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호

러 연해주 땅 17만ha(제주도 크기) 사들인 이유종 대순진리회 종무원장

“쌀·밀·콩 생산 급증…통일한국 1억명 먹일 농업기지 조성 중”

  • 연해주=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8-08-01 18: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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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개 초대형 농장 매입… 계속 사들인다”
    • “철저한 현지화로 곡물·돼지 생산 혁명”
    • “국제 곡물가 폭등 힘입어 수익 급증”
    • “소비에트도 못한 ‘노동자·농민 세상’ 열어”
    • “농장에서 서울역까지 철도로 논스톱 수송”
    • “식량위기 닥치면 한국 위해 큰 역할 하겠다”
    러 연해주 땅 17만ha(제주도 크기) 사들인 이유종  대순진리회  종무원장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러시아 연해주 아그로상생 소유 한마당 농장 부근을 지나고 있다(왼쪽). 이유종 대순진리회 종무원장(오른쪽).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16일 미국으로 향하는 특별기 안에서 “해외식량기지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큰 식량공황이 오지 않겠느냐. 최근 쌀값이나 사료 값이 너무 올라 대북 식량지원을 하는 데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러시아 연해주나 동남아 지역 농지를 30~50년 장기 임차해 쌀이나 곡물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 뒤 러시아 연해주 농업기지 개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대통령도 해외식량기지로 연해주를 거론했다. 정확한 지적이라고 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 원장은 말한다. 연해주는 이미 식량기지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현지에서 나는 콩과 밀만으로도 한국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동아일보 4월18일 기사) “‘애그플레이션’ 파고 속에 해외식량기지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러시아 연해주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연해주를 지목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이 지역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연해주가 주목받는 것은 당장 이용 가능한 농지나 초지가 257만ha에 달한다는 점이다.”(한국경제 5월21일 기사)

    해외식량기지의 메카

    다른 한편으로 연해주 진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최근 농지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연재해와 유통망, 중간처리시설, 물류시설 등 식량기지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섣부른 접근은 금물.”(연합뉴스 4월 24일 기사) “연해주 지역의 농지 가격이 한국 기업들의 진출 소식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서울경제 6월18일 기사)

    ‘에너지’와 ‘식량’의 확보는 이제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연해주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현지 실상이 국내에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연해주 식량기지 개척에 대한 생생하고 정확한 정보를 듣기 위해 ‘신동아’는 최근 이유종(李有鍾·71) 대순진리회 종무원장을 4시간 동안 인터뷰했다. 대순진리회가 대주주인 영농회사 ‘아그로상생’은 연해주 내에서 한·러 양측을 합쳐 최대 규모의 농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17개 농장·17만ha(5억여 평·제주도 크기)의 농지를 매입해 경영하고 있는데, 이는 연해주 전체 농지의 20%, 연해주 내 한국 측 농지의 70~80%에 이르는 면적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해외식량기지의 ‘메카’ 노릇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종무원장과의 인터뷰가 이뤄진 곳은 이들 농장 중 하나인 호롤 농장이었다.



    영하 40℃와 400km

    러 연해주 땅 17만ha(제주도 크기) 사들인 이유종  대순진리회  종무원장

    아그로상생측이 빼르보마이스코 농장에서 대형 트랙터로 농사를 짓고 있다.

    ▼ 이 농장, 정말 넓군요. 농장 사무실 앞에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사방으로 시야가 미치는 모든 평원이 농장의 영역이고 농장의 동편 지평선에서 해가 떠서 농장의 서편 지평선으로 해가 지는군요.

    “이 농장은 약 1만500ha(3176만평) 정도죠. 연해주에선 ‘숫자 4’를 중시해요. ‘알코올 농도 40도 이하면 술이 아니고, 섭씨 -40도 이하가 아니면 추운 날씨가 아니며, 400km를 넘지 않으면 먼 거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죠. 연해주는 한반도의 70% 정도 면적에 인구는 200만명입니다. 한국 국민은 400여 명, 고려인 등 동포는 3만여 명이 살고 있어요. 특히 농지가 풍부한데요, 그중에서도 중남부 항카호(충청북도 크기의 호수) 유역이 수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 농사짓기에 좋아요. 이 농장을 포함해 아그로상생이 매입한 농장은 항카호 주변에 집중되어 있죠.”

