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호

4·13 총선 40문 40답

  • 입력2006-11-03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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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부 핵심 관전 포인트 ]

    1. 이번 총선이 15대 총선과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의석 수의 감소와 단체의 부분적 선거운동 허용이다. 선거구 인구 상하선이 ‘7만5000~30만명’에서 ‘9만~35만명’으로 조정됐다. 그 결과 지역구 의석이 26석 감축됐다. 선거구가 늘어난 곳은 경기도(+3) 뿐이고 서울(-2) 부산(-4) 대구(-2) 대전(-1) 강원(-4) 충북(-1) 충남(-2) 전북(-4) 전남(-4) 경북(-3) 경남(-2) 등은 모두 선거구가 줄어들었다. 인천 광주 울산 제주는 변동이 없다.

    전국국 의원수는 현행(46명)대로 유지, 전체 의원수는 299명에서 273명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비례대표 30%를 여성에게 할당한 점은 주목할만하다.

    그동안 금지됐던 단체의 선거운동이 선거법 87조의 개정에 따라 선거기간 중에 한해 허용된다. 하지만 종친회 향우회 동창회 등 사적인 모임과 정부기관 및 새마을운동본부, 자유총연맹 등 특별법에 따라 예산 지원을 받는 단체들은 선거운동을 할 수없다. (이재경 한국시사정보센타 소장)



    2. 선거구 조정에 따른 여야의 득실은 무엇인가.

    이번 선거구 조정으로 여야 모두 실리를 챙겼다고는 볼 수 없다. 지역구 감축의 경우 한나라당은 텃밭인 영남권에서 11곳이나 줄었고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권에서 8곳, 자민련은 충청권에서 4곳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영남지역 의석이 줄긴 했지만 호남보다 여전히 36석이 많아 영남권에서 약진이 기대되지만 민국당의 출현으로 영남권의 의석을 독식할 수는 없게 됐다.

    (이재경 한국시사정보센타 소장)

    3.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감정이 최대의 변수가 될까.

    이번 총선에서 여야 지도부의 잇따른 지역감정 발언은 선거 초반전을 뜨겁게 달궜다. 우선 후발주자로 총선에 뛰어들어 영남권 공략에 나선 민주국민당은 김윤환(金潤煥) 김광일(金光一)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가 총출동해 ‘영남정권 재창출론’을 목청 높여 지역감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도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선거대책위원장의 충청권 공략을 막기 위해 충청도 자존심을 내세우며 맞불을 지르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영남권 사수와 충청권 공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분주하다. 영남에서는 ‘민국당=제2의 이인제’ 논리로 민국당의 예봉을 막고 있지만 충청권에서는 ‘곁불론’을 제기, JP와 이인제 선대위원장이 격돌하는 충청권의 틈새를 공략하는 데 부심중이다.

    호남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민주당은 역설적으로 지역감정 타파를 내세우며 영남권에 교두보를 세우기 위한 동진(東進)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독설(毒舌)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김영삼 전대통령은 막후에서 특유의 ‘침묵정치’를 활용하며 ‘영남권 대동단결론’으로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뒤엉킨 여야의 이해관계는 역설적으로 지역감정이 선거전 막판의 주요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안고 있다. 여야 모두 밑바닥 표심(票心)을 흔들 수 있는 1차적 무기는 지역별로 동질성을 갖고 있는 지역정서 등 원초적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간 연합으로 출범한 DJP정권이 계속 구사해온 다른 권역 포용전략이 한계점을 드러냄에 따라 해당 지역의 표심에 매달리는 각당의 구애작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반DJ정서가 강한 영남권에서는 민국당의 ‘영남정권 재창출론’과 한나라당의 ‘유일야당론’이, 충청권에서는 JP의 ‘그래도 JP’론과 이인제 선대위원장의 대권론이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권은 강릉 출신인 민국당 조순(趙淳) 대표최고위원이 민국당 바람의 주역을 자처할 것으로 보이지만 뚜렷한 선두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여야 각당의 혼전 양상이다.

    지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수도권 선거에 미칠 여파도 관심사다. 수도권은 비교적 지역감정에 초연한 듯 보이나 실제 선거에서는 출신지별 표 결집현상이 투표성향에 반영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역감정은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 막판의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견해다.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4. 총선연대 등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까.

    시민단체의 낙천대상에 오른 후보들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상당수 현역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했고, 이에 반발해 당적을 바꾸거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천받은 의원들도 낙천명단에 오른 경위를 해명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그만큼 선거운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낙천명단에 포함된 상당수 의원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영호남에 출마한 후보들의 경우 시민단체 낙천운동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다시피하는 상황이다.

    호남에선 국민회의 김봉호 의원(해남-진도)이 다소 고전하고 있으나, 김태식 의원(완주-순창) 등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호남에선 한나라당 또는 민주당의 공천을 받았느냐의 여부가 당락을 좌우할 최대의 관건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낙천명단’은 그 다음 문제다.

    수도권에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낙천의원 명단 의원 중 손세일(서울 은평갑) 이강희(인천 남을) 의원 등이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김중위(서울 강동을) 이성호(경기 남양주) 의원 등의 여론조사 ‘성적’은 평소 탄탄한 것으로 소문난 지역기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측은 아직까지 낙천운동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효력’이 나타나지 않는 것같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실제 지역 차원에서도 낙천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서울 강동을의 경우 공천반대 명단에 오른 김중위 의원에 대해 이지역 송파-강동 총선연대가 사무실을 내고 아파트 단지 입구 등에서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의원측은 “시민단체 출신인 상대후보와 시민단체가 공조하는 느낌”이라며 신경을 쓰고 있다.

    대전의 자민련 이원범(서갑) 의원도 대전지역 시민단체들이 ‘차량시위’등의 방법으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신경을 쓰는 처지다.

    총선연대측은 낙천 대상자가 공천을 받으면 즉각 낙선운동에 들어간다는 당초 방침을 수정, 3월28일 법정 선거운동이 개시되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낙선운동에 들어가기로 전략을 바꾼 바 있다. 때문에 현재로선 지역에서 크게 이슈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김중위 의원 등의 예에서 보듯, 낙천운동이 선거운동과 어우러질 경우 예기치 못한 파장과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하겠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도시 지역의 경우 낙천명단에 오른 후보들이 상당히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측에선 “당적 변경 등 정치적 사유를 제외하고, 부패혐의 등으로 낙천명단에 포함된 수도권 후보 중 살아돌아올 수 있는 사람은 5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승모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5. 인터넷시대를 맞아 활발해진 사이버 선거운동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까.

    국민 4명 중 1명이 인터넷 이용자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사회 전반에 부는 ‘디지털 바람’에 편승해 정치권도 ‘사이버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민주당은 홈페이지(www. minjoo. or. kr)를 총선용 사이트로 새롭게 단장하고 그날그날 중앙당 및 지구당 활동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 선거운동을 게임형식으로 변형한 프로그램을 올려 유권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해 사이버 기자들이 진행하는 뉴스도 전하고 민주당이 발표한 정책을 놓고 유권자들과 토론을 벌이는 시간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은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 도메인(www. hannara. or. kr)이 적힌 대형 조형물을 세워놓고 사이버 대변인단을 선발하는 등 본격적인 사이버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대변인단 공모에는 모두 42명이 응모,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자유투표를 통해 20대 대변인 3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매일 당의 논평이나 성명 등을 발표하면서 젊은 유권자들을 정치의 장으로 이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자민련도 예외가 아니다. 자민련은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에 사이버 홍보대책위와 홍보단을 구성하고 이미 2만여명의 네티즌들이 참여하는 ‘사이버 기자단’을 구성한 상태. 자민련은 특히 사이버 기자단들을 사회 각 분야에서 보수 정책을 입안하고 홍보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민련의 홈페이지는 www. jamin. or. kr. 그러나 이런 각 당의 사이버 선거운동이 실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사이버 선거운동의 주 고객인 20,30대가 정치에 무관심한데다 투표율마저 낮아 공연히 ‘기분’만 내고 ‘실속’은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송인수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6. 386세대 출신 후보 얼마나 당선될까.

    16대 총선에 출마한 각 정당의 386세대(30대, 80년대 대학 입학생, 60년대 출생자) 후보들은 모두 50여명에 이른다. 이중 ‘젊음과 참신함’이란 386세대 본래의 특징을 무기로 선거판을 흔들 후보들은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서울에서만 20여명의 386세대 후보들이 만만치 않은 기세로 선거판을 뛰고 있다. 민주당이 허인회(동대문을) 임종석(성동) 김성호(강서을) 김윤태(마포갑) 이인영(구로갑) 장성민(금천) 이승엽(동작) 배선영(서초갑) 노관규(강동갑) 후보 등 9명을 출전시켰다. 한나라당은 김영춘(광진갑) 정태근(성북갑) 원희룡(양천갑) 오경훈(양천을) 이승철(구로을) 고진화(영등포갑) 권태엽(관악을) 후보 등이 주자로 나선 상태. 자민련에서도 권승욱(동대문을) 후보 등 소수지만 386세대 후보가 있다. 민국당도 심양섭(동대문갑) 권기균(영등포갑) 이지문(관악을) 후보 등을 내세웠다.

    이들의 선거 승률은 높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 전망이다. 물론 15대 총선 때 여당인 신한국당이 서울 지역에 386세대를 포함한 젊은 후보들을 내세워 상당수 승리하거나 선전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총선연대의 낙천명단 발표 이후 한동안 ‘바꿔’ 열풍이 몰아치는 등 386세대 후보가 선전할 토양은 충분히 성숙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386의 승률을 낮게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과거에는 특히 여당 후보들의 경우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아무리 도시 지역이라고 하지만, 연고도 없는 지역에 뛰어들어 새롭게 사람들을 조직하고 선거운동을 해나가기에 지금 386세대들은 가진 게 너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단순히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호소하기에는 고정관념의 벽이 너무 높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20~30대 젊은 유권자 층에서는 386에 대한 지지가 단연 높지만, 40대만 넘어가도 “30대는 국회의원을 하기에 너무 젊은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386세대들은 사정이 더 열악한 편이다. 자금면에서 여당에 비해 아무래도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주 연령 분포가 40대 이상이라는 사실도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당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젊음을 무기로 청년층 유권자를 공략하고, 당의 이미지를 활용해 중장년 유권자를 흡수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선 청년층 유권자는 민주당에 빼앗기고 중장년층 유권자는 젊다는 이유로 미덥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정반대’의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서울의 민주당 386후보들은 2~3곳 정도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386후보 중 출마경험이 있는 한두 명이 우세를 보일 뿐 신진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자민련이나 민국당의 386후보들은 아예 논외로 취급되고 있어 존재를 알리는 일부터 시급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386세대 후보들이 선거결과를 미리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정치권, 특히 민주당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386세대 후보 스스로 “지역구를 돌아보면 오히려 노인들이 한결같이 ‘이제는 바꿔야 해. 나이 많은 사람들은 부패에 쉽게 물들기 때문에, 젊은층이 해야 돼’하는 말을 한다. 선거결과를 보면 젊은 신진후보들이 예상외로 많이 당선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민주당의 김한길 선거대책위 기획단장의 견해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김단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당 386후보들이 대부분 상승세다. 의외로 성적이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종석 김성호 이인영 장성민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한나라당에서는 김영춘 후보가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원희룡 오경훈 후보도 해볼 만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강원 홍천-횡성에서 군의원과 도의원을 지낸 황영철 후보가 서울과는 다른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386기대주라고 한나라당 측은 설명한다.

    (윤승모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7. 여성 후보는 몇 명 당선될까.

    동아일보 인터넷신문인 동아닷컴(www. donga. com)이 2월말 인터넷 상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 6%는 ‘후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관계없이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되도록 여성 후보를 찍겠다’는 답도 10. 5%에 이르러 ‘되도록 남성 후보를 찍겠다’(12. 8%)와 큰 차이가 없었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3월초 전국 성인남녀 1045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남자후보와 여자후보가 능력이 비슷하면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여자후보를 찍겠다’는 답이 39%였고 ‘지지정당이 일치하면 여자후보를 찍겠다’는 조건부 여성 후보지지 응답도 20%나 됐다.

    현재 16대 총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주요 정당 지역구 공천자는 10여명. 면면을 보면 민주당은 장영신(서울 구로을) 추미애(서울 광진을) 김희선(서울 동대문갑) 김경천(광주 동) 한영애(전남 보성-화순)씨 등 6명. 반면 한나라당은 박근혜(대구 달성) 오양순(경기 고양일산갑) 의원과 양경자(서울 도봉갑) 한승민(서울 동대문갑)씨 등 4명이고 자민련은 신은숙(서울 서초갑) 김을동(경기 성남수정)씨 등 3명. 서울 동대문갑의 김희선 한승민씨는 보기 드물게 주요 정당 여성 후보끼리 대결을 벌일 예정이어서 관심.

    이들 중 과연 몇 명이 당선의 영광을 안을지는 불투명하다. 유권자의 절반이 여성이라고 하지만 과거 선거를 볼 때 여성 유권자라고 해서 여성 후보를 지지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고로 15대 총선에선 21명의 여성 후보가 출마해 단 2명(추미애, 임진출)만 당선됐고 14대 때는 19명이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반면 비례대표 후보는 적지 않다. 여야가 2월 선거법 개정 당시 비례대표의 3분의 1을 여성 후보로 할당한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 역대 선거 어느 때 보다 여성 우대 분위기가 높은 것.

    민주당의 경우 아예 비례대표 공천할 때 3명마다 1명씩 여성 후보를 끼워넣을 방침. 한나라당도 당선권 내에 여성 후보를 공천할 방침이어서 이런 약속이 지켜지면 전체 비례대표 46명 중 3분의 1인 15명 정도가 여성이 될 전망이다. 자연히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민주당에선 신낙균 이미경 의원과 한명숙 선대위여성위원장, 최영희 당무위원, 박금자·김현미 부대변인, 조배숙 변호사, 정해숙 전 전교조위원장, 김화중 전 대한간호사협회장 등의 활동이 활발하다.

    한나라당에선 김정숙 김영선의원과 김영순 정지행 부대변인 등이, 자민련은 김모임 전보건복지부장관 황산성변호사 이미영 부대변인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송인수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8. 민주당과 한나라당, 어느 당이 제1당 될까.

    최근 청와대의 판세 분석은 민주당 95석, 한나라당 100석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청와대의 엄살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어느 당이 제1당이 되든 아주 적은 의석 차이로 제1당 여부가 결판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역시 선거는 남이 도와주는 일이 많습니다. 한나라당 공천 파동이 없었다면 한나라당은 지역구에서 130석 정도는 충분했을 텐데, 지금 판세라면 우리가 약 100석, 한나라당이 110석 정도 차지할 겁니다. 현재는 민국당 지지도가 시원찮은데 점 더 잘 해주면 제1당이 바뀔 수도 있겠지요”

    민주당 핵심 의원의 분석대로 3월14일 현재 판세 분석으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용호상박, 호각지세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그만큼 원내 제1당 예측이 쉽지 않은 것. 물론 민국당이 기세 좋게 출범하던 3월초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심지어 영남 유권자들도 민주당의 제1당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그러나 3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이런 관측은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민국당이 창당 이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데 실패했고, 공천파동 이후 민국당으로 ‘전향’하려 했던 부산 서구의 정의화 의원마저도 한나라당 잔류를 선언하는 등 민국당의 초반 기세가 꺾였기 때문.

