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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입체분석 4·13 총선의 핵심변수

전국 5대 도시 밑바닥 民心을 훑다

전국 5대 도시 밑바닥 民心을 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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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동아일보 지방자치부 기자

광주 전남지역에서 이번 선거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DJ 1인 지배체제’ 아래 치르는 마지막 총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굳이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면 그가 이끄는 당이 ‘만년야당’에서 벗어나 사상 처음 여당으로서 선거를 치르게 됐다는 사실뿐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DJ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예외없이 적용될 것이라는 데는 뚜렷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 사실 되돌아보면 지난 대선에서 ‘전원투표’와 마찬가지이라는 97.3%(광주)의 몰표를 받았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건재하는 한 이 지역에서 투표행태의 변화를 기대하기란 처음부터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각각 94.6%와 92.3%의 득표율을 보였던 전남과 전북에서도 이와 같은 추세는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역시 우세하다. 한 후보측근은 “특히 농촌지역 고령자층에서는 지금도 ‘호남대통령 나왔으면 그만이지 무슨 토를 다느냐’는 사람들로 꽉 찼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의 통치기간 2년을 갓 넘긴 지금까지 대선승리의 함성이 하늘을 찔렀던 금남로의 축제분위기가 지금껏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벌써부터 ‘포스트DJ를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긴 ‘5·18 최후의 수배자’로 유명한 윤한봉(민족미래연구소장) 같은 이는 지난 대선 직후 “호남사람들만을 탓할 일은 아니지만 DJ에게 쏟아진 몰표는 냉정한 정치의식보다는 원시적인 집단정서에 따른 것”이라며 오늘의 변화를 예견하기도 했다.



또한 YS 추종자들이 일찍이 경험했던 “우리동네사람 대통령 만들어도 별 볼일 없더라”는 ‘허상파괴’조짐이 여기서도 벌써부터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DJ추종자들의 표정이 예전만큼 밝지는 않은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지난해 ‘옷로비사건’으로 대표되는 현 정권의 잇따른 실정에 대해서도 아직도 “대통령은 잘 하시는데…”라며 주로 ‘무능한 참모’를 탓하는 지역여론의 흐름은 ‘총선물갈이’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DJ, 빚 갚는 자세로 후보 엄선해야

소위 ‘지역주의 투표행태’에 주목해 온 전남대 지병문(池秉文) 교수는 대폭 물갈이의 당위성을 특유의 ‘즐거운 투표론’으로 설명한다.

“우선 5공 6공을 거치면서 나라 전체가 지역패권주의 열풍에 휩싸였고, 그런 측면에서 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호남에 한정지어 돌아본다면 그동안 ‘무조건 야당지지가 곧 정권교체’라는 공감대가 있었고, 더 나아가 ‘정권교체는 곧 민주화의 시초’라는 시각이 논리적으로 수용됐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단계를 초월해야 할 때다. DJ로 대표되는 현재의 민주당이 또 다시 국회의원의 자질과는 무관하게 ‘옛날에 같이 고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지해 달라면 이는 다시 호남사람들에게 엄청난 멍에를 지우는 것이다.

이제 DJ측이 정권 창출에 진 빚을 갚는 자세로 이쪽 사람들이 그야말로 오랜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할 수 있는 후보를 엄선해 내세워야 한다. 그런 모범을 보일 때만 호남은 타 지역을, 민주당은 다른 정당의 정치개혁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런 시대적 요구를 읽지 못한다면 총선 이후 급속한 민심이반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1월31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광주 금남로의 모 보험사건물 8층에서 열린 ‘광주 전남 66인 유권자위원회’의 첫 모임.

언론의 추적을 피해 두 차례나 장소를 바꿔 가며 극비리에 열린 이 자리에서 이 지역출신 선량들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는 이 모임을 기획했던 ‘광주전남 정치개혁 시도민연대’(85개 단체가 참여, 1월14일 출범)측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갈수록 높아만 갔다. ‘시도민연대’측은 미리 작성한 개인별 기초자료를 공개하고 의견을 듣는 수준에서 모임을 준비했으나 결국 유권자들의 즉석제안을 수용, 15대 국회에서 활동한 이 지역출신 전현직 의원(전국구 포함) 28명을 대상으로 공천 찬반을 묻는 기명투표에 들어갔다.

