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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입체분석 4·13 총선의 핵심변수

전국 5대 도시 밑바닥 民心을 훑다

전국 5대 도시 밑바닥 民心을 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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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동아일보 지방자치부 기자

과거 민주화투쟁 시절 ‘야도(野都)’로 손꼽히던 인천의 표심(票心)은 어디로 흐를 것인가. 96년 15대 총선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참신한 인물을 앞세워 11개 지역구 중 9곳을 휩쓸었지만 97년 대선에서는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평균 38.5%를 얻어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2.1% 포인트 차로 제쳤다.

98년 지방선거에서는 공동여당이 연합공천을 통해 인천 전지역을 석권했다.

그러나 지난해 계양-강화 갑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압승하는 등 계속 ‘표심’이 변화를 보여온 곳이 인천이다.

최근에 여권균열 파장이 현실로 나타난 좋은 예는 지난 1월25일 치른 인천 남동구청장 보궐선거.



이번 보선은 애초 민주당과 자민련이 일찌감치 이호웅 후보를 연합공천한데다 이 후보가 오랫동안 지역을 다진 탓에 여권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여권에선 이번 선거패배의 주요원인으로 공동여당의 균열을 들고 있다.

선거기간 내내 자민련이 민주당의 내각제 강령 삭제를 문제 삼아 반발의 강도를 높여갔고 급기야 선거 당일인 25일엔 자민련이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대상자 명단 발표와 관련해 청와대와 민주당의 배후음모설을 제기하며 여권공조 파기를 예고하면서 충청표가 대거 이탈했다고 선거관계자는 분석했다.

실제로 선거운동 초기에는 민주당 이 후보가 선전했지만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는 한나라당 윤태진 후보가 격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선거가 18.6%이라는 극히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 것은 정치권에 대한 인천 유권자들의 냉소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공동여당 분열 비집고 한나라당 약진

이번 인천 남동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로 민주당과 자민련에 비상이 걸렸다. 16대 총선에서 인천 공략이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얘기다.

인천은 충청권 출신이 30%에 육박하는 지역. 이 때문에 자민련에선 한때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인천 출마설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9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연합공천을 통해 인천시장과 이 지역 10개 기초단체장을 석권했을 당시 국민회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에 비해 20% 이상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후 여야 간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천의 한 지역에 대해 벤치마킹(특정사례를 집중 연구하는 방법)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충청 출신의 과반수가 연합공천을 해도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충청 출신이 특별히 자민련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인천의 자민련 지지율은 5∼6% 정도로 전국 평균과 비슷하다.

“인천에 사는 충청 출신들의 투표행태는 충청도에 사는 사람들과 많이 다르며 수도권의 평균성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벤치마킹 조사에 따르면 인천에 거주하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출신들의 경우도 지난해까지 국민회의 지지가 우세했으나 지금은 한나라당 지지가 더 많아졌다는 것.

민주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인천에선 오히려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나라당에게는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문제는 총선에 출마할 뚜렷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취약점이어서 선거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16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은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새천년민주당 인천시지부 황수명 사무부처장은 “남동구청장 보궐선거는 남동구에만 국한된 결과일 뿐 인천지역 전체의 민심을 보여줬다고는 볼 수 없다”며 “참신한 경제전문가를 내세워 안정론을 펼치면 압승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민련 인천시지부 박정석 사무처장은 “전지역에 공천자를 내 인천 표심을 자민련으로 끌어들이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한나라당 인천시지부 김용환 조직부장은 “이미 인천 유권자들의 표심은 여당을 떠났기 때문에 16대 총선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시민연대와 별도로 인천 시민단체가 펼치고 있는 낙천 낙선운동도 당락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인천지역 22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2000년 총선, 부패정치청산 인천행동연대’는 지난 1월24일 총선시민연대와 별도로 인천지역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공개했다. 인천행동연대가 발표한 공천반대 명단에는 민주당의 이강희(李康熙)·서정화(徐廷華) 의원과 한나라당의 조진형(趙鎭衡)·심정구(沈晶求) 의원 등 4명.

