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또 하나의 미니 대선, 서울 종로 보궐선거

안철수냐 원희룡이냐 윤석열 지지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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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1-12-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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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야권 후보단일화 성사 땐 안철수 출마 가능성

    • 윤석열 지지율 고공행진 땐 원희룡 내세울 것

    • MZ세대 지지층 결집 위해 이준석 투입할 수도

    • 2030 겨냥, 20대 박성민 청년비서관 차출 가능성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동아DB]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동아DB]

    내년 3월 9월에는 대통령선거와 함께 서울 종로·서초갑, 경기 안성, 충북 청주상당, 대구 중남구 등 5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다섯 곳의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구 가운데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는 지역구는 단연 서울 종로다.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세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이 큰 지역구라는 점에서다.

    대선과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종로 보선은 미니 대선, 차차기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대선 승리 못지않게 서울 종보 보선 승리가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점에서다. 차차기 대선을 노리는 대선 예비후보들의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년 3월 9일 서울 종로에는 누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게 될까.

    일반적으로 선거는 상대평가라는 점에서 여든 야든 먼저 후보자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상대가 내놓을 카드를 먼저 보고 더 유리한 후보자를 고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리한 선거 지형에서는 승기를 잡기 위해 강력한 후보를 먼저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내년 서울 종로 보선은 후보를 먼저 공개하는 것이 꼭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선거다. 대통령선거라는 전국 선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후보를 선택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서울 종로 보선은 대선 승리를 위한 보완재 구실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선거 공학적 관점에서 서울 종로 보선 출마 예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대선 출마를 이제 막 선언한 그를 두고 서울 종로 보선으로 유턴하리라 예상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보면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이재명-윤석열 박빙 땐 안철수 등판 가능성

    그러나 대선이 본격 진행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오차범위 이내로 근접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세게 밀어붙여 지지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안철수 대표의 양보를 받아내 서울 종로 보선 출마로 유턴시킬 수 있다는 것.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단일화에 나섰다가 패한 안 대표는 오 시장 당선 이후 김도식 비서실장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보냈다. 후보단일화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확보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이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 한 자릿수 오차범위 이내 양자 박빙 승부로 치열하게 전개될 경우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야권 지지층 사이에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요구가 거세게 일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범야권 후보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안 대표는 후보단일화에 따른 반대급부로 서울 종로 보선에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 지지율에 초근접하거나 약간 열세일 때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11월 둘째 주와 셋째 주 초반 대선 여론조사 결과는 11월 5일 국민의힘 경선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윤 후보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에 비해 오차범위 안팎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지지율이 대선후보 등록 직전까지 유지된다면 범야권 후보단일화 필요성이 크지 않아, 범야권 후보단일화와 그에 따른 안철수 서울 종로 보선 출마 가능성은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윤석열 지지율 고공행진 땐 원희룡

    윤 후보 지지율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서울 종로 보선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른 이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분석, ‘대장동 1타 강사’로 명성을 얻은 그는 변방의 장수에서 중원을 노려볼 만한 재목으로 야권 지지층의 이목을 끌었다. 비록 대선 경선에서는 패했지만, 차차기 대선후보로 키울 만한 인물로 인정받은 셈이다. 그런 그에게 서울 종로 보선은 대선후보로서 정치적 스펙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당내 유력한 경쟁자였던 이준석 대표가 서울 종로 불출마를 선언한 점도 그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윤 후보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과 대선 승리 가능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윤 후보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 지지율에 근접해 범야권 후보 단일화 필요성이 대두될 경우 원희룡 카드는 언제든 안철수 카드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 종로 보선은 미니 대선이지만, 대통령선거는 말 그대로 대선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대선 승리를 위해 서울 종로 보선은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위한 불쏘시개로 언제든 활용될 수 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함께 국민의힘에서 거론되는 또 하나의 서울 종로 출마 예상자는 이준석 대표다. 이 대표 본인은 “당대표로서 대선 승리에 전념하겠다”며 서울 종로 보선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의 차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또한 윤 후보 지지율과 관련 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2030세대 지지율이 기대만큼 모이지 않을 경우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당대표에 오른 그의 상품성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준석 서울 종로 카드가 거론되는 또 다른 이유는 여권에서 20대 후반의 박성민 대통령비서실 청년비서관을 서울 종로 보선에 전격 투입할 가능성 때문이다. 야권 못지않게 여권에서도 서울 종로 보선 공천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대선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과 이 후보가 취약성을 보이는 지점은 2030세대다. 4·7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2030세대의 거부감에 놀란 민주당 등 여권은 박성민 청년비서관 발탁 이후 다양한 청년 정책을 발표하며 표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서울 종로 보선에 2030 표심을 겨냥해 박성민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 의중과 상관없이 맞대응 카드로 이준석 대표를 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박성민 대통령비서실 청년비서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임종석 대통령외교안보특보(왼쪽부터). [청와대 제공, 동아DB]

    박성민 대통령비서실 청년비서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임종석 대통령외교안보특보(왼쪽부터). [청와대 제공, 동아DB]

    MZ세대 맞대결 성사 가능성도

    현재 여권에서 서울 종로 보선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는 임종석 대통령외교안보특보(전 대통령 비서실장)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총선 때에도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이낙연 대표 출마로 정리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임 전 실장의 종로 출마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그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대선 국면에 자칫 정권심판론의 불씨를 댕길 수 있고, 386세대인 그의 종로 출마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승리를 위한 보완재적 성격보다는 송영길 대표와 임종석 전 실장 간 차차기 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종로 #안철수 #원희룡 #이준석 #박성민 #신동아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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