    결국 누가 원내 제1당이 될 것이냐는 예측에는 민국당의 약진 여부가 제일 변수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모두 제1당의 분기점으로 생각하는 의석수는 110석. 어느 당도 원내 과반수를 넘기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고 보면, 전체 지역구 의석 227석 가운데 대략 105∼110석이면 무난하게 1당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것. 과연 어느 당이 제1당이 될 것이냐는 110석을 기준으로 한나라당 입장에서 계산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한나라당이 제주도 3석을 석권한다고 보고, 강세를 보이는 인천(11석)과 강원도(9석)의 절반인 10석 정도를 얻는다고 보면, 약 97석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영남권이 모두 65석이므로 영남권에서 민국당 및 무소속에게 10석을 잃으면 서울(45석)-경기(41석)의 86석중에서 22석(서울-경기의 25. 6%), 만약 영남권에서 20석을 잃으면 서울-경기에서 32석(37. 2%)을 얻어야 제1당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민국당이 아무리 선전한다고 해도 현재의 분위기대로라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의 의석까지는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 따라서 한나라당은 서울과 경기에서 3분의1만 당선시킨다 해도 1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시뮬레이션에서 지역별로 약간의 오차는 발생하겠지만 대체적인 판세는 그렇다. 한나라당이 제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민주당보다 높은 이유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의 1당 가능성이 6 대 4 정도로 높아진 분위기다. 민주당이 제1당이 되려면 수도권에서 압승을 해야만(한나라당에게 3분의 1도 주지 않아야만) 한다는 방정식이 간단하게 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지역 감정 부추기기 전략은 영남권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견제세력론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민국당 출현에 의해 흩어졌던 영남표가 다시 결집되는 것은 민주당으로선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제1당 가능성을 말해주는 징후들도 적지 않다. 우선 수도권의 민국당 지지도가 적게는 3%에서 많게는 7% 가까이 나온다는 사실이 그렇다. 지난 15대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2000표 이내의 박빙으로 승부가 갈린 곳은 전체 96곳 중 20곳, 5000표 정도로 명암이 갈린 곳은 무려 41곳(서울 23, 인천 5, 경기 13)으로 절반에 이르렀다.

    이번 선거 역시 이같은 박빙으로 승패가 결판나는 곳이 여러 곳이 되리라는 전망. 따라서 민국당의 이런 지지도는 자신들의 당선과는 상관없이 한나라당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

    또한 지금 PK(부산-경남)에서 민국당 지지도가 낮게 나오는 것은 민국당의 출범 자체와 YS(김영삼전대통령)의 정치활동 재개가 명분이 없기 때문에 민국당을 지지하더라도 겉으로는 지지하지 않는 것처럼 말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대개는 속내를 숨기면서 여론조사에서는 정답에 가까운 항목을 고른다는 것. 선거 막판에 가면 PK에서 YS(김영삼전대통령) 지지에 의한 민국당 바람이 불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조용준 주간동아 기자)

    9. 4당 구도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몇 석을 예상하고 있을까.

    민주당은 지역구 100석과 전국구 20석을 합쳐 총 120석을 확보, 원내 제1당이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주당은 특히 한나라당 공천분란으로 민국당이 출현한 것을 최대 호기로 여기는 분위기다. 1000표∼2000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 선거에서 공천 후유증으로 한나라당 지지표의 일부라도 ‘반(反)한나라당’ 으로 돌아서면 이같은 목표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낙관적인 전망이다.

    (공종식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10. 내분을 겪은 한나라당은 몇 석을 예상하고 있을까.

    4·13총선전에 돌입하기 전 한나라당의 목표의석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국당이 출범하고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선대위원장이 충남 논산-금산에 출마, 충청권 바람몰이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은 목표의석을 수정, 이제 130석 안팎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한나라당은 3월중순 현재 전국 227개 지역구 중 78곳에서 우세, 24곳에서 경합우세, 30여곳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세지역과 경합우세만 합쳐도 지역구 102석이 되고 전국구 18석 정도를 합하면 120석은 무난하리라는 판단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18곳, 경기 18곳, 인천 7곳, 대전 2곳, 충남북 각각 1곳, 부산 10곳, 대구 8곳, 경북 13곳, 경남 15곳, 울산 3곳, 강원 3곳, 제주 3곳 등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키고 있다고 본다.

    (윤영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자민련은 상당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 해운대-기장을의 김동주의원은 3월초에 민국당으로 둥지를 옮겼고, 부산 남구 공천자인 허재홍 전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준비중이며, 역시 부산 공천자들인 강경식(부산진구) 전의원을 비롯한 서너명이 최근 민주당으로 건너갔다.

    잇따른 공천 반납에 당의 총선 전선이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겠다”고 기세좋게 나갔던 정해주 전국무조정실장(경남 통영-고성)도 14일 자민련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민섭 전의원(강원 춘천)과 배명국 전의원(경남 진해)도 각각 총선 불출마를 밝혔다. 자민련 간판으로 나가보았자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런 사실들은 결국 자민련이 갈수록 약체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텃밭이라 여겨졌던 충남권 역시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의 진군 나팔과 한나라당 공략에 표가 흩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20석도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자민련은 50석 정도를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많아야 30석 내외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용준 주간동아 기자)

    12. 영남정서 앞세우는 민국당은 몇 석이나 얻을까.

    민국당이 이번 총선에서 목표로 잡은 지역구 의석수는 46석. 주요 공략지역은 단연 영남권이다. 부산에서는 박찬종(朴燦鍾·중-동) 김광일(金光一·서) 김동주(金東周·해운대-기장을) 위원장 등이 선전할 경우 9석 확보가 가능하며 대구 경북에서도 10여석 정도는 무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외에 조순(趙淳) 대표최고위원이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경우 강원도에서도 3석 정도는 건져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관계자들은 원내교섭단체(의석 20석 이상) 구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 교섭단체만 구성되면 향후 정계개편에 적극 뛰어들 수 있는 근거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정연욱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13. 민주당의 선거 브레인은?

    민주당의 선거 실무 총책임자는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이다. 성동에서 지역구출마를 선언했다가 ‘차출’당한 그는 97년 대선에서도 방송계에서의 경험을 활용, 미디어선거를 담당한 바 있다. 이밖에 이인제(李仁濟) 선대위원장도 굵직굵직한 선거전략을 챙기고 있으며, 권노갑(權魯甲) 고문도 당사에 상주하면서 과거 선거경험을 활용, 틈틈이 선거에 관한 자문을 하고 있다. 이밖에 경제정책 등 공약은 김원길(金元吉) 선대위정책위원장, 대언론업무는 정동영(鄭東泳) 대변인, 여성유권자를 겨냥한 전략은 한명숙(韓明淑) 여성위원장이 주로 맡아서 하는 등 분야별 전문화가 이뤄진 편이다.

    (공종식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14. 한나라당의 선거 브레인은?

    한나라당은 평상시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의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아침마다 주재하는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그날 그날의 선거 전략, 전술을 결정한다. 선거 전까지 이총재에게 많은 조언과 정보를 전달했던 정형근(鄭亨根) 의원 등 현역들이 선거 때문에 당사 출입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이총재와 홍사덕(洪思德) 선거대책위원장, 이사철(李思哲) 대변인, 안재홍(安在烘) 선거기획단장 등이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그때그때 가닥을 정리한다.

    선거에서 각종 이벤트와 이슈 제기 등 다양한 기획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은 총선기획단장은 지난 15대 총선때 기획조정국장을 15대 대선때는 조직국장을 지내는 등 선거 기획업무에 밝은 전국구 안재홍 의원이 실무를 지휘하고 있다.

    이원창(李元昌) 총재홍보특보와 장광근(張光根) 부대변인은 지역구 선거 때문에 대변인실을 대부분 비워야 하는 이사철 대변인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특보는 홍보 및 대언론 전략 수립에 주력하고 있고, 장부대변인은 이대변인의 입을 대신해 ‘창’과 ‘방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선거공약 개발을 총괄하는 정책위원장은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 이한구(李漢久) 정책실장이 맡았다. 전문적인 경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난 이정책위원장은 여당이 내놓는 각종 공약의 본질을 파헤쳐 ‘선심성’과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적임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의 비서실장에 임명된 김희완(金熙完) 전서울시정무부시장은 과거 국민회의 선거기획단에서 기획통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 이번 선거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15. 민주당의 선거전략은?

    선거전략상 민주당의 주요 공략 포인트는 역시 경제위기 극복이다. 한나라당이 여당 시절 망쳐놓은 경제를 어느 정도 살려놓은 것이 지금의 여권이고,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안정의석을 확보해야 이같은 경제회복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50대 이상의 안정희구세력에게는 이같은 안정론이 그동안의 정당 지지도와 상관없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20~30대에게는 민주당이 4당중 가장 개혁지향적인 정당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공종식 동아일보 정치부기자)

    16.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은?

    한나라당 총선전략의 핵심은 민국당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형성된 4파전 구도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2파전 체제로 끌고간다는 것.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자민련을 ‘사이비 여당’, 민국당을 ‘여당 2중대’로 몰아부치는 등 애써 두 당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를 ‘김대중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매일 2∼3건의 선거공약을 발표하며 민주당에게 싸움을 거는 것도 민주당과의 대결구도로 여하히 선거 흐름을 끌고가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현 정권의 지역편중 인사를 집중 공격하다 민국당이 원색적인 지역감정 발언을 토해내자 공세를 잠시 중단했던 것도, 민국당에 ‘멍석’을 깔아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영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17. 이번 총선 대결구도는 1여3야(1與3野)냐, 3여1야(3與1野)냐?

    이번 선거의 쟁점 가운데 하나가 ‘1여다야(1與多野)’냐 ‘다여1야(多與1野)’냐이다. ‘1여다야(1與多野)’는 민주당이 제기하는 것으로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여1야(多與1野)’는 제1야당 한나라당이 자신의 지지기반인 영남 지역을 민국당과 자민련의 도전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제기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선거구도는 여야 양당 대립이다. 이승만 정권 초기에는 무소속이 대거 진출했으나 정당이 점차 뿌리를 내리면서 양당구도가 확립됐다. 장면 정부의 민의원도 총의석 233석 가운데 민주당이 41. 7% 득표로 175석(의석률 75. 1%)을 차지했다. 무소속은 46. 8% 득표에 49석(의석률 21. 1%)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신·구파간 파벌 대립으로 구파가 신민당으로 분당하여 양당체제가 됐다.

    박정희 정권에서도 집권당인 민주공화당과 제1야당인 민정당·신민당 등이 줄곧 총 유효투표의 70~90%를 획득, 총의석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했던 유신체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의도적으로 다당제를 실시하겠다던 전두환 정권에서도 이런 경향은 바뀌지 않았다.

    이같은 양당체제의 성격이 약화되고, 지역적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한 정당 분립으로 여소야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제13대 총선부터였다. 대통령직선제와 소선구제가 부활한 제13대 총선 이후 ‘1여다야’ 구도와 ‘여소야대’ 결과가 줄곧 나타났던 것.

    이런 경향은 제16대 총선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공동여당의 한 축이었던 자민련이 공조 파기를 외치면서 야당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공천탈락자와 공천에 불만을 가진 세력, 그리고 재야의 장기표 지지 세력이 합쳐 만든 민주국민당은 한나라당을 사이비 야당으로 몰아부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민련을 위장 야당으로, 민주국민당을 민주당의 제2중대로 몰아 부치면서 민주당과의 양당 대결 국면을 굳히려 애쓰고 있다.

    4·13 총선의 구도는 기본적으로 1여다야(1與多野)다. 여당 정치인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여당 표보다 야당 표를 더 많이 잠식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따라서 자민련이 공동정부를 구성했다 하더라도 공조파기를 선언하고 민주당을 공격하는 이상 야당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국당은 한나라당서 떨어져 나온 정당으로서 한나라당에 맺힌 것이 많은 데다, 한나라당과 지역적 지지기반이 겹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당인 민주당보다 한나라당을 더 공격하지만 야당임에 틀림없다. 오히려 진보정당을 내세운 민주노동당이 민주당의 지지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손혁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18. 한나라당 공천 파문의 최대 수혜자는?

    김영삼 전대통령이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상도동의 문턱이 닳도록 정치인들이 드나든 데서 알 수 있듯이 ‘YS의 언행’이 이번 총선에서 최대의 변수로 등장했다.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다. 이 때문에 “죽었던 YS를 이회창 총재가 부활시켰다”는 말까지 정가에 흘려나왔다.

    야당의 내분으로 여당인 민주당도 반사이익을 얻는 수혜자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민국당의 출현으로 지역감정이 자극됐기 때문에 반드시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 종로에 출마한 민주당의 이종찬 후보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 파문으로 덕을 보는 편이다. 애당초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던 조순 민국당 대표위원이 출마했으면 당선을 낙관하기가 힘들었겠지만, 조순씨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경쟁상대를 제거한 셈이 됐다.

    (안기석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19. YS, 최후의 선택은?

    결론부터 말하면 김영삼 전대통령은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YS가 노리는 바는 반(反)김대중 전선의 구심점으로 자리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非)이회창 전선은 반김대중 전선의 하위개념에 불과하다. 따라서 ‘반김대중-비이회창’정서로 뭉쳐진 민주국민당을 내놓고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회창 총재측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갓 태어난 민주국민당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상도동으로 정치인들이 찾아오면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측근들을 통해 민주국민당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최후의 선택을 할 것인지 여부는 최측근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박종웅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하지 않았다. 김영삼 전대통령으로서는 어차피 정치일선에 나서기 힘든 상황에서 민주국민당과 한나라당 양측을 모두 자신의 세력권안에 두는 것이 득이 되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벌어질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면 ‘절반의 선택’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안기석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20. JP는 총선 뒤 DJ와 다시 손잡을까.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가끔 알듯 모를 듯한 말을 해 주위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곤 한다. 좀처럼 직설적인 표현을 하지 않고,하더라도 전제 조건들을 붙여 ‘뜻풀이’에 진땀 빼게 만드는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재결합 가능성과 관련된 표현도 그렇다. 이와 관련해 최근 JP의 발언들을 다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지난 2월24일 이한동 총재와 함께 한 ‘공동여당 포기선언’ 때다. 이총재는 자민련이 공동여당의 길을 포기하고 독자적인 야당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더이상 민주당과의 공동정부 운영,연합공천 등 공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명예총재는 ‘나 개인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당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공조포기 선언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당의 결정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김명예총재는 이후 줄곧 김대통령이 내각제 개헌약속을 파기했다며 이총재가 밝힌 대로 더이상 민주당과의 공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받아들여달라는 주문까지 곁들였다.

    그러나 그는 3월12일 전북 무주·진안·장수를 돌면서는 민주당이 의원내각제 열의가 생길 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16대 총선이 끝난 뒤 뜻을 같이 할 정치적 개인이나 정당과 손을 잡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민주당과의 공조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동안 선거 뒤에도 민주당과 공조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주장과 달라진 태도다. ‘열의가 생길 때까지’라는 등의 전제 조건을 달고 ‘현재로서는’이라는 상황설명까지 곁들였다. 또 하루 뒤인 13일에 대전에서 열린 총선 필승결의대회에서 16대 총선이 끝난 뒤에도 민주당과 정치적 공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공조’라는 말을 전술적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다른 형태의 공조는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만약 김 대통령이 내각제 개헌 의지만 밝히면 다시 재결합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되는 대목인 것이다. 재결합과 관련해 조건부 불가방침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재결합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김명예총재의 한 측근의 말도 음미해볼 만하다. 3월14일 만난 그의 전망은 간단했다.

    “허허…. 그건 아무도 모르지. 적과도 함께 할 수 있는 게 정치 아닌가? 결국 내각제가 문제 아니겠어? 어떤 정당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텐데,정치권의 변화는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얘기야. 특히 민주당이 가장 다급할 거야. 꼭 두 분(DJ-JP)이 말을 해야 아나…. ”

    현재로서는 김명예총재의 최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지난해 초 김명예총재가 말한 ‘이심전신(以心傳神)’을 떠올리게 한다.” “이심전신(以心傳神)은 이심전심(以心傳心)수준을 뛰어넘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신통의 경지”라는 게 그의 뜻풀이였다. 그는 자신과 김대통령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말하지 않아도 둘은 서로의 뜻을 잘 안다는 얘기다. 이때가 바로 내각제 개헌 연기와 관련한 속내를 정리할 시점이었다.

