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BTS는 왜 웹툰과 웹소설, 게임에 등장할까

팬덤 플랫폼이 K팝 블루오션이 된 이유

  •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sky153@knou.ac.kr

    입력2021-12-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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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애’와의 1대1 대화…YG 시총 넘긴 ‘디어유’

    • SM·하이브·엔씨소프트 ‘팬덤 플랫폼’ 3파전

    • 커뮤니티뿐 아니라 굿즈 판매, 아이돌과 1대 1 대화

    • 비대면·구독 시장 성장이 플랫폼 키웠다

    • K콘텐츠 산업 미래는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디어유’가 제공하는 ‘버블’, 하이브가 운영하는 ‘위버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유니버스’(위부터)가 팬덤 플랫폼 시장에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디어유 제공, 하이브 제공, 엔씨소프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디어유’가 제공하는 ‘버블’, 하이브가 운영하는 ‘위버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유니버스’(위부터)가 팬덤 플랫폼 시장에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디어유 제공, 하이브 제공, 엔씨소프트 제공]

    11월 11일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디어유’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시총) 1조3401억 원을 기록하며 YG엔터테인먼트(1조3038억 원)를 앞질렀다. 디어유의 핵심 서비스는 ‘버블’이라는 이름의 팬덤 플랫폼. 아티스트가 팬에게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이다.

    팬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아티스트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를 실제 보유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팬덤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이 만들어낼 확장성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아티스트와 팬들을 연결하는 활동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인데, 팬덤 플랫폼은 바로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최애’ 아티스트와 1대 1 대화한다면?

    팬덤 플랫폼은 팬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며 팬덤이 함께 교류·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팬과 아티스트가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더불어 아티스트 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굿즈 및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기능도 하고 있다.

    과거 팬과 아티스트는 서로 교류하기 위해 파편화된 여러 개별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팬들은 인터넷 게시판과 포털사이트 카페, 트위터 등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튜브와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어야 했다. 반면 팬덤 플랫폼은 이 모든 활동을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디지털 기술 아래 아티스트와 팬덤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팬덤 플랫폼은 BTS 소속사 ‘하이브’가 운영하는 ‘위버스’다. 2019년 6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위버스는 BTS뿐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위버스의 3분기 월 방문자 수(MAU)는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한 약 640만 명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가 넷플릭스 같은 거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자신만의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버스는 팬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무료로 제공한다. 정보 창구 역할도 한다. 위버스를 통해 아티스트의 공식 입장이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팬들은 위버스숍에서 아티스트 관련 굿즈를 살 수 있고, 유료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팬덤 활동의 대부분이 한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것.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서비스 ‘버블’. 소속 아티스트와 1대 1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준다. [디어유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서비스 ‘버블’. 소속 아티스트와 1대 1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준다. [디어유 제공]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디어유는 위버스와 마찬가지로 팬들 간의 소통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서비스 ‘리슨’을 제공한다. 또 사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 ‘버블’을 2020년 2월 론칭했다. 실제로는 아티스트가 각 개인에게 동일한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채팅창에는 팬과 아티스트만 들어가 있어 마치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디어유는 이를 기반으로 유료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액 184억 원, 영업이익 6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67.7% 증가한 수치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유니버스’ 역시 팬덤 플랫폼을 지향한다. 유니버스는 커뮤니티 제공뿐 아니라 ‘유니버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아티스트 관련 독점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여자)아이들·강다니엘 등이 유니버스 소속 아티스트다. 지난 2월에는 유니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합동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팬덤 플랫폼 경쟁 체제가 형성되면서 이들은 한국을 넘어 해외 아티스트들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이브는 4월 미국의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며 가수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IP를 갖게 됐고, 엔씨소프트는 8월 소니뮤직코리아와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코로나가 가속화한 플랫폼 시장

    팬덤 플랫폼의 부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도 무관하지 않다. 오프라인 공연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수의 K팝 아티스트들은 비대면 공연을 통해 팬들에게 다가갈 기회를 가지려고 했다. 유료 비대면 공연 시장이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형성되면서 공연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K팝 팬덤에 공연은 단순한 퍼포먼스 감상 이상의 이벤트다. 팬들은 공연을 거점으로 이를 기념할 수 있는 굿즈를 구매하기도 하고, 같은 공연을 감상한 경험을 다른 팬들과 나누며 일종의 소속감을 확인한다. 비대면 공연은 공연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팬덤 플랫폼이 맡았다.

