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호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백성학 경인방송 이사회 의장 “그 양반, 뒤집어썼어”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8-08-04 1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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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학 경인방송 의장 “부시 취임 파티에서 허씨 만나”
    • 경우 스님 “부시 참석한 행사에서 허씨와 사진 촬영”
    • 허씨 보관 초청장, 백 의장 초청장과 양식·내용 일치
    • 미 공화당 재미교포, 취임식 3일 전 허씨 초청
    • 검찰, 2월 ‘허경영 신드롬’ 절정일 때 허씨 구속
    • 검찰 공소장 “초청받은 적도, 파티에 간 적도 없다”
    • 허경영, “구속 안 됐으면 이재오, 문국현과 겨뤘을 것”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1월23일 허경영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가면서 기자들에게 여권을 보이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저는 대통령이 이번에 되면은, 물론 당선되겠습니다만, 국회의원을 100명 정도로 줄이고 무보수로 하겠습니다. 정당제를 폐지하겠습니다. 그래야만 국가예산이 15조원 절약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36가지 세금을 모두 폐지하고 양도세 상속세를 폐지하면서 간접세로 바꿀 겁니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매월 100만원씩 쿠폰을 줍니다. 그러니까 중소기업 사장이 월급을 얼마를 주든지 간에 국가에서 100만원씩을 5년간 지원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20대들이 대학 나와 일단 중소기업에 들어갈 겁니다. 5년을 있게 되면 3억원 무담보 무이자로 받게 되어 중소기업을 차리게 됩니다.

    국민연금을 만든 공직자들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처벌을 할 겁니다.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자동적으로 매월 70만원씩 건국수당을 줘서 부부 140만원으로 노후에 어떤 불안도 없게 할 겁니다. 그래서 결혼할 때 국가에서 남녀 5000만원씩을 반드시 드리고 출산할 때 3000만원을 주고 휴대폰 요금, 전기세, 가스세는 각각 5만원까지는 징수를 하지 않음으로써, 6만원이 나오면 만원은 내야죠. 그래서 국민들이 집에서 세금고지서를 한 장도 볼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 : 네, 시간을 좀 지켜 주시고요) 참, 제 입에서 말이 안나옵니다. 시간은 짧고. 기호 8번, 허경영 후봅니다! 나는 사회자님은 말씀하실 때 기호 8번을 꼭 좀 넣어주시면 좋겠는데요.

    “제가 IQ가 430이기 때문에”

    산삼 뉴딜정책으로 10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뉴딜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6·25 참전용사에게는 대통령에 당선되는 즉시 3억원씩을 일시불로 지불할 것입니다. 또한 새만금에 200층짜리 빌딩을 200개 이상 지어서 국토의 균형발전은 그만두고 국토의 효율적 발전, 새만금 하나에 국력을 총집결하고, 유엔본부가 이전되는 판문점에 국력을 총집결하고 우리나라는 저절로 모든 국토가 다 잘살게 됩니다. 전과자는 완전히 사면할 것이고 400만 신불자 역시 신용회복을 깨끗하게 마무리할 것입니다. 물론 무이자로! 이렇게 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은 국민 한 사람이 15억원을 평생 국가로부터 받게 됩니다. 제가 아이큐가 430이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 그동안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마 오늘은 여론조사에서 한 15% 내지 될 겁니다. 5일 지나면 30% 돌파하고, 그렇게 해서 이명박 후보를 제치고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될 것입니다.”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제 17대 대선 허경영 후보의 선거 포스터.

    TV토론 후 ‘허경영 신드롬’ 확산



    제 17대 대선에 출마한 허경영(61) 경제공화당 후보는 2007년 12월13일 대선 군소 후보 TV토론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와 같은 발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패러디해 만든 그의 유머러스한 TV 광고는 대선 광고 중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른바 ‘허경영 신드롬’이 확산됐다. 허경영씨의 변호인인 박항용 변호사는 “그 광고를 KBS TV에 갖다 주자 방송사 관계자는 한번 틀어본 뒤 ‘이거 대박’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소개했다.