    따라서 김명예총재의 최근 행보는 총선 뒤 어느 한 정당의 확실한 정국 장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으로 풀이된다. 그의 한 측근은 자민련의 앞날을 바둑용어로 ‘꽃놀이패’라고 했다. 최소한 30석 이상의 의석만 확보해도 다른 정당과의 ‘짝짓기’에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내각제를 연결고리로 한 재결합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다른 어떤 가능성보다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으로서도 ‘적의 적은 동지’라는 정치판의 논리에 따라 자민련을 다시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김용성 한겨레 정치부 기자)

    지금은 분명 총선 정국이지만 상층 기류는 벌써 대선 정국을 향한 정계개편으로 넘어가 있다.

    우선 어느 당도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과반석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쟁탈전을 벌인 것은 분명하다. 1차 대상자들은 물론 무소속 군단.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무소속 당선자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싸움은 필연적으로 다른 정당 당선자로 옮겨가게 돼 있다.

    이럴 경우 최우선 대상은 당연히 민국당. 만약 민국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 민국당쪽에 이로운 ‘당 대 당’ 통합은 불가능해진다. 뿔뿔이 흩어져 제각기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혹은 자민련으로 ‘나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민국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그 양상이 복잡해진다. 의석수는 작지만 덩치가 훨씬 큰 한나라당을 부분적으로 ‘잡아먹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거꾸로 한나라당 일부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민국당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바로 영남후보론 때문. 현재의 이회창 총재로는 차기 대선을 도모하기 어렵고 어떻게든 영남 후보가 나와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가 상당한 설득력을 갖기 때문에, 범 영남권 정당이 새롭게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이회창 총재는 당연히 약체 후보로 전락하게 된다. 한나라당과 민국당의 기세 싸움은 바로 이런 대선 정국까지 염두에 놓고 벌어지는 것이다.

    대통령제 고수 세력과 내각제 개헌 세력으로 정계개편의 큰 축이 나뉠 가능성도 많다. 이런 구도에서는 ‘내각제 절대 반대, 대통령제 절대 고수’의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이 같은 편에 서고, 내각제 개헌에 절치부심하는 김종필 명예총재와 김윤환 최고위원 등의 민국당 일부, 한나라당 일부가 한 곳으로 모이는 구도가 생길 수 있다. 이른바 ‘신 민자당’의 탄생.

    과거 90년 3당 합당이 TK(노태우-박철언)와 PK(김영삼), 충청권(김종필)의 결합이었듯 이수성-김윤환(TK), 이기택-신상우(PK), 김종필(충청권)의 연합이 다시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찌 됐든 총선후 정계재편은 각 당의 의석수와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크게 방향이 바뀔 것이 분명하다. 김대통령은 자민련과의 공조나 합당을 다시 시도하는 등 이전보다 공세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내각제 개헌 노선에 동참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조용준 주간동아 기자)

    22. 총선후 이회창 총재의 운명은?

    한나라당은 총선 전부터 공천 후유증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심각한 것은 공천 후유증이 총선 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선전하지 못하고 패배라는 평가를 받으면 이회창 총재는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김덕룡 부총재를 비롯한 비주류와 강재섭 강삼재 의원과 손학규 전의원 등 ‘차세대 주자’들이 이총재의 공천 잘못을 문제 삼으며 총선 후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총재도 총선 후 조기전당대회를 열어 공천과 총선결과에 대해 당원들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이총재측은 120석 정도를 얻어 원내 제1당의 위치를 확고히 하면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무난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총재가 하루에 서너 개 지구당을 돌며 지원유세 강행군을 계속하는 것도 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한 고육책이다. 이총재는 또 “총선 후에는 대통령제 세력과 내각제 지지파간에 이합집산이 일어날 것”이라며 정계개편을 기정사실화하고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해 벌써부터 고심하고 있다.

    민국당이 원내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 정도의 성과를 거두면 한나라당의 영남권 교두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영삼 전대통령이 2002년 대통령선거 때 ‘영남후보론’을 내세우며 민국당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한나라당도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거라고 이총재 측근들은 분석한다. 이총재측은 이에 따라 TK(대구 경북)에서의 반YS 정서를 이용해 TK와 PK(부산 경남)를 분리시키는 전략을 구사중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계개편을 명분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영입의 손길을 뻗칠 가능성이 높다. 이총재는 내부 도전과 함께 여당의 ‘야당의원 빼내기’도 방어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이총재측의 이같은 ‘방어구상’에도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주류·비주류 간의 세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덕룡 최병렬 부총재, 이부영 원내총무, 홍사덕 선대위원장뿐만 아니라 강재섭 강삼재 의원, 손학규 전의원 등도 당권도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이 연대해 이총재에게 도전할 경우 이총재는 당권 수성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비주류 인사들이 힘을 합치지 못하고 각개약진을 시도한다면 이총재 체제를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한나라당의 총선 후 진로는 원내 제1당이 되느냐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김차수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23. 총선 이후 남북정상회담 가능할까.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새천년민주당 창당대회에서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안정 의석을 얻으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 남북한 공존공영의 상호협력 문제를 논의할 것을 제의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언급은 마치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남북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들린다. 과연 이번 선거결과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일까. 아니면 김대통령이 단지 4월 총선에서 지지해달라는 호소에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메뉴를 하나 더 얹어놓은 것에 불과할까.

    우선 김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은 4월 총선 결과가 국정을 운영하는 총체적인 방향을 좌우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소수정권’의 취약한 바탕으로는 남북문제 뿐만 아니라 안정된 국가정책을 펴나가기도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동안 집권여당으로서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야당 반대에 부딪쳤던 뼈아픈 경험을 되새긴 것.

    그러나 민주당이 선거에서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해도 김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구상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이는 김대통령의 2월9일 도쿄방송(TBS) ‘뉴스23’과의 회견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대통령은 “남북문제를 풀어가려면 북한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와의 대화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간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남북 정상간의 만남이 가장 효과적이면서 필수적인 방법이라는 얘기다. 김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김총비서는 지도자로서의 판단력과 식견 등을 상당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도 복선을 깔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북한측 파트너가 김총비서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고 한반도에 평화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의 진전이 선거결과에 따른 종속변수라기보다는 한민족 전체의 생존과 안녕에 관계된 독립변수라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것 같다.

    총선은 시대의 민심을 보여주는 완결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이미 ‘총선과 남북정상회담’의 연관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참패는 바로 정상회담에 대해 국민이 제동을 건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변수도 없지 않다. 김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언급이 나올 때마다 정치권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정치적 상황과 연관지어 해석해왔다.

    문제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예상 외의 선전을 했다고 해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북한의 반응과 호응 여부라는 예상하기 어려운 독립변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교적 안정된 여당을 배경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던 과거 정권들이 별다른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런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마치 총선 공약처럼 들리는 상황을 만든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정부가 모든 형태의 대화에 문을 열어 놓고 있어 북한이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북한당국과 사전 교감으로 베를린 선언을 제안한 우리 정부의 ‘징검다리’를 통한 남북정상회담 구상이 구체화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남북정상회담이 국내 정국에 대한 파장뿐만 아니라 이미 예정된 정치스케줄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은 어느 때보다도 주목되고 있다.

    (김영식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24. 총선결과와 증시의 관계는?

    4·13 총선 관전포인트 중 흥미로운 점은 이번 총선에서 본격적으로 여야간에 ‘주심(株心)논쟁’이 벌어졌다는 것. 그동안 총선을 앞두면 늘 여당의 ‘총선성적’에 따른 주식시장의 변동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번처럼 주식시장을 놓고 여야간에 치열한 ‘경제논쟁’이 붙은 적도 없었다.

    이는 최근 주식투자 인구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주식이 전국민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공방의 계기는 2월1일 발표된 삼성증권의 보고서. 삼성증권은 ‘해외투자가의 유형과 투자행태’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 급증했던 것은 현 정부의 강력한 개혁의지 때문”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여당이 총선에서 패한 뒤 초래될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후퇴와 정책혼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안정론의 실체를 경제적으로 분석한 것”이라고 반겼다. 정동영(鄭東泳) 대변인은 이날 “S·P와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이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릴 때 재벌개혁의 지속과 정치안정을 주문했다”면서 “여당승리와 야당승리 중 어느쪽이 정치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발끈했다. 경제통인 이한구(李漢久) 정책실장은 “역대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했다고 증시가 오락가락한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면서 “한나라당 주장은 개혁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며, 최근 외국인들이 투자를 기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현정부의 개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야당의 요구대로 개혁이 더욱 강화되고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올 것”이라며 “특히 중산층이 주요 지지계층인 한나라당이 반(反)주식시장정책을 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역대 총선을 전후한 주가추이를 분석해보면 야당이 선전한 85년 2·12총선의 경우 선거 다음날 주가가 -0.62%, 92년 3·24총선의 경우 -16.30% 떨어졌다. 그러나 선거 1개월후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2·12총선은 -2.44%, 3·24총선은 -1.97%로 영향이 미미한 수준. 여당이 예상을 뒤엎고 수도권에서 선전한 96년 4·11 총선의 경우 총선 다음날인 4월12일 종합주가지수가 20.65포인트 상승하고, 220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선거 1개월후를 기준으로 보면 9.08%로 그 상승폭이 축소됐다. 최초의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있었던 97년 12월18일 대선의 경우 선거 다음날 주식은 -21.47% 하락했으나 1개월 후에는 오히려 24.91% 상승했다.

    한나라당 이한구정책실장은 이같은 통계를 근거로 “야당이 승리한 경우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을 때가 많으며 주가는 여야의 승패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전히 ‘여당 총선 패배=주식시장 침체’ 공식이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영향을 끼칠 ‘총선변수’는 여당의 안정의석 확보 여부보다는 주식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기조가 어떻게 정해질지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구조조정의 지속여부인데, 대개 주식 관계자들은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천문학적’ 표차의 완패를 하지 않는 한 구조조정의 추진력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총선 이후 정부가 유동성에 대해 얼마만큼 긴축기조를 유지할지 여부, 최근 과열논란이 일고 있는 코스닥시장에 어떤 정책기조를 보일지가 주식시장에는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종식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25. 총선 대세를 결정할 젊은층의 투표율은?

    20대, 30대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57. 3%다. 그만큼 선거에서 보여줄 수 있는 파괴력이 잠재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최대 약점은 투표율이 낮다는 사실. 30대 후반만 되더라도 투표율이 높아지지만 20대와 30대 초반은 아주 저조하다. 세대 구분으로 보았을 때 30대 초반은 X세대, 20대는 N세대에 해당된다. 바로 이들 X세대와 N세대가 어느덧 선거의 향방을 좌우할 조타수로 자라났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역대 선거에서 집권당은 항상 젊은층의 투표율이 낮기를 기대했다. 그들이 바로 야당의 주된 표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교체 이후 사정이 바뀌어서 이번 총선에서는 거꾸로 집권당인 민주당이 젊은층 투표율 높이기에 전력을 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개혁성향과 젊은층의 개혁 욕구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한나라당 역시 “젊은층은 곧 민주당 지지라는 등식이 깨지고 야당의 견제론에 동의하는 부분이 넓어졌다”며 이들에 대한 공략에 나서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젊은층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욕구는 높지만 막상 투표권 행사에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집에서 컴퓨터로 전자투표를 실시하라면 90% 가까운 투표율을 보이겠지만, 막상 투표소까지 가야 하는 주권 행사는 귀찮다고 여기는 것.

    그럼에도 여야 정치권은 모두 이들의 이번 투표율이 15대 총선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민 총선운동의 영향력이 커졌고, 사이버 선거운동의 폭이 매우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그 행태도 상당히 자발적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의 총선운동은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층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는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은 “국내 인터넷 사용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선거 환경이 바뀌어 20대 투표율이 15대 보다 10% 이상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말한다. 30대는 물론 20대도 투표 참여율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0대는 별 변동이 없고 30대는 조금 높아질 것”이라고 낮게 잡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런 주장은 아무래도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이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조용준 주간동아 기자)

    26.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당과 인물 중 어느 쪽을 택할까.

    우리나라 선거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답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면 안 되는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후보지지를 묻는 질문을 꼽겠다.

    지난 15대 총선 직후 투표하고 난 사람에게 후보 지지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34%가 후보의 인물됨이나 경력이고,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는 17%, 정당은 14%, 공약은 5%, 지연이 5%로 나타났다.

    응답을 단순히 본다면 세 사람중 한 명꼴로 인물을 중시했다고 하고 그 수가 정당때문이라는 응답자보다 세배나 많아 우리 유권자들이 인물 중시하는 투표를 상당히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동서간의 지역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수도권에서는 ‘고향 앞으로’라는 투표 행태를 보였다.

    즉 조사자는 유권자가 후보자를 선택할 때 정당과 후보 중 하나를 고려해서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유권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당과 인물이 서로 배타적인 기준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즉 정당 공천을 받은 사람이 무소속 후보자보다 공천 과정을 거쳤기에 더 나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정당도 좋고 인물도 좋아서 지지한 것이지 굳이 어느 하나를 우위에 둘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정당보다는 인물이라고 응답하는 것이 사회 기준에 맞을 것 같아 그렇게 대답할 수도 있고, 아무래도 내 고향 출신 후보가 다른 후보보다 이유는 없어도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거 때마다 매스컴과 시민단체는 정당보다는 인물 위주로 투표해야 한다고 하지만 유권자는 마이동풍이었다.

    (이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

    27. 여론조사, 믿을 만한가.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도 각 신문사 및 방송사가 전국 또는 경합지역별로 조사결과를 발표하여 한 지역을 두고도 어떤 조사에서는 우세로 나타나기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열세로 나와 관심있는 독자나 후보자측에서는 무척 혼란스럽다. 어떤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한지 판단할 기준은 무엇인가.

    우선 선거결과와 견주어 보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조사란 조사시점의 스냅사진같은 것으로서 시간이 흐르면서 민심과 여론조사결과도 변한다. 그러므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보도되는 여론조사결과는 선거결과와 다를 수 있다.

    이론적으로 선거결과와 가장 비슷한 조사결과는 선거당일 투표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출구조사여야 한다. 물론 출구조사를 원칙대로 정확하게 실시한다는 전제로 하는 이야기이다.

    두번째는 자신이 느끼는 체감 지지도와 견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느끼는 주관적인 지지도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주관적인 확률 판단은 대표성 오류나 가용성 오류를 범한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세번째는 조사결과와의 비교이다. 우리나라 선거법에는 선거를 공고하기 전까지는 조사결과가 언론에 공표되므로 만일 같은 지역을 비슷한 시점에 조사한 결과를 공개적으로 보도한다면 이를 근거로 조사결과를 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제약이 있다. 우선 모든 지역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고 조사시점, 질문지, 유동층 처리, 후보자군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비교하기란 사과와 배를 견주는 경우처럼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조사절차와 결과 검토이다. 다시 말해 조사가 진행된 시간, 설문지 구성, 표본 선정, 통계 처리의 적절성, 조사결과 신빙성, 면접원 자질을 다각적으로 조사하여 그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검증해 나가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러한 방법이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판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아쉽게도 전문적인 식견과 풍부한 조사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

    28. 총선 출마 후보 1인당 얼마씩 쓸까.

