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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곧 죽어도 여당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

칠곡 시골집에서 만난 ‘논쟁적 인물’ 이준석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준석은 곧 죽어도 여당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

  • ● 4시간 8만6042자 분량 격정 토로
    ● 당원 많이 모으는 게 답
    ● 당신께서 빼 든 칼이라 못 거두는 거다
    ● 국민의힘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 같다
    ● 대통령이 자신감 없어 통 크고 쿨한 척 못 해
    ● 당대표 마치고 상계동에 전념하려고 했는데…
    ● 180석 여당 만드는 게 목표였다
    ● 尹에게 통치 권한 일부 위임받은 사람들
    ● 윤상현은 삼성가노(三姓家奴)들과 다르다
    ● 윤핵관은 위에서 떨어지는 음식 먹고살 운명
    ● 지방선거 해먹겠다는 생각에 대선 때부터 당대표 끌어내리려 공작
    ● 총선? 출마해야지
    ● 노력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외치’ 공부할 것




6개월 전 당대표로 대선 승리를 맛보고, 석 달 전 지방선거 대승까지 지켜본 그를 불과 석 달 뒤 경북 칠곡군의 한 시골집에서 대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무엇이 그를 이리로 이끈 것일까. 그는 어찌하여 이곳에 머무는 것일까. 혹평하는 이들은 당내 분란을 일으킨 ‘암적 존재’라고 혐오하고, 호평하는 이들은 ‘먼저 온 미래’라며 차세대 지도자로 추앙한다. ‘논쟁적 인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9월 7일 서대구역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칠곡군의 한 조용한 마을에서 그를 만났다. 오후 1시에 시작한 인터뷰는 5시까지 네 시간 동안 이어졌다. 전체 인터뷰 기사 분량이 8만6042자에 달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데 거침이 없었다. 어떤 질문에도 답변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박해윤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박해윤 기자]

이준석이 정치하는 이유는 뭔가.

“사다리가 살아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지방에서 상경한 내 부모가 서울 상계동에 터 잡고 4인 가족을 꾸려 아파트 평수를 늘려가며 자녀를 잘 키울 수 있었던 것처럼, 성장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는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다.”



직업정치인 이준석에게 정치란.

“시대가 부여한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낼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대표 취임 1년이 되던 올해 6월 어떤 목표를 세웠나.

“(국민을 위한) 선진 정책을 얼마나 더 가져갈 것인가. 혁신위를 통해 정당 혁신을 어떻게 가속화할 것이냐를 생각했다.”

암적 존재 vs 먼저 온 미래

지금 처지는.

“100일 전 꿈꾼 과제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당을 상대로 법적으로 투쟁하는 이유가 뭔가.

“왜곡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겪고 있는 문제는 지휘관 부재에서 비롯했다.”

당을 지휘할 헤드쿼터가 없다는 뜻인가.

“60만 군대가 제 구실을 하려면 장성급 장교뿐 아니라 영관급, 위관급, 부사관급 등 각급 지휘관 역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에 위관급 장교가 있나, 영관급 장교가 있나. 별을 달 능력과 별개로 별을 달고 싶어 하는 호소인과 추종자뿐이다. 중간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독립 단위를 지휘할 초선 또는 당협위원장이 역량을 갖추고 있나. 지휘 방침만 있고 명령 하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 같다.”

국민의힘 내홍,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가장 큰 책임이 어디 있다고 보나.

“뭔가가 길어지면 ‘너도 나쁜 놈, 나도 나쁜 놈’ 이러면서 양비론으로 흐르는데,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시간별로 지켜보면 된다. 3월 대선 승리, 6·1 지방선거 승리. 여기까지가 정당 지지율 50%를 상회한 국민의힘 최전성기였다. 지금은 최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술을 계속 습득한다. 정치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가 정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세상이 있다. 그걸 위해서는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내가 속한 당의 선거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당 의원들이 대중적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지역구 활동을 한다고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이 누구겠나. 굉장히 편향된 집단 속에서 정보를 얻는다. 만나서 얘기 듣는 사람이 보수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이다. 그 세계관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이번에 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했지 않았나.”

