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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또 하나의 비밀 클럽 ‘지성’

-나바타니(Navatanee) 라운딩 3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또 하나의 비밀 클럽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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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과 빈정거림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차이는 코스의 규모 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첫째, 골프장 조성비용이 사업자의 순수한 사업자금으로 조달되는 지 아니면 회원들로부터 거둬들인 입회금으로 충당되는지의 차이다. 둘째, 골프장 조성 후 조성비를 부담하거나 조성에 기여한 회원들을 중심으로 개방되는지 혹은 불특정다수의 일반 골퍼에게 개방되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골프장 시설에 관한 체시법 규정은 언뜻 보기에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차이를 골프코스의 규모로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골프장 시설기준에 관한 체시법령 규정이 골프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골프 문외한에 의해 입안되고 개정돼 오늘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엉터리 같은 골프장 관계법령을 볼 때마다 나는 우드하우스(P.G. Woodhouse)라는 사람의 다음과 같은 말을 떠올린다.

“골프 경기는 빈정거림과 해학으로 넘친다. 한 홀에 인생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그래서 골프를 이해하려면 또 하나의 비밀 클럽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지성(知性)’이라는 이름의, 눈에 보이지 않는 클럽이다. 그것이 퍼터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한 2류 골퍼로서 오로지 볼을 치는 데 그치고 만다. 골프는 지성이 없는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다. 빈정거림과 해학을 이해할 수 있는 감수성이 없다면 뒤에 남는 것은 4타, 5타 6타 같은 숫자놀음뿐이다. 세상에는 백과사전을 장식하는 사람과 그것을 읽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

이야기가 좀 빗나갔다. 앞서 우리 일행은 아웃코스로 나가다가 인코스로 출발 홀을 바꿨다고 했다. 나바타니 골프장 같은 18홀 골프장의 경우 왜 전반 9홀을 아웃코스라 하고 후반 9홀을 인코스라 부르는 것일까. 앞서 본 바와 같이 골프규칙에 의하면 정규 라운드의 홀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8홀이다. 그렇다면 왜 정규 라운드의 기본을 18홀이라고 규정했을까.



우리 체시법처럼 골프코스에 홀이 18개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법은 과거에도 지금도 없다. 이와 관련, 영국의 유명 골프코스들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재미있다. 예를 들어 유서 깊은 프레스트위크코스는 1886년까지는 12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1860년부터 11년 동안 같은 코스에서 치러진 영국 오픈은 제1회부터 12홀을 단위로 한 것이었다. 그밖에 프란츠필드는 6홀이었고, 노스퍼위크는 7홀, 굴란은 13홀이던 것이 뒤에 15홀이 됐다. 아처필드는 13홀, 머셀버러 등은 단지 5홀밖에 되지 않았다. 블랙히스도 7홀이었고 가장 적은 것은 에일오브메이의 링크스로 겨우 3홀이었다. 그런가 하면 세인트앤드루스 등은 22홀이나 됐고, 몬트로스는 더욱 많아서 25홀이었다. 19세기까지 골프코스는 각자 제멋대로의 홀수를 갖고 있었다.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에 있는 오랜 링크스 코스는 약 6000년 전에 해안선이 융기하여 바다가 물러나고 나타난 자갈밭에 바람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퇴적된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모래언덕지대, 소위 링크스랜드가 그 토대였다. 링크스랜드에 잔디나 관목이 자생하기 시작하고 야생토끼나 들쥐 등 자그마한 동물들이 서식함에 따라 이들을 포획하려는 포수들이 이 녹지대를 드나드는 사이에 길이 생겨났다. 이것이 골프코스의 페어웨이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자연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해안 링크스랜드에 조성된 골프코스는 링크스 상황에 따라 조성됐기에 일률적으로 18홀이 될 수 없었다.

왜 18홀인가

그러면 골프코스는 언제부터, 왜 18홀이 정규 라운드가 됐을까. 이에 관해 3가지 설이 전해진다.

첫째는 위스키설이다. 골프가 처음 시작될 무렵 스코틀랜드 바닷가에 인접한 동토(凍土)의 링크스코스에는 차가운 북풍이 몰아쳤다. 그래서 골퍼들은 1홀 홀아웃 할 때마다 위스키를 한 잔씩 들이켜 몸을 데웠다.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18홀이 끝날 무렵에는 갖고 있던 술병(sporran)이 비게 되어 플레이를 마치고 근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골프에 관한 담소를 나눴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위스키 병량에 맞춰 골프코스도 18홀이 됐다는 것이다. 스카치위스키의 원산지답게 골프와 위스키가 교묘하게 조합된 이야기지만, 이는 후세에 지어낸 것으로 역사적 사실에 터 잡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둘째는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가 그 기원이라는 주장이다. 세인트앤드루스의 링크스에서는 처음엔 해안을 따라 직선에 가까운 형태로 12홀 플레이를 했다. 그러다 공식 경기를 개최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자 12홀 가운데 10홀을 커다란 더블그린으로 만들어 같은 홀을 왕복으로 사용하면서 출발점에 돌아오도록 22개 홀로 개조했다. 그 후 1764년에 큰 폭으로 개조했는데, 홀 간의 거리가 너무 짧은 처음 4홀을 두 홀로 만든 결과 왕복 4홀이 줄어들어 18홀이 됐다는 것이다.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가 18홀이 되자 1834년에는 윌리엄 4세로부터 ‘로열 앤드 에인션트(Royal & Ancient)’라는 칭호를 하사받았고 동시에 영국골프의 통괄권이 주어졌다. 그렇게 되자 R&A는 명실공히 골프계의 주도권을 거머쥐었고, 그 후 영국 각지에서 결성돼 전용코스를 가지게 된 골프클럽들이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를 본받아 18홀 코스를 조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18홀의 기원이 로열윔블던코스라는 유력한 주장도 있다. 700명의 회원을 가진 런던 근교의 호화클럽 로열윔블던코스도 1865년 창립 당시에는 7홀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회원이 늘자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았고 1870년에 이르러 코스를 확장했다. 확장 당시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출된 설계가가 골프코스 설계의 제1인자로 불리던 톰 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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