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호

켄 피셔 전략에 따라 도출한 한국 주식 종목 20개

[구루의 투자법] 순이익은 조작 가능, 매출은 실제 능력 대변

  • 강환국 퀀트 투자자

    christianeum@naver.com

    입력2022-08-0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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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조 원 운용 ‘피셔 인베스트먼트’ 설립자

    • “PSR(시가총액/매출액)은 PER보다 우수한 지표”

    • 20년간 PSR 하위 10%에 1억 원 투자 시 58.1억 원

    • 연구개발비 척도인 PRR도 중요 지표

    • 매출·연구개발비 높은 기업 투자 시 20년간 원금 97배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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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런 버핏이 큰 영향을 받은 투자자가 두 명 있다. 한 사람은 그의 스승이자 버핏에게 정량적 투자를 가르친 벤저민 그레이엄, 다른 사람은 정성적 투자의 대가인 필립 피셔다. 실제로 버핏은 경제지 ‘포브스’와 인터뷰하면서 “내 투자는 85% 벤저민 그레이엄이고, 15% 필립 피셔다”라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은 주식투자 초창기에 저 PER, PBR 등 정량적 투자에 집중했으나, 점차 자산이 커지면서 필립 피셔의 정성적 투자 기법을 애용했다. 오늘날 버핏의 투자 성향을 보면 ‘15% 벤저민 그레이엄, 85% 필립 피셔’에 근접한 것 같다!

    필립 피셔의 투자법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 회에서는 그의 아들인 켄 피셔를 알아보고자 한다. 1950년 태어난 켄 피셔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스물아홉에 독립해 단돈 250달러로 투자 및 자산운용 회사인 피셔 인베스트먼트를 차렸다. 그의 투자 실력은 매우 뛰어나 40년이 지난 지금도 피셔 인베스트먼트는 살아남았고, 현재 2000억 달러(약 260조 원)를 운용하고 있다.

    투자하다 보면 시장 방향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을 보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들의 예측이 맞았는지 다시 찾아보면 맞은 경우는 거의 없다. 켄 피셔는 1984년부터 2017년까지 ‘포브스’에 칼럼을 기고했는데, 그의 2000~2012년 예측이 맞았는지 분석한 CXO Adivisory라는 회사가 있었다. 분석 결과 피셔가 12년 동안 내놓은 120번의 예측은 66%라는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당시 CXO가 분석한 전문가 70인의 평균 적중률은 47%였는데, 피셔는 적중률 2위를 기록했다.

    매출액에 더해 연구개발비를 보라

    켄 피셔는 우수한 주식을 평가하는 지표로 매출액과 연구개발비를 꼽았다. [Gettyimage]

    켄 피셔는 우수한 주식을 평가하는 지표로 매출액과 연구개발비를 꼽았다. [Gettyimage]

    켄 피셔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에도 자주 언급되니 그의 시장 예측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의 투자회사 유튜브 ‘Fisher Investments’에 자주 출연해 영상을 남기고 있으니 영어에 능통하다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피셔는 11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투자 철학과 전략을 널리 알렸다. 피셔의 첫 책은 1984년 쓴 ‘슈퍼 스톡스(Super Stocks)’다. 이 책에서 피셔는 말 그대로 우수한 주식을 찾는 비법을 전수했는데, ‘PSR’와 ‘PRR’가 낮은 기업을 강조했다. 그러면 PSR와 PRR는 무엇일까. PSR는 Price to Sales Ratio, 즉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지표다. 예를 들어 A사 매출액이 100억 원인데 시가총액이 10억 원이면 PSR는 10억/100억=0.1이고, B사 매출액도 100억 원인데 시가총액이 1000억 원이면 PSR는 1000억/100억=10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A사가 매출 대비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기업 활동의 모든 근간은 매출이고 기업은 매출을 내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켄 피셔는 PSR가 PER(시가총액/순이익)보다 우수한 지표라고 주장했는데, 투자자들이 순이익을 중요시 여기니까 기업들이 회계 조작을 통해 순이익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순이익은 기업의 진정한 수익성을 대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매출액은 회계 조작이 어렵고 기업의 실제 능력을 비교적 잘 대변한다는 것이다.