어떤 촌극?

“(8월 26일) 가처분이 인용되니까 ‘판사가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라고 공격했다. 당시 어떤 언론도 그런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그 내용을 담은 게 ‘이봉규TV’다. 우리 당 의원들을 보면 이런 것도 있다. 특정 방송사에 특정 언론인을 찍어서 ‘저기는 좌파야’ 그러면서 출연을 안 한다. 자신들이 언론사를 배제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스스로 세상에서 배재돼 가는 과정이다.”

이 전 대표는 영남에서 편하게(?) 정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국민의힘 180석 만드는 게 목표였다”

이준석 정치의 1차 목표는 뭔가.

“개인적 목표는 내후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당선되는 거였다. 이준석이 상계동에서 당선될 수 있을 정도의 선거는 보수가 180석을 차지할 때다. 상계동에서 보수 후보가 당선된 때는 18대 총선밖에 없다. 그 때 홍정욱 의원과 노회찬 의원이라는 막강한 후보가 대결한 데다 민주당 후보까지 3파전이 돼 홍 의원이 이긴 거다. 그 정도 구도가 돼야 보수 후보가 당선하는 곳이 상계동이다. 이준석이 상계동에서 당선하는 것을 목표로 당을 바꿔나가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이 180석 정도 이기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그런데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우리 당이 100석 밑으로 내려가도 당선한다. 그런 곳에서 정치하는 사람과 180석을 넘겨야만 당선하는 사람의 정치철학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혼자 앞서 가지 말고 뒤에 쫓아오는 사람을 챙기면서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걸 챙기면서 가는 순간 내 개인의 목표(상계동에서 당선) 또는 당의 180석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왜 그렇다고 보나.

“바뀌는 걸 거부한다. 혁신위에서 PPAT라고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 보는 것을 국회의원으로 확대하자고 했더니 다 반대했다. 대중에게 여론조사로 PPAT 도입 찬반을 물어보면 80% 이상 찬성이 나온다. 그런데 본인(국회의원)들은 안 하려고 한다.”

칠곡 시골집에서 만난 ‘논쟁적 인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박해윤 기자]

칠곡 시골집에서 만난 ‘논쟁적 인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박해윤 기자]

“지금 상황이 쌍방 책임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지지율이 취임 석 달 만에 20%대로 하락했다.

“인수위에서 ‘병사 월급 200만 원’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상징적 공약부터 밀고 나갔어야 했다. 그런데 그걸 안 했다. 그것 해봤자 공이 이준석에게 간다고 가장 먼저 뺐다.”

그렇게 생각하나?

“여성가족부 폐지한다고 세금이 들어가나.”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정부조직법을 국회에 냈다가 야당에 막혀 실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세상에 어느 정부가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을까 두려워 개정안을 안 만드나. 여소야대 상황이라도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서 정부조직법은 통과시켜 준다. 만약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그걸로 공세를 할 수 있다. ‘저놈의 거대 야당은 정부가 일하겠다고 하는데 정부조직법마저 통과 안 시켜준다’고 밀고 나가면서 지방선거를 치렀어야 한다. 그런데 왜 어떤 이유로 이 정부는 정부조직법을 안 만들고 갔을까? 인수위원장이 누구였나. 인수위원장이 뭐 하는 사람이기에 정부조직법도 안 만들었을까. 자기들끼리 논공하다가 망가진 거다.”

당시 상황을 그렇게 보나.

“정부조직법을 누가 만들었어야 하나. 인수위가 만들어야 하는데 안 만들었다. 인수위가 100대 과제 만들었어야 하는데 내용이 우수수 빠져 있다. 읽어보면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그것부터 꼬인 거다. 인수위원 24명 중에 안철수가 8명을 추천했는데 당대표 추천은 0명이다. 인수위와 당대표 사이에 소통 채널이 없었다.”

대표 패싱이 일어난 건가.

“패싱 정도가 아니라 배제다. 의사소통 구조 자체가 없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소통 채널이 없었던 건가. 윤석열 당시 당선인과 없었던 건가.