    ▼ 종교단체인 대순진리회와 영농회사인 아그로상생은 2001년 젬추쥐느 농장 인수를 시작으로 2008년 현재까지 연해주에서 농장을 꾸준히 매입·운영해왔는데요. 연해주 농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나는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왔어요. 우연한 기회에 젬추쥐느 농장을 인수했는데 광활한 땅을 직접 본 뒤로 욕심이 생겼어요. 한국의 100평, 1000평짜리 전답에서 연마한 기술을 밑천으로 세계적인 농사꾼이 되어보자고 결심했죠. 연해주는 고구려·발해 등 우리 민족의 터전이었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독립운동가의 활동 무대였어요. 또한 남북한에 가장 근접해 있는 지역이죠. 이런 곳을 우리 자본과 기술로 개척해 곡창지대로 탈바꿈시켜나가는 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이며 한국과 러시아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곳에서 한국 농업의 희망을 본 셈이죠.”

    충북 옥천 출신인 이 종무원장은 1954년 대전 한밭중학교를 졸업한 뒤 1966년 대순진리회에 입도해 1995년 이 교단의 최고 지도자인 종무원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현재 연해주 농장의 10~15% 만 경작하고 있는데 앞으로 경작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주 생산물은 쌀, 콩, 밀, 옥수수, 귀리, 소·돼지 사료용 곡물. 대규모 돼지·소·사슴 목축도 겸하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연해주 농장 매입 및 경영에 1000억원(직접 투자 700억원, 현지 수익 재투자 300억원)을 투자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에다 철저한 현지화 영농이 더해져 최근 17개 농장의 곡물·돼지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선 국제 곡물가 상승에 따라 창고 재고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한다. 김진원 대순진리회 총무부장은 “러시아 국내외적으로 곡물·육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해가 바뀔수록 흑자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밀은 2만ha, 벼는 1만5000ha, 콩은 1만ha, 사료용 곡물은 1만ha까지 재배면적을 늘리고 돼지 사육 두수는 35만 마리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이 종무원장은 “농지도 더 매입해 10억평까지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러 연해주 땅 17만ha(제주도 크기) 사들인 이유종  대순진리회  종무원장
    ▼ 수십여 명의 한국 농업인과 기업들이 연해주 농업 분야에 진출했다가 실패했습니다. 모 대기업은 10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본 뒤 철수를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요. 아그로상생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연해주에 안착한 요인이라면….

    “농업에 대한 열정과 현지화 전략이 생산 혁명을 가져왔어요. 원래 농사는 ‘숙맥’이 해야 해요. 농사를 하다 보면, 열심히 했는데 품삯도 못 건지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렇더라도 농사가 좋기 때문에 계속 하는 ‘농부의 마음’을 늘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대순진리회 임원들은 흔들림 없이 나를 지지해줬습니다.”

    ▼ 현지화 전략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우리는 별도 연구소를 설립해 4년여에 걸쳐 이곳의 토양과 기후를 연구했어요. 땅에 물과 산소가 스며드는 정도까지 일일이 측정했어요. 이런 세밀한 조사를 통해 현지에 맞는 파종 시기와 종자를 선택했고 영농방식도 변화시켜나갔어요.”

    “토양·기후 연구에 4년 투자”

    ▼ 한국에서 하던 대로 하면 통하지 않는다, 이런 말인가요.

    “그렇죠.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해요. 예를 들어 한국에선 벼농사를 지을 때 모내기를 하지만 이곳에서는 땅에 직파하죠. 한국에선 수로의 ‘물꼬’를 열어 논에 물을 대지만 여기선 물꼬를 두지 않아요. 수로에서 물이 넘쳐 저절로 논으로 흘러들어가도록 하죠. 땅을 갈지도 않으며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뿌리지도 않아요. 우리는 사람 손과 농기계를 가급적 덜 동원하는 방식을 개발한 거죠. 연해주의 특성은 농지는 엄청나게 넓고 기계화 농업이 불가피하다는 점이죠. 우리는 ‘농기구에 드는 석유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이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품종과 영농방식을 거기에 맞춰 바꿔나간 거죠. 덕분에 스스로 자라는 자연친화적 유기농 곡물이 나오게 되었고 시장 반응도 좋아요. 철저한 현지화와 끊임없는 혁신 없이는 해외식량기지 개척에서 성공할 수 없어요.”

    2000년 무렵, 소비에트 시절 만들어진 국영 집단농장들은 파산상태였고 농촌 가정은 실직과 빈곤으로 인해 해체 위기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이 종무원장은 “우리가 투자하면서부터 연해주의 농촌은 부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연해주 진출 당시 집단농장의 상황은 어떠했나요.