    PRR는 Price to Research Ratio, 즉 시가총액을 연구개발비로 나눈 지표이다. 예를 들어 A사의 시가총액이 100억 원인데 연구개발비가 10억 원이면 PRR는 100억/10억=10이고, B사의 시가총액이 100억 원인데 연구개발비가 1억 원이면 PRR는 1000억/1억=100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A사가 연구개발비 대비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연구개발비는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금 연구개발에 돈을 많이 쏟아붓는 기업은 향후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레 기업 매출, 이익 및 시가총액도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시가총액 대비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켄 피셔의 아버지인 필립 피셔도 기업의 연구개발을 매우 중요시했다는 점이다. 그는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이 생기기 50년 전에 연구와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혁신기업에 장기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PSR 하위 10% 투자 시 연 복리 22.53%

    매출 대비 저평가돼 있는 기업이 연구개발에도 열심히 투자한다. 왠지 이런 기업의 주식은 수익이 높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켄 피셔가 주장한 것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철저히 그의 전략을 검증해야 한다.

    과거 한국에서 PSR, PRR가 낮은 기업에 투자했다면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 1984년 베스트셀러를 통해 공개된 전략이 21세기 금융시장에서 아직도 통할까. 우선 한국 수익부터 분석해 보겠다.

    <그림1>이 한국 PSR 지표의 10분위 결과다. 20년 동안 매 분기 한국에 있는 모든 종목에 PSR 순위를 매겨 가장 PSR가 낮은 하위 10%인 ‘1분위’에 투자하면 연 복리 22.53%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20년 동안 22.53%를 벌면 원금 1억 원이 58.1억 원이 된다. 보다시피 PSR가 증가할수록 수익이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PSR 상위 10% 기업인 10분위 기업에 투자했으면 큰일 났을 것이다. 연 복리 수익이 -12.43%으로, 원금 1억 원이 703만 원(!)이 되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저PSR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음으로 PRR 지표를 분석해 보자.

    <그림2>가 한국 PRR 지표의 10분위 결과다. 20년 동안 매분기 한국에 있는 모든 종목에 PRR 순위를 매겨서 가장 PRR가 낮은 하위 10%인 ‘1분위’에 투자하면 연 복리 15.59%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의미다. 여기서도 PRR가 증가할수록 수익이 적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PRR 상위 10% 기업, 즉 10분위 기업에 투자했으면 수익이 매우 안 좋았다.

    PRR 하위 10% 투자 시 연 복리 15.59%

    위의 두 그래프를 토대로 PSR, PRR 두 지표가 모두 낮은 곳에 투자했다면 수익이 매우 좋았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켄 피셔의 전략은 다음과 같다.

    이 전략은 성과가 꽤 좋았다. 20년간 연 복리 수익이 25.67%였다. 한국에서 1984년 피셔가 제안한 지표를 통해 투자했으면 원금이 20년 만에 97배 증가했다. 연별 수익과 관련 종목을 제공한다.

    이 전략은 최근 20년 동안 2003년, 2011년, 2017년, 2019년을 제외하고 코스피 수익률을 압도했다. 물론 이 전략도 고통스러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2008년, 2011년, 2018년 연 단위로 10%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한 달에 20% 이상이 손실이 발생한 사례도 3번이나 있었다(2008년 10월, 2018년 10월, 2020년 3월). 6월 30일 기준 한국 주식시장에서 켄 피셔의 전략에 따라 도출한 종목 20개는 다음과 같다.


    강환국
    2021년 7월 직장인 투자자에서 ‘30대 파이어족’으로 변신한 인물.
    계량화된 원칙대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를 통해 연복리 15%대의 수익률을 거둬 입사 12년째인 38세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나와 파이어족이 됐다. 현재 전업투자자이자 구독자 13만2000명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를 운영하는 유튜버, 투자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 온·오프라인 투자 강의를 하는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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