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호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월드컵 개최, 군사독재, 농업국가 이미지 공존’

  • 백창기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 연구원 pck@aks.ac.kr

    입력2008-08-04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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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 월드컵을 치르고 경제대국이 됐지만 아직도 해외에선 전쟁과 분단의 나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외국 중·고교 역사교과서에선 한국이 중국어 사용 국가로 표시하거나, 농업국가,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인권탄압국가, 외세의존적 자본주의 체제로 소개되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알리지 못한 탓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해외에서 한국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음에도 잘못된 한국관련 정보가 널리 퍼져 있다. 미국 뉴욕 버스의 한국관광 광고.

    동양에서는 12간지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처음 자리에 서는 것을 환갑이라고 한다. 이는 한 주기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 시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2008년 8월 건국 60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를 열어야 할 지점에 서 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 E.H. 카의 역사에 대한 정의를 새삼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가 새 출발과 도약을 위해 과거를 진지하고 겸허한 자세로 돌아보는 일은 필요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시작부터 분단정부라는 태생적 아픔과 한계를 갖고 있지만, 우리는 지난 60년간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전과 성장을 일궈냈다. 비록 상대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우리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뤄낸 결실에 대해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낄 만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개최는 한국을 세계에 새롭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에서 보여준 한국민의 저력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우리 국민의 질서의식은 중국 도덕교과서에 ‘한국을 배우자’는 내용으로 실릴 정도로 성숙된 시민의식을 잘 보여줬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큼 피와 땀으로 일궈낸 성과와 결실에 대해 과연 국제사회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아마도 많은 국민이 국제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의 발전된 위상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막연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외국인이 바라보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고자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건국 60년-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와 전시회를 기획했다.



    8월13일 안국동 서머셋 팰리스 호텔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국제학술회의에서는 외국 교과서와 매체에 나타나는 한국 관련 서술과 이미지의 변화상에 대해 미국 브리검영대 마크 피터슨 교수,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대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교수 등 6개국 7명의 연구자가 참석해 흥미로운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기조강연은 일본 야스쿠니신사에 방치되어 있던 북관대첩비를 발굴한 것으로 유명한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이 맡아 한국이 외국에 알려진 이후 현재까지의 변화상에 대한 총평과 함께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발표한다.

    역사 왜곡 심해

    흥미로운 것은 국제학술회의와 함께 열리는 ‘외국 교과서 속 한국 이미지’라는 기획전이다. 8월1~12일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선 1948년 건국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60년을 외국 교과서가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외국 교과서에 기술된 건국 60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대별, 사건별로 나열하고, 특히 한국에 대해 잘못 기술한 부분들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전시할 계획이다.

    문제는 외국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최근 필자와 동료 김선희 연구원이 2000년 이후 출간된 25개국 460권의 중·고교 사회과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 역사와 관련된 내용 오류는 무려 332건이나 됐다. 역사와 관련해서는 임나일본부설이나 한사군 등 주로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에서 오류가 많았다.

    예컨대 한국사의 출발점인 단군에 대한 내용은 필리핀, 태국, 미국 등 몇몇 전통적 우방국가 교과서에만 나타나는 반면, 남북한 역사학계에서 부정하는 기자조선설(기자동래설)은 여러 외국 교과서에 등장하고 있다.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단군과 고조선은 신화나 전설로 의미를 한정해 설명하고 있지만, 기자조선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필리핀, 대만, 영국, 미국 등 여러 국가의 교과서에 소개된 기자조선설에 따르면, 한국사의 출발은 기자라는 중국인이 가져온 중국문화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된다. 한국을 중국문화의 아류로 보는 전형적인 외부의 인식이라고 하겠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자조선설을 소개하지 않은 다른 나라의 교과서에는 한국사를 한군현의 설치로부터 서술하거나 중국 진·한 왕조의 영역에 한반도를 포함시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한군현의 설치로부터 한국사의 출발을 찾는 견해는 일제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것인데, 미국 영국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여러 나라 교과서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려의 활자인쇄술이 원나라에서 전래된 것이라거나, 조선을 명나라 혹은 청나라의 영역에 포함시키는 등 다양한 오류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동북공정이나 역사왜곡 등이 중국이나 일본의 교과서에서만 한정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국력이나 국가 위상에서 일본이나 중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학이나 중국학에 비해 해외 한국학의 저변이 넓지도, 견고하지도 않은 것 역시 현실이다. 우리 학계의 입장을 해외에 충분히 알리기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미국 교과서에도 ‘인권 제한 국가’

