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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다” 外敵 불황 사라지니 內戰 조선업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터질 게 터졌다” 外敵 불황 사라지니 內戰 조선업

  • ● 조선4사 “현대重, 인력 부당 유출” vs 한국조선해양 “사실무근”
    ●불황기 무분별한 인력 감축이 원인
    ●부당 행위 증명 까다로워… “조선4사 승소 가능성 낮아”
[Gettyimage,, 각사 홈페이지 캡처]

[Gettyimage,, 각사 홈페이지 캡처]

8월 30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케이조선 등 조선 4사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가 부당한 방법으로 자사의 기술 인력을 유인·채용해 사업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음을 밝혔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3사가 각 사 주력 분야의 핵심 인력 다수에게 접촉해 이직을 제안하고 통상 수준을 뛰어넘는 보수, 서류전형 면제 등 부당한 방식으로 인력을 유인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사실무근이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업계·학계에서 “불황기의 근시안적 판단으로 발생한 인력난이 내전의 원인”이라며 “오랜 기간 잠재된 문제가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인력 골라 빼가” vs “업계 1위인데 굳이?”

조선 4사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한 직원이 3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NG선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액화천연가스설비(FLNG) 등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핵심 연구·설계 인력도 대거 포함됐다. 조선 4사는 “조선·해양플랜트업은 기술집약 산업이다. 직원의 기술 노하우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현대중공업 계열 3사가 프로젝트의 공정 및 품질관리에 차질을 야기해 직접적 피해를 주었을 뿐 아니라 향후 수주 경쟁까지 제한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한국조선해양은 한국 조선업계 1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조선업 선박 부문 시장점유율 53.1%로 과반을 차지했다. 그 뒤는 삼성중공업(26.1%), 대우조선해양(17.9%) 순이다. 조선 4사측 관계자 A씨는 “한국조선해양이 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인력을 유출했다”고 비판했다. 관계자 B씨는 “대형 조선사는 3곳에 지나지 않는다. 관련 기술을 다루는 대학도 많지 않아 인력풀(pool)이 넓지 않다. 한 다리만 건너면 대개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 경력직 채용에 인맥이 영향을 미치곤 한다. 한국조선해양이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타사에서 부당하게 인력을 채용한 바 없다”며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부당한 인력 유인 행위는 전혀 없었다. 경력직 채용은 통상적인 공개 채용 절차에 따라 모든 지원자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진행했다. 당사는 업계 1위 기업이다. 굳이 유인책을 쓸 이유가 없다. 올해뿐 아니라 2014년 조선업에 불황이 닥쳤을 때도 매년 꾸준히, 무리 없이 채용을 진행했다.”



불황기에 너무 많이 내보내서…

한국 조선업계에 불황은 가셨지만 ‘인력난’으로 내전이 발생했다. [Gettyimage]

한국 조선업계에 불황은 가셨지만 ‘인력난’으로 내전이 발생했다. [Gettyimage]

이신형 대한조선학회장(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은 “분쟁의 근본 원인은 인력난”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조선업계에 불황이 닥치자 조선사들은 이를 타계하기 위해 대규모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4년 말 20만 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 2687명으로 54% 감소했다. 조선사 ‘빅3(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력은 2014년 5만5717명에서 올해 상반기 3만6594명으로 34.3% 줄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조선업계엔 ‘햇볕’이 들었다. 물동량이 폭증하며 호황이 찾아왔다. 조선사 빅3는 지난해 수주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고, 올해도 약 90% 가까이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신형 회장의 설명이다.

“조선업계는 불황기에 무분별한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너무 많은 인력을 정리하는 바람에 갑자기 찾아온 호황을 현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게 됐고, 단기간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려다 보니 인력 분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회사가 다소 어렵더라도 미래를 보고 대비해야 했다.”

조선 4사의 공정위 제소가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성만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공정위가 한국조선해양의 부당 행위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정거래법 45조가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본 문제에 해당하는데, 인력 부당 유인 채용이 사업 활동 방해 행위에 해당되는지가 관건이다. 구체적으론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해서 ‘사업 활동을 상당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것이다. 여기서 ‘부당한 유인’이라는 점을 따져야 한다. 기업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뛰어난 인력을 구하고자 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 많은 보수를 주거나 심사 절차를 간략하게 하는 등의 혜택 제시는 ‘부당한 유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대 회사를 ‘방해할 의도’로 인력을 빼갔는지도 따져야 하는데, 이는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즉, 공정위가 한국조선해양을 처벌하기엔 모호한 점이 많다. 다만 형사소송으로 번진다면 압수수색이 가능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당분간 엎치락뒤치락하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선 4사의 제소를 한국조선해양에 대한 ‘견제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 C씨는 “한국조선해양의 처우가 더 좋은 게 사실이다. 공정위 제소가 싸워서 ‘끝장’을 보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인력 유출 문제는 전부터 쭉 있었던 일이다. 지속적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판단으로 본다”며 “올해 3월 대우조선해양이 한국산업은행 주도로 한국조선해양과 인력 유인을 금지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 과거에도 인력 유출이 있었음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D씨는 “지난해부터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동한 인력 중 상당수가 전 회사에서 ‘허리’ 역할을 한 중견 연차다. 인력을 빼앗긴 쪽에서는 위기 의식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신형 교수는 “국내 조선사들의 분쟁은 해외 선사들만 배불리는 꼴”이라며 다음과 같이 우려를 나타냈다.

“인력 분쟁 전에도 국내 조선사들은 수주 쟁탈전을 벌여왔다. ‘저쪽 목구멍까지 갔던 걸 꺼내왔다’는 표현을 썼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 인력난까지 더해지니 공정위 제소에까지 이른 듯하다. 조선사들의 분쟁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하청업체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결국 웃는 건 배를 싸게 사는 해외 선사들뿐이다. 과도한 경쟁은 지양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함이 바람직하다.”



신동아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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