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부오름 분화구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느 소떼. 멀리 한라산이 아스라하다.
이들 오름은 대체로 비고(比高·실제 등산하는 높이)가 낮아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의 수많은 오름과 멀리 쪽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좋다. 또한 오름 기슭과 오름 주변의 광활한 초원지대에는 억새와 들꽃이 무성하다. 사실 제주도의 가을은 억새의 흔들림과 함께 찾아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줄기 가녀린 바람에도 물결처럼 일렁거리는 억새꽃은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일어선다. 아무리 모진 바람에 시달려도 억새꽃은 다시 일어선다. 어찌 보면 짓밟히고 억눌릴수록 더 굳세지는 제주 사람들의 강인한 끈기와 생명력을 고스란히 닮았다.
동부 중산간지대의 여러 오름 가운데 가볼 만한 곳이라면 아부오름(301m)이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이 오름은 송당리 건영목장 정문 옆에 솟아 있는데, 비고가 30~50m에 불과해서 오르기가 아주 수월하다. 게다가 78m의 깊이로 움푹 팬 분화구 정상에 올라서면 송당리 일대의 여러 오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장쾌한 풍광에는 아무리 가슴이 메마른 사람이라도 감탄사를 절로 연발한다. 그밖에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월랑봉·382m)과 그 동생 격인 아끈다랑쉬(198m),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형태를 보여주는 용눈이오름(248m)도 오름의 독특한 풍정에 매료된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오름과 억새밭과 목장이 밀집한 동부 중산간지대에는 여러 갈래의 찻길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어느 길을 타도 제주도만의 독특한 가을 풍광과 정취를 만날 수 있다. 특히 1112번 지방도의 교래~송당, 동부산업도로(97번 지방도)의 대천동~성읍, 16번 국도의 송당~수산, 1119번 지방도의 성읍~수산 구간의 가을 풍경은 가위 환상적이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64)
※여행 적기: 10월 중순~11월 초순(억새의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시기다. 11월 중순에 들어서면 모든 씨앗을 바람에 날려보낸 억새는 앙상한 줄기만 드러낸 채 겨울을 준비한다.)
▷숙식
제주도 동부의 오름 밀집지대에는 편의시설이 많지 않다. 하지만 사랑터울(교래리, 782-0102), 명송리조트(송당리, 784-4931) 등의 펜션(Pension; 고급민박)이 있어서 숙식을 해결하기가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송당리 대천동에서 동부산업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8㎞쯤 가면 성읍민속마을이다. 이곳에는 늘푸른레저타운(787-2343)을 포함해 민박집이 여럿 있으며, 옛정의골(787-0934), 괸당네(787-1905) 등의 음식점에서는 흑돼지구이를 비롯한 제주도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는 길
① 제주시(11번 국도)→견월악 삼거리(1112번 지방도)→교래(산굼부리)→대천동 사거리→건영목장 입구→송당리
② 제주시(16번 국도)→송당리→용눈이오름 입구(상도리 공동목장)→성읍 민속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