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호

모발심기·식이요법·기공반지요법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입력2005-05-24 11:5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모발심기·식이요법·기공반지요법
    “저는 전형적으로 탈모가 엠(M)자 모양으로 진행되는 사람인데요. 성 관계와 탈모는 어느 정도 상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0살 이후부터 성욕이 너무 솟구쳐서 거의 하루에 한 번은 성 관계를 하는 편인데, 섹스 횟수와 탈모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인터넷 대머리 동호회’ 게시판에 ‘대머리맨’이라는 ID로 올린 어느 탈모 환자의 절실한 궁금증이다. 이 질문에 대한 조회 횟수가 다른 질문 항목보다 두드러지게 많은 것으로 보아 대머리 동호회원들도 섹스와 탈모의 관계에 대해 은근히 신경을 쓰는 듯한 눈치다.

    이런 현상은 ‘대머리는 정력이 세다’는 속설과도 연관된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힘이 넘쳐 남성의 정액을 자꾸 방출하다보면 대머리가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연상 작용을 불러 일으키기가 쉽기 때문. 실제로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의 대머리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머리가 지나친 색욕(色慾)의 대가라고 여기기도 했다.

    문제는 24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생각하는 대머리들이 꽤 있다는 점. 정수리에 탈모가 진행 중인 한 탈모환자(남·35)는 부부생활을 피하는 바람에 아내로부터 엉뚱한 의심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성생활을 과도하게 하면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여 탈모를 촉진한다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 밤이 무서워졌다. 원래 탈모증 남자들은 머리가 덜 빠진다고 하면 죽는 것 빼고는 뭐든지 해보려는 사람들 아닌가. 그래서 아내와의 잠자리를 자꾸 피했는데, 아내는 남의 속도 모르고 나를 이상하게 보고 있다.”



    대머리와 섹스, 그리고 유전자

    과연 현대 의학자들은 탈모와 섹스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와 관련, 전남대병원 비뇨기과 오병렬교수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전립선 비대증과 남성형 탈모증과의 관계’라는 임상 논문이 흥미를 끈다.

    오교수는 두 증상 모두 강력한 남성호르몬인 다이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때문에 발생하며, 임상 실험에서도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이 대조군에 비해 탈모증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그 역으로 탈모증이 심한 사람들이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에게 많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나 오교수는 이 논문 때문에 대머리와 정력이 함수관계가 있는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고 말한다.

    “남성호르몬이 전립선 비대증과 탈모증에 같이 작용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마치 섹스(정력)와 탈모가 상관 있는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은 아무 관련이 없다.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는 가끔 정액과 남성호르몬을 동일시해 섹스를 많이 하면 정액이 방출되고 그만큼 남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대머리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스레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정액과 남성호르몬 역시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말하자면 아무리 섹스를 해도 탈모 증상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머리환자들한테 왜 이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정답은 남성호르몬이 섹스와 대머리에 관여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 작용 기전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섹스에 관여하는 남성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라는 호르몬이며, 대머리에 작용하는 물질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orotestos- terone)이라는 ‘배 다른’ 호르몬. 즉, 이 두 물질은 같은 남성호르몬이면서도 성질이 서로 다른 것이다.

    원래 핏속을 흘러다니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대머리나 정상인이나 수치상 별 차이가 없다. 그러니 대머리라고 해서 특별히 정력이 셀 거라거나 섹스를 많이 하면 탈모가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는 유전정보 지식에서는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호르몬이 모근(毛根)세포 내에 존재하는 특정 효소(5알파-환원효소) 작용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란 호르몬으로 바뀔 경우 탈모가 진행된다. 그리고 이 효소는 유전적 요인이 크므로 흔히 대머리를 유전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렇게 대머리가 유전적 요인과 남성호르몬의 작용에 의한 것임은 정설로 굳어져 있다. 국내에서 독보적으로 분자생물학 차원에서 모발(毛髮) 유전자 연구를 하고 있는 경북대병원 김정철교수(면역학교실)는 이렇게 설명한다.

    “대머리는 100% 유전(전문용어로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이다. 현재 대머리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여러 개의 유전자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머리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100%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라, 남성호르몬이 나와야 대머리가 진행된다. 예를 들어 어릴 때 거세당한 남자는 남성호르몬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대머리가 안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사춘기 이전에도 대머리가 되는 법은 없다.”