    이번 총선에서 여야 4당과 무소속 후보가 쏟아붓는 돈은 1조5천억∼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야에 따르면 총선에 출마할 여야 4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는 지난 95년 15대 총선 출마자 1천3백89명을 약간 웃도는 1천5백명 정도이고 이들이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까지 선거비용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사용하는 선거비용을 평균 7억~10억원으로 잡을 경우 1조원에서 1조5천억원에 달하며 여야 중앙당이 별도로 사용하는 금액까지 합치면 1천억~2천억원이 더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정재호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29. 부산에서 민국당이 이길까, 한나라당이 이길까.

    민국당의 한 관계자는 “부산 경남 울산은 한 선거권”이라면서 “일단 부산에서 막판 바람이 붙기만 하면 그 효과는 부산에 그치지 않고 일거에 사방 팔방으로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한나라당은 부산에서 이겨야 영남에서 대표성을 유지하고 이를 토대로 유일 야당의 체면을 지킬 수가 있다.

    총선 이후 정국이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의 3당 구도냐, 아니면 민국당이 가세하는 4당 구도냐가 부산에서 결판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8선에 도전하는 이기택(연제), 신상우(사상) 최고위원, 6선고지를 넘보는 박찬종(중·동) 최고위원, 민주계 중진인 문정수 전 부산시장(북·강서을) 등에게 부산선거는 개인적 명예회복과 정치적 위상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인 동시에 실패할 경우 ‘퇴출’을 각오해야 하는 비장한 승부처라 할 수 있다.

    ●서구(김광일 VS 정문화)

    “실장님! 상도동 전화입니다.” 서구 부영동에 위치한 민국당 서구지구당 사무실에서는 요즘 이런 실무자의 목소리가 하나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부산의 선거 ‘전황(戰況)’과 민국당의 선거전략을 하나하나 ‘보고받고’ 자신의 경험담을 담아 코치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광일 전 청와대비서실장간의 통화는 이렇게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 김 전실장도 “YS가 이리 나가라고 했다. 어른께선 매일 ‘잘하고 있느냐’고 물으신다”면서 YS의 지휘를 받고 있음을 감추기는커녕 되레 은근히 자랑한다. 김 전실장은 3월12일 김 전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너희들 중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며 YS의 민국당 지지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김 전대통령의 지지, 곧 김심(金心)을 얻었고 이는 곧 당선에 결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거라는 김 전실장과 “YS는 중립이다. 현혹되면 DJ만 도와주는 꼴이 된다”는 한나라당 정문화 의원. 상반된 인식중 어느 것이 맞을지는 물론 시민들의 표로 확인될 것이다.

    과거 YS가 여덟 번이나 당선돼 부산의 정치1번지로 꼽히기도 하는 서구는 2·18 한나라당 공천파동의 진원지였다. 이총재가 DJ의 외곽조직인 연청 부산지부장 출신의 이상열씨를 공천하는 바람에 ‘부산정서’를 건드려 큰 화를 입은 지역구다. 결국 이총재가 서구공천이 잘못된 것이라고 시인하며 현역인 정문화 의원으로 공천자를 바꿨으나 김광일 전실장이 한나라당 탈당 직후 이곳에 사무실을 내고 민국당 후보로 나서 정문화 의원과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천파동의 후유증으로 한때 두 명의 시의원이 지구당 당직자들과 함께 탈당하는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김 전실장은 최근 잇딴 지역감정 조장발언으로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김의원은 ‘맞을수록 커진다’면서 그런 비판이 되레 부산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모아주는 ‘보약’이 될 거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입에 올린다.

    김 전실장이 직선적이고 다혈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92 대선 때 초원복집사건이 몰고온 지역감정 결집효과를 재연하려는 듯한 그의 최근 행보에는 시큰둥한 시민들이 적지 않다. 중진정치인이 새시대의 비전을 갖고 경쟁하기보다는 YS에 기대 시민을 흥분시키려는 듯한 태도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의원측은 “제2의 이인제인 민국당을 찍으면 지난 대선 때의 실패를 또 경험하게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에서는 최기복 위원장이, 민주당에서는 정오규 위원장이 나섰다.

    ● 중·동(정의화 VS 박찬종).

    독특한 정치행보를 보여온 박찬종 전의원의 재기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이다. 박 전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9, 10대 총선 당시 YS와 동반 당선된 바 있는 서구를 검토했으나 민국당을 같이 하게 된 김광일씨에게 서구를 선점당한 뒤 이곳 중·동을 택했다. 현역 지역구의원인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도 한때 탈당 및 민국당 합류를 고심했으나 가족 친지들의 강력한 만류로 잔류를 결정, 박찬종씨와 맞대결하고 있다.

    박 전의원 개인적으로 이번 총선은 명예회복을 하느냐, 주저앉느냐의 고비다. 박 전의원은 92년 대선, 95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데 이어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이회창 후보의 불공정 경선을 문제삼아 탈당, 이인제 후보의 국민신당에 합류했었다. 그는 98년 7월 서울 서초갑 보선에서 참패하자 다음달 일본 유학길에 올랐고 1년8개월만에 돌아온 뒤 한때 한나라당 입당설이 있었으나 문전박대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박씨는 어지러울 정도로 굴절이 많았던 과거의 돌출행보와 정치적 편력에 대해 “그동안 실수도 과오도 많았지만 맞을 매는 맞고 새출발하겠다”고 말했다.

    박최고위원의 선거사무실에는 15대 대선후보 경선 당시 캠프에서 일했던 베테랑급 홍보 및 기획요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정의화 의원측은 “박씨는 이미 정치권에서 ‘럭비공’ 또는 ‘연탄가스’로 불릴 만큼 독불장군으로 각인된데다 이미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퇴출된 사람 아니냐”고 냉소하는 분위기다.

    ●연제(권태망―이기택)

    한나라당 공천탈락에 반발, 민국당에 동참한 이기택 전의원이 한나라당 권태망 전시의원과 맞붙었다. 현지에서 만난 민주계 인사들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와병중인 최형우 의원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권태망 시의원을 공천한 데 대해 최의원이 분노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민국당의 이기택 전의원은 2월5일 와병중인 최형우 의원을 찾았다. 연제는 최의원의 지역구다. 더욱이 최의원은 김영삼 전대통령의 핵심측근이었다. 이 전의원으로서는 연제에 남아있는 온산(溫山·최의원 아호)과 거산(巨山·YS 아호)의 지원이라는 이중효과를 위해 최의원의 지지표명이 절실했다. 이 전의원은 최의원과의 면담에서 “연제구는 원래 내가 박관용(朴寬用) 의원에게 물려준 동래에서 분리된 선거구로, 최의원이 맡다가 다시 내게 돌아오게 됐으니 인연이란 묘한 것”이라고 운을 뗀 뒤 “최의원이 불의의 사고로 못다 이룬 연제와 부산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에 최의원은 조금씩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시했다는 것. 이 전의원의 부인 이경의씨(李慶儀)도 3월 4일 최의원의 부인 원영일씨(元英一)를 찾아 지원을 요청했다. 최의원이 이 전의원과 이경의씨를 중매한 인연을 갖고 있는 각별한 사이다.

    이 전의원은 여기에다가 90년 3당 합당 이후 불편한 관계였던 김영삼 전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11년만에 방문, 민국당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확인한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대화를 두고 이최고위원이 ‘YS의 의중’을 과장했다는 세간의 비판이 있는 데 대해 이 전의원은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2시간 30분 동안 우리가 무슨 얘길 했겠나”고 반문했다.

    결국 이 전의원으로서는 부산의 민국당 파고가 예상보다 부진하자‘최형우+YS’의 후광(後光)을 업고 역전을 시도하려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의 권태망 전 시의원측은 “공천 직후 내부적으로 약간의 조직상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 복구했고, 부친 때부터 나름대로 지역민들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다져온 조직에다 한나라당 정서가 있기 때문에 당선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14, 15대 총선 때 출마해 만만찮은 득표력을 보이며 차점으로 낙선했던 박순보 전 전교조 부산시지부장이 뛰고 있다.

    30. 노무현, 부산에 DJ당 깃발 꽂을까.

    ●북강서을(노무현―허태열―문정수)

    현역인 무소속 한이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민주당 노무현 의원이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운 곳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충북도지사를 지낸 허태열 위원장이 나섰으나 최근 문정수 전부산시장이 민주국민당 후보로 뛰어들어 3파전이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밀려난 안병해 전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있다.

    노의원은 98년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으나 영호남 화합을 내걸고 고향인 부산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노의원은 인물론과 지역감정 타파, 지역개발론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노의원은 높은 지명도와 개인적 지지세를 바탕으로 두터운 지역바람을 뚫고 선전하는 모습이어서 민주당은 한나라당 텃밭에서 영남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차기대권을 노리는 ‘50대 트로이카’의 한명으로 꼽히는 노의원은 그러나 한때 검토했던 ‘부산 차세대 지도자론’은 일단 당선 이후에 띄우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노의원은 특히 이번 총선에서 민국당에서 문정수 전시장이 출마해 야권표를 나눠가지게 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고 고무돼 있다.

    노의원측은 “노무현의 지지층은 색깔이 분명한 만큼 야권분열로 인한 플러스 요인이 훨씬 많다”면서 “한나라당이 부산의 대표정당이라는 인식이 적잖이 무너져 인물중심 대결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노의원은 또 지역구 안에 있는 삼성자동차 문제와 관련, 산자부 산하에 특별대책기구가 구성되는 등 여건이 바뀌고 있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노의원은 지난 2월말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부산시와 부품협력업체, 그리고 ‘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의 건의사항을 전달,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특별대책기구를 가동하라는 확약을 받았다는 것이다. 삼성자동차 문제 뿐만 아니라 공단활성화 신발산업육성 등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부산에도 여당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노의원은 요즘 만나는 사람에게 끈질기게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DJ당 후보 아니냐’는 유권자들의 시선이 부담으로 남아 있다. 검찰이 인접지역구의 정형근 의원을 체포하려 했을 때 노의원이 “검찰의 이번 처사는 적절치 못한 수준을 넘어 무책임하고 치졸한 행위”라며 “이러고도 민주당 간판으로 선거를 치르란 얘기냐”고 불만을 토로한 것도 엄연한 지역정서 때문이다. 노무현 의원은 이같은 지역정서를 의식, 아예 당 지도부를 초청하지 않은 채 개편대회를 치렀다. 부산에서 여당의원이 싸울 대상은 야당의원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지역정서라는 게 노의원의 인식이다. 노의원측은 특히 95년 6·27지방선거 때 초반 여론조사에서 44% : 22%로 이기다가 막판 지역감정의 벽에 부딪혀 37. 6%로 분패한 경험을 곱씹으며 현재의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에도 긴장된 표정을 풀지 않는다. 노의원측은 “다만 과거 부산의 지역바람은 (YS라는) 확고한 구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회창도 민주국민당도 그 구심역을 할 수 없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허위원장은 “노의원이 넘기에는 지역정서 벽이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허위원장은 인지도에서는 노후보에게 뒤지나 기본적인 반 DJ 지역정서에다가 노의원의 잦은 변신 등을 집중 공격하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허위원장은 “노의원이 3김 정치를 극복하겠다고 해서 한때 시민들이 기대감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김(金)밑에 가고 저 김(金)밑에 가는 행태에 실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정수 전부산시장은 이곳 지역구를 기반으로 12 13 14대 국회의원 등 정치적 성장을 해왔다는 점을 드는 한편 시장 재임시절 지하철 2호선 개통, 가덕도 신항만, 녹산공단조성 등 낙동강권 개발을 적극 추진, 지역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지역발전 사업은 물론이고 DJ정권의 실정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강력야당은 검증되지 않은 정치신인으로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인물면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문 전시장은 다만 “정당 지지도가 조금만 더 떠주면 좋으련만…”이라고 민국당 지지도가 생각보다 부진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31. YS부총리 강경식, 환란심판 무죄받을까.

    YS정부시절 핵심참모였던 중진끼리 한판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YS정부 초대 청와대비서실장이었던 박관용 의원(한나라당)과 IMF사태를 맞은 YS정부 경제부총리였던 강경식의원(무소속)이 격돌하고 있다. 이곳 선거에선 YS가 두 사람 중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가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YS는 얼마전 강의원의 ‘환란일기’ 출판기념회에 김광일 전청와대비서실장을 보내 메시지를 전달했다. “IMF 환란 주범은 강전부총리가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것이었다. 또 강의원도 상도동을 찾아 자신이 당선돼야 YS 명예가 회복된다는 논리를 설파했으며, YS는 이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이헌 의원에게 강의원의 선대본부장을 맡으라고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IMF 책임문제로 구속됐다가 1심서 무죄판결을 받은 강의원은 “이미 법정에선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정치적 심판을 통해 환란 주범이라는 멍에를 벗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때문에 선거전도 한나라당과의 싸움이 아니라 DJ정부와의 싸움으로 몰고 간다는 전략이다. 그는 또 “한나라당 공천 파동은 이회창씨가 문민정부와 단절하기 위한 마지막 의식을 치른 것인데, 박관용 의원은 거기에 앞장서는 듯한 인상을 주다가 막판에 욕먹게 생기니까 부랴부랴 부총재직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반발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박의원측은 반대로 강경식 의원이야말로 ‘인간적 신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박의원의 한 측근의 말. “사실 이번 총선의 초점은 강경식씨의 IMF책임 문제가 아니라 DJ의 실정을 심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IMF자체를 얘기 하자면 강씨는 일단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경제부총리로서 경제지표를 살피기보다는 특강이나 다니고…얼마전에도 ‘YS의 머리가 나빠서’ 어쩌고 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법적 책임은 몰라도 자기가 경제총수를 맡고 있을 때 문제가 터졌다면 최소한 도의적 정치적으로 미안해하고 자숙해야 하는 것 아니냐. ”

    동래에서만 내리 5번 당선됐고 한나라당 부총재로 있는 박의원은 ‘한나라당 프리미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의원은 또 “YS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는데 홀대할 리가 있겠느냐”며 “YS는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15대 총선 때 옛 민주당으로 출마했던 노재철(39)씨가 나섰다.

    32. 울산·창원에서 민주노동당 원내진입 숙원 풀까.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은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최소한 5석 안팎 의석을 확보, 50년대 진보당 이후 진보진영의 오랜 숙원인 원내 진입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울산―부산―창원을 잇는 이른바 ‘노동자벨트’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전략지역 후보는 경남 창원을 권영길(權永吉·59)당대표와 울산 북구 최용규(崔勇圭·34)세종공업노조위원장, 동구 이갑용(李甲用·40)전 민주노총위원장이 꼽힌다.

    ●울산 동구. 현대 노사‘울산대결’

    재벌과 노동운동세력간의 상징적인 한판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실질 사주인 정몽준(鄭夢準·49·무소속)의원에 맞서 민주노동당은 이 회사 노조위원장 출신 이갑용(李甲用·40) 전 민주노총위원장을 맞붙이고 있다.

    현대그룹 가족이 많이 사는 동구지역은 지난해 노동계가 몰아준 표로 30대 여성 노동운동가 이영순씨가 구청장으로 당선되는 등 노조 영향력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강한 곳이다. 그러나 지역주민 모두가 현대와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 주민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속단키 어렵다.

    정의원은 이 곳에서만 내리 3선을 기록했고 지난 15대 총선 때는 71%라는 엄청난 지지를 얻었을 만큼 탄탄한 조직기반을 갖고 있는 데다 대한축구협회장과 국제축구연맹 부회장 등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인물론으로 승부한다는 생각이다. 정의원측은 “여론조사에서도 정의원이 모든 현역의원 중 지역발전 공헌도가 가장 높은 국회의원으로 선정되었다”면서 지역주민의 신뢰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정의원은 또 지역주민들의 민원사업인 자연청정수댐 건설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과학대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지역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정의원측은 다만 최근 공직자 재산공개 결과 자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이 상장돼 공직자 재산공개 1위에 오를 만큼 엄청난 이득을 얻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2만여 직원들에 배당한 현대중공업 주식 값은 크게 떨어진 점이 감표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에게 도전하는 이씨는 84년 현대에 입사한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 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투쟁을 주도하는 등 노동쟁의와 관련해 3번이나 투옥된 노동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민주노총 2대 위원장을 맡으면서 전국적 인물로 부상했다.

