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호

면역주사·레이저 코수술·아로마요법 신치료술

⑤난치병에 도전한다·알레르기 비염&천식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입력2005-04-08 14:2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등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유전성 ‘알레르기 체질’은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걸렸다 하면 쉽게 낫지 않는 이 질환에 대한 양·한방 의학계의 신치료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나.
    일상 생활에서 ‘어떤 사물을 거부하는 심리적 반응’의 뜻으로 널리 쓰이는 단어 알레르기(allergy)는 원래 ‘변형된 반응(작용)’이라는 의미의 의학적 용어다. 인체는 외부에서 이물질이 체내로 들어오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면역반응(정상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그것이 지나쳐 과민 반응(과민성 면역반응)을 나타냄으로써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를 알레르기 질환이라고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우리나라 인구의 10∼20%에서 관찰될 정도로 흔한 병이면서도 쉽게 낫지 않는 특성이 있다. 또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그에 비례해 증가하는 현대병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레르기 질환은 아무나 걸리는 것이 아니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바퀴벌레 등 알레르겐(allergen,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유전적 배경’을 지닌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의학계에서는 알레르겐 과민 반응으로 천식, 비염,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사람을 가리켜 ‘알레르기 체질’이라고 한다.

    집안 내력성 질환

    알레르기 체질은 그 유전적 특성 때문에 가족 단위에서 군집(群集)으로 나타난다. ‘대한 천식 및 알레르기 학회’ 자료에 따르면 가족중 아토피성 호흡기 질환(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가계에서 태어난 사람의 경우 20세 이전에 남자의 28%, 여자의 10%가 알레르기 비염 혹은 천식이 발생한 반면 아토피성 호흡기 질환이 없는 가계에서 태어난 경우는 남자의 1.5%, 여자의 0.08%만이 알레르기 질환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이 알레르기 체질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가지고 피부반응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다. 피부반응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면 알레르기 질환에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피부반응검사에 양성반응을 보인 집단(100명)에서는 20명이 3년 후에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하였고 다른 10명은 7년 뒤에 천식이 발생한 반면, 피부반응검사에 음성반응을 보인 집단(100명)에서는 한두 명만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알레르기 질환은 유전적 특징 외에도 알레르겐에 한번 접촉했다고 해서 덜컥 병에 걸리지는 않는 특이성이 있다. 알레르겐에 처음 접촉할 때는 오히려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며 최소 두 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접촉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일단 알레르기 과민반응을 일으키면 인체의 모든 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레르기 전문가들은 알레르겐이 인체의 어느 부위에 작용하여 증상을 일으키는지에 따라 병명이 달라질 뿐이지, 그 작용하는 기전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생활 환경에서 접하는 여러 알레르기 원인물질들이 인체의 어느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공기와 함께 섞여 들어오는 알레르겐(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포자, 동물의 털 등)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알레르기 ▲음식물(우유, 계란, 어패류, 콩류, 복숭아 등)이나 경구용 약물 복용시 발생하는 경구용 알레르기 ▲피부나 점막에 알레르겐(합성섬유나 합성수지, 화장품 등)이 반복 접촉함으로써 생기는 접촉성 알레르기 ▲햇빛이나 더운물 혹은 찬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발생하는 물리적 알레르기 등이 그것이다.

    이중 호흡기관을 통해 발생하는 호흡기 알레르기(비염, 천식 등)가 가장 일반적이면서 쉽게 고쳐지지 않는 난치질환으로 꼽힌다.

    먼저 알레르기 비염은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의 세 가지 특징적인 증상을 일으킨다. 알레르기 질환 전문의들은 전세계적으로 생활환경 변화와 대기오염 등 요인에 의해 알레르기 비염 환자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전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전체 인구의 15∼30%를 알레르기 비염 환자로 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전체 인구의 15% 정도(성인 10%, 소아 20%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과 집먼지진드기가 주 원인물질로 1년 내내 증상이 나타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이 그것이다.

    꽃가루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환자는 전체 알레르기 환자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지난해 프로골퍼 박지은이 데뷔 초기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미국 USA챔피언십 대회에서 컷오프를 당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었다. 박지은은 당시 재채기와 콧물이 줄줄 나오고, 눈이 충혈되고, 코까지 빨갛게 달아오르는 등 알레르기 비염 증상 때문에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던 것이다.