    결국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사춘기가 지난 후 남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질 때 대머리가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김교수는 또 충격적인 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대머리가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잘못된 정보라는 것이다. 여성 대머리는 앞 헤어라인은 유지되고 주로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전체적으로 듬성한 것이 특징이므로 남성에 비해 외관상 표시가 덜 날 뿐이라는 것. 미국에서는 약 2000만 명의 여성이 머리숱이 아주 적어지는 형태의 대머리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성의 경우 남성과 비슷한 대머리 유전 형태를 갖고 있어도 남성호르몬의 절대량이 남자보다 적기 때문에 대머리 발현이 안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채식이 대머리 발현 억제

    대머리는 유전과 남성호르몬에 의해 생기지만 스트레스, 음식, 노화 등이 탈모 진행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즉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사춘기 이후 남성호르몬이 분비될 때부터는 스트레스나 식생활 습관이 탈모의 진행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김교수의 말.

    “우리나라 사람에 비해 서양인들에게서 대머리가 5배 이상 많은 것은, 물론 유전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식생활 습관의 차이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같다. 채식을 주로 하던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대머리 유전자를 가졌다 해도 대머리가 별로 없었으나, 최근에 우리나라 음식이 서구화되면서 대머리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머리가 동맥경화증 환자들에게 많다는 사실도 식이(食餌)습관과 대머리 발현이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대머리의 유전적 소인을 지닌 사람은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식이, 즉 채식을 주로 하면 대머리 발현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해산물, 채소류, 과일 등에는 대머리 발생의 원인인 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인 식물성 에스트로겐(phytoestrogen), 플라보노이드(flavonoid)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동물성 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서양인이 동양인보다 대머리가 많은 것은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으로 유추할 수 있다.

    또 탈모는 스트레스와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명확한 인과관계는 증명된 게 없으나, 미국에서는 4세 된 아들이 죽은 후 수개월만에 완전히 전두부의 머리가 가늘어지면서 대머리가 되었다는 등의 사례가 종종 보고된다.

    무엇보다도 대머리는 조기에 발견하면 적절한 약물치료로 예방할 수 있고 ‘빛나리’가 되는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피부과 전문의들의 말.

    문제는 탈모를 조기에 알아차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정상적으로 1㎠ 당 140개(전체는 7만∼8만개) 정도의 모발이 있는데 이중 반 정도가 빠져도 외관상으로는 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과 주변 식구들이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펴야만 알 수 있다. 특히 부모가 대머리인 경우는 사춘기가 지난 자식의 탈모가 진행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 외가로부터 유전이 내려올 수도 있기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대머리가 아니더라도 외할아버지나 외삼촌 중에 대머리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자신에게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암시하는 징조들은 많다. 일단 김정철교수가 제시한, 아래와 같은 징후가 나타나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 하루에 100개 이상 빠질 때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베개에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하수구로 까맣게 흘러가고 빗질을 할 때도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을 깨닫는다. 이쯤 되면 대머리 위험신호다. 하루에 70개 전후로 빠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그보다 더 많이, 가령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계속해서 빠질 때는 문제가 된다.

    ● 이마가 자꾸 넓어지면 남성은 사춘기가 지나면 누구나 이마의 헤어라인(hairline)이 원형에서 M자 형으로 바뀌게 되는데, 남성형 탈모가 진행되는 사람의 경우 헤어라인이 위로 후퇴하면서 M자도 더 깊어진다. 그런데 이마와 머리의 경계가 분명치 않기 때문에 매일 같이 거울을 들여다봐도 이마가 벗겨지는지 어떤지 잘 모르는 수가 많다. 이런 때는 옛날에 찍은 사진과 지금의 얼굴을 비교해 보면 참고가 된다. 일반적으로 주름살이 있는 곳은 이마, 없는 곳은 머리 부분으로 보면 된다.

