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상장 1年’ LG엔솔, 성장 속도에 빨간불 켜졌다

  •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ebell.com

    입력2023-01-27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2차전지 대장주, 상장하자마자 시총 2위

    • 전기차 시장 전망 먹구름 끼자 직격타

    • 2030년 전기차 점유율 전망 70%→40%

    • 중국 제외한 글로벌 시장서 점유율 1위

    • 2위와 격차 벌이며 경쟁력 확보할 때

    지난해 1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가 상장 기념 북을 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가 상장 기념 북을 치고 있다. [뉴스1]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은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거쳐 쌓아온 도전과 혁신 역량의 결실이다. 일찌감치 2차전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강조해 온 고(故) 구본무 회장님께서도 오늘의 이 자리를 누구보다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1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상장 기념식에서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상장 전 수요예측 단계부터 ‘단군 이래 최대·최초’라는 각종 화려한 수식어를 달았던 만큼 안팎의 분위기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기대에 부응하며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100조 원을 넘기며 삼성전자에 이은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자리했다.

    1년 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40만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2차전지 제조회사들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 역시 상승세를 보였지만 11월 52주 신고가 62만9000원을 기록한 뒤 뒷걸음질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원인은 LG에너지솔루션 안이 아닌 밖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확신이 있지만 그 성장 속도를 좌우할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망이 예전만큼 장밋빛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우상향 그래프는 맞지만 기울기를 놓고는 이견이 존재한다.

    2022년 최대 실적, 성장은 이상無

    속도의 문제가 있을 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는 확실하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확실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연간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 25조5986억 원, 영업이익 1조2137억 원을 거두며 2021년 대비 각각 43.4%, 57.9%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분기마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분기별 매출을 살펴보면 1분기 4조3423억 원, 2분기 5조706억 원, 3분기 7조6482억 원, 4분기 8조5375억 원이었다. 분기마다 1조 원 이상씩 매출이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성장에 따라 연간 매출 목표치도 22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다만 분기별 영업이익은 다소 부침을 오가는 양상을 보였다. 수익성을 좌우한 건 원재료 가격, 환율, 리콜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다. 분기별 영업이익률은 1분기 6.0%, 2분기 3.9%, 3분기 6.8%, 4분기 2.8%로 들쑥날쑥했다.

    배터리의 주요 원재료인 니켈과 리튬 등의 가격이 급상승했고, 원자재가 상승분을 판가(販價)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3분기부터는 배터리 판가에 원자재가를 반영해 판매해 수익성을 방어했다.

    환율의 경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회사 8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3분기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실적 역시 개선됐다. 다만 4분기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 리콜 비용이 발생해 수익성이 소폭 낮아졌다.

    매출은 올해 역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최고 수준의 수주 잔고(2021년 9월 말 370조 원)와 북미 생산능력 확대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일회성 비용을 줄이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도 한층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배터리 소재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5년 안에 리튬과 같은 주요 원재료의 직접 조달 비중을 50%로 높일 예정이다.

    테슬라 부진, 전기차 비관론까지

    1월 2일 테슬라는 2022년 한 해 동안 131만 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50%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치에 미달해 이날 테슬라 주가는 52주 신저가인 108.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테슬라 전기차 전용 충전 구역. [뉴스1]

    1월 2일 테슬라는 2022년 한 해 동안 131만 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50%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치에 미달해 이날 테슬라 주가는 52주 신저가인 108.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테슬라 전기차 전용 충전 구역. [뉴스1]

    LG에너지솔루션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결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대한 우려다. 지난해 배터리 제조회사들의 주가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전기차 전환 흐름 속에서 고공 행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비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테슬라였다. 10월 테슬라기 중국 상하이공장의 생산량을 최고 20% 감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데 이어 이 공장 직원들의 하루 근무시간이 2시간 줄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이후 테슬라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 한국 등 주요 판매국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파격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막판 공세를 펼치면서 우려가 한층 깊어졌다.