이어 공천부적격자 최종 선정을 위해 광주 서구 화정동 구 광주가톨릭대 부지 내 가톨릭사회교육원에서 밤샘작업에 들어간 송기숙(宋基淑·소설가·전남대 교수) 등 ‘시도민연대’ 공동대표 9명은 밀봉된 유권자 투표결과를 개봉하면서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전체 28명 가운데 6명을 빼고는 ‘공천반대’의견이 과반수를 넘게 나타난 것.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많아야 절반 정도를 예상했는데 80%에 육박하는 ‘교체의견’을 확인하고는 당초 미국재판의 배심원제도 개념으로 활용하려 했던 이 투표결과를 공개하기 어려웠다”며 “만약 무기명투표였다면 더 높은 수치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물갈이 기대수치는 이미 그보다 열흘 전 ‘광주전남정치개혁포럼’이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도 확인됐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만족도와 자질에 대해 각각 41.4%, 42.2%의 ‘불만족’의견을 나타냈다.

‘현 의원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70.8%에 이른 반면 ‘현의원 재공천’은 17.7%에 불과했다.

‘만약 현 의원을 재공천할 경우 선거에서 지지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다른 후보지지’의견이 54.9%, ‘현 의원지지’는 20.0%로 큰 격차를 나타냈다.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과 관련해서는 ‘부적격자를 공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65.4%에 이른 반면 ‘공천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은 26.4%에 그쳤다.

‘지역구의원을 재공천할 경우 불신임하겠다’는 의견을 지역별로 보면 △전남 광양 △여수 △강진 완도 △담양 장성 △광주 북구 등이 60.0%를 넘었다.

‘특수정서’ 앞에 한계 봉착하는 낙선운동

‘시도민연대’가 2월 1일 발표한 ‘공천부적격’대상은 이 지역출신 전현직 의원가운데 서울의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 선정해 발표한 국창근(鞠根) 의원 등 8명에다, 독자선정한 이영일(李榮一) 임복진(林福鎭) 배종무(裵鍾茂) 한영애(韓英愛) 의원 등 4명을 더해 모두 12명. 이 단체가 밝힌 부적격기준은 △부정부패 △의정활동능력 △개혁입법 및 정책에 대한 태도 등 8가지로 대개 서울의 기준과 비슷하지만 ‘광주항쟁이후 군사정권에 적극 참여한 자’ 및 ‘반민주 반인권전력’기준이 눈길을 끈다. 5공 당시 11대(전국구) 12대(광주동구)의원을 지낸 이영일의원(광주동구)은 바로 ‘군사정권 참여’기준에 걸려 부적격대상에 포함됐다. 이의원은 당일 ‘공개질의서’를 통해 “민정당 총재비서실장을 지냈던 시점은 85년이었다”며 “‘5공참여’라는 단 하나의 기준과 사실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부적격선정을 결코 승복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옷로비청문회’에 등장해 눈길을 모았던 한영애(화순-보성) 의원은 ‘번번이 품위 없는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정치적 혐오감을 줌’이라는 이유로 선정됐다. 한의원 역시 ‘절대불복’을 선언한 상황.

‘시도민연대’의 정철웅(鄭澈雄) 총선특별대책위원장은 “이 명단에 들지 않은 인사들이라고 해서 결코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며 각 당의 공천명단이 발표되면 그 동안 축적한 자료와 제보를 바탕으로 전 후보에 대한 검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 공천과정에 낙점이 유력한 후보일수록 더 많은 제보가 접수됐다”며 “만약 민주당이 우리가 선정한 부적격인물을 공천할 경우 적어도 한곳에 대해서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낙선운동을 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도민연대’ 역시 이 지역의 ‘특수정서’로부터 완전히 자유스러울 수는 없는 실정. 우선 이 연대에 참여한 단체의 대표 또는 주요관련인사가 이번 총선출마 의사를 밝혀 중도에 탈퇴했거나 언젠가 정치권 진출을 목표로 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깨끗하게 털지 못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특히 타 지역과는 달리 정치권 진입이 ‘DJ당’일변도로 한정된 현실에서 그 당 관련인사들을 주검증대상으로 삼는다는 사실이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것. ‘시도민연대’ 주도그룹은 결성당시부터 “이번에 후보를 낼 만한 단체나 대표는 제외시키자”고 분명한 선을 그었으나 2월12일 회의를 거쳐 민주당 공천신청자를 낸 단체 및 개인을 가맹단체에서 제외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런 한계를 빗대 한 언론인은 “엄밀히 따지자면 이제 광주에 재야는 없다. 단지 관변단체가 있을 뿐”이라고 극언하기도 했다.