“안철수와 뭘 상의하나. 할 이유가 없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 역할에 대한 오해 또는 존중이 없어 지금의 사태가 초래됐다고 보나.

“양비론은 싫다. 난 대통령에 대해 전혀 개입한 게 없다. 내가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사람 10명을 말했으면 1명 정도는 들어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렇지만 부담 안 주려고 단 1명도 인사 청탁한 거 없다. 본인이 내키지 않아 하는 일을 내가 부탁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하는 게 옳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해 단 한 번도 멸칭을 쓴 적 없다. 문제될 만한 언급을 한 바 없다. 그 정도로 조심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쌍방 책임으로 가져가면 내 입장에서는 기분이 이상하다.”

“윤핵관 첫 등장은 쪽방촌 대선후보 봉사 때”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서 윤핵관이 이간질을 했다고 보나.

“대통령이 정치를 이해하고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윤핵관이) 도움을 줬다고 본다.”

어떤 세계관?

“기억나는 것 중에 이런 게 있다. 지방선거 이기고 혁신위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혁신위 설치’는 하나의 행동이다. 그런데 그것을 두고 엄청난 해석이 있었다. 나도 나중에 듣고 놀랐다.”

어떤 해석이기에.

“내가 혁신위를 띄운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지방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민주당보다 개혁에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선점하고 싶었다. 그게 내 정치적 목표였다. 그런데 거기에 윤핵관들이 무수히 많은 오해를 갖다 붙였다.”

어떤 오해?

“혁신위 발표 때 내가 위원장을 추천할 테니, 최고위원들이 혁신위원을 1명씩 추천하라고 했다. 나 혼자 혁신위를 구성하고 끌고 가려는 게 아니라는 안전장치를 해놓고 발표한 거다. 그런데 그것을 대통령실에서는 ‘이준석이 공천 장악하려고 한다’고 이해하더라. 나한데 ‘왜 혁신위 띄웠는지’ 묻는 과정 없이 알아서 그렇게 해석하더라. 그때 만약 나한테 질문했다면 ‘혁신위는 기껏해야 2∼3개월 활동하고, 내 임기도 길어야 1년 남았는데, 공천은 다음 대표가 할 텐테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공천을 장악한다는 건지 설명해 보라’ 그렇게 얘기했을 거다.”

이 전 대표는 이 대목에서 대선 경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 측과 오해가 빚어진 일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대선 경선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당내 최다선 의원인 서병수 의원에게 경선준비위원장을 부탁드렸다. 서 의원께서 중책을 맡으신 후 위원들과 논의해 대선후보들과 함께 쪽방촌 봉사활동 일정을 잡았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런데 그때 놀랐던 게 뭐냐면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발(發)로 ‘대표가 뭔데 후보 오라 가라 하나’라는 기사가 나왔다. 그때가 이른바 ‘윤핵관’이 최초로 등장한 때다. 후보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 (윤핵관들이) 얼마나 왜곡을 많이 시켰을까 싶더라.”

8월 13일 기자회견 때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을 구분했다.

“윤핵관은 실제로 대통령께서 통치 권한 일부를 위임했던 사람들이고, 호소인은 윤핵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다.”

통치 권한을 위임했다?

“예를 들어 인사나 특정 영역에서 헤게모니를 발휘하게 한 거다. 어떤 윤핵관은 당을, 어떤 윤핵관은 대통령실 인사를, 어떤 윤핵관은 경찰을 사실상 다루고 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사람들이 통치의 일정 역할을 위임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윤상현은 삼성가노(三姓家奴)들과 다르다”

최근에는 윤상현 의원을 ‘신핵관’으로 언급했다. 권성동, 장재원 의원 빠진 자리에 윤상현 의원이 그 역할을 할 걸로 예상하나.

“윤상현 의원은 삼성가노(三姓家奴)들과는 다르다.”

윤 의원이 역할을 하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의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고 기대하나.

“그것보다 윤 의원이 정치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윤 의원은 지금까지의 윤핵관들에 비해 (정치)능력과 조직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이 대표가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의원이 많지 않은데….

