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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또 하나의 비밀 클럽 ‘지성’

-나바타니(Navatanee) 라운딩 3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또 하나의 비밀 클럽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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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코스·인코스 설계의 기원

윔블던은 당시 데이비스컵대회 장소로 유명했는데, 템스 강 상류에 있어 아름다운 숲과 완만한 지형으로 풍광이 뛰어났다. 톰 던은 이미 조성된 7홀을 기초로 이 천혜의 아름다운 환경에 어떻게 코스를 확장할 것인지 절치부심했다. 그는 온갖 지혜를 다 짜낸 끝에 2주 만에 설계를 완성했다. 자연과 인공이 정교하게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각 코스의 연관성을 원활히 하고, 전체 코스의 반쯤 돌면 클럽하우스 앞으로 나오게 되는 매우 합리적인 새 축을 채택했다. 즉, 10홀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클럽하우스 앞으로 나왔다가 그 후 9홀을 다 돌고 나면 다시 클럽하우스로 돌아오게 되는 합계 19홀의 설계였다.

회원들은 즐거이 새로운 코스에서 플레이를 시작했다. 그들은 길고 긴 코스의 반을 끝마치면 자연스럽게 클럽하우스 앞에 도착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차가운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힘을 얻어 남은 9홀을 돌기 위해 나갔다. 이는 부지불식간에 회원들의 습관으로 정착됐다. 사람들은 초반 10홀을 마치면 클럽하우스에서 그때까지의 스코어를 계산하고 서로 비교했다. 스코어가 나쁜 사람은 나머지 9홀에 만회하려 마음을 다잡았다. 때때로 후반 9홀에서 대세를 뒤집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전반 10홀 스코어에 후반 9홀 스코어를 대비해 계산하는 것이 번잡스럽게 느껴졌다. 어떤 회원이 “나는 45타를 쳤다”라고 하면 동반자는 “10홀이야, 9홀이야?”라고 되묻곤 했다.

불편이 거듭되자 회원들 사이에 “톰 던은 왜 20홀을 만들지 않았을까? 1홀만 더 만들었으면 계산이 얼마나 편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쏟아졌다. 회원들의 불만이 마침내 위원들을 움직였다. 위원들은 윔블던코스를 20홀로 확장하는 안을 심의했다. 단 1홀이기에 그 과업을 그린 위원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증설 임무를 맡은 그린위원으로부터 “지금의 부지 여건으로는 1홀을 증설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내용의 보고가 위원회에 제출됐다. 그래서 후속조치를 위한 위원회가 개최됐고, 여기에서 만장일치로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려 그린위원에게 통지했다.



“한 홀을 증설할 여지가 전혀 없다면 현재의 전반 10홀 중에서 적당하게 한 홀을 줄여달라.”

이리하여 윔블던코스는 18홀로 변모했다. 회원들은 전혀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들은 완전하게 둘로 나뉜 두 개의 코스 가운데 하나를 ‘Going Out’, 다른 한 코스를 ‘Coming In’이라 부르며 구분했다. 즉, 클럽하우스를 나가서 처음 맞는 코스를 아웃코스라 했고, 플레이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되돌아오는 나중의 9홀을 인코스라 불렀다.

티잉그라운드 전략

우리 일행이 클럽하우스 쪽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 나와 나바타니 10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다다르니 앞은 텅 비어 있었다. 스타터의 말 그대로였다. 오전 8시 무렵이면 이른 시간이 아닌데도 티잉그라운드는 물론, 그 앞으로 시원스럽게 펼쳐진 페어웨이도 아침이슬에 흠뻑 젖어 있었다.

우리 부부는 골프 여행을 다니는 동안에는 상황에 따라 14~18타의 핸디캡을 주고 1타에 1달러씩 내기를 한다. 그날은 내가 블루티와 화이트티 중 어느 곳에서 플레이할 것인지에 대해 설왕설래했다. 서울에서 방콕으로 날아오자마자 이른 새벽에 골프장에 나온 것을 감안, 핸디캡 15를 주는 대신 그날만은 화이트티에서 플레이하기로 합의했다. 나는 드라이버를 꺼내들고 약간의 스트레칭을 한 다음 나바타니 10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섰다.

나는 어디에서든 골프장의 첫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설 때면 나바타니 골프장을 설계한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의 저서 ‘GOLF by DESIGN’의 2장 ‘THE TEEING GROUND’ 부분을 떠올린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티잉그라운드는 19세기말까지만 해도 비전략적인 상태로 남아 있었다. 티잉그라운드의 전략성에 최초로 관심을 가진 사람은 프로골퍼이자 코스 설계가이던 윌리 파크였다. 그는 티잉그라운드가 가능하다면 플레이 방향으로 약간 오르막경사를 가진 채 코스의 편평한 곳에 위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종전에 한 곳이던 티잉그라운드 지역이 보다 잘게 나뉘어 여러 곳으로 배치됐다. 이러한 경우 어떤 티잉그라운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홀의 전체적인 전략성이 달라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골프 설계가들 중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의 아버지는 티잉그라운드를 거리면에서뿐 아니라 정확성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는 특히 비행기의 활주로에 비유되는 길고 똑바른 티잉그라운드를 선호했다. 이런 형태의 티잉그라운드는 플레이어에게 놀랄 만한 시각적 효과를 부여한다. 잘 배치된 티잉그라운드는 올라서면 이상적인 볼의 낙하지점이 어디인지를 말없이 가르쳐준다. 그런데 대개 이상적인 티샷의 낙하지점은 페어웨이 벙커와 같은 큰 해저드나 장애물 근처에 있다. 골프 설계에 있어 이러한 경향은 전후 196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그후 골프 설계가들은 전략적 다양성을 제공하는 목표지점에 이르기 위한 여러 각도의 공격루트와 거리를 확보하려 애썼다. 그래서 현대의 티잉그라운드는 자연경관과 어울리면서도 모양이나 크기, 높이 등이 다채롭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홀의 전체적인 모양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각 홀의 특징적인 모양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홀을 공략하기 위한 기본 전략이 떠오른다. 그러고는 티잉그라운드 주변을 걸어다녀본다. 가령 뒤쪽으로 가서 퍼팅그린을 바라보다가 다시 앞쪽으로 옮겨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티잉그라운드의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걸어가면서 시야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이다. 그런 다음 티마크 사이에 서서 볼의 낙하지점을 결정한다. 이러한 자세를 습관화하면 볼의 이상적인 낙하지점과 목표지점에 이르기 위한 루트를 선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공격루트를 설정함에 있어 스코어카드와 야디지북(난이도에 상관없이 각 홀 또는 코스의 거리만을 야드 단위로 표시해놓은 책)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 책을 읽은 이후부터는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서 티샷한 볼이 슬라이스나 훅이 나서 OB가 되거나 러프에 빠지거나 해저드로 들어가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왜냐하면 오늘은 홀이 퍼팅그린의 어느 곳에 위치해 있고, 온그린 시킨 볼이 어느 곳에 멈춰야 쉽게 홀아웃할 수 있을지, 그렇게 온그린 시키려면 어디가 IP(Intersection Point·목표)지점이 돼야 할 것이며, 설정한 IP지점에 볼을 보내려면 티잉그라운드의 어느 지점에서 볼을 티업하는 것이 좋을지 등 각 홀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그러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공격루트를 찾느라 티샷이 잘못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골프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코어가 괄목하게 향상됐다. 그래서 나는 골프 스코어가 샷 메이킹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고 굳게 믿게 됐다.

신동아 200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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