    박지은의 경우처럼 알레르기 비염은 공기 중에 코점막과 ‘궁합’이 맞지 않는 특정 물질이 들어와 코점막이 과민하게 반응했을 때 생긴다. 이때 배가 아플 정도로 심한 발작적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증상 등이 대표적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눈이나 코, 입천장이 가렵기도 하다.

    그런데 알레르기 비염은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 목소리 변화, 후각기능 감퇴, 목 통증 등도 동반하므로 자칫하면 감기나 축농증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감기인 줄만 알고 내과나 이비인후과 치료를 열심히 받다가 뒤늦게 알레르기 질환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적잖다.

    감기에 의한 감염성 비염은 재채기 횟수가 알레르기 비염에 비해 비교적 적으며, 맑은 콧물보다는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누런 콧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아무튼 알레르기 비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나 축농증과는 차이가 나므로 그 치료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알레르기 천식 또한 일반적으로 기관지 천식 증상(발작적인 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호흡곤란 등)과 유사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호흡곤란이나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 없이 발작적인 마른 기침만 하거나 그냥 가슴이 답답한 증상만을 호소하는 경우 알레르기성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알레르기 천식 전문의 남송현 박사의 말이다.

    남박사는 또 1년에 서너 번 이상 기침과 콧물로 고생하거나 일주일 이상 콧물과 기침이 계속되면 알레르기 천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알레르기 천식은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소아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알레르기 체질의 소아들은 태열(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천식을 번갈아 앓는 특이적인 현상도 보인다고 한다.

    여하간 모든 알레르기 질환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진단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피부 반응검사, 혈액 검사, X선 촬영 등을 통해 환자의 알레르기 유무 및 그 원인물질 그리고 증상이 심한 정도에 대한 진단을 내린 후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주목받는 식빌딩 증후근

    알레르기 질환 환자로 판명날 경우 무엇보다도 알레르겐(항원)을 찾아내 그 원인 물질을 제거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제1단계로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이른바 ‘회피요법’은 원칙적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집먼지나 집먼지진드기 그리고 공기 중에 날리는 꽃가루나 곰팡이 포자, 애완용 동물의 털 등을 전부 없애거나 완전히 회피한다는 의미다. 또 증상을 악화시키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찬 공기도 피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물질인 DEP가스는 알레르기 질환을 악화시키는 물질이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실내공기 오염 등으로 인한 ‘식빌딩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도 증가하고 있어 알레르기 질환 환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식빌딩 증후군은 새로 지은 건물이나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 중에 기침이나 코막힘, 천식, 두통, 만성피로, 가려움 등 원인을 특별하게 규명짓기 어려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로 WHO(세계보건기구)가 명명한 이름이다.

    식빌딩 증후군을 유발하는 실내공기 오염 물질은 단일성분에 의한다기보다는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실내공기는 다양한 크기의 먼지, 곰팡이, 세균·바이러스 등 병원성 물질, 건물내 페인트·절연물질·사무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성 화학물질 등으로 오염돼 있으며 온도·습도·냄새·바람·환기 상태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바로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식빌딩 증후군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최근 알레르기 비염 전문병원인 하나이비인후과의 이상덕 박사팀(하나비과학연구소)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새 건물의 경우 실내 내장제로부터 발산되는 화학물질이 식빌딩 증후군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실내 장식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 실내 페인트에서는 가스성 자극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가 뿜어져 나오는데,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물질이 혈관내 호산구(알레르기 염증 세포)의 유입을 촉진시켜 비점막을 자극하고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새로 지은 아파트나 빌딩에서 질이 좋지 않은 실내 페인트를 사용했을 경우 포름알데하이드의 농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또 새로 지은 집이나 사무실에 이사간 후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들 역시 이 물질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덕 박사는 결론적으로 포름알데하이드가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되고 비염 환자에게는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므로, 새로 지은 건물의 경우 적절한 실내온도와 습도 유지 그리고 환기 시설을 적절하게 설치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보면 모든 사람들은 밖으로는 배기가스 등 오염된 대기에, 안으로는 깨끗하지 못한 실내공기에 하루 종일 노출돼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로부터 회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이박사의 현실적인 조언.