    ● 머리카락이 부드러워지면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대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부드러워진다. 그러나 앞쪽 머리카락이 뒤쪽 머리카락에 비해 가늘고 부드러워지면 대머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남성형 탈모’인 대머리는 모발이 빠져서 안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굵던 머리카락이 점차 가늘어져 솜털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머리카락은 일정 기간(3∼5년) ‘자라고-쉬고-빠지는’ 모주기(hair cycle)가 있으며, 빠진 자리에서 3개월 후 새로 모발이 난다. 그런데 대머리가 진행되면 모낭(hair follicle)에 존재하는 모유두(dermal papilla)가 작아지면서 머리털의 굵기도 가늘어지며(솜털 형), 동시에 모주기가 짧아져 조금 자란 후 빠져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두부와 정수리 부위의 모발에서만 일어난다. 전두부의 머리털은 가늘어지는데 후두부의 털은 변화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으나, 모발의 발생이 다르다는 이론이 설득력이 있다. 즉 전두부와 후두부의 머리털은 종류가 다른 셈이다.

    ● 몸의 털이 굵어지면 대머리의 또 다른 징조는 가슴 털과 수염이 굵어지는 것이다. 대머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은 팔, 다리, 가슴의 털이 유별나게 길고 많다는 사실이다.

    ● 비듬이 많아지면 비듬에는 건조성의 마른 비듬과 지루성의 젖은 비듬이 있다. 마른 비듬은 웬만한 사람이면 조금씩 다 있는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머리 밑을 긁을 때 손톱 사이에 끼이는 젖은 비듬이다. 젖은 비듬은 남성호르몬에 의해 피지선의 피지 분비가 왕성해서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머리 밑이 가려워지면서 비듬이 심하고 특히 젖은 비듬이 많아지면 대머리의 전구증상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현상은 대개 빠르면 반년, 길게는 2년쯤 지속되다가 비듬이 일단 적어지면서 탈모가 시작된다. 특히 젊은 층의 탈모가 이런 과정을 밟는다.

    이런 징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과 가족들이 판단하기 어려우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백가쟁명 약물 치료법

    현재 남성형 탈모증 치료제는 ‘우리 약이 발모에 최고’라는 백가쟁명의 양상을 띠고 있다. 발모제, 양모제, 탈모방지제 등의 이름으로 시판되는 약물들이 수두룩하고 전문적인 탈모관리센터도 등장해 ‘대머리’ 고객들을 손짓한다.

    그러나 현재 전세계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이 대머리 치료제로 인정하고 있는 전문 의약품은 ‘프로페시아(Propecia)’와 ‘로게인(Rogaine)’ 뿐이다.

    프로페시아(피나스테라이드라고도 함)는 앞에서 살펴본, 대머리와 전립선 비대증의 원인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 피나스테라이드가 5mg 함유된 것이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이며 피나스테라이드가 1mg 함유된 것이 대머리 치료제인 ‘프로페시아’인데 둘 다 경구 복용약이다.

    그런데 사람에게 나쁜 작용을 하는 DHT는 사실 태아에서 남성의 외부 성기 생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머리가 진행되는 임산부가 복용을 하게 되면, 태아가 남아인 경우 DHT 생성을 억제해 외부 성기가 생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절대 금지해야 한다.

    프로스카나 프로페시아는 전문 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프로페시아는 1998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돼 현재 전세계 4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해 5월부터 국내에도 시판되고 있다.

    국내에 이 약을 보급하고 있는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한국MSD는 최근 국내 남성형 탈모 증세를 보이는 일란성 쌍둥이 9쌍을 대상으로 임상실험한 결과, 프로페시아가 머리카락을 빠지지 않게 할 뿐 아니라 자라게 하는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임상 연구를 맡은 서울 강남의 S&U피부과 김방순원장은 “동일 유전자를 갖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프로페시아가 탈모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정철교수는 프로페시아는 정수리 부분에만 효력이 나타나고 완전 대머리들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말한다. 즉 전체 7단계 대머리 진행 과정(놀우드 분류법) 중 2∼5단계에만 효과가 있다는 것.

    또한 복용을 중지하면 2∼3개월 이내에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효과를 유지하려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프로페시아의 부작용으로 100명 중 2∼3명 정도는 발기부전, 성욕감퇴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40대 이상 남성의 경우 생리적으로 성기능이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심리적으로 프로페시아 때문에 성기능이 감소되었다고 생각하기 쉬우며, 50세 이상의 환자에서는 프로페시아가 거의 효과가 없다고 한다.