이중 심의원은 최근 출마를 포기해 인천행동연대가 현재 낙천 낙선운동을 벌이는 의원은 3명인 셈이다. 심의원은 “지역내 4선의원으로 의정활동을 계속하는 것보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뒤에서 후원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낙천운동 지지하는 시민들

심의원의 출마포기선언은 인천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물갈이’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인천시민연대가 이들 의원에 대해 낙천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이의원의 경우 인천시청 상공에 경비행기를 띄운 자녀호화결혼식과 당적변경, 서정화 의원은 국회고스톱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물의와 당적변경,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대유권자 약속운동 미서명, 조진형 의원은 임차보증금 반환청구소송건과 아들 대학 부정입학 등이다.

이에 대해 이의원측은 “호화결혼과 관련, 당시 피로연을 맡았던 홍익뷔페에서 경비행기로 축하쇼를 했을 뿐이며 축의금은 고아원, 자선단체에 모두 기부했다”고 밝혔다.

서의원측은 당적변경에 대해 “서민과 중산층의 대변자로 나선 국민회의와 정치 신념이 같아 소신있게 결정한 사안이며 고스톱사건에는 개입도 안했다”고 말했다.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대유권자 약속운동 미서명과 관련해선 “시민단체에 미처 답변을 못했을 뿐 국회의 법제정 과정에서 서명을 했다”고 덧붙였다.

조의원측은 “임차보증금 반환소송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현재 항소해 재판계류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들의 대학 부정입학 및 괌 KAL기 참사 때 기념 촬영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이들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시민단체들의 낙천활동을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시민들 사이에는 “스스로 쇄신능력을 상실한 정치권에 던지는 국민들의 경종”이라며 “낡은 정치를 몰아내고 진정한 선거혁명과 정치개혁으로 가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시민 이광용(42·인천 연수구 연수동)씨는 “소위 여야 중진급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을 보고 속이 후련했다”며 “그러나 실제로 부패한 정치인이 더 많은데 생각보다 발표자가 적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인천지부 박종성 기획연구부차장(30)은 “시민단체가 낙천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현실정치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개혁능력을 잃은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줄 참신한 인물이 대거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행동연대가 지난 1월16일에 홈페이지(www.NGO.inchon.kr)에 낙천 낙선의원 명단을 올린 이틀 동안 500여명이 접속하는 등 많은 시민이 부패정치인 청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했다.

이처럼 인천행동연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이 폭주하면서 불통되는 사례도 빈발했다. 시민 최모씨(34)는 “낙천 낙선운동에 관심이 있어 인천행동연대의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려고 1시간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접속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더 나아가 부패정치인들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밝히는 글까지 올리고 있다. 인터넷 아이디가 ‘Y2Kbbung’인 한 시민은 “썩어빠진 정치, 무능정치, 사대주의 정치…를 시민의 힘으로 갈아 엎어 버립시다”라며 부적격 정치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역개발론보다 정치혁명론 ‘약발’

여기에다 지역 정치인들의 비위 사실에 관한 제보도 속속 접수되는 등 인천행동연대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마치 부패정치인에 대한 ‘공개재판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인천행동연대 관계자는 “시민들이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국민들이 얼마나 정치인들을 불신했는지 알 수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여기에 인천행동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장외에서 낙천 낙선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어 표심의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인천행동연대는 지난 2월13일 오후 종합문화예술회관 앞에서 공천반대인사 낙천 낙선운동을 위한 서명운동 및 항의집회를 가진 데 이어 계속 서명운동을 하기로 했다.

지역개발은 이번 총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 앞바다 지도를 바꾸고 있는 송도신도시개발, 인천국제공항건설 등과 문학종합경기장 신축 등 굵직한 대형 사업이 진행중이지만 지역개발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사 진병수(49·인천 남구 주안동)씨는 “정부나 인천시에서 갖가지 대형 프로젝트를 시행중이나 이번 총선은 지역개발의 공헌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혁명을 이루겠다는 생각이 높아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운전사 김모씨(53)는 “송도신도시를 개발하고 공항을 건설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썩은 정치판을 도려내는 일”이라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정치혁명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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