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호

일론 머스크 ‘스타링크’에 死活 걸었다

[잇츠미쿡]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입력2022-03-0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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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구멍’ 많은 미국

    • 시간·장소 관계없이 인터넷 가능하게 하는 ‘스타링크’

    • 머스크 큰 그림은 ‘자율주행’

    • 테슬라 vs 아마존 乾坤一擲 경쟁

    지난해 6월 29일 일론 머스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1’에서 스타링크에 최대 3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MWC 트위터, AP 뉴시스]

    지난해 6월 29일 일론 머스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1’에서 스타링크에 최대 3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MWC 트위터, AP 뉴시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로 불린다. 그가 창업해 CEO로서 성장시켜 온 회사가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화성에 인간이 살 주거지를 지으려는 회사로 알려졌다. 우주여행, 화성 개발 사업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위성 인터넷 사업이다. 머스크의 꿈인 테슬라 자동차의 ‘완벽 자율주행’을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위성 인터넷, 즉 스타링크(Starlink) 서비스다.

    캘리포니아 폭설, 문명을 차단하다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캘리포니아 북부 산악 지역에 폭설경보가 발령됐다. 캘리포니아 최고 스키장이 몰려 있는 타호호수(Lake Tahoe) 일대를 찾은 일부 여행객은 숙소 밖으로 나오지 못해 숙박 기간을 연장했다. 1년 내내 눈이라곤 오지 않는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 일대)엔 모처럼 설국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던 가족들이 고속도로 주변 주유소에 차를 세워놓고 하룻밤을 보내는 ‘차박’ 광경이 방송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현지 방송 ABC7 뉴스에는 ‘스노포칼립스(Snowpocalypse·폭설이 가져온 대재앙을 뜻함)’란 표현이 등장했다.

    같은 시기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있는 도시 새너제이(San Jose)에 사는 필자 가족이 연말 여행을 간 곳은 캘리포니아 북부 라센화산국립공원(Lassen Volcanic National Park) 근처 마을이었다. 마땅한 스키장이 없는 대신 동네 어디서나 자연이 만들어놓은 무료 눈썰매장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 근처 주민에게 그 나름 인기 있는 곳이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거센 눈발을 뚫고 숙소에 다행히 도착했지만 문제는 그 후 발생했다. 세상과 연결이 끊어지고 만 것. 워낙 산골이라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숙소 인터넷마저 폭설 때문에 끊기고 말았다. 결국 2박 3일 동안 문명과 연결이 완벽하게 차단된 채 계획에 없던 ‘자연인의 시간’을 보냈다.

    초고속 인터넷이 사통팔달 연결된 한국과 달리 미국은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지역이나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지역이 생각보다 많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요세미티국립공원이나 옐로스톤국립공원 같은 곳에서도 휴대전화 신호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그런 외진 곳에선 인터넷 연결도 기대하기 어렵다.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고속인터넷(broadband internet)으로 규정하는 기준이 최소 다운로드 속도 25Mbps, 업로드 속도 3Mbps라는 것만 봐도 미국의 인터넷 사정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초고속 ‘기가인터넷’은 대부분의 미국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게다가 가격도 싸지 않다. 지역마다 다를 텐데, 필자의 경우엔 집에서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100Mbps(다운로드)/5Mbps(업로드) 수준으로 그 나름 빠른 편인데, 월 요금이 100달러에 달한다.

    2021년 1월 FCC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25Mbps(다운로드)/3Mbps(업로드) 수준의 인터넷이 제공되지 않는 지역에 사는 사람이 1450만 명이다. 미국 전체 인구 4% 수준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 바깥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율주행을 완성하려면 차량 간 실시간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Gettyimage]

    자율주행을 완성하려면 차량 간 실시간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Gettyimage]

    지구 어디서든 24시간 끊이지 않는 인터넷 ‘스타링크’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위성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통신망 연결이 안 되는 지역에 24시간 내내 끊이지 않는 안정적 서비스를 적정한 가격에 판매한다(참고로 현재 시범 서비스 중인 스타링크 인터넷은 이용 시 설치 장비 값 499달러, 매달 이용료 99달러다). 미국뿐 아니라 세상 모든 지역에 위성 인터넷을 공급하겠다는 게 스타링크 서비스의 목표다.

