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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난해 ‘통화 녹음 유출’ 때도 “尹, 크게 화내며 李에 강경 대응 고려”

파국 치달은 윤석열과 이준석, 그 끝은?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단독] 지난해 ‘통화 녹음 유출’ 때도 “尹, 크게 화내며 李에 강경 대응 고려”

  • ● “尹, 다른 루트 통해 유출 이미 파악”
    ● 접점 없는 핑퐁 게임… 장기화 국면
    ● “불편한 동맹이 예상대로 깨진 것”
    ● ‘이준석-유승민’ 여론 관심, 정치적 부담
    ● 20·30대 지지율 하락에 대한 동상이몽
8월 13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서 회견 도중 대선 당시 호남 지역 유세 등을 언급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8월 13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서 회견 도중 대선 당시 호남 지역 유세 등을 언급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탄핵 사태’ 이후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여권이 블랙홀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접점 없는 핑퐁 게임이 계속된다. 두 사람으로부터 모두 신뢰를 받는 중재자도 없는 형편이다. 여권 내부에서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까닭이다. 가까스로 뭉친 보수가 재분열하는 신호탄이 되리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당초 이 전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간 대리전 성격으로 비치던 싸움이 양자 간 전면전으로 바뀐 건 이른바 ‘내부 총질’ 문자가 공개(7월 26일)되면서다. 그 뒤 이 전 대표가 8월 5일 “선출된 당대표가 당내 상황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내부 총질이라는 인식도 한심한 게, 당대표가 말하는 것이 정론이고, 그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보통 반기를 드는 행위”라고 윤 대통령을 직접 겨누면서 둘의 관계는 격랑에 휩싸였다.

파탄 나버린 동맹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 앞서 이준석 당시 당 대표(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 앞서 이준석 당시 당 대표(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후 이 전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반발해 서울남부지법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8월 10일)하고 기자회견(8월 13일)까지 열면서 상황은 더 꼬이고 말았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 위기”라고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이어 “저에 대해서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했었다”면서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 한다고 크게 ‘참을 인(忍)’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목이 쉬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만날 이유가 없다. 풀 것도 없다”고 답했다.

둘 사이에 극적으로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는 대선 국면에서 ‘갈등-봉합-갈등-다시 봉합’의 과정을 되풀이했다. 당시에는 대선이라는 모멘텀이 있었지만, 지금은 두 사람 간 같은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공동의 적’이던 문재인 정부는 사라졌다. 야당 때처럼 ‘일단 뭉쳐 대여 투쟁부터 하자’는 식의 출구전략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둘 사이에 더 큰 갈등의 도화선이 될 만한 이슈만 산적한 모양새다.



반윤(反尹·반윤석열)계 혹은 비윤(非尹·비윤석열)계의 구심점이 등장한 건 정권에 나쁜 신호다. 세간에는 벌써 ‘이준석-유승민 신당 창당’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까지 등장했다. 미디어 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8월 8~10일 사이에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2.5%는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보수신당을 창당하면 국민의힘이 아닌 보수신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29.8%였다.

이 조사 자체를 문자 그대로 ‘보수 진영의 여론’이라 해석해선 곤란하다. 정치 성향별로는 중도층과 진보층에서 보수신당에 대한 지지세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는 계속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75.4%에 달했다.(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제는 그것이 가진 정치적 효과다. 유 전 의원 역시 ‘반윤’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에 대한 호의적 여론이 있는 건 그 자체로 ‘윤석열 견제 심리’의 결과라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 신당이 생기건 안 생기건 심리적으로 여권이 분화하는 셈이라 윤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부담이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그 파급효과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징계 종료 시점과 관련해 봉쇄될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유승민’에서 ‘이준석-유승민’으로?

