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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8월15일 러시아 루스키 섬에서 열린다?

푸틴은 노벨상, 노무현은 대권창출 겨냥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남북정상회담, 8월15일 러시아 루스키 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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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은 중립적

남북정상회담, 8월15일 러시아  루스키 섬에서 열린다?
러시아는 어떨까.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는 사활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국가적 필요에 의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러시아도 누드촬영 관광만큼이나 매력적인 미끼를 들고 남북한을 잡아끌 수가 있다.

적잖은 국민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아직 가시적인 대통령후보자조차 부각되지 않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은 충격적이었는지 몰라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대그룹으로 하여금 북한에 뒷돈을 주게 해서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이를 계기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이 밝혀진 지금 이벤트성 남북정상회담을 연다면 이는 여당에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아니라, 어떤 결과를 내놓는지가 중요해진다. 퍼주기식 합의가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어주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청사진이 나와야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그래야 여당과 여당 후보자의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란 분석이다. 전략가라면 이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러한 회담을 만들려면 제 솜씨뿐만 아니라 남의 재주도 활용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북핵 문제에 대해 매우 엄격한 편이니, 결과적으로 북한을 돕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적극적으로 돕지는 않을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을 눈앞에 둔 중국도 핵실험을 한 북한을 좋아할 까닭이 없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세 나라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돕지도 방해하지도 않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다르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러시아는 ‘밑져야 본전’인 처지이므로 공격적으로 나아갈 여지가 있다. 남북한을 화해시키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맞아떨어진다면 ‘팔팔한’ 푸틴 대통령은 적극 개입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루스키 섬이다. 루스키 섬은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푸틴 대통령,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와 관련해 이미 러시아에서는 주목받는 곳이다. 루스키 섬의 비전을 살피려면 APEC의 가치와 의미부터 이해해야 한다.

중국 일본 두려워하는 극동러시아

1989년 호주 정부의 제의로 출범한 APEC은 환태평양 지역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였다. 그런데 1993년 미국 시애틀 회의 때 정상회담을 열면서부터 정치외교적인 문제도 논의하는 자리로 발전했다. 1999년 호주가 동티모르 문제에 개입하고, 9·11테러를 당한 미국이 2002년과 2003년 아프간과 이라크전을 감행한 이후에는 테러, 마약, 위폐 같은 국제범죄는 물론이고 대(對) 테러전까지 논의하는 무대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유럽 국가임을 자임한 러시아는 1998년에야 APEC 회원국이 되었다. 아시아와 태평양의 전략적 가치를 등한히해온 것인데, 그로 인해 러시아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극동 러시아를 ‘불 꺼진 지역’으로 방치한 것이다.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블라디보스토크는 정말 형편없는 도시다. 한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차가 한국과 일본 글자를 단 채로 돌아다닌다. 태평양함대사령부 곁에 있는 광장은 먼지가 풀풀 날리고 생필품을 사기 위해 상점 앞에 늘어선 시민의 얼굴엔 윤기가 없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글라스노스트(개방정책)’로 군사도시에서 ‘해방’된 블라디보스토크가 ‘불 꺼진 도시’로 전락하는 데는 러시아의 문화전통도 한몫했다. 오랫동안 극동 러시아를 출입해온 한 소식통은 이런 비유를 들었다.

“극동 러시아는 한국에 비유해서 말하자면 호남 지방, 블라디보스토크는 목포라 할 수 있겠다. 목포에서 돈을 번 사람은 목포에 재투자하지 않고 광주나 서울로 올라가버린다. 자신은 돈을 벌기 위해 목포에 남아도 가족은 서울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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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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