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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가격 담합 아파트’ 발표 그 후

“집값 잡기는커녕 잠자는 사자 건드려… 정부, 또 졌다”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건교부 ‘가격 담합 아파트’ 발표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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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가격 담합 아파트’ 발표 그 후

최근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한 조직적 집값 담합이 성행하고 있다. 주민들은 인터넷 카페에 담합에 호의적인 중개업소를 추천하고, 저가 매물을 올리는 중개업소는 되도록 이용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또한 이들은 강남을 비롯해 분당, 목동, 일산, 평촌의 아파트 시세와 산본의 시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산본의 집값이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낮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시중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의 기준이 되는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가 상향 조정되도록 고가에 거래된 ‘물건’의 계약서를 국민은행측에 보내 시세에 즉각 반영하라고 요청했다. 유명 포털 사이트와 부동산 정보 제공 사이트에 ‘산본’의 장점을 널리 홍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시작된 후 산본의 집값이 수직 상승했다.

산본동 백두극동아파트 49평형의 경우 이 카페가 개설되기 직전인 3월20일 국민은행 시세(일반거래가)가 4억9000만원이었으나 카페 회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진 지 40여 일 만인 5월8일에는 6억7000만원(하한가 5억6000만원, 상한가 7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단숨에 2억여 원이 오른 것이다.

산본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친 데는 집값이 저평가됐다는 주민들의 피해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은 집값 담합에 비협조적인 중개업소에 직·간접적으로 항의하고, ‘허위 매물과 미끼매물(인터넷 부동산 정보 사이트 등에 매수자를 현혹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물이 없는데도 부동산 중개업자가 허위로 매물을 올려놓는 행태)의 정리를 요구했다.

이에 질세라 지난 4월 부천 중·상동 주민이 결성한 ‘ 주민연합회’도 문을 열었다. 산본의 ‘활동’을 벤치마킹한 이 카페의 8월6일 현재 회원수는 75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의 활동 내용은 산본 주민들이 보인 것과 대동소이하다.

“억울하면 집을 사라”



건교부가 담합 아파트 58곳의 실명을 공개한 지 열흘이 지난 8월1일 부천 중·상동을 찾았다. 한아름마을, 백송마을, 라일락마을, 보람마을, 포도마을, 무지개마을 등 35개 아파트 단지가 무더기로 적발된 지역이다. 그러나 건교부 발표가 무색하다 싶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상동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백송마을 LG·SK 아파트(38·48평형 496세대) 단지 내에는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파트 제값 받기 운동에 동참합시다’라는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었다. 인근 단지에서도 집값 담합과 관련된 현수막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LG·SK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만난 50대 주민(여)은 “담합 지역으로 지정된 데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덤덤하다”면서 “실거래가를 공개하고, 각종 부동산 관련 사이트에서 시세 제공을 유보하는 게 집값 안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냐”고 반문했다.

중·상동의 공원과 상가, 단지 내 쉼터 등에서 만난 주민 11명 중 아파트를 소유한 7명은 이구동성으로 “집값이 올라가면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아파트 담합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중 40대 중반의 한 여성은 “배고픈 건 참아도 (다른 지역의 집값이 올라)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게 인지상정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세입자들이 보인 반응은 확연히 달랐다. 세입자라는 한 주민은 “반상회 때 집값 담합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집주인측과 세입자 간에 냉기가 흘렀다”며 “도대체 부녀회에서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각종 정책을 남발했지만 약발이 먹힌 게 뭐가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집을 소유한 7명에게 아파트 가격 담합이 세입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속이 좀 쓰리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세입자가 건교부에 (담합한다고) 신고하지 않았겠냐” “배알이 꼴리면 집을 사면 될 것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세입자 처지를 고려하는 집주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내 집값 오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한 세입자는 “집값 상승이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질까 두렵다. 이래저래 집 없는 서민들만 죽어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주택자의 설움, 아파트 소유자와 세입자 사이의 깊은 감정의 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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