“월등히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윤핵관은 위에서 떨어지는 음식을 먹고 살아야 할 운명이지만 윤 의원은 야심이 크다. 대선 때 윤 의원에게 대통령이 선대위원장급의 상당히 중요한 직위를 맡기려 한 적 있다. 그런데 그때 윤핵관들이 난리를 쳐 불발됐다.”

당내에 친(親)이준석이라고 할 만한 의원이 거의 없다.

“의원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얘기를 하려면 그것을 할 공간이 열린 다음에 그런 얘기를 해야 한다. 정치에서 계파는 공천을 준 사람과 줄 사람 둘 밖에 없다.”

이준석은 공천 줄 사람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공천 줄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확신한다. 그 사람한테 공천 못 받을 거다.”

대선 앞두고 선대위원장직 내려놓고 지방으로 향한 일을 거론하며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을 책임진 당대표가 그렇게 행동해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다.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이 계속해 익명 인터뷰로 나를 때렸다. 자기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튜브 채널을 동원해 허위 사실을 계속 유포했다. 가만히 있는 나를 공격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말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이준석은 민주당 공격 안 하고 내부 총질만 한다? 이거 완전 허위다. 거꾸로 민주당 사람한테 물어보면 ‘이준석 공격이 제일 무서웠다. 다른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보수층을 상대로 나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서 공격한 중심에 누가 있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유튜버 관리 누가 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은가. 네트워크 본부라는 걸 누가 운영했는지 모를 것 같나”라며 “다 알지만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선당후사’ 한답시고 지금까지 조용히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11월부터 내부 총질한 사람이 누군지, 당대표 끌어내리려고 공작한 사람이 누군지 다 안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제거하면 여성 지지율 올라간다?”

그 사람들이 윤핵관인가.

“그때(지난해 11월) 윤핵관들 입장에서는 대선은 자신들이 (주도해) 이길 테니 대선 끝나자마자 지방선거를 해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을 거다. 자기들이 지방선거를 해먹기 위해 이준석을 어떻게든 끌어내려야 한다는 거였다.”

1월 6일 대표 사퇴 결의를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와 이 전 대표가 포옹하면서 이른바 ‘가출 사건’은 극적으로 봉합됐다. 그러나 이후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고 그 당시를 회고했다.

“(의총장에서) 앞으로 야전침대를 놓고 당사에서 숙식하면서 선거를 뛰겠다고 했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 후 한 달 동안 야전침대 놓을 공간을 못 쓰게 했다.”

왜 그랬을까.

“선대위에서 자기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내가 보면 안 되는 거였다.”

선대위에서 이준석을 배제했다?

“이준석한테 숨겨야 할 일이 많았던 거다. 어떤 사람들이 드나드는지 누가 판단하는지 이런 걸 숨겨야 했던 거다. 그런다고 내가 모르나? 다 듣지.”

취임 100일이 안 된 시점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뽑아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 같다. 원래 보수가 갖고 있던 40% 지지율에 더 얹어진 10%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100명 중 40명은 보수 후보라서 뽑았고, 10명 정도가 이재명과 비교해 뽑은 사람들인데, 그분들이 뭘 갖고 그렇게 판단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게 MZ세대 아닌가.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2030세대가 (보수 지지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것을 콘크리트가 됐다고 상수로 놨다. 전혀 아닌데…. 2030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게 뽑은 게 이준석이 갈라치기 해서 그렇다고 후속 조치를 하다 보니 ‘그럼 이준석 내치면 2030 여성 지지율이 올라가겠네’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 거다. 이준석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2030 여성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멍청한 거다. 그런데 그걸 실제로 한다. 그래서 지금은 남녀에 격차가 없다. 남성 여성이 골고루 싫어한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누가 만들었나. 바보들이다.”

그 바보가 이른바 윤핵관인가.

“윤핵관 플러스가 있다.”

그럼에도 대선도 이기고 지방선거도 이기지 않았나.

“그때는 내가 총대 메고 있었을 때다.”

두 번의 전국 선거를 이겼는데도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는 뭔가.

