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호

사회 부조리 고발하는 ‘디카 신문고’ 맹활약

  • 글 : 박하영 IT칼럼니스트 nikoala@hanmail.net

    입력2004-10-25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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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부조리 고발하는 ‘디카 신문고’ 맹활약
    북(鼓)도 필요없다. 말도 필요없다.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고발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디지털카메라나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해 ‘디카 신문고’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아마도 즉각 반응이 올 것이다.

    얼마 전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이모(33)씨는 집 앞에 있는 맨홀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와 노인뿐 아니라 어두운 밤길엔 젊은 사람도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씨는 현장 사진을 찍었고 이를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 com)에 올렸다. 며칠 후 맨홀에는 뚜껑이 생겼다.

    시민옴부즈맨공동체(www.ombudsman.or.kr)에서 운영하는 디카 신문고에는 이처럼 일상 생활에서 불편하다고 느꼈거나 부당한 일이 있을 때 이를 고발하는 제보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사진 한 장이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인 것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각 구청 홈페이지에 신문고 게시판이 있지만 대부분 텍스트 형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고발민원을 접수해도 처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읽어보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디카 신문고를 만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김호중 사무국장의 말이다. 김 사무국장은 처음엔 공동체 홈페이지에 디카 신문고 게시판을 만들었지만 홍보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디시인사이드 등 유명 디지털카메라 사이트와 손잡게 되었는데, 이후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네티즌의 반응에 놀라고 기관·단체들이 사진을 보고 바로바로 시정하는 데 또 한번 놀랐다.



    곰팡이 핀 냉동밥, 이물질이 들어 있는 생수, 굳어서 가루가 된 검은깨두유 사진 등을 보면 누구라도 즉시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진 한 장의 파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기에 관련 업체들은 불량제품을 구입한 사람에게 보상조치를 하는 것은 물론 양로원이나 고아원 같은 사회단체에 제품을 기증하면서 손상된 이미지를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디카 신문고의 인기가 치솟자 사진 신고 게시판을 도입하는 옴부즈맨 사이트가 늘고 있다. 경기, 강서, 제주 등 구청 홈페이지의 민원신고실을 비롯해 행자부(www.mogaha.go.kr), 통계청(www.nso.go.kr)에서도 신고 게시판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조만간 ‘폰카’로도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만들 것”이라는 김 사무국장은 “보상을 바라고 신고하는 네티즌보다는 성숙된 시민사회를 위해 옴부즈맨 활동을 하는 네티즌이 훨씬 많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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