    12월19일 대선에서 허 후보는 9만6756표(전체 0.4%)를 얻었다. 6위 이인제 후보와는 0.3%포인트 차이. 그러나 인터넷에선 대통령 당선인보다 그에게 더 뜨거운 관심이 일었다. ‘허경영 베스트 어록’ 영상물(다음 TV팟)은 네티즌이 가장 많이 본 게시물 중 하나가 됐다. “프리첼의 대선후보 동영상 조회수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118회인 반면, 허 후보는 무려 9360회에 달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용어로 ‘카리스마 있는 사람 또는 숭배를 받는 사람’을 가리키는 ‘본좌’를 붙여 그에게 ‘허본좌’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문화일보 2007년 12월22일)

    ‘허본좌’는 대선 후에도 인터넷, 라디오, 케이블 TV, 지상파 TV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높은 대중적 인기를 이어갔다. 인터넷사이트 디씨인사이드에선 600페이지짜리 ‘허경영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그는 디씨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선 “인터넷으로 말하면 내가 대통령이다”라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주요 일간지에선 “아이큐 430은 불가능한 수치” “허경영 출생의 비밀” “허경영 신드롬의 심리학” “허경영과 디지털 황당족” 같은 제목의 기사에서 그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허경영씨가 축지법 시범을 하고 있다.

    축지법·공중부양·외계인 접촉

    심지어 그가 축지법·공중부양·외계인 접촉 능력이 있다고 말해도 오히려 대중은 ‘호감’을 나타내며 즐거워했다.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는 1월15일 케이블채널 tvN에 출연해 ‘초능력’을 하나씩 선보였다. 허 총재는 ‘축지법을 보여 달라’는 제작진의 주문에 선뜻 응했다. 그는 ‘축지법은 한쪽 다리를 높게 뻗은 뒤 그대로 멈춰야 한다’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그러나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힘든 기색을 보이던 그는 결국 벽에 기대 다리를 들어올리는 것으로 대신해 제작진의 실소를 자아냈다. 허 총재는 ‘공중부양’에 대해서는 ‘콩팥 기능에 무리가 간다’며 시범을 거부했다. ‘외계인과의 교신설’에 대해선 ‘느낌으로 그들이 왔음을 알았다. 대화도 했다. 압구정동과 삼각지에서 그들을 만났다’고 했다. 그러나 ‘외계인의 언어를 공개해달라’는 제작진의 요구에 그는 ‘일반인이 들으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다’며 거부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에 ‘21세기의 돈키호테다’ ‘허경영 때문에 인터넷이 즐겁다’ ‘축지법 좀 배워보고 싶다’는 글을 올리며 관심을 보였다.”(한국일보 1월16일)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사람에겐 실현 가능성을 떠나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는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일부 전문가들은 “허경영 신드롬의 본질은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닌 ‘재미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허씨의 경우 ‘금세 탄로 날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으므로 대중을 상대로 한 기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용적 시각을 보였다.

    “본좌는 재미다. 말하자면 무대와 객석이 함께 연출하는 협동 개그다. 허경영 본좌는 ‘황당 본좌’다. 유희적 성격의 유행이다. 종래의 진지한 것, 의미 있는 행위가 하찮게 보이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문화평론가 김갑수·동아일보)

    반면 ‘허경영씨의 일방적 주장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았다. 방송위원회는 2월13일 KBS 2TV의 ‘연예가중계’와 ‘폭소클럽’, 케이블TV 스토리온의 ‘박철쇼’, 엠비씨 에브리원의 ‘구라데스크’가 허씨의 “내 눈을 쳐다보면 병이 낫게 된다” “장님도 눈을 뜨게 한다”는 주장을 방영한 것에 대해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런 가운데 허씨에 대해 MBC ‘PD수첩’이 진지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경찰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허씨는 위기에 몰렸다. ‘PD수첩’은 “허씨는 미혼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는 두 번 이상 결혼했으며 ‘10억원을 주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시켜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2월16일 허씨를 구속했다. 허씨가 2007년 10~12월 주간지, 무가지 신문, 선거공보, 방송 등을 통해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만찬에 초청받았다”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뽑혔었다” “박근혜 전 대표와 혼담이 오갔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였다.

    ‘취임 축하파티 참석’ 여부가 핵심

    허씨의 여러 혐의 중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며 언론에 집중 보도된 대목은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만찬 참석’ 문제였다. 이 건은 ‘IQ 430’이나 ‘축지법’과는 달리 수사에 의해 진위가 확실하게 가려질 수 있는 ‘객관적 사실’에 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검찰 공소장의 관련 내용이다.