“어떤 정부든 새로워 보이기 위해 부처 이름이라도 바꾼다. 그런데 이번 인수위에서 그것을 스킵했다.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여가부 폐지 얘기 나오면 위험하다. 여성 표 떨어진다. 그런 멍청한 분석을 누가 했을까. 그 정도의 정무적 판단밖에 못하는 사람들이다. 현 정부가 죽을 쑤는 핵심적 이유가 정부조직법을 안 바꾼 데 있다.”

너무 이준석 중심적 분석 아닌가.

“역대 정부에 비해 이례적인 게 무엇인지 봐야 한다. 국가의 중차대한 첫 초석을 만들 때까지도 머릿속에 이준석 배제라는 생각이 들어가 있었던 거다.”

그건 과대망상, 피해망상 아닌가.

“정부조직법을 안 바꾸고 여가부까지 안 건드린 기조는 확실하다. 여성표를 공략해야 한다는 메시지 인풋을 굉장히 많이 넣었다. 결국 논공의 문제다. 대선을 이겼음에도 대선 이후 2주 동안 나만 공격했다.”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려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어떤 조언을 하겠나.

“내가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얘기하겠다. 내가 하는 말에 청개구리같이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안 하는 게 낫다.”

윤석열 정부가 당면한 사안 증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대통령이 자신감이 없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이준석 기자회견 바빠서 못 봤다. 이재명 수사 바빠서 잘 모른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정무수석실이 작동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보고됐을 일이다. 얘기했을 때 좋은 반응이 안 나오니까 ‘얘기를 말아야지’ 이렇게 되는 거다. 체리 따봉 문자 나왔을 때 ‘그때 잠깐 화나서 그랬는데 평소에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통 크고 쿨한 척했다면 내가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럴 자신감이 없는 거다. 방어적 자세인 거다.”

“이준석은 곧 죽어도 여당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 동력까지 약화되면 대통령의 위기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기로 심화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임기응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임기응변?

“국가적 과제로 설정한 것은 그 결과가 한참 지나 나오기에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반영되기 어렵다. 다만 세월호가 터졌을 때, 코로나가 터졌을 때 대통령이, 정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 그런 위기관리 능력과 상황 대처에 따라 (평가가) 많이 갈린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위기관리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 최근에 드러난 작은 위기라면 ‘체리따봉 문자’ 같은 거다. 이준석은 곧 죽어도 여당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주적이 된 거다. ‘애한테 지면 끝장난다’고.”

경쟁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인데….

“나는 가만히 책 쓰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나를 꼭 죽여야 된다면서 비대위로 가겠다는 거냐. 그건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 ‘어쩌다 (문자가) 유출돼 좀 민망하게 됐는데 원래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졌다. 끝장났다’고 할 국민이 있나? 없다.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거다.”

야당으로 화제를 바꾸자.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선출했다. 국민의힘에 기회요인인가, 위기 요인인가.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고공전 능력은 있다. 계파도 없이 적수공권(赤手空拳·빈손과 맨주먹)으로 올라온 사람이기에 골잡이 본능이 있다. 위험하다. 수비는 제대로 할지, 누가 할지 모르겠다. 골 넣을 공격수도 없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에 맞서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발의로 맞서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때리면 가장 아프게 반응한다는 게 노출된 거다. 실제로도 효과를 볼 것 같다.”

윤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언제 소통했나.

“나는 윤 대통령을 만났지만 대통령실에서 만나지 않았다고 한 6월 12일이 마지막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경북 칠곡군 시골집에 머무르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경북 칠곡군 시골집에 머무르고 있다. [박해윤 기자]

“당신께서 빼 든 칼이라 못 거두는 거다”

대통령을 직접 만나 대화할 용의는 있나.