    프로페시아를 복용하는 사람 중에는 2∼3개월 복용하고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복용을 중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프로페시아를 복용하면 모발이 자라면서 점차로 굵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발이 빠지고 새로 날 때 굵어지기 때문에 적어도 6∼12개월은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프로페시아가 개발되었다고 발표되었을 때 모발이식 전문가들은 많은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모발이식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게 모발이식 전문가들의 말. 즉 프로페시아는 주로 정수리 부위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효과가 거의 없는 앞부분은 모발이식을 하고 정수리 부위는 프로페시아로 해결함으로써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경북대병원 김정철 교수는 20∼30대 모발이식 환자의 90% 이상에게 프로페시아를 처방하고 있고, 서울의 신학철 박사(신학철피부과 레이저 클리닉 원장) 역시 모발이식과 프로페시아 처방을 병행해 환자의 치료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힌다.

    프로페시아가 먹는 약이라면 로게인(미녹시딜로도 불림)은 바르는 대머리 치료제다. 원래 이 약은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그 부작용으로 환자의 이마나 손 등에 모발이 나는 것을 관찰하고 대머리 치료제로 다시 개발한 것. 국내에서는 현대약품의 마이녹실, 중외제약의 볼두민, 한미약품의 목시딜 등 다양한 제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미녹시딜 제제는 현재 5%와 2% 제제가 나와 있는데 남자의 경우는 5% 미녹시딜 제제를 사용하는게 좋고, 여자의 경우 5% 제제를 사용하면 얼굴 등의 솜털이 굵어지기 때문에 2% 제제를 권하기도 한다.

    김정철교수는 미녹시딜의 어떤 기능이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낭의 성장주기를 연장시킴으로써 가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녹시딜 역시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정수리 부위에서만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머리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두피 앞부분에서는 효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

    미녹시딜 약품은 그 효과를 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스스로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6∼12개월이 소요된다. 또한 하루 두차례씩 꾸준히 두피에 발라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 약품 역시 약물 투여를 중지할 경우 약물 투여 전의 탈모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2∼3개월내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는 현상이 없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종류의 발모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미녹시딜의 초기 연구에서는 대머리 남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지만 사실상 여성에게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앞 헤어라인은 유지되고 주로 정수리 부위에 탈모가 생기기 때문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녹시딜 사용자는 눈에 띄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며 불평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김정철 교수의 말.

    물론 국내에서 ‘대머리 치료제’로 개발된 것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전문 의약품이 아니라 의약부외품이나 식품류들.

    현재 연간 6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의약부외품 시장에는 주로 바르는 발모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인제약의 그로비스를 비롯해 태평양제약의 닥터모, 제일제당의 모발력, 조선무약의 모생천, 한독화장품의 스펠라707 등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또 발모 식품류로는 검정콩 다시마 효모 등을 원료로 한 모리나가(제조원 H&C)가 있다.

    이들 제품들은 대부분 식물 추출물을 주된 성분으로 하고 있다. 식물에는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하는 물질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정철교수는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의 경우는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의약품이지만, 의약부외품은 실제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도 양모제(모발에 영양분을 공급해서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제품)라고 해서 250여종의 의약부외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런 약들은 위약(僞藥) 효과 즉, 심리적 효과가 30%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화장품으로 분류된 국산 제품에 발모 효과가 있음이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 한독화장품 자회사인 ㈜스펠라가 제조, 판매하는 스프레이형 발모제 ‘스펠라 707’이 바로 그것. 스펠라 707은 행인·도인·당귀 등 동양의학에서 모발 성장과 두피 혈류 촉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생약을 주원료로 만든 스프레이형 탈모방지 및 발모촉진제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정명희교수와 중앙대 의대 피부과학교실 노병인교수팀이 지난해 2월부터 올 3월까지 남성 탈모증 환자 81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스펠라 707의 탈모방지 및 발모촉진 효과가 90%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노교수팀은 50명을 대상으로 약효를 시험해본 결과 스펠라 707를 뿌린 치료군(42명)의 모발수 증가 정도가 위약(僞藥)을 사용한 대조군(8명)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스펠라 707 임상시험 연구 결과를 올 7월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모발연구학회 제3차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고, ㈜스펠라측은 화장품으로 분류돼 있는 이 제품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아 ‘의약부외품’으로 용도를 변경할 계획이라 한다.