    “알레르기 환자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실내를 청결히 하고, 먼지가 쌓이기 쉬운 카페트나 소파(특히 천으로 된 것)를 치워 보거나, 베개나 침구류를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로 세탁을 한다든지, 실내 온도와 습도 그리고 환기시설을 잘 조절하여 진드기가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또 꽃가루가 날리는 때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 외출할 때에는 안경이나 마스크를 사용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코를 풀고 물로 눈을 씻는 것이 좋다.”

    이러한 회피요법과 함께 대부분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는 약물요법이 시행된다. 알레르기 상태에 따라 항히스타민제, 항알레르기제, 스테로이드제 등을 단일 또는 함께 사용한다. 현재는 항알레르기제와 국소용 스테로이드 제제가 환자 치료에 널리 이용되고 비교적 효과가 좋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약물들은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경우 콧물, 재채기에는 효과가 있지만 코막힘에는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이상덕 박사의 말.

    “약물로 잘 듣지 않는 코막힘 증상 때문에 환자들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점막수축제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약을 사용할 당시에는 효과가 있으나 장기간 사용시 약물 부작용으로 콧속 점막이 다시 부어 더욱 코가 막히게 되는 약물중독성 비염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사용하여야 한다.”

    한편 비염이 심한 환자의 경우는 아예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할 때부터 의사와 협의해 비염 증상을 경감시키는 예방약을 처방받을 수도 있다. 예방약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2주일 정도 걸리므로 시점을 잘 선택해야 함은 물론이다.

    천식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송현 박사(남송현내과 원장, 02-596-0581)는 흡입제인 크로몰린, 경구투여제인 케토피펜 같은 예방약을 이용해 미리 증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알레르기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회피요법과 약물요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이때 아예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소량 피부에 주사하는 면역요법이 곧잘 쓰인다. 일종의 예방주사를 놓는 셈. 이는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피부에 아주 미량으로 주사하는 것에서 출발해 서서히 그 양을 늘림으로써 체내에서 알레르겐 차단 항체를 형성하고 림프구 반응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원인 물질에 접촉해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원리다. 결국 알레르기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버린다는 뜻이다.

    이른바 ‘체질요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면역요법은 대략 1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으면 6개월~1년 후 알레르겐에 강해지는 체질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배운 면역요법을 국내 환자들에게 시술하는 이심현 원장(한국알레르기의원, 02-3462-1977,8)은 “대략 1주일에 한 번 주기로 6개월간 면역주사를 맞아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면 환자들은 그후부터 1개월에 한 번 혹은 3개월에 한 번 정도로 그 치료 주기를 계속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알레르기 증상이 좋아진 후에도 2∼3년간은 면역요법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좋아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원장은 또 알레르기 질환은 만성질환이므로 환자들이 이 병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처음 몸에 찾아왔을 때 바로 치료에 들어가면 쉽게 고칠 수 있는데도 알레르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환자들 대부분이 증상이 와도 참거나 병을 키운 뒤에 병원을 찾는 점이 안타깝다. 환자의 연령층을 보더라도 그렇다. 나이가 어릴수록 면역주사 효과가 빨리 나타나 그만큼 치료기간이 짧아질 수 있으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더불어 만성적으로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알레르기 체질을 단기간에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장기레이스로 스스로 지속적인 치료 및 관리를 해나가겠다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길게 보면 면역요법은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물요법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효과적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알레르기 질환은 면역요법으로 충분히 치료

    할 수 있지만, 환자가 주기적인 주사치료를 빼먹거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15년간 4000여 명의 알레르기 천식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 체질과 증세에 맞는 체질요법을 쓰는 남송현 박사 또한 알레르기 질환을 완치시킬 수 있는 것으로 체질요법, 즉 면역요법을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단 면역주사에서는 주사액의 농도가 적절치 못하게 사용됐을 때 환자의 알레르기 증세가 악화되기도 하며 심한 경우 쇼크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주사를 맞은 후 1∼2시간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박사는 특히 천식환자의 경우 면역요법을 하는 중에 폐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운동요법도 보조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이때 과격한 운동이나 오래하는 운동(마라톤, 축구 등)보다는 쉬엄쉬엄 할 수 있는 운동(수영, 볼링, 골프 등)이 좋고 자신이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할 정도의 운동량에서 그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최신 레이저 수술요법

    그러나 이상덕 박사는 알레르기 체질 자체를 아예 바꿔버리는 면역요법이 이론상으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실제 임상 경험에서는 치료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게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서는 천식 치료에 비해 그 만족도가 훨씬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코가 기관지나 폐와는 달리 외부 환경과 바로 접촉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는 것.