    현재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맡고 있는 이씨는 울산의 주력노조인 현대중공업 노조가 후보로 추천했다. 현대그룹 계열 7개사 노조는 3월2일 연석회의에서 ‘형식은 선거이지만 내용은 노·사 투쟁의 장으로 이끌어달라’고 이후보에게 주문했다. 이후보는 ‘노동자 생존권확보’ ‘노동악법과 반민주악법 철폐’ 등을 주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최근 현대그룹 노무관리가 87년 이전처럼 다시 가혹해지고 있고, 정의원이 88년 현중사태 직후처럼 지역주민에게 잘하지 않고 있는 등 노동자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득표 환경을 분석했다. 이 후보장측은 또 정의원이 자주 국회에 출석하지 않아 시민단체의 낙천대상으로 선정된 것도 재산증가 1위라는 점과 함께 시민들의 반감을 사서 ‘이변’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의원측은 이에 대해 “정의원이 월드컵 유치 및 준비에 열성적으로 활동한 것은 유권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런 활동에 매달리느라 국회에 출석하지 못한 것인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서용학 전 정치개혁연대 정책국장이 나섰다.

    ●울산북구(윤두환 VS 최용규)

    신설된 북구에는 한나라당에서 윤두환(尹斗煥·45) 전북구의회의장이 출마한 가운데 민주노동당 최용규 후보가 출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후보로는 당초 지난 2월 거대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대의원대회에서 예비후보로 추천됐던 이상범 전 시의원(43)이 유력했으나 막상 3월8일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 당원투표에서는 예상을 깨고 최후보가 당선된 것.

    강원도 출신으로 89년 울산에 뿌리를 내린 최씨는 91년부터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세종공업에서 일했으며 이곳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합원 수 500명에 불과한 노조위원장 출신이지만 변혁과 투쟁 중심으로 노동자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구호가 노동자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과 맞아 떨어진 것같다는 게 최후보측 분석이다. 즉 더 선명하고 강경하게 노동자 입장을 반영하는 국회의원이 되라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도 이상범 전 시의원이 인지도나 당선가능성 측면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을 보다 확고히 이룰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겠느냐는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후보측은 “우리 당은 어느 개인이 아닌 집단 대표성을 갖고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민주노동당 후보 최용규’라는 부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 우리당 후보를 지지하려 했던 사람은 모두 최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의장측은 “기초의원 출신으로 밑바닥 민생현장을 생생히 파악하고 이를 위해 활동해온 사람”이라면서 “우리도 기본성향이 깡보수나 반노동자는 아니다”고 말했다.

    유권자수 7만여명 규모인 북구는 현대자동차노조 조합원(2만4000명) 절반 가량이 살고 있으며 그 가족까지 합치면 노동자 3만명이 밀집한 지역이다. 또한 강력한 정치세력화 의지를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를 주력삼아 98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과 시의원을 배출하는 압승을 거둔 까닭에 민주노동당이 현재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지역이다.

    ●창원을(차정인―이주영―권영길 후보)

    경남 창원을은 전형적인 공업단지다. 전체 유권자 15만명 가운데 한국중공업 현대정공 등 민주노총 사업장 조합원 1만5000명 거주하고 가족까지 합하면 2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황락주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창원을은 그동안 한나라당 ‘텃밭’으로 생각되었으나,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대표가 출마해 판도가 달라졌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에서는 각각 검사와 판사 출신인 차정인(車正仁)변호사와 이주영(李柱榮)변호사를 내세웠다. 자민련의 김영성(金榮星)창원노동정책연구소장도 가세했다.

    서울신문(대한매일)기자 출신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인물론과 지역 특성을 내걸었다. 언론노조연맹 1·2·3대 위원장, 민주노총 초대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97년 대선에 ‘국민승리 21’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던 권후보는 총선에서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 정치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집중 부각할 계획이다.

    권대표는 이 지역 최대사업장인 한국중공업 노조원 등의 전폭적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권대표측은 지난해 한국중공업 민영화 반대투쟁이 상당한 성과를 거둠에 따라 지역노동운동 분위기가 올라가 있고, 한국노총 사업장인 LG전자 현장(협력업체 포함 2만5000명)에서 노동자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크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 한국노총도 이미 ‘친노동자 후보’를 지지할 의사를 밝힌 상태다. 권대표는 “흔히 이곳을 한나라당 정서라고 하는데 정확히 얘기하면 반 DJ정서”라면서 “그러나 이것이 곧 친 이회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동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지역특성에다가, 권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70%대에 이를 정도로 상징적이고 전국적 인물이라는 점 등이 권후보측이 큰 기대를 거는 근거라 할 수 있다. 권대표는 “고용안정을 위해 노동자 지역주민과 함께 투쟁하고, 초등학교 과밀해소를 비롯해 교육 환경 등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수당이지만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복안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안에서 4년 내내 시민단체 낙선 낙천운동 같은 역할, 즉 부정부패감시활동을 펴나갈 것이라는 점도 강조할 계획이다. 권대표는 이를 위한 첫 조치로 정치개혁 차원에서 민주노동당이 실시중인 시민회계감시제를 통해 선거비용 출납 전반을 매일 공개하는 등 깨끗한 정치문화를 선도하고 있음을 자랑하고 있다.

    이 지역 토박이 출신의 민주당 차정인 후보는 ‘지역현안의 해결사’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지난해 말 해직교사복직 및 한국중공업 민영화 관련 파업사태때 중앙당을 통해 타협안을 만들어내는 일을 주도했다. 민주노총 법률자문 등 지난 93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폭넓은 지역활동을 해와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변호사는 서울고법 판사, 부산지법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경남실업대책본부 운영위원,‘낙동강수질보존을 위한 법적대응 모임’ 변호사 등을 맡아 지난 95년부터 꾸준히 지역활동을 해왔다. 이변호사는 한나라당이 유일 야당 세력임을 강조, 다른 야당으로의 표이탈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이변호사는 또 “노동자라 해서 반드시 권영길대표를 찍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대학원에서 노동법학을 전공한 나는 노동자를 위한 무료변론을 해왔고 원내 진출 후에도 노동자를 위한 입법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3. 민국당, 한나라 텃밭인 대구 경북에서 몇 명이나 당선될까.

    ‘배신자 이회창’을 모토로 TK정서를 파고드는 민주국민당과 기반지역 방어에 골몰하는 한나라당간의 대결이 치열한 가운데, 민주당과 자민련도 거물급 중진을 내세워 기반 확장을 노리는 ‘틈새전략’을 쓰고 있다. 민국당에 대한 주민 반응은 PK지역만 못하지만 민국당이 불을 붙인 ‘영남정권 창출론’의 파장이 어느 정도 효력을 나타낼지가 변수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TK가 이사람 저사람 대권 발판만 만들어주는 일회용 반창고냐”는 식의 냉소가 팽배한 가운데 정당 대결보다는 인물 대결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구미(김윤환―김성조)

    “우리가 영원히 그 분과 헤어진 게 아닙니다. 언젠가는 다시 동지가 돼 만날 것입니다. 정권의 독선을 심판하기 위해 새 인물을 공천해 새로운 정치를 이루려 했는데 그 분을 낙천할 때 제 가슴은 살을 도려내는 것만 같았습니다.”

    민주국민당 김윤환(金潤渙)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경북 구미에서 지난 3월13일 열린 한나라당 구미지구당 개편대회장에는 긴장감과 어색함이 장내를 메우고 있었다. 이회창 총재가 공천과정에서 TK의 대표적 인물이자 대선후보 경선과 총재경선의 1등 공신이었던 허주(虛舟·김윤환 의원의 아호)를 야밤에 공천탈락시킨 데 대해 당혹스러움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법한 구미지역 당원들을 향해 ‘공천개혁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공천파동 이후 민주국민당 창당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며 이곳 구미에서 출마하는 허주에 대해 지역민의 동정론이 적지 않은 탓이다.

    김의원은 현재 이같은 지역정서를 바탕으로 대구·경북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나라당 공천자(김성조 전 도의원)를 앞지르며 TK에서의 민국당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고 있다. 즉 다른 곳은 몰라도 구미만큼은 ‘이회창에 팽(烹)당했다’는 ‘허주정서’가 대구경북권에 보편화돼 있는 ‘한나라당 정서’를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종래 한나라당 조직은 물론 구미갑을로 나뉘어 있을 당시 옆 지역구였던 구미갑의 박세직의원(자민련)이 관리하던 조직도 3분의2 이상이 허주 진영으로 붙었다는 게 민국당 구미지구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김의원의 한 측근은 “이회창씨가 허주를 무너뜨리면 한나라당 조직은 전부 당(한나라당)을 따를 것이라고 오판했다”면서 “그러나 여기는 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찍는 정서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6선 고지를 향해 뛰고 있는 김의원은 이같은 현지정서를 바탕으로 중앙무대에서의 화려한 정치경력과 TK지역의 좌장임을 내세워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인물론’으로 승부를 낸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욕을 먹어가면서도 ‘영남지역 정권 재창출론’을 띄우는 등 과거 세차례의 킹 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발휘했던 노련한 정치기술을 아낌없이 발휘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산경남과 달리 YS의 지원설에 오히려 거부감을 보이는 대구경북에서는 민국당의 세 확산을 위해 TK에 본류를 둔 ‘민정계 정서’를 파고든다는 게 김의원측 전략이다. 민정계가 붕괴한 한나라당을 TK가 더 이상 지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민정계 정서보다 뿌리가 깊은 박정희 정서’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즉 박근혜 부총재 등을 구미 등 경북 일원에 투입, 박 전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결집시킴으로써 김윤환 의원이 기대하는 민정계 정서 또는 ‘허주 정서’의 확산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대륜고와 영남대 화공과를 나온 한나라당의 김성조 전 도의원은 95년 도의원으로 진출한 이후 98년에 재선됐지만 중앙정치 무대에는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김 전도의원은 공천파동 이후 한때 지역정서가 (허주쪽으로) 흔들리는 듯했으나 대부분 유권자들은 이회창총재가 공천을 잘했다는 쪽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한나라당 허주 대(對) 무소속 김성조’로 붙으려 했던 것도 나름대로 승산을 판단했기 때문이며, 더욱이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민국당 소속으로 나오는 허주라면 충분히 꺾을 수 있다는 게 김 전도의원 생각이다.

    김 전도의원은 현재 구미에 ‘허주 정서’ 일부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민국당 정서’란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허주는 지금도 과거 자신이 해오던 자금을 바탕으로 한 조직운동을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젊고 참신한 세대의 깨끗한 정치방식으로 나갈 것”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아직도 허주가 움직이는 곳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겨냥한 말인 것 같다.

    ●경북 칠곡(이인기―이수성)

    “총리를 지내몬 머하노. (총리를 지내면 뭘하느냐) 이~ 기웃 저~ 기웃(이리 기웃 저리 기웃), 뒷짐 짚고 남이 태워주는 꽃가마에 올라탈 생각만 카는데(하는데)”

    “아니다. 그래도 재상이 아모나 하는 기가(총리가 아무나 하는 거냐). 쬠 있으면 칵 밀어줄기라(조금 있으면 주민들이 확 밀어줄 것이다).”

    이수성 전국무총리가 칠곡 출마를 선언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3월12일. 왜관역앞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20대 후반의 청년들끼리 주고받는 대화중 한토막은 이수성 총리의 칠곡 출마에 대한 상반된 지역내 전망들을 비교적 잘 반영해주는 듯했다.

    사실 칠곡 출마에 이르기까지 이 전총리의 갈지(之)자 행보는 공인으로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대선때 신한국당 후보 경선에 나섰다 패배한뒤 탈당, 김대중 정부에 합류했던 그는 얼마전까지 민주당으로부터 대권주자로 영입을 제의받았지만 거부했다고 본인이 직접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대구에서 몇몇 유지들과 만나 (TK가 주축이 된) 신당 창당 추진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철회했고 민국당 창당에 가담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이 전총리의 칠곡 출마는 칠곡 내부는 물론 전체 정국구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우선 이 전총리의 출마 이후 민주당이 동진(東進)정책의 한 전사(戰士)로 여겼던 이곳 지역구의 장영철 의원이 출전을 포기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4선에 도전하기 위해 일찌감치 터를 닦아온 장영철 의원은 40여년간 의형제처럼 지내온 이 전총리의 출마 소식 이후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나 장의원은 결국 부진한 자신의 여론 지지도와 이 전총리에 대한 인간적 관계 등을 고려, 출마의 뜻을 접고 ‘지역과 나라 위한 큰 인물론’을 내세워 이 전총리를 측면 지원하는 길을 택했다.

    칠곡 출생인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친분을 다져온 사이.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때 장의원은 ‘이수성 캠프’ 의 사령탑으로 앞장다. 한 살 아래인 이 전총리는 그를 늘 ‘형님’ 으로 불렀을 만큼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이다.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드는 이 전총리는 “큰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내세워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일거에 뒤집겠다는 복안이다. 민국당에서는 아예 당차원에서 이고문을 ‘영남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부각시켜 영남정권 재창출론과 연계시키자는 논의도 있다. 영남의 ‘반DJ, 비이회창’ 정서를 민국당으로 끌어들이는 데 ‘약발’이 클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얘기다.

    영남 대권주자(이수성)와 킹 메이커(김윤환)의 구도를 갖출 수 있게 된다면 8년여 동안 정치적 상실감에 시달려온 TK사람들에게 ‘영남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는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총리의 당선을 당연시하는 시각이 과연 옳은지는 더 두고 볼 일.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이인기(李仁基·47) 변호사가 초반 다수 여론조사에서 35%를 넘는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칠곡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도 이곳에서 대구로 통학한 원산 ‘칠곡 맨’이다. 사법고시 합격후 경찰간부로 재직하다 90년 변호사 개업하면서부터 무료법률상담소 운영과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 등으로 나름대로 지역기반을 닦아왔다. 15대 총선에서 7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무소속으로서 2위를 기록하는 만만찮은 득표력을 보여주었다. 이변호사측은 “지역기반과 참신성 전문성 등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이변호사가 한나라당 정서를 고스란히 타고 있다는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변호사측은 특히 다소 걱정했던 민국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가 4~5% 안팎에 그치고 있는 데다 이수성씨의 어지러운 정치행보에 대해 지식인 등 지역내 여론 주도층에서 ‘너무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비판과 실망이 형성되고 있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포항북(이병석―허화평)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총리로 이동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포항북은 김용환 의원과 함께 한국신당 창당을 주도하던 허화평(許和平) 전의원이 민국당에 합류, 출마함으로써 한나라―민국당 싸움 구도가 형성됐다.

    한나라당 후보는 이병석 위원장. 지역정서상 이위원장이 약간의 우세를 점하는 분위기지만 무소속으로 두번 연속 당선된 허 전의원의 저력이 만만치 않아 승부를 속단하기 어렵다. 이위원장은 원외이면서도 현역의원 못지 않게 지역구 관리를 철저히 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새벽 등산에서 상갓집 방문까지 일일 시간계획까지 짜놓고 표밭을 누벼왔다. 5년 동안의 상갓집 방문 횟수만도 2,900여 군데에 이르며 40대의 참신성까지 갖추고 있다.

