로 되받아친 것이다.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면 후폭풍이 있다는 것을 알 텐데, 그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이다. 욕먹을 줄 알면서 그렇게 말하기는 힘들다. 말 한 마디 하는 데도 열 번을 고쳐 말하는 이도 있지 않은가.”

    - 신중한 사람들도 있다.

    “말을 아주 조심하는 이들이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그들을 자아가 약한 사람들이라고 본다. 반대로 이 후보는 정신력이 아주 강한 부류다.”

    - 솔직성은 정치인이 표를 얻는 데 유리한가.

    “솔직성은 사익추구형에겐 불리하지만, 공익추구형에겐 유리하다. 이 후보 같은 경우 공익추구형인데, 가끔 욕먹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좋은 말을 잘 던지기 때문에 고정 지지층을 형성하는 데 유리하고 중도 확장성도 있다. 그 솔직성이 바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노풍’이라는 바람을 불러일으켰는데, 적도 많았다. 말할 때마다 시원하게 터뜨려주는데, 사람들이 ‘야, 저 사람 매력 있네’라고 했다. 사람들은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를 것 같은 정치인에게선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속이 다 보이는 사람, 또 그 안이 깨끗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부인 강윤형 씨(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이 후보의 국정감사 태도, 형과 형수한테 한 욕설 파동, 여배우 소동 등을 볼 때 남의 고통이나 피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 후보를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칭하면서 논란이 있었다.

    “전문가라면 공인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원희룡 전 지사 부인은 이 후보와 반대 당 경쟁자의 가족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다. 그만큼 발언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강씨의 발언에는 동의할 수 없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의 가장 기본적 특징은 감정 능력 손상이다. 그것도 생애 초기에 그것을 경험하면 감정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인격과 심리가 형성돼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 된다.”

    감정 능력 손상되지 않았는데 소시오패스?

    김 소장은 이전에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스트’라는 책도 출간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은 신체의 생리적 반응을 통해 나타난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쿵쾅거리며 뛴다. 우울할 때도 몸에서 반응이 나와 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감정 능력은 머리로 상황을 인지하고 거기에 적절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가능하지만, 몸에서 적절한 신체적 반응이 동반되는 게 일반적이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신체 반응이 매우 적거나 나타나지 않는다.

    “소시오패스라면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질문 앞에서 ‘흐흐흐’ 같은 웃음이 나올 수가 없다. 그 웃음은 허탈하고 기가 막히다는 표현인데, 그런 즉흥적 감정 표현이 나올 수 없다. 그런데 강씨가 반사회적 성향을 보였다고 한 것은 반(反)국민의힘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후보는 감정 표현이 얼마나 강한가. 화날 때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고, 숨진 서울대 청소부 사정을 듣고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이재명 후보를 공익추구형 정치인이라 했는데, 공익추구형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도덕성에 바탕을 두는 게 아닌가. 그런데 과거 여론조사에서 보면 이 후보의 도덕성이 비교적 낮게 나왔다.

    “형수 욕설과 여배우 관련 의혹 탓이다. 욕설의 경우 원래는 형이 어머니에게 했던 욕을 그대로 말하는 것인데 그 맥락을 모르고 들을 경우 오해를 살 만하다. 여배우에게서 나온 건 증거가 하나도 없다. 신체의 점 얘기가 나왔을 때도 이제는 이 후보의 거짓이 다 드러날 것이라고들 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병원에 가서 기자와 경찰, 의사가 보는 앞에서 치욕을 무릅쓰고 신체를 드러내 보여 점이 없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이 후보는 자신의 욕설에 대해서 11월 10일 관훈클럽토론회에서도 다시 사과하면서 욕설이 나오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정치인 도덕성은 공적 영역으로 따져야

    - 욕을 하게 된 연유를 안다고 해도 욕을 한 것은 사실이므로 그에 대한 여론의 반감도 있는 것 같다.

    “이 후보는 어려서부터 밑바닥 환경에서 살아서 욕도 잘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욕을 할 수는 있는데 누구에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 또한 그 욕이 엄연한 가정사에서 나온 욕이다. 그것으로 밖에서 도덕성을 시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심리학적으로 가정의 정신역동(psychodynamics)은 깊이 들어가기 전에는 외부인은 그 내막을 잘 알지 못한다. 평소 멀쩡해 보이던 집에서 살인사건이 나거나 있을 수 없는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후보의 가족 내에서 생긴 심리적 갈등이나 역동은 엄연히 개인사, 가정사의 영역이다. 욕설도 거기서 터진 거다. 이걸 가지고 그 사람의 도덕성을 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치인의 도덕성을 따지려면 공적 영역에서의 일로 따져야 한다.”