    이박사는 따라서 약물요법, 면역요법 등으로도 잘 치료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술적 요법이 고려된다고 밝힌다. 이는 특히 알레르기 질환 중에서도 비염 치료에 적용된다. 탄산가스(CO2) 레이저를 이용하여 알레르겐에 예민해진 콧속 점막을 지져서 굳은살로 만들어 증상을 해결하는 레이저 수술요법이 그것. 1986년 일본에서 개발된 이 요법은 알레르기 비염 전문병원인 하나이비인후과(02-3452-1347) 이상덕 박사팀에 의해 국내에 처음 도입돼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저 수술요법은 약물에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입시를 앞둔 수험생 환자 등에 제한적으로 시술된다. 그런데 이 수술법은 코 점막의 얇은 겉표면(0.1∼1mm) 부분만 살짝 태워 코막힘 증상을 일으키는 알레르겐에 덜 예민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므로 아주 심한 코막힘 증상에는 효과가 덜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일단 수술받은 환자의 70∼80%는 코막힘 증상이 없어지지만 평균 2년이 지나면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있고, 콧물과 재채기 증상에는 효과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상덕 박사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수술요법이 최근 도입돼 비교적 환자들에게 만족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를 테면 ▲맑은 콧물이 계속 흐르는 경우 코 점막에서 콧물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신경가지를 내시경으로 찾아내 레이저로 절단해주는 ‘후비신경 절단술’ ▲주로 코막힘이 심한 경우는 ‘하비갑개 점막하 절제술’이나 하비갑개 성형술(콧속 공간을 넓혀주는 수술)을 시행한 후 코블레이터를 이용해 부어 있는 점막의 부피를 줄여주는 ‘코블레이터 수술요법’ 등이 그것이다.

    이중 코블레이터 수술법은 코막힘 증상에 대한 수술 효과가 90% 이상 좋게 나타날 정도로 효과가 있어 환자에게 권장되고 있다고 한다. 코블레이터는 부어 있는 점막 내로 가느다란 바늘을 삽입하여 저온의 고주파를 발생시키는 수술기계를 가리키는데, 점막 내의 단백질 성분을 분해해 그 부피를 현저히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수술법은 출혈 및 통증이 기존 수술법에 비해 현저히 적으며 수술후 치료 기간 역시 현저히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상덕박사는 코블레이터 수술법은 현재 알레르기 비염 뿐만 아니라 비후성 비염, 코골이 수술 등에 그 우수한 효과를 입증받았다고 전한다(더 상세한 내용은 www.hanaent.co.kr 참조).

    아무튼 알레르기 비염은 그대로 방치하면 훗날 코점막이 붓는 비후성 비염이나 축농증, 중이염 혹은 인후염 등으로 발전할 수 있고, 천식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으로 이행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는 게 이박사의 말이다.

    한방에서는 알레르기성 비염의 주요 원인을 수독(水毒), 즉 물의 나쁜 기운 때문으로 해석한다고 한다. 한방요법으로 코 알레르기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김남선 원장(한의학박사·영동한의원장, 02-542-9557)은 체질적으로 수독이 쌓이기 쉬운 태음인에게서 알레르기성 비염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사상체질 중 태음인은 그 특성상 간의 기운은 왕성하지만 폐의 기능이 약해 외부의 항원물질인 꽃가루, 애완동물의 털, 집먼지, 집먼지진드기 등이 호흡기로 들어오면 그 즉시 수독이 반응하여 콧물과 재채기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에는 예로부터 ‘소청룡탕’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쇠뜨기풀과 유사한 마황, 오미자, 감초 등을 주 재료로 처방한 소청룡탕은 몸의 수독을 땀이나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하여 콧물이 흐르는 증상에 잘 듣는다는 게 김원장의 설명. 그러나 소청룡탕의 재료인 마황에는 ‘에페드린’ 성분이 있어 자율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이 강해 많이 복용하면 몸의 경련이 일어나고 극도의 불면증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한편 코알레르기 질환은 외형적으로 마르고 팔다리가 늘씬한 체형과 냉증 체질의 여성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특히 몸이 차가운 여성들은 알레르기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급선무. 밤·연근·인삼·생강 등 성질이 따뜻한 음식을 상식(常食)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반면 배·콜라·포도 등 찬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가정에서 코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영지버섯과 대추·감초를 같은 양으로 달여 하루 수차례 복용하면 크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영지는 항알레르기 작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하는 향기요법