    “1960~70년대 소비에트 정부는 연해주에 국영 집단농장을 집중적으로 조성했죠. 현재의 농로나 수로 대부분이 그 당시 군인들이 만든 겁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식 농장 운영은 실패로 귀결됐어요. 현지인들의 설명에 따르면 국가는 집단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농부들은 사유지 텃밭에서 감자를 재배해 연명했어요. 농장에선 도둑이 활보했고 알코올 중독자가 급증했으며 가정은 해체 위기를 맞게 됐죠.”

    ▼ 아그로상생이 이들 집단농장을 인수한 뒤 변화가 있었나요.

    “땅만 매입해두고 정작 농사는 짓지 않던 여러 한국 기업과 달리 우리는 젬추쥐느 농장을 인수한 뒤 실제로 트랙터를 사고 씨를 뿌리기 시작했죠. 또한 현지인을 대거 고용했어요. 우리를 지켜보던 러시아인들은 ‘제대로 하려나 보다’고 믿게 됐죠. 우리 농장에서 양질의 점심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하자 사람들이 일하겠다며 몰려들었어요.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오전 10시쯤 출근해서는 11시까지 빈둥거리다 점식 먹고 오후 3시쯤 퇴근하는 거예요.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았죠. 이래서는 생산성이 올라갈 수 없었어요. 술을 마시면 무조건 근무에서 제외, 하루 8시간 노동시간 엄수, 작업 결과에 따른 성과급 차등지급 원칙을 지켜나갔죠. 약속한 날짜에 급여가 어김없이 나오고, 열심히 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급여 격차가 크다는 점을 실제로 눈으로 확인한 뒤로 러시아 농부들의 태도가 싹 바뀌기 시작했죠.”

    “한국농업, 기적 일궜다”

    ▼ 한 러시아인이 ‘러시아에서 유행하는 농담’이라며 소개하길, 마르크스- 레닌의 저서를 절반쯤 이해한 사람은 ‘공산주의자’가 되고,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은 ‘반공주의자’가 된다고 하더군요. 소비에트는 ‘노동자 농민의 세상’을 표방했지만 농민의 삶을 피폐하게 했는데 오히려 한국의 농업자본이 공산주의 종주국의 농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한 건가요.

    “그렇게 봐도 된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는 단기간에 연해주 농촌의 풍경을 확 바꿔놓은 기적을 일구고 있다고 봅니다. 과감한 투자, 과학적 영농, 엄격한 회계, 통합적 관리, 복지 증진, 국적을 초월한 상생과 소통, 중장기 비전 제시를 통해 효과를 거뒀어요. 그 결과 연해주 농민의 삶도 달라졌죠.” 이어지는 이 종무원장의 설명이다.

    러 연해주 땅 17만ha(제주도 크기) 사들인 이유종  대순진리회  종무원장

    아그로상생 네스테로프카 농장의 기계영농. 아방가르드 농장의 콩 야적장. 아방가르드 농장에서 수확한 감자. 일린카 농장의 소 목축장. (위부터)

    “연해주에선 돼지고기 값이 서울보다 더 비싸요. 우리 농장들은 대규모로 돼지를 사육해 급여와는 별도로 농민에게 싼 가격에 나눠주고 있어요. 톱밥을 발효시킨 유기농 사료만 쓰기 때문에 육질이 좋아요. 가장이 낮에는 밖에 나가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급여와 돼지고기를 들고 귀가할 수 있게 되면서 연해주의 농촌 가정에 행복이 다시 찾아왔어요. 10명 안팎의 아이들만 있던 농장 내 어린이집은 지금은 60~70명의 아이들로 붐벼요. 버려졌던 땅은 곡물로 덮였고 폐허가 된 건물들은 복구되어 창고로, 정미소로 활용되고 있죠. 우리는 매년 우수한 실적을 올린 러시아인 농부 수십명을 선발해 무상으로 한국 관광을 시켜줍니다. 이들은 대순진리회가 운영하는 분당제생병원에 들러 건강검진과 치료도 받죠. 암 등 자신도 모르고 있던 질환을 정확히 잡아내는 걸 보면서 러시아 농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최고죠. 한국 방문단에 뽑힌다는 것은 ‘최고의 농부’라는 보증도 되기에 경쟁이 치열해요. 또한 우리 농장에선 실력이 뛰어나면 누구나 농장장이 됩니다. 우리 농장에서 일하는 러시아 농부들은 점점 더 ‘친한파(親韓派)’가 되어가고 있다고 봐요.”