    공적 영역에서의 일로 여론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아직 이 후보의 비리가 나온 건 없다. 배임 여부는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 것이다. 그 외 이 후보는 음주운전과 다른 세 개의 전과가 있다. 음주운전 외엔 도덕성을 기준으로 따지기엔 논란이 될 사안들이다. 세 개의 전과는 KBS의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 취재를 돕는 과정에서 얽힌 검사 사칭 공범 사건, 성남시립병원 설립을 주도하다 성남시의회 임시회 방해 사태와 관련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 손상,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산성역에서 명함 300장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선거법 위반 등이다.

    - 여배우 소동 얘기가 나올 때 이 후보의 부부 사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몇 년 전 SBS 프로그램에 부부가 출연했을 때는 금실이 매우 좋은 것으로 나왔다.

    “이 후보만큼 부부 사이가 좋아 보이는 정치인은 없는 것 같다. 이 후보는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결혼하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 ‘제일 즐거울 때가 언제인가’라는 물음에 ‘아내와 대화할 때’라고 했다. 부부 사이가 아주 원만하다는 방증이다.”

    11월 9일 새벽 부인인 김혜경 씨가 의식을 잃고 낙상 사고를 당했을 때 부부싸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소문이 크게 일었다. 이에 이 후보 측은 119 신고 통화 녹취록과 앰뷸런스에서 아내 손을 잡고 있는 이 후보 사진까지 공개하며 허위 사실 대응에 나섰다. 김씨는 13일 이 후보의 민생탐방 행사 때 사고 상황을 전하면서 “잠시 기절했다가 눈뜨는 순간 남편이 ‘이 사람아’ 하며 울고 있더라. 되게 뭉클했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것도 원만한 부부 사이를 드러내는 사례”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지지 약해… 판 커질수록 심리적 위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어려서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아버지의 지지는 많이 받지 못했다. 2017년 대선에 나섰던 이 후보가 소년공으로 일했던 성남 오리엔트시계 사옥에서 출마 선언에 앞서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안아주고 있다. [동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어려서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아버지의 지지는 많이 받지 못했다. 2017년 대선에 나섰던 이 후보가 소년공으로 일했던 성남 오리엔트시계 사옥에서 출마 선언에 앞서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안아주고 있다. [동아일보]

    - 이 후보의 심리적 약점은 무엇인가.

    “가정사를 분석해 봤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약점은 아버지의 지지가 취약했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지지는 사회적 전투력을 좌우한다. 사회성, 사회에 대한 자신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 후보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주변의 지지는 받았는데, 아버지가 취학을 반대해 갈등이 있었다. 부친이 돌아가실 때는 화해했다고 하니 앙금은 풀렸겠지만 갈등으로 인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아버지와의 갈등이 심할 경우 남성 세계에서 적에 대해 과도할 정도의 분노감을 표현할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는 11월 10일 SNS에 올린 웹 자서전 8회분에서 소년공 시절 야간학교 취학을 허락해 주지 않은 아버지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길고 깊은 갈등’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 국민의힘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할 때도 매우 강한 듯하다.

    “그런 접점에서 세게 나갈 수 있다. 과도한 분노감보다 더 큰 약점도 이 후보에게 있다. 아버지의 지지가 취약하면 사회생활에서 판이 커질수록 스스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 성남시장, 경기도지사까지는 잘했는데, 대권주자로서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럴 수 있다. 특히 대미, 대북 등 국제관계로 스케일이 커지면 위축될 수 있다. 이 후보가 다른 공약은 철학도 투철하고 잘 파악하고 있는데, 외교나 통일 문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아버지의 지지가 확고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북 외교 정책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였고, 돌파력을 가지고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을 해냈다.”

    국민의 지지가 아버지 역할 대신

    - 좀 더 과학적 설명이 가능할까.

    “아이가 자라나면서 제일 처음 접하는 사회가 곧 아버지다. 이 후보가 아이였을 때는 보통 사회생활은 아버지가 해왔으므로 아버지를 사회로 볼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아버지가 밖에서 일하고 돌아왔을 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바깥세상을 만만한 곳으로 보지 못하고 무서워하게 된다. 그런데 아버지가 일하고 와서도 기분이 좋고 씩씩해 보인다면 아이 역시 이 세상이 헤쳐나갈 만한 곳이라 느끼게 된다.

    둘째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지지가 있어야 그것을 에너지로 버텨나갈 수 있는데, 아버지가 뒤에서 버티고 있다고 느끼면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더 과감하게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무의식적 믿음이 부족하니까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 준 것은 국민의 지지였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선거 때 아버지의 지지가 없었지만 그 상처를 국민이 대신 보듬어줬다. 대선에서 또 뽑아준다면 그만큼 또 힘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판이 커져서 대북 대미 외교로 나가게 되면 거기서 김대중과 같은 돌파력과 신념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그런 면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개혁을 추진할 강력한 지지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청와대 안에서가 아니라 국민적 지지 기반이 필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전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국민을 찾아가서 직접 대화하고 설득하는 정치인이다. 대통령이 돼서도 원래 해오던 정치 스타일을 유지한다면, 국민도 개혁의 주체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공익추구형#사익추구형#대선주자#이재명#대통령#심리학#심리분석#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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