    한편 김남선 원장은 한방 약재와 더불어 요즘 대체의학계의 주목을 받는 향기요법(Aromatherapy)도 병행한다고 밝힌다. 향기요법이란 식물에서 추출한 정유인 에션셜 오일을 사용하는 것으로, 실제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서 비수술적 요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김원장은 향기요법이라고 해서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아는 향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향수, 비누 등 강한 자극이 되는 향기는 도리어 코 알레르기의 원인물질이 될 수 있다. 반면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사용되는 향은 대부분 항바이러스 효과와 살균효과, 코 점액의 배출효과 등이 있어 콧속이나 코막힘 증상 등을 부드럽게 가라앉히는 물질이다.”

    향기요법에 쓰이는 가장 대표적인 식물중의 하나가 유칼립투스(Eucalyptus). 호주가 원산지인 이 나무에서 추출해낸 오일은 강력한 살균 효과 뿐 아니라 거담, 진정 효과도 있어 호흡기 질환에 좋은 약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비염, 천식 등)에 뛰어난 효능이 있다고 한다.

    향기요법은 오일을 물이나 증류수에 10 대 1로 희석해 ‘네브라이저’를 통해 코로 흡입하게 하는 방법으로 시행된다. 또 오일은 일반 백화점이나 아로마 숍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집이나 직장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 이때는 티슈에 오일을 2∼3방울 떨어뜨려 코에 갖다 대거나 오일을 바른 면봉을 콧속 점막에 문지르면 된다.

    한편으로 김원장은 향기요법 역시 사상체질에 따라 적용을 달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태음인의 알레르기 콧물 증상에는 주로 유칼립투스가 효과가 좋고, 소양인의 코막힘 증상에는 박하 향인 페퍼민트(Peppermint)를 사용하고, 소음인의 콧물과 재채기 증상에는 파인(Pine)향이 그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코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는 자신의 체질, 병의 경중, 증상, 집안의 병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단 의사의 진찰을 받은 후 치료에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해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포자, 세균 등을 없애주는 아로마 오일(fumite)도 한 정형외과 의사에 의해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인체의 생체 에너지를 조절해 환자를 치료하는 로벤요법의 창안자이면서 아로마테라피 전문가인 손영호 박사(로벤의원장, 02-2187-6577)가 그 주인공.

    손원장은 관절염 환자를 치료하던 중에 그 환자가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앓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개발한 오일을 환자 침실에 사용토록 해 환자가 비염에서 탈출하는데 도와주었고, 그 소문을 들은 다른 환자들이 너도나도 오일을 원하므로 정식 제품으로 만들게 됐다고 밝힌다.

    오일을 침실 등에 뿌리는 방법은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서 이른바 ‘적극적 회피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방안의 요를 뒤집어 네 귀퉁이마다 한 방울씩 떨어뜨리고 다시 방의 구석진 몇 군데를 골라 한 방울씩 떨어뜨리면 된다. 침대를 사용하는 경우에서는 요를 걷어내 매트리스 위에 같은 방법으로 떨어뜨린다. 2∼3일에 한번씩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손원장은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들이 원인 물질이 완전히 없는 곳에서 살 수는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이 방법이 병원 치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손원장은 특히 로벤요법과 아로마요법을 병행할 경우 매우 놀랄 만한 치료 효과를 내고 있어, 조만간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알레르기 유발인자의 유전자를 몸에 투여하는 최첨단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대인들의 향기치료법이 현대에 되살아나고 있음은 아이러니컬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