    “사실은 허경영은 2001. 1. 18 경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국 43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당선 축하파티에 초청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축하파티에서 부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거나 부시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OOOO신문의 3면과 15면에 부시 대통령과 함께 찍은 합성사진을 게재하고, ‘정치인으로 유일하게 대표로 초청되어 부시 대통령과 만났다’는 허위내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허씨와 부시 대통령이 나란히 선 사진에 대해 “합성 사진”이라고 판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1년 1월18일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 참석한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이 행사에 부시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미국 공화당 아시아지회(National Republican Asian Assembly)’가 주한 미국대사관 W 데이비드 스트라웁 참사관 앞으로 보냈다는 업무협조문(허씨 측 증거자료)에는 “부시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취임 축하파티와 대통령 취임식에 허경영씨가 초청되었으니 특급 비자 인터뷰를 부탁한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영어 문장이 말이 안 되는 등 한눈에 봐도 위조된 것이다. 한국 사람이 엉터리로 쓴 것보다 더 엉터리”라고 밝혔다. ‘주한미국대사관’의 영문 표기는 ‘Embass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혹은 ‘US Embassy’인데 업무협조문에는 ‘Embassy of the United America’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5월15일 이 같은 혐의 내용을 모두 인정해 허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허씨는 7월1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공판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식 만찬에 실제로 초청받아 참석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서 실제로 허경영씨를 만났다. 초청받아 참석했다”는 증언과 증거가 ‘신동아’에 들어왔다. 사실이면 ‘허본좌’를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기소한 검찰 수사 결과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일이다. ‘신동아’는 지금까지 허경영씨 측과 교분을 나눈 적이 없으며 그에 대해 취재 및 보도한 바도 없다. 또한 허씨가 TV토론, 방송출연을 통해 말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현실성이 없거나 과장·허위의 내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허씨의 구속-재판은 국민적 관심사이면서 공익적 사안이며, 다소 허황돼 보이는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도 보호받을 인권은 있다. ‘신동아’는 이 사건의 핵심인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참석’ 문제에만 국한하여 취득한 증언과 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허경영, 황당하지만 안됐어요…”

    백성학 경인방송 이사회 의장(67·영안모자 회장)은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 도중 “2001년 1월 부시 대통령이 참석한, 미국 워싱턴 시내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서 허경영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건과 관련된 인터뷰가 끝날 무렵 백 의장이 화제를 돌리면서 “그런데 허경영 그 양반, 참 안됐어요. 부시 대통령 만찬에 실제로 참석했는데 참석 안 한 걸로 되어 뒤집어썼으니…”라고 말했다. 이에 며칠 뒤 백 의장을 다시 만나 허씨 문제로 별도 인터뷰를 했다. 백 회장은 이때 허씨와 워싱턴까지 동행한 비행기 탑승권 영수증, 허씨가 건넨 명함,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 만찬 초청장 등 관련 자료를 함께 갖고 나왔다.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미국 공화당 아시아지회가 2001년 1월15일 주한미국대사관에 허경영씨의 부시 대통령 취임식 참석용 특별 비자를 요청한 문서(허씨 측 증거자료).(좌) 허경영씨 여권. 2001년 1월16일 미국 비자를 발급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우)

    ▼ 허경영씨를 언제 처음 보았나요?

    “2001년 1월17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을 경유 워싱턴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KE081편 비행기 안에서 허씨를 처음 만났어요.”

    ▼ 7년 전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상세히 기억할 수 있죠?

    “내가 수집벽이 있어요. (당시 비행기 탑승권 영수증을 내보이며) 이걸 지금껏 보관하고 있으니까.”

    ▼ 그런데 이전에는 만난 적 없는 허씨가 같은 비행기로 워싱턴까지 동행했다는 점은 어떻게 알 수 있었죠?

    “허씨는 내가 탄 비즈니스 좌석 옆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이륙 후 얼마 있다 허씨가 내게 먼저 말을 걸더군요. 그 사람도 나처럼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참석차 워싱턴으로 간다고 해,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게 됐죠.”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백성학 의장이 2001년 1월17일 부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행 비행기에서 허경영씨로부터 받았다는 명함. 백 의장은 명함 받은 시점(2001.1), 허씨의 워싱턴 숙소와 연락처, 허씨를 초청한 심홍섭씨 관련 내용을 명함 위에 자필로 기록했다.