    팬덤 플랫폼의 등장은 K콘텐츠의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 산업의 장르 간 경계는 점차 흐려지고 있다. IP가 출발한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산업이 연계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하이브는 BTS를 비롯한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해 웹툰·웹소설·게임 등을 제작한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K/DA라는 아이돌 그룹이 탄생하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이 미디어의 경계를 흐릿하게 할수록 다양한 이용자를 묶는 핵심 단위는 팬덤 기반의 콘텐츠 IP다.

    막대한 팬덤을 확보한 이른바 ‘슈퍼 IP’는 다양한 수익화 전략을 시도할 수 있다. 앞서 BTS의 사례처럼 하나의 IP를 활용해 음악은 물론 웹툰·웹소설과 같은 스토리텔링 콘텐츠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영화·드라마·게임 등으로 확장되며 천문학적인 매출을 만들어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도 슈퍼 IP의 사례다.

    다만 정교하게 확장하려면 팬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팬들이 실제 어느 정도 규모로, 어느 정도의 관여도를 가지고 있는지, IP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K팝 산업 역시 점차 아티스트 IP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트리밍 수익 등 음악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며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또 팬덤은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적 소비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 K팝 산업은 팬들에게 참여와 활동, 경험을 제공하며 이에 대한 부가가치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디지털 유료 구독 시장의 성장도 팬덤 플랫폼의 상업적 성공에 영향을 줬다. 디지털 재화에 비용을 지불하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지불 의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모바일 게임에서 유료로 아이템을 구매하고, 구독료를 지불하고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이 일반화됐다. 팬덤 플랫폼이 미래 성장 동력이 아니라 당장의 ‘캐시 카우(cash cow)’의 위상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디지털 콘텐츠 구매 확산에 기인한 것이다.

    콘텐츠 전략 데이터 쌓는 팬덤 플랫폼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팬덤 플랫폼을 통해 팬덤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팬덤 플랫폼이 점차 확대되는 이유다.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할 때 데이터의 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팬덤 규모와 참여 수준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면, IP를 활용한 상품을 만들 때 적절한 투자 규모 및 전략 수립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 팬덤 플랫폼은 기존 다양한 플랫폼으로 파편화돼 있던 팬덤들의 활동을 모아 데이터 형태로 축적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은 K팝 산업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영상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유튜브나 트위치 등의 서비스가 각 크리에이터에게 구독자의 이용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다음 콘텐츠 기획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돕는 것을 떠올려 보라. 넓게 보면 ‘디즈니 플러스’도 해당 기업의 IP 팬덤 참여를 강화하고, 이들의 활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팬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타입’ 같은 크리에이터 후원 플랫폼 역시 유료 구독 형태의 수익 모델을 제공함과 동시에 팬덤 참여 및 활동을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나 IP 기획자는 더욱 전략적인 비즈니스 확장을 꾀하며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팬덤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K팝을 넘어 다양한 장르의 IP와 팬덤을 연결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위버스 개발·운영 인력이 창업한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가 그 사례다. 이들은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속한 E스포츠팀 T1을 위한 팬덤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유튜브 등 ‘공룡 플랫폼’ 의존에서 자립으로

    K팝 산업은 디지털 미디어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글로벌 팬덤의 참여를 확대하며 성장해 왔다. 유튜브·트위터 등 ‘공룡 플랫폼’에 의존해 팬들과 소통했던 K팝은 보다 체계적으로 팬덤과 아티스트를 연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팬덤 플랫폼을 구축하며 새로운 사업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팬덤 플랫폼은 아직 시작 단계다. 그 과정에서 과도한 과금이나 인터페이스의 불편함 같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팬덤 커뮤니티의 자발적 역동성을 팬덤 플랫폼이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팬덤 플랫폼은 IP 중심으로 재편되는 콘텐츠 산업의 변화 속에서 K팝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다양한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팬덤 플랫폼을 통한 K팝의 새로운 혁신을 기대해 본다.


    #팬덤플랫폼 #디어유 #위버스 #유니버스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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