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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견을 애완견 만들려다 악수(惡手) 거듭

노무현 2003-2008, 빛과 그림자 - 언론

  • 한균태 경희대 교수·언론학 hahnkt@khu.ac.kr

파수견을 애완견 만들려다 악수(惡手)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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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태생적 성격

파수견을 애완견 만들려다 악수(惡手) 거듭

2005년 정부의 신문법,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한 언론탄압에 대응하려는 각계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반면에 정말로 개혁이 필요한 방송에 대해선 유난히 관대했다. 방송은 ‘개혁 무풍지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 이사선임 권한을 가졌고 방송정책을 주도하는 방송위원회는 ‘코드 인사’가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정파적 색채가 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부와의 우호적 관계에 힘입어 유례없는 혜택을 받았다. 2005년에 종일방송이 허용됐다. 정권 말기인 2007년 하반기엔 20년 동안 동결됐던 수신료 인상을 비롯해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제 등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방송위원회의 허락을 얻어냈다. 국회 통과 혹은 시행령 개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개혁 중증(重症)에 시달리고 있는 신문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언론정책은 신문에 국한된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정부에 비판적인 특정 신문들을 겨냥한 편향적인 것이었다. 매체 간 조화와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목됐던 개혁정책 중 하나가 언론 부문이었다. 그 배경에는 언론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즉, 방송·통신의 융합, 뉴미디어의 계속적인 출현, 미디어시장의 글로벌화와 외국 거대 미디어 자본의 침투, 한미FTA 타결 등 예전에 예상할 수 없었던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정경쟁의 보장을 통한 매체 간 균형발전과 산업경쟁력 제고, 그리고 매체산업의 육성 등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시급히 추진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많은 ‘개혁적’ 언론정책이 이러한 기대와는 크게 어긋났다. 방송을 포함해 언론 전반에 걸친 장기 비전이나 기획에 바탕을 둔 전향적(proactive) 조치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주요 보수신문들을 억누르기 위한 대책성(reactive) 성격만이 강했다. 신문고시, 신문법 개정, 공동배달제,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등 대부분의 조치가 그렇다.



이런 조치들은 언론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언론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언론의 태생적 성격이다. 본래 언론은 정치권력의 남용을 견제하는 파수견(watch dog)으로서의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발전한 국가들에서 언론은 투쟁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특히 지난 18세기 이래 서구사회에서 산업화와 민주화가 급속히 발전하는 데 언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언론은 어떠한 권력기관으로부터도 통제될 수 없는 독립된 기구로 존재해야 할 확고한 당위성과 명분이 구축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정치민주주의 이론가들은 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유식한 시민(informed citizen)’을 만드는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시민에게 정확하고 좋은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론이 자유로워야 하며 어떠한 통제도 받아서는 안 된다. 민주정부라면 역사적으로 인식된 진리이기도 한 이 명제를 거듭 명심할 필요가 있다.

피해의식과 강박증

그런데 명색이 민주적 참여정부라는 노무현 정부 들어 언론자유가 뒷걸음쳤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상 취임 전부터 노 정권의 언론정책이 편협하고 왜곡될 것이라는 기류는 감지됐다. 노 대통령이 당선된 후 2003년 2월22일 첫 인터뷰를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와 했다는 것 자체가 언론정책의 방향을 알리는 강한 메시지였다.

이 인터뷰에서 노 당선자는 보수언론에 대해 갖고 있는 적대적 감정과 피해의식처럼 남아 있는 강박증을 여지없이 표출했다. 후보 시절이나 취임 이래 노 대통령이 사용한 대표적 용어를 보면 언론에 대한 뒤틀린 인식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중 하나가 ‘조폭 언론과의 전쟁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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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균태 경희대 교수·언론학 hahnkt@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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