    그렇다면 세계 인터넷 연결 현황은 어떨까.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지역에 사는 사람은 45억 명 수준이다. 유엔(UN)이 추정하는 세계 인구가 77억 명인 것을 감안하면 32억 명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지역에 사는 셈이다.

    스페이스X는 올해 2월까지 ‘팰컨9(Falcon9)’ 로켓을 발사하는 등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위성을 계속 발사하고 있다. 기존 인터넷망으로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지역에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구 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즉 저궤도를 도는 위성을 최대한 많이 쏘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스페이스X가 FCC에 보고한 통계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금까지 쏘아 올린 인터넷 위성은 1800대가량이다. 전 세계 20여 개 나라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숫자다. 스페이스X가 발사할 수 있는 인터넷 위성 숫자는 올해 2월 기준 약 1만2000대다. 스페이스X는 총 4만2000대 정도의 인터넷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으로 3만 대 이상을 더 발사할 수 있도록 FCC에 허가를 요청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발사한 1800대는 목표치의 약 4% 수준에 불과하다. 스페이스X가 더 빨리, 더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사활을 건 이유다.

    스타링크의 진정한 목적 ‘자율주행’

    이처럼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서비스를 통해 합리적 가격으로 고품질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을 사업 목적으로 한다. 스타링크 서비스가 추구하는 참 목적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서비스 완성이라고 보는 시선도 많다. 테슬라가 추구하는 자율주행을 완성하려면 자율주행 차량 간 정보를 공유하는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려면 차량들이 인터넷에 상시 연결돼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게 24시간 지구 모든 곳에 인터넷을 끊임없이 제공할 수 있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라는 것.

    현재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Full Self-Driving)를 갖춘 차량은 자율주행 기술 관점으로 보면 2단계(level 2)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에서 만든 6단계 정의다. 아무런 자동화 기술이 없는 0단계부터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5단계까지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1~2년 내에 4단계(경우에 따라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동차가 알아서 주행하는 단계)에 도달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고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건스탠리 등 다수 기관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목표 달성을 위해 스타링크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2020년 12월 6일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 발사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AP 뉴시스]

    2020년 12월 6일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 발사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AP 뉴시스]

    현재 스페이스X가 인터넷용 위성을 쏘아 올리는 기술은 팰컨9 로켓 한 대에 위성 49대를 싣는 수준이다. 최근 사례를 보면 한 달에 100~150대 정도의 위성을 궤도에 올리고 있는데, 이 정도 속도론 4만2000대라는 목표를 빠른 시일 내 달성하기 어렵다.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은 크게 늘고 있지만 인터넷을 제공하는 위성이 충분하지 않아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스타링크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으나 제공받는 사람은 아직 14만 명 정도에 그친다.

    스페이스X 측은 “2025년까지 4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위성을 빠른 시일 내에 ‘왕창’ 쏘아 올려야 한다. 스페이스X가 여러 차례 시험 발사를 하면서 공을 들이는 차세대 스타십(Starship) 로켓이 중요한 이유다.