이는 마치 박근혜 정부 시절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 조합이 비박(非朴·비박근혜)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것과 유사하다. 그에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같은 친이(親李·친이명박)계 안에서도 대통령의 형이 중심인 ‘이상득 그룹’, 정권의 2인자가 주축인 ‘이재오 그룹’, 소장파로 꾸려진 ‘정두언 그룹’이 공존했다. 대선까지는 평화롭게 연대하던 세 그룹은 집권 뒤 인사권을 두고 파열음을 내고 말았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지지 기반이 빠르게 붕괴하는 지렛대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꽃놀이패가 생겼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은 8월 8일 KBS 라디오에 나와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의에 “(국민의힘을) 친윤이 장악하면 이준석·유승민 신당은 꿈틀할 것이고 한동훈(법무부 장관)의 여러 문제를 보면서 오세훈(서울시장)도 움직일 것”이라며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8월 14일 이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언급하며 “잔인한 것이 정치라고 하지만 이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우리는 배은망덕한 대통령을 모시고 있구나 하는 한탄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이른바 ‘성접대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수사 역시 아직 살아 있는 변수다. 8월 11일 인사로 이 전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해 오던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 등이 교체됐다. 인사는 메시지다. 자칫 권력이 기소 쪽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중으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경찰 총경 293명 전보… ‘이준석 의혹’ 수사대장 교체’라는 제목이 붙은 통신사 기사를 기자들에게 공유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견제구를 날렸다. 수사 향배에 따라 이 전 대표가 다시 한번 윤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구조적 환경과는 별개로 두 사람의 결별이 애초에 예고돼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은) 언젠가 한번 겪어야 할 일이었다”면서 “매를 오히려 빨리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이라는 공동의 목표 때문에 위태롭게 유지되던 불편한 동맹이 예상대로 깨진 것”이라면서 “윤핵관은 대선 때부터 이 싸움에서 조연이었다”고 말했다. 즉 ‘내부 총질’ 문자가 아니었어도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사이에 전선이 또렷하게 형성돼 있었다는 의미다.

‘통화 녹음 유출’ 사태 전말

실제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사이 갈등은 오랫동안 누적돼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9일 정치참여 선언 이후에도 한동안 장외에 있었다. 이에 입당 시기를 놓고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사이에 신경전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들어온 뒤에도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지금 와서 다시 주목해볼 만한 사건은 지난해 8월 중순 벌어진 이른바 ‘통화 녹음 유출’ 파장이다.

8월 12일 윤 대통령이 신지호 캠프 정무실장의 ‘이준석 탄핵’ 발언에 관해 유감을 표하고자 이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 전 대표가 이 통화를 녹음했고, 실무진이 녹음 파일을 문서화하는 과정에서 녹취 내용이 유출됐다. 당시 이 전 대표 측은 “이 대표가 일부러 녹음한 것은 아니고 자동 녹음 기능이 있어 녹음된 것”이라며 “실무진이 녹취를 풀었는데 실수로 밖으로 흘러갔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적 언급은 삼갔고, 캠프 관계자 코멘트 형태로 “윤 전 총장이 녹음과 녹취록이 유출된 사실을 보고받았다. 기분 좋을 리 있겠는가”라는 견해가 나왔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마치 지나간 해프닝처럼 보인다. 실제 분위기는 양측 관계자의 당시 태도에 담긴 톤보다는 훨씬 더 험악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선대위 핵심 인사는 기자에게 뒷이야기를 자세히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때는 경선 전이라 ‘윤 후보’ 대신 ‘윤 총장’이라는 호칭이 쓰이던 시기다.

“이 대표가 통화를 녹음했다는 기사가 나가기 전에 윤 총장은 이미 다른 루트를 통해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윤 총장이 굉장히 크게 화를 냈다. 캠프 실무진을 불러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라고 지시까지 했다. 하지만 확전(擴戰)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한 참모 그룹이 나서서 상황을 더 크게 만들지 않은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대통령의 의중’이라 생각하는 건 이 사건을 비롯해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이다.

李 영향력, 현실인가 과장됐나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미칠 파장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 징계로 인해 20·30대 상당수가 윤 대통령 지지층에서 이탈했다고 해석한다. 이로 인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3·9 대선,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압승의 공식이 됐던 세대포위론(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인 60대 이상과 신(新)지지층인 20·30대의 결합을 통해 민주당 지지층을 포위) 카드가 무용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58.7%의 표를 몰아줬다.

이를 놓고는 정반대의 해석이 공존한다. 한쪽은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과장됐다고 본다. 다른 한쪽에서는 밑바닥 민심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판단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전 대표가 과연 20·30대의 지지를 그렇게 많이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라면서 “20·30대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스윙보터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충성도를 보이는 집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20·30대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다른 여러 문제가 겹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와 연대하면서 20·30대, 특히 20대 남성을 지지층으로 흡수했는데, 이번 갈등으로 인해 이들이 떨어져 나가고 올드보수만 남았다”고 했다. 이어 “최근 20대가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정치 고관여층이 윤 대통령 지지층에서 이탈한 현상이 읽힌다”면서 “이들이 주로 인터넷에 정치와 관련해 댓글 달고 목소리를 내는 집단인데, 이들의 움직임은 점차 20대 정치 저관여층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신율 교수의 진단이 옳다면 왜 ‘이준석 파문’과 무관하게 20·30대가 이탈했으며, 그들을 끌어오기 위한 묘수는 무엇인지 시급히 찾아야 한다. 이동수 대표의 해석이 옳다면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이 전 대표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건 윤 대통령에게는 쉽사리 풀기 힘든 초고난도 방정식이다.



신동아 202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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