    김 총무부장은 “아그로상생은 현재 1200여 명의 러시아인을 고용하고 있고 이들에게 연해주 농촌 평균 이상의 소득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텐 마르크 연해주 고려인회 회장은 “많은 고려인이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또한 이 회사는 연해주 각 군청(郡廳)의 세수 증대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군청은 이 회사에 대해선 러시아 내국 기업 수준으로 세금을 경감해주는 한편 거액의 무상 지원금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를 하던 날 연해주 호롤군의 안드레이 첸코 군수는 농장을 방문해 이 종무원장과 농장 운영을 협의했다. 이 종무원장이 군수에게 “농장의 곡물 생산량을 늘리려면 대형 트랙터(대당 7억원)를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트랙터 확보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군에서 일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군수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 종무원장은 “숙련된 트랙터 기사도 더 필요하다. 군에서 트랙터 운전학원을 만들어 기사를 많이 배출해주면 우리가 모두 고용하겠다”고 했다. 군수는 지역사회의 ‘고수익 일자리’가 늘어나는 일이어서 반색했다. 군수가 “아그로상생도 트랙터 기술학원에 투자하고 학원에 전문가를 보내 직접 기술을 가르치면 어떠하겠는가”라고 제의하자 이 종무원장은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 종무원장은 “우리와 현지 행정기관 사이에는 돈독하게 신뢰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연해주 각 군의 군수들은 농장 매물이 나오면 아그로상생에 가장 먼저 매입을 권유한다. 우리가 연해주에서 농장을 빠르게 늘려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전자조작 없는 콩 쏟아져”

    아그로상생이 경영하는 대다수 농장은 곡물 저장창고 앞에까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지선이 깔려 있었다. 이 회사 측에 따르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한반도와 이어지면 이곳 연해주의 한국계 농장에서 생산되는 곡물은 농장에서 바로 기차에 실려 평양역이나 서울역까지 논스톱으로 신속히 수송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미국산이나 호주산 수입 곡물과 비교했을 때 물류비용이나 운송시간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또한 방부처리가 필요 없는 등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는 것. 이 종무원장은 “언젠가 한국과 북한을 위해 연해주의 농장이 요긴하게 쓰일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 정부가 부과하는 관세 장벽이 높다. 동아일보(4월18일자)는 “200~400%나 되는 곡물 관세가 문제다. 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 원장은 ‘자기나라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해외농업기지 곡물에 관세를 올리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 연해주의 한국계 농장이 서방의 메이저 곡물회사와 경쟁할 수 있다고 보나요.

    “아시아 시장에서는 해볼 만하죠. 우리 농장에서 생산되는 쌀, 밀, 콩, 돼지고기 등의 식량은 양과 질, 가격에서 국제경쟁력이 있어요. 바다 건너오는 미국산이나 호주산과 비교했을 때 안전성은 더 뛰어나고 물류비는 덜 들 수밖에 없죠.”

    ▼ 한국의 식량기지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보나요.

    “지금은 관세 문제로 한국으로 보내는 양이 매우 적어요. 국내 농가 보호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요.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도 곡물 수급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어요. 우리가 콩을 통째로 한국에 보내면 무려 480%의 관세가 붙는데, 가루로 만들어 보내면 8%로 뚝 떨어지죠. 얼마 전 한국의 유명 식품회사에서 우리 콩을 갖다 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당뇨가 약간 있는데 이곳에만 오면 당 수치가 뚝 떨어져요. 그만큼 공기가 좋아요. 황사, 전혀 없어요. 우리 농장의 콩은 연해주의 이런 청정 기후와 자연친화적 재배로 길러진 ‘무공해 제품’이에요. 유전자조작도 걱정 안 해도 돼요. 이제는 식량 문제와 관련해 연해주 한국계 농장▼ 국내 농가▼ 국내 시장을 효과적으로 연계시켜 모두 윈▼ 윈 할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봐요. 서둘러야 할 거예요.”

    “곡물, 없어서 못 판다”

    러 연해주 땅 17만ha(제주도 크기) 사들인 이유종  대순진리회  종무원장

    아그로상생측이 러시아 측과 농장 매입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 러시아도 식량 수급 사정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면서요.

    “중국이 최근 자국 곡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한 이후 러시아 사할린에선 곡물 값이 10배 폭등했어요. 지금은 러시아 내에서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예요. 우리 창고에 저장해둔 4년 묵은 쌀도 얼마 전 다 팔았죠. ‘언젠가 돈을 주고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세계적 식량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가 차원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배고픔을 해소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어요. 만에 하나 이런 상황이 닥치면 아그로상생과 같은 한반도 지근거리의 대규모 한국계 해외농장은 한국 국민에게 중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봐요.”