또한 낙선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규정과는 별개로 낙천운동에서 한발 더 나아간 낙선운동을 펼칠 토양이 돼 있지 않다는 점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시 말해 민주당공천자가 스스로 선정한 ‘부적격자’라 하더라도 한나라당 등 타당 소속후보 또는 무소속후보가 아예 나오지 않을 경우 현실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

더욱이 현재 공천 이후 최대과제의 하나로 떠오른 지역주의 투표행태 감시활동도 아직 뚜렷한 방향과 방법론을 찾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영호남 시민단체간의 교류 등 가시적 활동도 필요하지만, 밑바닥 여론을 되돌릴 논리개발이 가장 중요한데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

‘시도민연대’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낙천운동보다는 지역감정해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역감정조장후보 가려내기’ 등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선거 막판에 ‘저쪽은 다 뭉친다더라’식의 이야기가 들려온다면 어떤 논리로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고 털어놓았다.

치열해진 내부경합, 후유증 우려

평균 경쟁률이 10 대 1에 육박한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 나타난 특징은 종전 야당시절에는 드물었던 고위공직자 기업가 변호사 등 전문직 출신 입지자들이 대거 지원했다는 점. 반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경우 지난 15대총선보다 더욱 심한 후보 기근현상에 직면할 전망이다.

지난 88년 13대때 민정당, 92년 14대 때 민자당후보로 광주북구에 도전했다가 15대때 자민련전국구로 처음 국회진출의 꿈을 이룬 지대섭(池大燮·청호컴퓨터회장) 의원의 행보는 이런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한때 광주전남지부장을 맡았던 자민련에서 최근 탈당,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광주북을에 공천신청을 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소망했던 ‘국민회의-자민련 합당’이 무산된데다 지역 내 마이너당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중선거구제 도입이 물건너간 마당에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자신의 변신을 ‘개인적 합당’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의 변신은 ‘3김 이후’의 분위기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위치에서 내린 발빠른 결단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번 선거의 후유증, 좁혀 말하면 민주당공천의 후유증이 예상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특이상황이다. 이와 같은 전망은 무엇보다 과거 야당시절 은밀성이 유지됐던 동교동 단일채널 공천구도에서 벗어나 각 지역구의 밑바닥 여론과 지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소위 ‘구조변경’에서부터 초래됐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충성도에 기준한 일방적 낙점방식에서 ‘현지여론’을 강조하다 보니 여론 잡기에 갖은 탈법이 동원된 것.

상대비방과 흑색선전은 순진한 편이고 수개월 전부터 상대방의 조직을 빼오려다 보니 막대한 현금수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 관전자들의 평가다. 여기에 청와대 국정원 검찰 등 공천여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기관에 현 정권 출범 이후 대거 진출한 호남출신 인맥을 총동원한 전방위로비도 치열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처럼 로비활동 대상이 종전에 비해 훨씬 넓어지고 경합열기도 뜨거워지면서 비공식활동자금의 규모가 일부 선거구의 경우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30억원설’ ‘50억원설’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본선에서 예상치 못한 무소속 변수까지 맞닥뜨려 그야말로 한판 승부를 벌인다면 금배지 하나 따는 데 드는 전체 운동자금의 규모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 후보운동원의 말.

“선거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갖가지 경력의 ‘선거꾼’들이 줄을 잇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이들을 홀대할 경우 곧바로 역풍을 일으키기 때문에 공천과정에서부터 경쟁적으로 바닥에 현금을 뿌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실효성 없는 상향식 공천에 미련두기보다는 제도 자체를 바꾸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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