“없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끝나면 안 된다. 윤핵관이 잘못한 수많은 일에 대해 (대통령이) 예전 생각 그대로라면 만날 이유가 없다. ‘이준석이 나쁜 놈이고 내부 총질하는 놈이라 그랬다’는 생각이라면 그 생각대로 국정 운영하고 책임지면 된다. 뜬금없는 시점에 뜬금없는 칼을 들고 나왔다. 윤핵관이 빼 든 칼이었고 윤핵관이 진짜로 거세됐다면 그 칼도 같이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당신께서 빼 든 칼이라 못 거두는 거다. 상황을 전환할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고 문제 인식이 있으면 윤핵관 거세하면서 (꺼내 든 칼을) 같이 거둬들이면 된다. 현 상황의 발단은 본인이 직접 드러낸 것처럼 ‘이준석은 내부 총질러’라는 인식이다.”

‘성 상납’ ‘성 접대’라는 자극적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굉장한 용어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처음부터 그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접대를 제공받은 일이 없다?

“그런 적 없다.”

의혹이 확산된 상태다

“여러 가지가 결부돼 있다. 정무실장이 무슨 각서를 써줬다는 것도 있지 않나. ‘각서’라는 용어 자체가 누군가 붙인 것이다.”

각서가 아니고 투자 약정서?

“각서라고 하니까 갑자기 비장해 보이지 않나. 내가 지금 그걸 쫙 풀어서 설명한다고 한들 상대 쪽에서는 거기(의혹)에 맞춰서 얘기한다.”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 씨가 참 원망스럽겠다.

“나는 그 사람 2014년에 마지막으로 보고 못 봤다.”

김성진 씨 진술 조서에 ‘성 접대’가 언급돼 있다는 게 가로세로연구소 주장 아닌가.

“김성진이라는 사람이 검찰에 그런 진술을 한 적은 없다.”

그럼 가세연이 공개한 진술 조서는 뭔가.

“김씨에게 사기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검찰에 진술한 내용이다. 자기들 돈을 투자받아 김씨가 (성 접대) 이런 거 하고 다녔다는 거다. 지금 감옥에 있기에 우리가 듣고 있는 김씨가 했다는 말은 그를 접견한 변호사들 주장일 뿐이다. 9년 전에 무슨 일 했다고 해서 ‘아니다’라고 하면 8년 전에 했다면서 말이 막 섞인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내용을 끼워 맞춘다.”

의혹의 진위가 밝혀지기 전에 중앙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 결정을 인정하나.

“당연히 인정 안 하니까 처분도 안 했다.”

처분이 뭔가.

“(징계) 집행.”

처분을 안 해 대표 권한이 아직 유효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고 본다.”

“당원 많이 모으는 게 답”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있는데….

“당대표가 된 뒤부터 당원 늘리는 일에 굉장히 애를 썼다. 국회의원은 4년마다 공천을 받아야 하지만 당원은 정당과 함께 계속 같이 간다. 앞으로 전당대회 때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당원 많이 모으는 게 답이다.”

당원 뜻에 따라 재신임을 받으려는 건가.

“그건 하기 나름이다. 이 모든 파동이 없었다면 당대표 마치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전념하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투사로 만들어버렸다. 더 어이없는 게 자기들이 문자 보내다가 걸리니까 해법으로 (비대위로 전환) 한다는 게 더 황당하다. 무슨 추가적 변경이 있었던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사고 치고 나한데 뒤집어씌우니까 웃긴 거다.”

다음 총선에 출마하나.

“출마해야지.”

칠곡에 내려와 있으니 대구·경북에서 출마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8월에 기자회견하면서 아니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할 거면 10년 전에 그렇게 했겠지.”

차기 대선에 도전하나.

“대한민국 대통령이 외치를 모르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간 것도 그런 역량을 키우고 싶어서였다. 외치는 직관의 영역이다. 발생하는 일에 임기응변을 잘하느냐의 문제다. 세상을 너무 이분법적으로 볼 필요는 없겠으나 우리의 친구가 누구냐에 대한 부분이 외교의 핵심이라고 본다. 모두에게 적이 되지 않으려는 외교와 친구를 만드는 외교는 다른 거다. 외치는 능동적으로 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못 나가는 영역이다. 그래서 일부러 보려고 하지 않으면 잘 안 보인다. 그래서 능동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신동아 10월호 표지.

신동아 10월호 표지.



신동아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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