    14대에 이어 15대 때 옥중출마로 당선된 허전의원 역시 사면복권 이후 ‘포항연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지지기반을 다져왔다. 허전의원은 특히 97년 7월 보궐선거때 박총리에게 지원해준 조직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데다 자민련측이 이 곳에 공천자를 내지 않는 등 박총리의 암묵적 지원까지 받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허 전의원은 이곳에 기반을 갖고 있는 같은 당 이기택 최고위원의 지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구미(김윤환)―칠곡(이수성)―포항북(허화평)을 잇는 ‘민국당 벨트’ 형성이 가능해졌다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허전의원은 그러나 무소속으로 남아있던 지난해까지 박태준 총리를 상회하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는데 올초 들어 희망의 한국신당에 참여하는 등 무소속을 버리고 정당 참여를 모색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허 전의원은 또한 총선연대 등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 명단에 헌정 파괴자로 지목된 점이 부담이다. 이에 대해 허전의원측은 “이미 허화평을 옥중당선까지 시켜준 시민들이다. 별로 이슈화되지 못할 것이다. ”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34. TK자민련의 운명, 전멸하나.

    “밀려오는 1백30여척의 적선 앞에서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던 이순신 장군의 비장한 각오로….”

    3월11일 오후 대구 시내 경북고 강당에서 열린 자민련 수성갑구 지구당대회. 4선에 도전하는 자민련 박철언(朴哲彦) 의원은 정말 비장한 얼굴이었다. 한때 자민련의 진로문제를 놓고 서로 불편한 기류가 없잖았던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도 이날은 박의원의 심정에 공감하는 미소를 그리며 그를 가리켜 “대구·경북의 차세대 지도자” “큰일 할 사람”등으로 추켜세웠다.

    박의원이 이번에 싸우고 있는 맞수는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전 포철회장. 박의원의 경북고 6년 선배다. TK지역내 한나라당 바람을 일으키라는 이회창 총재의 특명을 받고 투입됐다. 두 사람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같은 빌라(신동아)에 산다. 1998년 6월 지방선거 때는 박의원이 김 전회장을 자민련의 대구시장 후보로 모시려는 각별한 노력도 기울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대구 시내 한 사우나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잘 싸워보자”며 무덤덤하게 헤어졌다고 한다.

    대구 수성갑은 “이곳마저 못 건지면 TK지역에서 자민련은 전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민련이 절박하게 기대를 걸고 있는 곳. 박의원이 지금 지하에 묻혀 계신 이 충무공까지 불러내며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 15대 총선때보다 훨씬 낮아진 TK지역의 자민련 지지도 때문이다. 15대 총선 때는 반 YS정서 때문에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신한국당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이 때문에 무소속과 자민련 등에 대해 우호적 기류가 형성됐다. 그러나 정권교체 이후 공동정부에 참여한 자민련에 대해 TK의 싸늘한 시선이 쏘아졌고 자민련이 민주당과 공조파기를 선언한 이후에도 이같은 시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박의원 개인적으로도 15대 총선때는 YS 치하에서 감옥생활을 하고 나온 데 대해 지역민들의 공분과 동정이 모아졌지만 지금은 그같은 정서적 일체감이 별로 없는 상태다. 이같이 달라진 선거상황에 대한 박의원의 말.

    “자민련이 여도 야도 아닌 상태로 공동여당을 같이 하는 데 대해 TK정서가 아주 나빴다. 그런데 최근 자민련이 야당선언을 하고 한나라당 공천파동으로 한나라당과 이회창의 실체를 TK사람들이 적나라하게 느끼게 됐다. 가만히 보니까 한나라당이 김영삼당이고, 나라망친 당이고 줄줄이 철새당이었다, 민주당은 배은망덕한 당이고. 결국 다음정권은 영남서 나오는 게 순리다. 누군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자민련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 않다 해서 탈당하고 쉬운 길을 간다든지 하는 것은 내가 살아온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 공당의 부총재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겸허히 따르겠다. ”

    박의원과 김 전회장은 모두 시민단체의 낙천대상 명단에 함께 포함됐다. 그러나 박의원은 “김 전회장은 YS정권에서 호의호식한 사람으로 당시 정치보복을 당한 나와는 다르다”면서 자신이 YS정권 시절 ‘표적사정’과 ‘정치보복’의 희생양이었음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그는 또 TK에서 차기에는 대통령후보를 내야 한다는 ‘TK 대망론’을 펴는 한편 지역발전을 위한 성과들을 강조하는 전략도 마련해 놓았다. 박의원은 요즘 “한나라당은 김윤환(金潤煥) 의원을 쫓아내 TK를 배신했다”는 메뉴 하나를 추가했다. 박의원측은 민국당 출현으로 인한 한나라당 지지표의 일부 분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김 전회장측은 “박의원 조직은 97년 대선 때 DJ 선거운동을 했다”며 “박철언은 대구의 이인제”라고 반격한다. 김전회장측은 “박의원이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지만 그 조직표 이외에는 더 붙을 표가 없다”고 느긋한 표정이다. 김 전회장은 이번에 반드시 금배지를 달아 DJ정권 출범 직후 기밀비 유용 등의 혐의로 포철회장에서 밀려난 데 대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에서는 전남 나주에서 공천탈락한 정호선 의원의 부인 박남희씨가 이곳에서 공천을 받았으나 박씨는 최근 공천을 반납했다. 박씨를 대신해 최근 투입된 강기룡(姜基龍) 위원장은 “지역정서 벽을 헐겠다” 며 ‘여당의원 지역 발전론’을 편다. 이곳에서 두번 출마해서 낙선한 권오선(權五善) 위원장은 민국당 후보로 표밭을 누비고 있다.

    3월15일 서울 김포공항. 대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김중권 전청와대비서실장과 홍사덕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이 마주쳤다. “요즘 김실장께서 너무 열심히 하셔서 그쪽(울진·봉화)에서 우리 후보가 고생이 많습니다. 좀 살살 해주십시오.”

    홍위원장이 농을 섞어가며 김 전실장이 지역구에서 선전하고 있는 사실을 화제삼아 인사를 건네자 김 전실장도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받았다. 선거를 맞아 피도 눈물도 없이 으르렁거리고 있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간판급 중진들의 기내 조우 분위기는 비교적 화기애애했다.

    이날 양인 사이에 화제가 된 경북 울진·봉화는 DJ정부의 ‘신실세’로 막강파워를 행사해온 김중권 전대통령비서실장이 민주당에서 출마, DJ가 그토록 목말라하던 영남권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격전지다. 한나라당 후보는 15대 총선에서 맞붙었던 김광원 의원.

    3선 경력의 김 전실장은 14, 15대 총선에서 석패했으나 현정부 들어 이 지역이 배출한 최고위 공직자라는 점을 들어 동서화합과 지역발전에 앞장설 수 있는 인물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정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 경력을 내세우며 당원용 홍보책자에서도 ‘역대 대통령이 모두 중용했던 인재 중의 인재’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영남 대변자’를 자임하는 김 전실장은 “초재선으론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며 북부지역 개발을 약속하고 있다. 연고가 있는 울진은 물론 봉화에 대해서도 김해 김씨 문중을 포함한 사조직을 만들어 물밑 공략중이다. 김전실장은 자신이 주장하는 ‘인물론’이 먹혀들어 개인지지도 뿐만 아니라 영남지역에서는 이례적으로 정당 지지도까지 한나라당보다 높게 나오자 크게 고무돼 있다.

    김전실장은 막판에 지역주의에 의해 당대당 대결이 되면 지지도 저하가 올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정권이 어째서 DJ당이냐? 경북사람 김중권이 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대통령께서 물러나시는 3년뒤엔 더욱 달라질 텐데 우리 당을 호남당으로 보는 것은 변화하는 정국구도를 잘못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광원 의원측은 한때 청송·영덕 출마설이 나돌았던 김 전실장과 정면대결하게 돼 다소 긴장하는 표정이나 “대어를 잡고 말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김의원 진영은 철저한 당 대 당 대결전략을 구사하면서 정부여당의 실정을 난타하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박근혜 부총재와 봉화에서 과거에 당선된 인연을 갖고 있는 홍사덕 선대위원장의 지원유세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자민련에선 이학원 전의원이 공천받았다. 모두 울진(6만7000명) 출신인 이들 3후보는 봉화(인구 4만4000명)에서의 득표율이 관건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봉화 출신으로 민국당에서 출마하는 박영무 아주대교수는 “나는 봉화에서 태어나 울진에서 자랐고 에너지환경 전문가이기 때문에 원전지역에는 적임자”라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36. JP안방 대전·충남에서 이인제 바람 얼마나 불까.

    텃밭을 지키려는 자민련과 이인제 선대위원장을 내세워 치고 들어오는 민주당간의 ‘중원 쟁탈전’이 불을 뿜고 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 낙천명단 발표와 음모론, 그리고 자민련의 야당선언 이후 DJ에 대한 충청권의 거부감이 늘고 있다” 면서 “충남에서 시작된 JP바람이 시간이 갈수록 강풍으로 확산돼 충청권 24개 의석을 ‘싹쓸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공세가 만만찮다. 특히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의 논산·금산 출마선언 이후 자민련 텃밭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상태다. ‘골프 광(狂)’인 JP가 3월초부터 골프채를 놓고 연일 충남을 누빈 것도 충청권을 파고드는 ‘이인제바람’에 대한 경각심 때문이다. JP가 ‘치졸한 구태’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지역감정 자극발언을 불사한 것도, 공천자 필승결의대회를 대전에서 연 것도 충청권 사수에 정치적 명운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민련과 민주당간의 뜨거워지는 혈전속에서도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사람들의 특성 탓인지 유권자들의 반응은 아직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다. 대전의 한 자민련 지구당 당직자는 “충청권은 역대선거에서도 모두 늦바람이 승부를 갈랐다”면서 “영남과 호남의 지역바람이 세게 불면 ‘JP 바람’이 됐건 ‘이인제 바람’이 됐건 뭔가 바람이 불기는 불 것 같다”고 말했다. 자민련측은 특히 늦바람이 ‘이인제의 가벼움’에 대한 거부감 쪽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논산·금산(이인제―김범명).

    민주당의 이인제 선대위원장실 보좌진은 요즘 전화통에 매달려 살다시피 하고 있다. 지구당대회 등 선거전에 나와 분위기를 띄워 달라는 전국 각지 후보들의 간청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위원장의 한 측근은 “헬기라도 띄우지 않는 한 요청하는 연설을 다 해줄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이 JP를 대체하는 ‘충청권 맹주’로 발돋움하고 나아가 차기 여당 대선 주자로서의 위치를 굳히기 위한 발판으로 택한 논산·금산에서는 이미 ‘이인제 바람’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위원장과 맞붙는 이는 자민련 김범명 의원.

    이위원장은 “단순히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출마한 게 아니다”며 차기대권 문제를 은근히 부각시키는 ‘충청 대망론’을 펴고 있다. 이위원장은 JP패권에 대해서는 “지역주의를 청산해야 하는 마당에 텃밭은 무슨 텃밭”이냐면서 정면으로 치받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차세대 주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는 이위원장은 JP와 ‘과거 대 미래’의 싸움을 통해 DJ 이후를 이끌어갈 차기대통령 후보라는 인식을 전국적으로 심어주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논산벌에서 일어나는 바람을 젊은 후보들로 포진시킨 인근의 대전 서갑(박병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대전 유성(송석찬 전 구청장)~천안 갑(전용학 전 서울방송 앵커) 등으로 몰아가 ‘인제벨트’(IJ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위원장의 ‘겁 없는 도전’을 물리치기 위한 자민련의 방어도 필사적이다. 자민련측에서는 “과대포장된 이후보를 적나라하게 밝힌다”는 공격적 선거전술을 채택하고 있다. 김의원측은 “고향을 쳐다보지도 않고 안양으로 어디로 기웃거리던 이인제가 논산·금산 발전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느냐”면서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지역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라고 강조했다. 김의원측은 논산에 기능대학을 설립하고 작년 홍삼 특별소비세를 23%에서 10%로 50년만에 인하하도록 해 금산의 인삼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등의 지역발전 업적을 내세우고 있다.

    자민련은 논산 금산을 둘러싸고 있는 부여와 공주·연기(정진석·鄭鎭碩) 대전서갑(이원범·李元範) 등의 자민련 후보들이 지원사격을 가해 이위원장의 발을 논산·금산에 묶어놓는 ‘포위작전’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서쪽으로는 부여에서, 북쪽으로는 대전에서 ‘논산·금산 바람’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또 전국을 누벼야 하는 JP를 대신해 부인 박영옥(朴榮玉) 여사가 선거운동기간 동안 논산·금산 지역을 돌며 자민련후보들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이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연합작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으나 실체로 확인된 것은 아직 없는 상태다. 한나라당 후보는 중앙일보 차장을 지낸 배유현씨다.

    ●대전 유성(송석찬―이창섭―조영재)

    유성은 같은 대전이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색을 갖고 있다. 대학과 대덕연구단지를 끼고 있어 국책 및 민간연구소 관련 젊은 고학력 인구가 1만여명에 이르고 유성관광특구 등으로 타지역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다. 토박이는 채 15%가 안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성에는 자민련에서 이창섭(45) 전 SBS앵커에게 공천을 줌으로써 현역의원인 조영재 의원이 당적을 옮겨 한나라당으로 출마하고 민주당에서는 송석찬 구청장이 출마했다.

    송 전구청장은 95년 6·27과 98년 6·4 지방선거에서 자민련 후보들이 충청권을 싹쓸이할 때도 대전·충남에서 국민회의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돼 개인적 인기가 탄탄함을 입증했다. 민주당이 대전에서 당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는 ‘회심의 카드’다. 송전구청장은 지역개발능력과 소신있는 행정가로서 면모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5년간의 구청장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법정투쟁도 불사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학교급식에 시설·재원을 지원할 수 있는 물꼬를 트고 행정소송을 통해 엑스포 과학공원의 민간매각을 막아 대전시로 무상양여토록 하는 한편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해 모든 민원처리를 전산화했다는 등이 송 전구청장이 내세우는 업적.

    국회의원이 되면 구청장시절보다 더 광범위하게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뜯어고치는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밝힌다. 송 전구청장은 선거막판에 불어닥칠지 모르는 ‘JP바람 녹색바람’에 대해 “이보다 더 심했던 95, 98년 자민련 광풍도 이겨낸 사람”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민련 이창섭(李昌燮) 위원장은 정치신인이지만 방송앵커를 지낸 덕에 인지도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위원장측은 “구청장 자질과 국회의원 자질은 다르다”면서 “중앙에서 앵커를 하면서 종합적인 균형감각을 키우고 예산확보 및 제도개선 등에 필요한 광범위한 중앙인맥을 구축해놓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부기자로 일한 적도 있는 그는 “송구청장이 주장하는 행정업적 가운데 학교급식 문제나 연구단지 토지세 징수문제 등은 주민부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잘못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지적한뒤 “10여년간 앵커로서 진실을 가리는 긴장속에 살아온 만큼 거짓말 없는 정치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공천받기 직전까지 자민련 출입기자로 일했던 그는 “JP바람과 같은 지역주의에 기대어 국회의원이 되고픈 생각이 없다”면서 “자민련이 국민의 욕구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많이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런 기대를 받고 출전하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한나라당 조영재의원은 유성지역이 대전의 다른 지역에 비해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높다고 주장한다. 자민련 지구당위원장직을 맡고 있을 때도 공조직은 별로 관리하지 않고 사조직 형태로 관리해온 조의원은 당적을 한나라당으로 옮겨오면서 몽땅 챙겨온 사조직에다 한나라당의 공조직 등을 합쳐보면 송석찬·이창섭후보보다 조직면에서 한수위라고 자랑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입법활동 성적도 전체 299명중 13위, 자민련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지역사업도 많이 했는데 행정력을 장악하고 홍보에서 조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견제해온 송전구청장이 모든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해놓는 바람에 수많은 업적들이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의정보고회와 발로 뛰는 홍보를 통해 이를 충분히 알려나가면 다시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이성우(李成雨·39) 전국과학기술노조위원장이 출마했다. 이위원장은 전체 유권자 10만명중 대덕연구단지 종사자가 1만5000명 가량인 데다 지난 95, 98년 지방선거에서 과기노조출신 구의원 3명을 연이어 당선시킨 지역이라는 점과 젊은 유권자가 많은 개혁성향 지역으로 자민련의 지역바람이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역특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37. 김용환, 홀로서기 성공할까.