    ▼ 식량위기가 현실화됐을 때 아그로상생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한국 수출을 러시아 정부가 막는다면?

    “한국에 식량위기가 찾아온다면 우리는 한국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거예요. 국가가 못하는 일을 우리라도 해둬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연해주를 개척하고 있어요. 한국과 러시아의 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이후 한국 축산농가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소·돼지 사료가격의 폭등이 축산농가엔 가장 큰 어려움이 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곳에선 값싼 사료가 풍부하게 생산되는 것 같군요.

    “한국 축산농가는 값비싼 수입산 사료 때문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농장에선 방부제 전혀 안 들어간 사료가 풍부하게 생산되고 있어요. 농지와 토지가 널려 있어 해를 번갈아가며 한쪽에선 기르고 다른 쪽에선 베어내 쓰면 되니까. 이런 것들을 한국에 보내면 한국 축산농가에 도움이 될 텐데 말이죠.”

    ▼ 연해주는 향후 북한 주민의 식량난 해소 문제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요.

    “북측은 우리 농장에 곡물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죠. 우리는 북측에 무상으로 곡물을 보내고 있어요. 쌀 1000t 정도 돼요. ‘통일한국의 1억 인구를 먹일 세계적 농업기지를 이곳 연해주에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갖고 있어요. 그 목표가 진척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한 농장서 팁 얻어야”

    ▼ 정부도 연해주 농업 진출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에 대해 요구할 사안은 없나요.

    “많죠. 이명박 대통령께선 연해주 식량기지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이미 우리 농장은 스스로의 힘으로 연해주에서 가장 많은 농장, 가장 양질의 농장을 확보하여 작물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고 있어요. 수확량은 앞으로 획기적으로 늘어날 거예요. 정부는 우선 우리 농장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해요. 우리의 사례를 연구하는 데에서 성공의 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도 한국의 농업인과 기업이 연해주 농업에 진출할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도록 적극 도울 생각이에요. 전문기구를 별도로 설립해 우리가 취득한 농업 관련 정보, 현지 정보를 한국 측과 공유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이런 일에 정부가 지원을 해주면 좋고요.”

    ▼ 연해주 농장 개척에는 선교 목적도 있나요.

    “상생과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단체라는 점 때문에 러시아 측이 우리에게 호감을 갖게 된 측면은 있다고 봐요. 대순진리회는 한국의 전통사상에 기반한 신앙체계를 갖고 있는데 러시아에선 한국 문화에 대한 경계심이나 거부감은 별로 없어요. 일본이나 중국의 종교단체였다면 사정은 좀 달라졌을지 모르죠. 우리는 이곳 연해주에 와서는 ‘아그로상생’이라는 회사 이름 그대로 오직 한국과 러시아의 ‘농업(아그로)’ 산업의 ‘상생’ 발전만을 추구할 뿐입니다. 선교 활동은 하지 않습니다.”

    “동토 시베리아도 농지로”

    ▼ 한국 기업의 연해주 농업 진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여기서 들리는 말로는 한국의 한 대기업이 3000억~1조원을 들고 온다고 해요. 사실이라면 우려스러운 일이죠. 연해주 땅에다 그렇게 한꺼번에 들이부어선 안 돼요. 토지가격 올라가고 초기 투자비용이 급증할 거예요. 현지 행정기관이나 주민과 신용을 쌓아가면서 차근차근 안착하는 게 나을 듯해요. 그러면 그쪽에서 먼저 ‘우리 땅도 사주시오’라며 손을 내밀 거예요. 원칙적으로 러시아는 한국 자본의 연해주▼ 시베리아 투자를 환영하는 입장이니까요.”

    ▼ 연해주 농업의 경우 변수가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전 지구적 현상인 기후변화도 작황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은데.

    “맞아요. 그러나 지구 온난화는 예기치 않은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연해주의 날씨가 급격히 따뜻해지고 있어요. 일조량도 많아졌어요. 머지않아 연해주 북쪽의 동토(凍土)인 시베리아 평원도 우리의 농지로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 한발 앞서 예측하고 이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봐요.”

    아그로상생이 연해주에서 매입한 농지의 대부분은 49년 임차 형식이다. 그러나 농지의 혈관 역할을 하는 농로와 수로는 아그로상생의 영구 소유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 종무원장은 “러시아와의 신뢰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우리는 러시아 정부와 농민의 편에 서서 그들과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자본이 보다 안정적인 법적 토대 위에서 해외농업기지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도 투자자 권익 보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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