    ▼ 허씨로부터 명함을 받았나요?

    “두 종류의 명함을 받았어요. 나는 명함을 받으면 반드시 우측 상단에 그 사람을 만난 시점을 써둬요. 허씨의 명함에도 2001년 1월 만났다는 점을 기록해뒀죠. 다른 명함의 뒷장엔 허씨가 워싱턴에 체류하는 동안 묵은 호텔 이름과 연락처를 써뒀어요.(쑤퍼 A호텔·703-369-1705)”

    ▼ 보관 중인 허씨의 명함, 명함 위 자필 기록, 비행 도중 허씨와 대화한 사실은 허씨가 실제로 2001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에 갔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보나요?

    “당연하죠.”

    이와 관련, 백 의장의 말은 허씨의 여권 기록과 일치했다. 허씨 측이 제출한 여권에 따르면 허씨는 2001년 1월16일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 1월17일 한국을 출국해 같은 날 뉴욕에 입국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 허씨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그 양반 명함 내용이 좀 이상했어요. 직함이 ‘공화당 총재, 대통령후보’로 되어 있고 뒷면에는 ‘공화당 10대 혁명공약’이라고 쓰여 있는데 ‘서민에게 1억원 무담보 저리 융자를 주고 사회지도층 3000명은 도덕검증 후 퇴출시킨다’는 둥 황당하게 들리는 얘기였어요. 별로 신뢰가 가지 않아 솔직히 말을 많이 섞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쪽에서 자꾸 말을 걸어오니 응대를 안 해줄 수 없었죠. 기내에서 세 시간 넘게 허씨와 대화했어요. 이 때문에 허씨를 지금까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는 거죠.”

    “파티장서 봤다. 틀림없는 사실”

    백 의장은 “워싱턴 댈러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로는 허씨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서 허씨를 봤다”고 말했다.

    ▼ 백 의장께선 어떤 인연으로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 초청받았나요?

    “나는 고아 출신으로 6·25전쟁 때 미군 부대에서 ‘하우스보이’로 일했는데 폭격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한 직후 같은 고아 출신인 빌리라는 미군 병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생명을 건진 적이 있어요. 영안모자를 설립해 사업적으로 성공한 뒤 빌리를 찾아 나섰어요. 미국 ‘리더스다이제스트’ 잡지에 ‘한국의 모자왕, 빌리를 찾고 있다’는 기사가 났죠. 이 기사가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마침 6·25전쟁 때 나와 함께 하우스보이 노릇을 하던 김병기라는 친구가 나중에 대통령이 된 아버지 부시의 운전기사 겸 경호원으로 있었는데, 그 기사를 보고 나를 아버지 부시 부부에게 소개했어요. 이후 아버지 부시, 부시 현 대통령,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부시 가문과 자주 만나게 됐죠. 이런 인연 때문에 나는 1981년(레이건 대통령), 1989년(아버지 부시 대통령), 2001년(부시 대통령), 2005년(부시 대통령) 등 4차례 미국 대통령 취임식 및 취임 축하파티에 초청받았어요.”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허경영씨가 만찬장 연단위 부시 대통령과 체니부통령 부부를 촬영했다는 사진.(좌) 허씨 일행이 이 만찬에 참석한 허씨와 이기호 전 청와대 수석, 손길승 전 SK회장을 촬영했다는 사진. (우)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허씨 일행이 먼 발치의 연단 위 부시 대통령 일행(①번 사진과 같은 연단·같은 일행)과 만찬에 참석한 허씨를 함께 넣어 촬영했다는 사진. (좌) 허씨 일행이 이 만찬에 참석한

    ▼ 2001년 1월 부시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한 시점에서 허씨를 본 적 있나요?

    “2001년 1월 제43대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서 허씨를 만났어요. 가볍게 인사를 나눴어요. 부시 대통령도 참석한 행사였죠. 초청장이 없으면 못 들어오는 곳이니 허씨는 부시 대통령 측의 초청을 받았다고 봐요. 틀림없는 사실이죠. 취임 축하파티는 격이 높은 행사이기 때문에 여기에 온 사람은 당연히 취임식에도 참석한다고 봐도 돼요.”

    ▼ 백 의장께선 조금 전 허경영씨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객관적인 이력으로 봤을 때 허씨가 어떻게 소수의 선별된 인사만 참석하는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나 취임식에 초대될 수 있는 거죠?