    모발 이식술의 세계

    국내외에 알려져 있는 발모제는 사용을 중단하면 그 효과가 없어지는 공통적인 단점이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대머리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자신의 머리카락을 옮겨 심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말이다.

    모발이식은 대머리가 되지 않는 머리 뒷부분의 머리카락을 떼내 대머리 부분에 옮겨 심는 방식이다. 최근에 주로 시술되고 있는 모발이식 방법은 미니식모술과 모낭군 이식술, 그리고 단일모 이식술을 꼽을 수 있다.

    미니식모술(minigraft)은 미국에서 주로 시술되고 있는 방법으로 5∼9개의 머리카락이 있는 미니 이식편(모낭을 함유한 두피조직)을 뒷머리에서 떼어내 대머리 부위에 그대로 옮겨 심는 방식이고, 모낭군 이식술은 한 구멍에서 1∼3개씩 자라는 모낭군을 떼내 옮겨 심는 방식으로 김정철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단일모 이식술은 아예 모낭군의 모발들을 한올 한올 단일모로 분류해 다시 한 올씩 대머리에 옮겨 심는 방식이다.

    김정철교수는 미니식모술과 모낭군 이식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미니식모술에서 미니 이식편은 이식 후 상처가 아물면서 이식편이 쪼그라들어 한 구멍에서 5∼9개의 모발이 자라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미니 이식편을 헤어라인 부분에 사용하게 되면, 이식편이 큼직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머리를 뒤로 빗어 올리거나 옆으로 빗을 때 이식 부분이 그루터기처럼 부자연스럽게 보이게 된다. 또 정수리에 미니 이식편을 심으면 모발 덩어리가 똑바로 선 듯이 보이게 되어 감추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큰 조직 자체가 덩어리진 것으로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다. 또한 심은 부위의 피부가 탈색되어 흰색으로 보이거나 혹은 심은 부위가 돌출하여 자갈밭처럼 울퉁불퉁해지는 경우도 자주 있다.

    나는 한 구멍에서 1∼3개씩 자라는 모낭군을 떼내 옮겨 심는 모낭군 이식술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법은 원래의 모발 분포상태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보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모발이 굵고, 직모이며, 검은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모낭군 이식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은 수의 미니 이식편을 심는데 비해 많은 수의 모낭군을 심으려면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국내에서 단일모 이식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신학철박사(신학철 피부과 원장) 역시 미국식 미니식모술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라고 밝힌다.

    “얼마 전 모 중앙 언론사 사장이 단일모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왔는데, 이미 미국에서 미니식모술을 받은 상태였다. 정수리에 심은 모양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너무 표시가 나 재이식수술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뒷머리카락 숱이 이식술을 할 만큼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하니 매우 안타까워했다.”

    신박사는 그러면서 모발이식에서 자연스러운 모습, 즉 미용적인 측면까지 고려할 때는 단일모 이식술이 권할 만하다고 강조한다.

    “단일모 이식술은 원래 모발이 한 개씩 자라는 눈썹, 속눈썹, 수염, 음모 등을 재건하는데 사용해온 방법이다. 이 방법은 모낭군의 모발을 한 올 한 올씩 옮겨 심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단일모로 옮겨 심는 과정에서 모발 손상을 일으킬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시술자가 고생하는 만큼 미용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효과가 크다. 한 올 한 올을 털을 심는 방향과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털이 자랐을 때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워 환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단일모 이식술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신박사가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www. laser-clinic.co.kr)에 소개돼 있으므로 참고하면 된다.