    올해 초 우려는 현실화했다. 1월 2일 테슬라는 2022년 한 해 동안 고객에게 131만 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결코 낮은 성장률은 아니었지만 연간 50%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테슬라의 목표치에는 미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가 50%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난해 14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고객에게 인도했어야 했다. 이 발표 직후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24% 떨어지며 108.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52주 신저가이자 2020년 8월 13일 108.07달러 이후 2년 5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테슬라의 부진은 전기차 수요 둔화의 시그널로 해석됐다. 막강한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테슬라의 인도량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의 ‘잣대’로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유럽 시장에서도 수요 부진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유럽의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전기차 충전 비용이 내연기관 주유 비용보다 비싸졌다.

    컨설팅업체 KPMG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글로벌 자동차산업동향’에 따르면 자동차산업 종사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전망이 크게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주요 자동차회사 경영진은 2030년까지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70%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 보고서는 전기차 시장점유율 하락을 전망하는 이유로는 “자동차회사가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로 전환함에 따라 제조, 유통, 충전 및 서비스 등 전체 과정에서 복잡하고 총체적인 변화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자동차산업 경영진 91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으며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고위 경영진이다.

    경기침체는 기본적으로 전기차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비싸고 제반 비용 역시 많이 든다. 게다가 자생력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만큼 정책 방향에 따라 언제든 수요가 변할 수 있다. 각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여부가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IRA 불확실성, 3월 해소 기대

    단기적으로는 IRA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미국 재무부는 IRA와 관련해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 요건에 대한 제정 방향을 담은 백서를 발간했다. 올해 3월 구체적 기준 발표에 앞서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백서에 따르면 핵심 광물별 미국 및 미국 동맹국에서의 추출·가공 비중 기준을 개별 광물이 아닌 전체 광물의 가치 창출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및 미국 동맹국에서 채굴·가공한 광물을 써야 한다’는 해석이 아닌 ‘미국 및 미국 동맹국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쓸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광물이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기준이 다소 모호하지만 핵심 광물 채굴 국가 기준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IRA의 구체적인 세부 방안이 3월 발표되면 모호한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기준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준이 해소되면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배터리 회사 입장에서 북미 시장에서 생산라인 증설 및 수율 안정화에 좀 더 힘을 쏟을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가 속도의 문제라는 점에서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의 자체 경쟁력 확보가 주가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12.3%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점유율 13.8%로 글로벌 1위 중국 CATL에 이어 2위 사업자였지만 11월 중국 BYD에 밀리며 2위를 내줬다.

    중국 회사의 약진에도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글로벌 전기차 사업자의 수요는 굳건하다. 중국 기업들이 세계 전기차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자국 내 수요를 중심으로 성장한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유럽 등 중국 외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IRA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올해는 비(非)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결국 자체 경쟁력 확보가 관건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30.1%(지난해 9월 말 기준)로 1위를 지켰다. CATL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가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회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 회사와 손을 잡고 미국에 합작 공장 설립을 결정했고, 현재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합작 공장 건설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2025년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현지에서 확보하게 되는 생산능력만 230GWh(기가와트시)가 넘는다.

    국내 경쟁사들이 주춤한 것 역시 LG에너지솔루션에 기회가 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온은 그간 공격적 증설을 통한 생산능력 확충에 집중해 왔으나 최근 포드와 짓기로 한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이 사실상 무산되는 등 성장통을 겪고 있다.

    포드가 설립을 추진 중인 튀르키예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은 당초 SK온, 튀르키예 대기업 코치와 지난해 3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진행하던 사업이었다. 3사는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워 이르면 2025년부터 연간 30∼45GWh 규모로 상업 생산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SK온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수율이 정상화되지 않으면서 내부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마음이 급한 포드가 파트너를 SK온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내부 과제가 산적한 만큼 당분간 외연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의 경우 물량 공세보다는 질적 성장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경쟁에서는 한발 비켜나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