    JP를 대체할 충청권의 뉴 리더를 자처하는 김용환 희망의 한국신당 중앙집행위 의장이 ‘녹색바람’을 뚫고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맞상대는 자민련의 이긍규 원내총무. 각각 보령과 서천에서 내리 3선을 해온 김의장과 이총무는 얼마전까지 자민련의 고위당직자로 한솥밥을 먹던 ‘동지’였으나 보령과 서천 지역구가 통폐합된 데다가 김의원이 JP와 결별, 탈당하면서 ‘적’이 되어 맞붙고 있다. 김후보 지역구인 보령지역 유권자는 대략 8만6000명이고, 이후보 지역구인 서천지역 유권자는 대략 5만7000명으로 김후보 지역이 2만9000명 정도 많다. 인구수로는 보령(12만명)이 서천보다 4만4000명 정도 더 많다. 벌써부터 여러 언론기관 조사에서 보령에서는 김의원이, 서천에서는 이의원이 각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양지역간 소지역주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의원은 김의원의 자민련 탈당을 ‘JP에 대한 배신’으로 몰아붙이며 ‘의리의 참 충청인’을 부각시키는 한편 “최소한 교섭단체는 돼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논리로 군소정당인 한국신당을 이끄는 김후보 공격한다는 계획이다. 이의원은 원내총무로서의 지명도와 보령쪽에 일구어 놓은 각종 조직, 김종필 명예총재의 지원사격에 기대를 걸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반면 한국신당 김후보측은 14, 15대에 걸쳐 70% 안팎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점과 보령인구가 훨씬 많다는 점을 들어 당선을 자신하며 선거전 초점을 ‘JP 극복론’에 맞추고 있다.

    “권력유지와 기득권에 급급해 내각제를 팔아먹고 이제 와서 표를 얻기 위해 자기가 몸담았던 정권을 비판하는 등 충청인을 농락하는 JP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3김식 보스 정치 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론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에게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김의원은 그러나 충청권 선거구도가 자민련 민주당 한나라당의 각축장으로 변하면서 한국신당이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결국 김의원이 충청권의 새로운 맹주로 등장할지, 아니면 힘없이 쓰러질지는 결국 ‘JP바람’의 강도와 소지역주의 향배에 달려있다. 민주당 후보는 김명수 전 평통사무국장이며 한나라당에서는 안홍렬 변호사가 나섰다.

    38. 광주 전남북, ‘무소속 반란’ 성공할까.

    호남정치 망할놈의 가신정치 귀신정치 물렀거라/대통령을 돕는다고 깡패 잡배 왈패 모리배 꼬붕들만 심어놓고/우리보고 어쩌라고 막대에다 절하라고 요번만은 못하것다…

    광주지방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다는 ‘호남오적가’의 일부다. 모 정당 가신들의 행태와 공천 뒷얘기들을 김지하 시인의 담시 ‘오적(五賊)’에 빗대 비판하는 내용이다.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느낌도 없지 않지만, 동교동계 독주와 밀실공천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여권 사람과 민주당 공천자 사이에 전례없는 여(與)―여(與)대결구도가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내용이다.

    지금 이 지역에서는 김옥두 선대본부장이 “무소속 바람을 가라앉히기 위해 직접 나서겠다”고 말할 만큼 또렷한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민주당과 무소속의원간에 안정론과 현역의원 물갈이론이 맞부딪히고 있는 것. 민주당은 김대통령의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안정의석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무소속 출마예정자 무기는 ‘자격없는 현역의원 과감한 물갈이’를 내세운 ‘인물론’이다. ‘누가 되든 민주당으로 들어갈 건데 기왕이면 좋은 인물을 뽑아달라’는 논리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때까지만 해도 ‘선생님’(김대통령)이 한 번 지역을 돌고 나면 분위기가 평정됐는데, 이번에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예 당내에서는 “호남에서 2~3석 정도 무소속이 당선되는 것도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옥두 선대본부장은 “당에 등돌리고 무소속 출마한 사람은 설사 당선된뒤 입당하려 해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에서도 “선거 막바지엔 결국 김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민주당을 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아직은 우세하다.

    ●동구(김경천―이영일).

    “유의태 문하에서 쫓겨난 허준 심정으로.”

    민주당 공천탈락에 반발, 무소속 출마한 이영일(李榮一) 의원이 최근 지역에서 외고 다니는 구절이다. 밀실공천으로 자신을 탈락시키고 김경천 전 광주 YWCA사무총장(여)에게 공천을 준 데 승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소속으로라도 유권자 심판을 받은 다음 자신을 쫓아낸 ‘스승’ 유의태(민주당)에게 돌아가겠다는 얘기다.

    얼마전까지 당 대변인을 맡았던 이의원은 “동구 선거는 여야 대결이 아니라 동교동 대 비동교동간 대결”이라는 카드를 가장 먼저 들고 나선 인물. 이제 ‘DJ당’ 막대기만 꽂으면 뽑아주는 시대는 지났으며, 광주를 키울만한 인물을 뽑는 것이 대세라는 게 이의원 주장이다. 김대통령도 연초에 “인물을 보고 뽑으라”고 했고, 능력있는 무소속 몇 명 있는 게 전국정당화나 지역감정 해소에도 도움될 것이라는 논리가 먹혀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공천에 반발, 동구 출신 시의원 구의원 13명중 8명이 탈당, 이의원쪽에 가담한 것도 이의원 진영을 들뜨게 하는 대목이다. 이의원은 “절차가 명백히 잘못된 공천에 대해 구의원들이 재심을 요구하자 김옥두 사무총장이 ‘누구를 내세워도 당선되는데 웬 재심이냐’며 일축한 것에 분노, 집단 탈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김경천(金敬天) 위원장은 “고위 당직을 지낸 분이 분별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조직표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김위원장측은 “이의원 공천탈락은시민사회단체 낙선운동 명단에 오르는 등 개혁과 시민정서에 맞지 않는 구여권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야말로 김대통령의 여성 중시 정책에 맞는 정통 시민운동가라는 것이다.

    실제 김위원장은 62년 YWCA간사로 시민운동에 첫발을 디딘 후 87년 광주 YWCA사무총장이 됐고.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의장을 맡는 등, 광주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의원 측은 “바로 이 점이 내가 중앙 명단에 빠졌음에도 광주시민단체 낙천자 명단에 올라간 배경”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의원은 “신군부 집권 과정에 협력한 것도 아닌, 20년전 민정당 국회의원 자격이 그렇게 문제였다면 애초에 당대변인이 될 수 있었겠느냐”면서 “동교동계 중진들 나를 떨어뜨린 것은 민정계 중진의 생환에 대한 견제 의도”라고 풀이했다.

    이와 별도로 김경천 후보의 가족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후보측은 “낙천자측에서 근거없는 루머를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성·화순(한영애―박주선)

    지난해 옷로비사건으로 낙마한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49)이 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이나 김옥두사무총장 등 여권실세 설득도 뿌리치고 무소속으로 출마, 민주당 한영애 의원과 일전을 벌이고 있다.

    박전비서관은 ‘지역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출마 요청과 정서’를 앞세우며 “대통령을 모셨던 비서관으로서 이 길이 대통령에 대한 바른 충성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를 위해 일하다 야당의 정치공세에 꺾인 만큼 김대통령을 위해서도 당선돼 지역 일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협박 수준에 이를 정도였다는 얘기다. 박 전비서관이 뿌리치기 어려웠다는 지역민들의 ‘성화’는 지난해말 그가 옷사건으로 구속돼 있을 때 고향사람 1만5000여명이 억울한 누명을 풀어달라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데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청와대 법무비서관 시절부터 고향출마설이 있던 그는 ‘옷로비의혹 사건’의 총대를 메고 피고인 신분이 되면서 재기하기 위한 유일통로로 출마를 모색해왔다. 재직 시에도 광주고 인맥을 중심으로 꾸준히 고향을 챙겨왔다는 후문이다. 박전비서관은 법적인 유무죄와 관계없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관으로서 누를 끼치고 정부에 부담을 준 게 아니냐는 상대후보측 지적에 대해서는 “옷사건은 실체 없는 이형자의 자작극으로 결론났고, 당론도 그렇고, 한영애 의원조차 청문회에서 그렇게 주장했는데 그 무슨 야당같은 논리냐. 여권 내부에 야당 프락치가 있는 모양”이라고 발끈했다.

    지역에서는 “박주선이가 무슨 죄가 있느냐”는 동정론과 함께, 시민단체에서도 한영애 의원 공천을 잘못된 공천 표본으로 거론하고 나서는 등 박 전비서관에 우호적 분위기가 만만찮다. 최근에는 한후보의 주요 기반 화순의 군의원 7명이 박전비서관 쪽으로‘투항’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총선뒤 반드시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박 전비서관은 “누가 더 김대통령을 참되게 보좌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의원측은 “옷사건으로 김대중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인물과 30년 가까이 김대통령을 충성으로 모신 사람중 누가 더 정부여당에 필요한 일꾼인지 유권자가 냉정히 평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국구로 15대 국회에 진출한 한의원은 민주당의 여성후보 전진배치 바람에 힘입어 지역구 출전을 명 받았다. 한의원은 여장부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역구 기반이 취약하고 광주전남 총선시민연대가 ‘품위없는 행동’을 이유로 낙천대상자 명단에 올린 것이 부담이다. 한의원은 이에 대해 “날보고 과격하다, 저질 발언이다고들 하는데 정형근 이신범 의원 궤변에 공세적으로 맞서다 보니 목소리가 좀 커진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유권자단체에서 뽑은 상임위 의정평가에서도 비판능력이나 대안제시 등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실력으로 승부하는 사람”이라는 항변이다. 한의원은 또 “고함을 지르고 나면 나 스스로도 창피하고, 내가 왜 아직 이렇게 피해의식을 갖고 흥분하느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16대 국회에 가서는 더 이상 고함을 지르지 않되 음해나 공작 색깔론 에는 ‘과감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원은 또한 “나는 김대통령의 가신이나 비서도 아니고 소신에 따라 나름대로 이상과 인품과 실력을 추구해온 사람”이라면서 “앞으로 만에 하나 김대통령께서 반역사적 반사회적 처신을 하실 경우에는 가차없이 비판·공격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박전비서관은 보성(6만3천명)출신으로 민주당 공천을 받은 한영애 의원이 화순(7만8천명)출신이어서 소지역주의 대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남원순창(조찬형―이강래)

    김대통령 신임으로 정권 출범초 ‘신실세’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이강래 전 정무수석이 공천 탈락후 ‘동교동계 일부 실세부인의 치맛바람’ 의혹을 제기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야 변함없지만 몇몇 실세가 밀실공천으로 장난을 치는 등 대통령 눈과 귀를 가렸기에 이를 바로잡으려고 출마했다는 것. 이 전수석은 “정무수석까지 지낸 사람이 공천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정치개혁의 진통으로 생각하고 떳떳이 출마해 당선된 뒤 대통령을 제대로 모셔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전수석은 김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정권 창출 핵심공신임에도 정무수석이 되는 과정에 우여곡절을 겪었고, 구로을 보선 후보로 내정됐다가 밀려나는 불운을 겪었다. 이번 공천에서도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음에도 조의원에게 밀린 것은 동교동계 측근들의 견제와 횡포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전수석은 남원순창 선거가 집권여당후보와 무소속 싸움이 아니라 집권당 내부 싸움, 즉 여―여대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는 “개혁성·전문성·참신성·도덕성 등 어떤 측면에서도 내가 당연히 공천될 것으로 다들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정계입문 8년만에 정무수석 자리까지 올라선 데 대해 위협을 느끼고 일부 인사들이 내가 원내진출할 경우 수행하게 될 정국운용, 차기정권 문제 등의 비상한 역할을 달가워하지 않은 것같다”고 말했다. 그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견제와 모략을 무소속 당선으로 일거에 돌파한 뒤 지속적 개혁과 대통령에 대한 참다운 보좌에 뛰어들겠다는 얘기다.

    이전수석은 또한 “공천 부당성에 대한 공감은 물론 호남 싹쓸이가 재연될 경우 영남 충청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역풍이 불고 지역감정이 깊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현지에서도 늘고 있다”면서 호남에서 일부 무소속 당선에 대한 여론이 형성돼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의원측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닌 중상모략으로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면서 “공천을 신청할 때 당명에 복종하겠다고 약속한 뒤 나중에 이를 번복하는 것은 정치신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39. 전국 정당의 캐스팅보트, 강원도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 될까.

    3월13일 오전 7시 춘천시 퇴계동의 Y해장국집. 운동복차림의 유종수 의원이 부인과 함께 들어섰다. 아침식사를 하는 손님들은 물론 주방까지 들어가 설거지하는 아줌마 손을 덥썩 잡고 인사를 한 유의원 부부는 한 테이블 앞에서 인사를 마치고 잠시 앉아 해장국을 들고 있는 한승수의원과 눈이 마주쳤다. 원수는 해장국집에서 만난다?

    엊그제까지 같은 한나라당 밥을 먹다가 춘천갑(한승수)·춘천을(유종수) 선거구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유의원이 공천장을 받아내자 한의원은 “납득할 수 없다”며 탈당, 민주국민당 사무총장으로 춘천에 출마했다. 평소 같으면 하루에 열 두번을 만나도 수인사를 나누는 게 정치판의 관행이고, 더욱 두 사람은 남다른 사이지만 이날은 서로 어색한 웃음만 나눈 채 각자의 테이블에서 뜨거운 해장국을 마셨다.

    신(新) 4당 구도에서 강원도를 전국정당의 교두보로 확보하기 위한 여야의 뜨거운 경쟁은 이처럼 춘천에서 옛 동지간에, 선후배 간에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상룡 전 노동부 장관을 총력전에 차출했고, 한나라당에서는 유종수 의원, 민국당은 한승수 의원이 출전했다.

    민주당의 강원 교두보 확보를 위해 장관직을 급거 사퇴하고 전격 투입된 이상룡 전장관은 강원도청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두 차례 강원도지사를 역임한 뒤 장관을 지낸 입지전적 인물. 내무부 지방재정국장, 지방행정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친 정통 내무관료 출신의 이 전장관은 타지(홍천) 출신이라는 점이 핸디캡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춘천은 청춘을 보낸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라며 ‘강원도 큰 인물론’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이 전장관은 “그간 행정가로서 강원도의 대표성을 띨 만큼 일해왔으나 이제 정국안정과 경제개혁 지속을 위한 중앙정치 무대에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나서게 됐다”면서 “그동안 강원도에서 민주당이 변변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정당지지도가 높지 못한 게 사실이나 이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아직도 한나라당이 여당인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춘천의 이상용, 강릉의 최각규를 필두로 민주당이 확실한 인물들을 갖고 있는 여당이며 변방의식과 소외의식을 깨고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춘천중과 춘천고를 거쳐 강원대 임학과를 졸업, ‘토박이’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유의원은 춘천고 선배인 한의원을 물리치고 한나라당 공천을 따낸 여세를 몰아 매일같이 새벽 시장 등지에서 상인들과 얼굴을 맞대며 밑바닥 표심을 훑고 있다. 유의원은 81년 민정당 춘천지구당 사무국장으로 정치에 입문, 12년만인 93년 민자당 후보로 보궐선거(14대)에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15대 총선에서는 신한국당 공천에서 이민섭 전의원에 밀려 탈당, 자민련 소속으로 당선된 뒤 신한국당으로 다시 이적했으며 지난 대선 때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경호단장을 맡았다. 유의원은 건설교통위 소속으로 경춘선복선 전철화 사업과 동서고속도로 등 지역 숙원사업 해결에 주력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민국당 조순 대표의 지원 아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한승수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탈락의 치욕을 국민들의 심판을 통해 씻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의원은 서울대교수를 거쳐 13대 때 춘천에서 민정당 간판으로 당선된 뒤 상공부장관 주미대사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화려한 경력을 쌓았으나 춘천갑·을 통합으로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 민국당에 합류했다. 한의원은 충분한 행정경력과 풍부한 중앙 행정관료 인맥, 정치 경제 행정 외교, 그리고 정치의 한 복판에 서본 경험을 내세워 춘천의 발전과 강원도의 정치적 위상을 세우는 데 가장 적합한 주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춘천을 신흥정보통신산업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세운 한의원은 경춘선복선 전철화, 동서고속도로 등 숙원사업에 대해 유종수 의원과 공적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과 관련, “경제부총리로서, 현역의원으로서 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유의원이 더 잘알텐데…”라고 허허 웃은 뒤 “서로 공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두 사람 모두 애쓴 것으로 해두지”라고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40. 간판급 거물 격돌지구, 서울·경기에서 누가 이길까.