    한편 신박사는 장기적으로 생각해볼 때는 탈모환자의 입장에서 모발제제 복용보다는 모발이식이 더 경제적이라고도 한다. 모발제제는 평생 먹어야 하지만, 모발이식은 수술할 때의 비용(환자의 상태나 병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500만원 내외 정도가 든다고 함)이 많이 드는 대신 한 번 이식으로 영구히 머리카락 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탈모환자 중에는 뒷머리카락을 떼내면 그곳에 표시가 나지 않느냐고 우려하지만, 떼낸 부위는 수술로 꿰매 아물고 뒷머리카락이 가려주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머리 환자들 사이에는 발모제를 먹거나 바르면서 동시에 검정콩이나 검정깨가 발모에 좋다 하여 복용하는가 하면, 탈모관리센터에서 두피 마사지를 받는 등 발모 보조요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발모에 어느 정도 효과를 주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런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머리를 자연치유요법으로 고쳐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음양기류연구회의 이강원 원장이 그 주인공. 이씨는 이미 은금반지요법으로 대체의학 분야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또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은·금반지 신드롬’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청와대 행정비서실 비서관들이 은·금반지를 끼고 나서 “머리가 빠지던 것이 새로 나고 주량이 세졌다”고 주장하면서 총무, 민정 비서실 등 청와대 전체로 번져나갔던 것. 김영삼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도 청와대 수행원들이 저마다 양 손에 은가락지와 금가락지를 차고 있어서, 중국 관계자들이 김대통령을 수행하는 사람들임을 표시하는 비표(秘標)가 아닌가 물어오는 등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무튼 이 반지를 차고 있으면 머리카락이 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잡아 나갔던 것이다.

    음양기류연구회의 이강원씨는 이 요법을 ‘은금반지 보건기공의술’이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연치유능력(Natural Healing Energy)’이 있는데, 한마디로 이 요법은 인체 내에 잠재한 자연치유능력을 업그레이드시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도록 돕는 기공 의술이다.

    유전적 혹은 후천적 원인에 의해 오장육부에서 음과 양의 기능이 왜곡될 경우 질병이 찾아온다. 이 요법은 한 손에는 은반지를, 다른 손에는 금반지(도금)을 손가락에 끼움으로써 왜곡된 음양의 기운을 조절해, 자연치유력 기능을 극대화시켜주는 원리다. 대머리의 경우 탈모 자체를 겨냥한다기보다, 몸의 자연치유력 기능을 향상시켜주면 빠졌던 머리카락도 다시 나는 것이다.”

    부연 설명하자면 인체내 오장육부의 흐름과 상태는 경락(經絡)을 통해 손가락에도 나타나므로, 불필요하게 양의 기운이 커진 상태는 은반지를 통해 사(瀉)해 주고 너무 약해진 음의 기운은 금을 통해 보(補)해주는 원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대머리환자가 뼈도 약한 이유

    대머리와 관련해 이어지는 그의 설명 “음양기류연구회에는 현재까지 발모 현상을 보인 2304명의 사진과 그들이 육필로 적은 소견서를 보관하고 있다. 이들 사진만큼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는가. 또 우리 연구회가 축적한 임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탈모가 진행되는 환자의 70% 이상이 뼈도 함께 약해지고 있는 현상이 발견됐다. 즉 눈에 보이는 뼈인 치아가 덩달아 약해지고 손·발톱의 성장이 부진하고 약해지는 현상이 있었던 것이다.

    이는 탈모증이 머리카락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오장을 통한 인체의 전반적인 면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은금반지요법을 받고 난 대머리 환자들에게 머리카락이 다시 나는 것은 물론 백발이 흑발로 변하거나, 치아가 단단해지고, 심지어 눈이 밝아지는 현상을 보이는 것은 우리 육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강원 원장은 이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밝혀보기 위해 전국 대학병원들, 의학연구소, 보건당국 등에 공문을 보내 자신이 축적한 임상자료를 제공할 테니 연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한군데에서도 가타부타 회신을 보내오지 않는다는 것. 아무튼 음양기류연구회에는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www.yyenergy.com)에 그간의 임상 자료들을 공개해놓고 있다.

    실제로 은금반지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해본 결과 반응이 놀랄 만하다. 경남지원에 근무하고 있는 황모 부장판사는 은금반지를 착용하면서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현상을 보인다고 밝혔고, 한국언론재단에 근무하는 김모씨(65)는 은금반지를 착용한 뒤 아직 머리카락 상태는 잘 모르겠으나 건강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한 대학병원의 피부과 교수가 자신의 환자 최모씨(24)를 음양기류연구회에 보냈는데, 은금반지를 착용한 지 2개월만에 머리카락이 몰라보게 자랐다는 것.

    대부분의 대체요법이 그렇듯이 은금반지요법에 의한 발모 현상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지만, 환자들이 대체로 만족해 한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