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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 이전협상 청와대 보고서의 진실

“이대로 협상하다간 나중에 우리 다 죽는다”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용산기지 이전협상 청와대 보고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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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는 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 국방부와 외교부 관계자들을 은밀히 불러 협상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국방부에서는 법무관리관실 소속 군법무관이, 외교부에서는 조약국 실무자가 ‘조사’를 받았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인물이 김형동 군법무관이다. 김 법무관은 협상과정에서 법적인 자문을 했다. 하지만 말이 자문이지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공직기강비서관실 판단이다.

김 법무관은 국방부 협상팀인 ‘용산기획반’에 협상의 기준인 1990년 합의각서에 위법적 요소가 있음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번번이 묵살당했다. 또 비용부담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위해 협상팀에 비용목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비밀’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협상팀은 시민단체 등에 의해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문제점이 공론화되자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법률검토보고서를 공식 요청했다.

국제공법담당관이던 김 법무관이 그 일을 맡게 됐다. 그가 ‘시민단체의 주장이 다 맞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올리자, 국방부를 곤란하게 하는 내용을 빼고 재작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작성하면 되돌려보내기를 10여차례. 결국 김 법무관의 의지와 상관없는 보고서가 그의 이름으로 작성됐다. 요지는 용산기지 이전협상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국방부 협상팀은 이 문서를 사방에 돌렸다.

그후 협상에 관계된 모 장교가 김 법무관에게 전화를 걸어와 “매국적 협상”이라고 울분을 터뜨리며 협상 실무자의 고충을 얘기했다. “이대로 협상하다가는 나중에 우리 다 죽는다”고 말한 그는 김 법무관에게 제대로 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권유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김 법무관은 그의 요구대로 새로운 보고서를 만들어 ‘용산기획반’ 책임자에게 전달했다. 이것이 진짜 자신의 의견이라는 말을 덧붙여.

이석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김 법무관을 청와대로 부른 것은 국방부 협상팀이 돌린 김 법무관 명의의 법률검토보고서를 읽고나서였다. 김 법무관은 “사실은 내 의견이 아니다”라며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 이석태 비서관은 위 보고서에서 ‘부처 내 법무관리관실 법무관들이 협상과 관련해 제시한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제한했다’며 국방부 정책실을 비판했다.

“대통령이 읽고 충격받을까봐…”

이석태 비서관은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 협상 관계자들을 모아 두 차례 평가회의를 열었다.

1차회의에서는 협상 주도세력인 국방부 정책실과 외교부 북미국,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NSC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2차회의 후 상황이 반전됐다. 회의를 주재한 이석태 비서관이 협상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난 후 국방부와 외교부 관계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석태 비서관이 의욕적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문재인 민정수석이 양을 대폭 줄여 요지만 보고한 것. 문 수석이 그렇게 한 건 대통령이 읽고 충격을 받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한미 양국 협상팀에 의해 타결된 용산기지 이전협정은 조만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 비준 절차를 밟게 된다. “문제점을 많이 개선했다”고 자평하는 협상팀과 NSC측 설명으로 보아 미국도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하는 모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전비용을 많이 줄였고 모호했던 포괄적 규정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등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워낙 비싸게 부른 옷값을 조금 깎았다고 만족스러워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어쨌거나 북핵 문제와 주한미군 감축 문제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의 협상팀으로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지도 모른다. 협정내용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협상절차의 법적인 문제점을 제기해 협상팀의 안일한 자세에 자극을 준 외교부 조약국의 공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 평가회의에 참석했던 이정희 변호사는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한국측 부담비용이 실제로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국회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전비용을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은 탓이다. 이 변호사가 우려하는 최악의 사태는, 그나마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일부 비용마저 방위비 분담 차원에서 도로 한국이 떠안게 되는 경우다.

신동아 200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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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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