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균 기자]
인터뷰 요청에 스님은 “별거 아닌 이야기로 ‘신동아’의 권위를 망가뜨릴까 걱정된다”며 완곡하게 사양했다. 몇 번 간청한 끝에 우격다짐하듯 불교TV 회장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스님은 직원들이 출근한 후인 9시 20분쯤 출근한다. 직원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도 할아버지 같은 미소만 지을 뿐 먼저 말을 거는 일이 드물다. 그렇다고 사람을 기피하는 성격은 아니다. 아무래도 회장이란 지위는 직원들에게 어렵고 불편한 존재다. 직원들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스님의 배려다. 길을 걸을 때도 행여 작은 미물이 밟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걷는 수도승의 마음이 이런 것이리라.
부채 136억 원
1995년 케이블TV방송으로 개국한 불교TV는 경영 부실 등으로 5년 만인 2000년, 빚이 136억 원에 달했고 임차료를 내지 못해 쫓겨날 상황이었다. 150명이던 직원도 대부분 나가고 30여 명만 남았다. 그해 말에 문을 닫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어떤 연유로 난파선 같던 불교TV를 맡으신 건가요.
“경상도 말로 ‘우짜다’ 그렇게 됐어요(웃음). 당시 불교TV에서 태교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담당 PD가 ‘이제 더는 못 찍게 됐다’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방송국이 문을 닫게 됐다고 하더군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제가 주지로 있는 대구 파계사에 돌아갔는데, 아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자기가 땅이 있는데 그 땅을 팔아 30억 원을 불교TV에 보시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불교TV 부사장과 함께, 당시 사장도 없었어요, 인천에 있는 그분을 만나러 갔어요. 그리고 돌아오는데 문득 안양에 있는 한마음선원이 떠올랐어요. 부사장과 함께 무작정 찾아갔죠.”
▼한마음선원 주지이던 혜원 스님과는 친분이 있었나요.
“전혀 모르는 사이였죠. 사실, 비구가 비구니에게, 그것도 처음 보는 비구니 스님에게 부탁한다는 게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에요. 하지만 불교TV가 없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죠. 혜원 스님에게 불교TV는 꼭 있어야 한다, 과학의 힘을 빌려 부처님 말씀을 세상에 전해야 한다고 10분 정도 설명을 드렸어요. 그러자 스님께서 흔쾌히 5억 원을 보시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처음엔 귀를 의심했죠. 500만 원, 5000만 원도 아니고 5억 원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처음엔 단순히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탁발(托鉢)을 한 게 점점 더 깊이 관여하게 됐다고 한다.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간청을 뿌리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사규에도 없는 회장이란 감투를 쓰게 됐고, 2만 명이 넘는 주주들도 스님을 믿고 주주총회에서 80% 감자(減資)를 의결하며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