    스타십 로켓은 2023년에 민간인을 싣고 달에 가는 여행을 할 예정인 로켓이다. 스페이스X는 이 로켓이 팰컨9보다 훨씬 거대해 인터넷용 위성 수백 대를 한 번에 실어 쏘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계 전역에 빈틈없이 인터넷을 공급하는 게 가능해진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5월까지 5차례 스타십 로켓을 시험 발사했다. 빠르면 올해 3월 중 다시 시험발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비상장 회사다. 회사 측이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는 상태임은 분명하다. 지난해 여름 머스크는 한 콘퍼런스에서 “스페이스X가 제대로 돈을 벌기 시작할 때까지 스타링크 5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를 더 투자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100억 달러는 12조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트위터에 스페이스X와 관련해서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글의 내용은 스페이스X가 스타십 로켓과 스타링크의 인터넷용 위성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상황인데, 경제위기가 닥쳐 자금 동원에 문제가 생기면 파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머스크가 스타십 로켓과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성공을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고 공을 들이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이스X의 미래가 스타십 로켓과 4만2000대의 인터넷용 위성의 성공에 달려 있다는 분석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일생 라이벌 베이조스와 경쟁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  [블루오리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 위성 인터넷 사업에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대 경쟁 상대는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이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는 2000년 설립한 회사 블루오리진을 통해 우주여행·탐사 사업을 할 뿐 아니라 아마존 자체적으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아마존은 2019년 카이퍼 시스템즈(Kuiper Systems)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자회사를 통해 올해 후반 첫 인터넷용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위성 숫자를 늘려가는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를 추진해 왔다.

    베이조스는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통해 벌이는 우주여행·탐사 사업은 블루오리진, 스타링크 서비스는 카이퍼 시스템즈를 통해 추진해 온 셈이다.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난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의 우주여행 로켓 발사에 참여해 지난해 7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저궤도 우주여행을 하기도 했다.

    주목할 부분은 아마존이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테슬라와 경쟁 관계라는 점이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Zoox)를 인수해 자율주행차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을 독자 개발하기 어려운 기존 자동차 회사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차량 간 24시간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위성 인터넷 사업이 아마존에도 절실한 사업이란 의미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훨씬 더 받아온 건 블루오리진의 우주여행 사업이지만 베이조스가 내심 더 공을 들인 건 자율주행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위성 인터넷 사업일지 모른다.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우주 사업에 서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사업을 발전시켜 왔다. 어릴 때부터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웠던 것도 비슷하다. 머스크는 “어린 시절 탐독했던 아이작 애시모브의 공상과학(SF) 소설 ‘파운데이션’에서 스페이스X 사업의 영감을 얻었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베이조스는 1982년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수석 졸업생 자격으로 고별사를 했는데 “우주에 호텔을 짓고 놀이공원을 세우고 인간이 사는 주거지를 만들고 싶다”며 당시로서는 ‘생뚱맞은’ 꿈을 밝혔다.

    베이조스가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건 2000년 9월이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만들기 1년 반 전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발한 두 회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해 12월 경제 매체 인사이더(Insider)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블루오리진이 취득한 로켓 발사 관련 특허가 무효라며 스페이스X가 소송을 벌이기도 했고, 스페이스X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로켓발사대를 독점 사용하는 권한을 얻으려 하자 블루오리진이 정부 측에 공식으로 항의해 무산될 뻔한 적도 있다. 때때로 상대 회사의 우주 로켓 발사가 성공하면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서로 트위터에서 상대를 평가 절하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 4월 나사가 달에 우주인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수주할 기업으로 스페이스X를 선정하자 경쟁자 블루오리진은 업체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다. 블루오리진의 항의에 나사는 몇 개월 결정을 유보했다가 결국 다시 최종적으로 스페이스X를 선정했다.

    현재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사업은 논란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유럽과 미국의 위성 인터넷 기업들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충분한 기술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페이스X가 ‘일단 쏘고 문제가 생기면 고치겠다’는 식으로 인터넷용 위성을 마구 띄우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 정부 측에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중국 항공우주 당국은 유엔우주사무국(UNOOSA)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인터넷용 위성이 자국의 우주정거장과 충돌할 상황이 벌어져 긴급하게 우주정거장을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이에 대한 아마존의 반응이다. 아마존은 스페이스X가 위성을 배치할 공간을 독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 당국인 FCC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후발 사업자들의 위성 발사에 방해가 되거나 충돌 위험이 없도록 스페이스X의 위성 배치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

    화성에 제2의 지구를 건설한다는 게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웹에 접속할 수 있으며 폭설로 도로가 끊겨도 인터넷이 끊이지 않는 위성 인터넷 상용화는 가까운 미래의 일이다. 그리고 위성 인터넷은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스페이스X가 앞서고 아마존이 쫓는 위성 인터넷·자율주행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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