    역사 해석상의 문제에서만 오류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회·문화·경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을 중국어 사용 국가로 표시한다든지, 농업국가로 서술하거나, 심지어는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인권탄압국가로 그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레바논 교과서에서 한국은 외세의존적 자본주의 체제이고, 북한은 민주적 사회주의체제로 소개되고 있다. 태국과 카자흐스탄 교과서에서는 아직도 한국을 군사독재국가로 서술하고 있다. 터키와 캐나다, 튀니지,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교과서에서는 한국의 노동 부분을 언급하며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지적하고 있다. 2001년에 출간된 미국 교과서에도 인권이 제한되는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과는 인권이나 노동문제에 대해 상대적 시각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외국 교과서에 서술된 한국에 대한 갖가지 오류 사례를 보고 있으면 그동안 우리가 이룩해온 발전을 자축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해외 교민을 만나 보면 한결같이 현지인들이 한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하소연을 한다. 칠레의 한 교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김일성이냐”고 하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또 다른 위상이다. 물론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해외 진출이 한국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 몇 년간 한류 붐이 세계 곳곳에서 일기도 했지만, 그것에 만족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삼성이나 현대, LG 등 해외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많지만 정작 이들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 심지어 일본기업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이 곧바로 대한민국 홍보와 연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중등 지리 교과서. 한국문화교류센터의 노력으로 한국 관련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

    물론 한국 기업의 진출로 해당 국가의 국민이 한국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에 대해 얻을 수 있었던 기존 정보는 학교에서 단편적으로 배운 일부 내용에 불과하거나, 언론매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는 단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관심이 있어도 정확한 자료와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면 그 호기심과 관심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임은 자명하다. 연결되는 콘텐츠의 부재로 벌써 사그라들고 있는 일본의 ‘한류 붐’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을 수행하는 한국문화교류센터 외에도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등 여러 기관과 단체의 노력에 의해 얻어진 국가 이미지 개선의 성과도 상당하다. 지난 5년간 한국문화교류센터의 노력으로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태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파라과이 등 여러 나라 교과서에 일본해로 표기돼 있던 것이 동해로 단독 표기되거나 병기되는 것으로 시정됐다. 미국, 러시아, 베트남 교과서에는 한국을 별도의 장이나 절로 설정해 관련 서술 분량을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폭 늘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영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국가가 교과서 개정시 한국 관련 내용을 대폭 수정, 보완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각국 교과서의 개정 주기가 5년에서 10년에 이르는 등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고, 상호신뢰관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어려운 점도 많다. 어렵게 시정 합의를 이끌어내고도 일본 측의 압력으로 백지화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고 등한시할 수 없으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발상의 전환 필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국가 브랜드는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아직까지 ‘6·25전쟁과 분단’으로 요약된다. 아쉽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상세히 소개된 외국 교과서도 많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6·25전쟁에 대해서만 언급되는 경우가 더욱 많다.

    대부분 국가에서 어린이들이 한국에 대해 접하는 첫 정보는 교과서를 통해서다. 그들은 학교에서 단편적으로 학습한 한국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가지고 평생을 살 수도 있다. 한국에 대해 인권탄압 국가나 외세의존적인 국가, 대부분의 국민이 농업에 종사하는 국가 등으로 배운 학생들과, 한국에 대해 찬란한 역사와 문화 전통을 갖고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로 배운 학생들이 결코 같을 수는 없다.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이뤄냈음에도 확대, 지속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직까지도 일본이나 중국에 대한 서술은 있지만 한국에 대해 서술되지 않은 외국 교과서가 더 많다. 한국 관련 서술이 있더라도 소략하거나 오류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국 60년간 대한민국과 국민이 이뤄낸 업적이 우리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이를 통해 새 시대를 열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동안 우리는 다른 이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서는 충분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 물론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현대사를 감안하면 수긍할 부분도 있지만,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데, 우리에게 먼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백창기

    1971년 인천 출생

    성균관대 사학과 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現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 연구원


    전세계, 모든 분야에서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 우리가 선택할 길은 정해져 있다. 대한민국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뿐만 아니라 후손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국경과 인종의 경계를 넘어서 다문화 시대를 맞은 오늘날, 미래의 대한민국이 선진 시민사회로 도약하기 위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 중 하나는 냉철한 자기성찰일 것이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와 전시기획전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우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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