    ‘신 4당 체제’하에서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엷은 서울·경기권을 잡기 위한 여야 정당의 각축이 치열하다. 이곳에서는 민주국민당이 한나라당 표를 얼마나 잠식할 것이냐에 따라 민주―한나라당간의 승패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1000표 안팎의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결판나는 곳이 많은 수도권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성향표를 잠식할 수 있는 민주국민당이 5~10%만 얻어도 한나라당 후보들이 줄초상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15대 총선 때 수도권에서 2000표 이내로 승부가 엇갈린 곳이 무려 20여곳이나 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여야 정당들이 젊고 참신한 386세대와 전문가군 등 신진인사들을 대거 내세워 바람몰이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정당의 간판급들이 당의 자존심과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격돌하고 있는 곳들이 적지 않아 눈길을 끈다.

    ●경기 광명(조세형―손학규)

    광명은 갑·을 선거구 통합으로 인구 34만명의 경기도 최대 선거구가 됐다.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을 지낸 민주당 조세형 상임고문과 YS 정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손학규 전의원이 양당의 자존심을 건 접전을 펼치고 있다.

    4선 중진인 조고문은 한국일보 편집국장 등 25년간의 언론계 생활을 거쳐 79년 10대 국회때 정치에 입문했다. 15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을 맡아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이 됐다. 15대 총선에서 서울 성동을에서 낙선했던 조고문은 손 전의원이 98년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하느라 의원직을 던진 후 실시된 광명을 보선에서 손 전의원이 ‘대리인’으로 내세운 전재희(全在姬) 전 광명시장을 꺾고 원내에 복귀했다. 그러나 총재권한대행으로서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음에도 1400여표차로 신승한데다 중앙당에서 수십억원의 선거비용을 보선에 퍼부었다는 시비에도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게다가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 손 전의원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비상이 걸렸다.

    한나라당의 차세대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손 전의원은 재야운동가에서 대학교수, 다시 정치인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유신시절 민주화운동으로 두 차례 투옥된 전력이 있는 그는 김영삼정부때 정계에 입문, 집권당 대변인, 정책조정위원장 총재비서실장 등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며 경력을 쌓아왔다.

    광명시는 철산대교를 사이에 두고 서울과 붙어 있어 행정 구역으로는 경기도지만 전화도 지역번호 없이 서울 통화가 가능하고, 주민의 70% 이상이 서울로 출퇴근한다. 14대 총선에서는 국민당 윤항렬후보가 민자―민주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등 표심 예측이 어렵다. 더구나 이 지역은 선거구획정위의 인구 상한기준(35만명)에 미달해 갑―을 선거구가 하나로 통합되는 바람에 투표성향을 딱히 가늠하기 어려운 혼전 지역이 됐다.

    자민련에서는 지구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주 광명관광 대표가 도전장을 냈다. 김위원장은 광명에서 새마을운동과 청소년 교육 등 지역봉사 활동을 10여년간 벌여온 점을 내세우고 있다.

    ●성남 분당갑(고흥길―강봉균)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 전도사’와 이회창총재의 핵심측근 간에 자존심을 건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 한나라당에서는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고흥길 총재특보 등 ‘중량급 신인’들이 출전한 것이다.

    분당지역은 유권자의 90%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대학졸업자가 70%를 넘어 수도권 ‘신정치 1번지’로 떠오른 곳. 서울 강남에 버금가는 신흥 고급주택단지로서 강남 서초와 유사한 투표성향을 보인다는 지역특성을 감안, 여야가 각각 인물과 득표력에서 자신있는 인물을 내세웠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 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이 앞서고 있으나 인지도면에서는 민주당 강후보가 우세하다는 평.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을 역임한 고흥길 후보는 전문성과 참신성, 개혁성을 강조한다. 30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 캠프에 합류한 뒤 이 총재의 측근으로 활동해온 그는 중앙일보 시절 합리적이고 원만한 일처리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다는 평가다.

    분당 개발 초기인 92년 이 지역에 입주한 고후보는 나름대로 지역개발에도 애써왔다는 설명이다. 중앙일보 간부시절 서울∼분당 심야 좌석버스 노선개설을 이상배 서울시장 등에 건의해 실현시킨 일이 있다. 판교 인터체인지 통행료 징수의 부당성을 당시 언론에 크게 사회문제화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주장한다. 분당이 성남시의 70% 남짓한 담세율을 기록하면서도 예산배정에서 홀대받는 등 주민들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분당발전특위’ 구성을 공약하고 있다.

    현역의원인 오세응 의원이 공천탈락에 반발, 탈당한 뒤 자민련으로 간 것이 고특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고특보측은 오의원이 관리하던 공조직도 대부분 인수한 상태라 별 어려움이 없다는 주장이다.

    30년동안 전문행정관료로 재직해온 강 전장관은 경제분야 고위직을 두루 거쳤다는 인물론을 내세운다. 김영삼 정부 시절 노동부·경제기획원 차관, 총리행정조정실장, 정보통신부 장관에 이어 김대중 정권 들어 청와대 경제수석, 재경부 장관을 지낸 엘리트 경제통인 그는 특히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의 이른바 4대 개혁을 추진, 경제위기를 극복한 ‘경제해결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IMF의 ‘고금리’ 처방에 맞서 금리 인하를 관철한 점은 경제회생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옆 지역구인 분당을의 이상철(李相哲) 전 한국통신프리텔 사장,용인갑의 남궁석(南宮晳) 전 정통부장관 등과 함께 정보통신 및 경제전문가 벨트를 형성,이 지역을 ‘베드타운’에서 벤처단지 또는 사이버 타운화된 경제단지로 도약시킨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자민련에서는 이 지역 도의원을 지낸 강대기(姜大基) 후보가 출전, 보수성향의 유권자표 결집에 나섰고 민주국민당에선 오세응 의원의 국회부의장 시절 비서관을 지낸 양재헌씨가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 종로(이종찬―정인봉―조순)

    “조용히 조용히 가자”

    종로에 출마한 민주당 이종찬 전 국정원장 선거캠프의 요즘 분위기다. 한동안 조순 민국당대표가 나온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나온다 해서 들썩거렸던 선거구도가 결국 한나라당 정인봉 지구당위원장과의 맞대결로 다소 김빠진(?) 경기가 된 마당에 새삼 관심거리로 부각되는 것은 ‘압승전략’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위원장 정도는 이미 확실히 이기는 것으로 승세를 굳혀놨는데 괜히 격전지로 언론의 조명을 받다보면 반DJ표를 자극해 결집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회창 총재나 조순 대표가 나온다면, 특히 이총재에 대해서는 이기는 것 자체만으로도 차기 대권을 향해 웅비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사실상 그게 물건너 간 이상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압도적 표차로 이겨야 다음 단계의 큰 일(대권도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원장측은 호남출신 블루칼라와 자영업자 등 주요 지지기반인 4만7000여표의 고정표만 잘 다진다면 당선을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 전원장은 11대부터 종로에서 내리 4선을 기록하다 15대 총선에서 이명박(李明博) 전의원에게 일격을 당했다. 당시 신한국당 이명박,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3파전을 벌이는 바람에 야권 분열로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잠식당한 결과였다. 이 전원장은 그간 언론대책문건 파동과 시민단체 낙천명단 발표 등 연이은 악재로 한때 공천탈락설까지 돌았으나 정권교체 1등공신이라는 점이 고려돼 김대중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았다. 다만 출마를 노리다 당의 반대로 되돌아간 정흥진 종로구청장의 비협조로 호남향우회 등 일부 득표기반 정비에 어려움이 없지 않다고 한다.

    변호사인 정인봉 위원장은 이화동에 있는 법률사무소에서 10년째 벌여온 무료법률상담으로 지역기반이 만만찮은 것으로 평가된다. 98년 보선까지 포함, 모두 3차례 이곳에서 출마했던 정위원장이 13·14대 때 각각 공화당과 무소속으로 출마해 얻은 고정표는 1만5000표 정도.

    ‘지역일꾼론’을 내세운 정위원장은 조순·이회창 출마설로 “도대체 한나라당 후보는 누구냐”는 유권자들의 짜증섞인 목소리를 듣는 등 표밭갈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민주당―한나라당 양당대결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정위원장은 총풍―세풍사건의 한나라당측 변호인으로 뛰면서 ‘이종찬 안기부’와 맞붙어 싸운 경험도 있다. 정위원장은 “지금 저쪽(민주당)의 조직력은 러시아 군대 수준”이라면서 “조직규모와 자금력 등이 탄탄하지만 구여권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빼가서 구야당 본류들과 불화가 잦고 호남사람들의 이반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양연수 전국빈민연합의장이 ‘기성정치권 타파’를 외치며 뛰고 있으며 자민련은 해주건설 전무이사인 김경환씨(38)를 후보로 내세웠다.

    ●서울 중구(박성범―정대철)

    방송인 출신의 박성범 의원(한나라당)이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재선을 노리고 있고, 정대철 전의원(민주당)은 15대 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수모를 갚기 위해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 전의원은 5선에다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고 있었으나, 15대 총선에서 KBS 앵커출신 박의원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하는 바람에 당내 입지가 상당히 축소됐다.

    정 전의원은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집권당 중진으로는 처음으로 사법처리되는 등 불운을 겪었다. 이번 공천에서도 계보원들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자신의 재공천마저 턱걸이했다. 다만 정 전의원과 박의원이 각각 경성비리와 한보비리 연루 혐의로 사이좋게(?) 시민단체의 낙천 리스트에 올라 ‘피장파장’이 됐다는 게 다행.

    정 전의원측은 그동안 와신상담의 자세로 지역구민 접촉에 땀을 쏟아 지역민심을 회복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15대 총선에서 일격을 맞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던 박의원의 부인 신은경씨의 ‘억척 내조’에 뒤지지 않을 만큼 부인 김덕신씨도 미장원 노인정 각종 모임 등을 돌며 남편의 재기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중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15대까지 호남출신 유권자 비율이 35%에 달했으나 정 전의원의 당내 비주류 활동 등으로 인해 당시 호남표 중 3분의 1 정도가 박성범 의원을 찍은 데다가 정 전의원은 선대위원장을 맡아 지역구 관리를 거의 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패인으로 꼽힌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심하고 1년여전부터 지역공략에 들어갔다. 경성사건으로 옥살이한 데 대해서도 동정적 시각이 만만찮고 정 전의원이나 부인 모두 ‘사람이 겸손해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정 전의원은 “재래시장 현대화 및 관광특구화, 교통난 해소 등 지역구 현안들은 시장 구청장 국회의원이 모두 여당 출신으로 안정된 협조관계를 이룰 때만 가능하다”는 논리로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박의원측은 15대 총선 때의 여세를 몰아 수성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박의원은 지역주민들이 중앙정치에 매달리는 중진보다는 생활정치를 내세운 자신을 택했다고 보고 이번에도 철저하게 지역밀착 전략으로 유권자를 파고들고 있다. 박의원은 10여년간 지체됐던 신당동 등 관내 재개발을 마무리하고 명동관광특구 지정을 받아내는 등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점 등을 내세워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박의원 부인 신씨 역시 15대 때의 ‘목욕탕 봉사’에 이어 이번에는 ‘수지침 봉사’로 헌신적 내조를 지속하고 있다.박의원은 다만 “정권교체후 당직자들 상당수가 이탈해 나가는 등 조직관리에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게 사실”이라면서 “정체돼 왔던 중구가 지난 4년동안 박성범에 의해 얼마나 많이 바뀌어왔는지 있는 그대로 알리면 주민들이 진실을 평가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이후 신당동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유권자의 15% 정도가 바뀐 사실도 주요 변수다. 15대 이후 신당 3, 4동과 중림동 등 대표적인 달동네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인구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비호남 중산층 인구의 유입이 늘면서 투표성향도 과거보다는 한나라당 후보쪽에 유리해지지 않겠느냐는 게 박의원측 기대다.

    ●강남갑(최병렬―전성철)

    ‘신정치 1번지’로 불리는 강납갑은 서울의 대표적인 중산층 지역이다. 서울 25개 구청 가운데 지방세 납부액이 1위고, 대학재학 이상 학력의 유권자가 68.7%에 이른다. 현역 국회의원만 29명이 모여살고 있는 이곳은 전통적으로 구여권 지지 성향이 강했다. 15대에서도 신한국당 서상목 의원은 38.1%를 얻었지만 국민회의 강동련후보는 18.7%로 3위에 그쳤다. 김대중 대통령은 87년 13대 대선이후 역대 선거에서 이 지역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확고한 보수안정 희구 정서가 정권교체 이후 과연 어디로 귀결됐는지가 관찰 포인트다.

    서상목 의원의 퇴장으로 무주공산이 된 이곳에 한나라당은 간판급 중진 최병렬 전의원을, 민주당은 경북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전형적 TK출신의 전성철 변호사를 내세웠다.

    최 전의원은 언론인 출신으로 공보처, 노동부 장관에 이어 서울시장을 역임한 화려한 경력과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를 ‘최병렬 대 DJ정부의 대결’이란 큰 구도로 몰고 간다는 전략이다. 장관·시장 시절 뚝심있는 일처리로 ‘최틀러’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역대 선거의 흐름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며 낙승을 기대한다.

    전성철후보는 미국 변호사 출신으로 국내 굴지의 로펌 ‘김·장’ 고문 변호사로 일했고 김영삼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 및 정무비서관을 지낸 뒤 경제평론가로 활약하며 국제감각과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쌓아왔다.

    정책기획수석실 비서관으로 있을 때는 특히 사법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TV경제프로 사회와 신문칼럼 기고 등을 통해 재벌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는 등 보수층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개혁성 짙은 정책대안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당에서 당선 안정권 지역을 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며 강남을 고집했을 정도로 소신이 분명하다는 평도 듣고 있다.

    선거전략으로는 ‘정치전문가’보다는 ‘경제전문가’가 필요하며 정치에 시장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직 인지도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올라가지 않고 있지만, 강남의 전통적인 구여권 지지 성향이 최근 한나라당의 분열상태로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강남 유권자들의 취향에 빠른 속도로 어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민련에서는 서울시 부시장 출신의 김명년 위원장이 지난 4년 내내 지역의 사무실과 상가를 전부 돌았을 정도로 표밭을 갈았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재야 운동권의 정책가로 꼽히는 이선근 경제민주화특위위원장이 “진보정치의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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