    “미국 대통령 취임행사는 한국과는 좀 달라요.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직접 참석자를 선정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선 대통령 당선인 측이 자신을 적극 도운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초청할 수 있는 쿼터를 주는 경우도 있어요. 미국 공화당 인사 등의 추천으로 취임식에 초청될 수도 있어요.”

    ▼ 한국에서는 저명인사가 아니어도 미국 대통령 취임 행사에 초청될 수 있다는 거죠?

    “경우에 따라 그럴 수 있죠. 허경영씨는 미국 공화당 소속으로 대선 때 부시 대통령을 도운 재미교포 심홍섭(미국명 ·스티브 홍섭 심)씨의 도움으로 워싱턴에 왔다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당시 허씨의 명함에도 ‘심홍섭/선거대책본부 공동의장’이라고 써둔 거죠.”

    허경영씨 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국대사관에 허씨의 특별비자 발급을 요청한 1월15일자 ‘미국 공화당 아시아지회’ 공문에는 이 지회의 대표가 ‘스티브 홍섭 심(Steve Hongsop Shim)’으로 되어 있었고, 심씨의 친필 사인이 있었다.

    경우 스님 “만난 게 흠 되나”

    허씨 측 박항용 변호사는 “한인동포 등을 상대로 부시 대통령 선거운동을 한 심홍섭씨 측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자기 측에 할당된 대통령 취임식 및 축하파티 초청자 리스트에 허경영 총재를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심씨와 허 총재는 한 지인을 매개로 해 알게 된 사이다. 한인동포 측이 취임행사 날짜에 임박해 서둘러 공문을 작성하다보니 일부 오기(Embassy of the United America, 15th January 2000,1)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공문 자체는 허위가 아니다. 이 협조공문을 주한미국대사관이 수용했기 때문에 허 총재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 불과 3일 전인 1월15일 이 협조공문 접수와 함께 비자 인터뷰를 신청해 하루 만인 1월16일 비자를 발급받았고, 다음날 미국으로 출국할 수 있었다. 여권에 다 나와 있다.”(박 변호사)

    러시아 모스크바대 법학박사 출신으로 제12대 국회의원, 불국사 주지, 불교신문 사장, 대한불교종단연합회 명예종정, 유엔 유네스코 평화대사를 역임한 부산 대각사 경우(鏡牛) 스님(속명 김용오·79)도 2001년 1월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및 취임식에 참석한 바 있다. 경우 스님도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01년 1월 워싱턴에서 열린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축하 파티에서 허경영씨를 만났다. 허씨와 사진도 함께 촬영했다”고 밝혔다.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허경영씨(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2001년 1일 미국 워싱턴에서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만찬에 참석한 일행의 기념 사진”이라며 제공한 사진. 경우 스님(앞줄 맨 오른쪽)은 당시 촬영한 사진이 맞다고 했다.

    ▼ 스님께서 2001년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 참석했을 때 그곳에서 허경영씨를 본 적이 있습니까?

    “본 적 있어요. 거기서 만나 사진을 촬영했어요.”

    -그 행사장에 부시 대통령이 참석했습니까.

    “네.”

    -허씨를 한 번 본건가요.

    “네.”

    ▼ ‘허경영씨는 미국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 간 적 없다’고 검찰이 밝힌 바 있는데요.

    “그곳에서 허씨를 만난 게 흠이 됩니까. 검찰이 뭐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허씨가 취임 축하파티에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사진도 찍었으니까.”

    경우 스님과 허경영씨가 함께 서 있는 사진에 대해 당사자인 경우 스님은 워싱턴의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행사에서 실제 촬영한 사진이라고 인정했다.

    촛불만찬, 세 곳에서 동시 진행

    백성학 의장에 따르면 2001년 1월 부시 대통령 취임식 전후로 워싱턴D.C. 곳곳에서 취임 축하파티가 열렸다. 한 사람이 여러 곳의 취임 축하파티에 참석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한다. 허경영씨 측은 “1월18일 워싱턴D.C. 기차역인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tion)에서 열린 취임축하 촛불만찬(Candlelight Dinners)에도 초청받아 참석했다”고 주장하면서 초청장 원본을 ‘신동아’에 제시했다. 이 초청장은 허씨가 구속된 이후 변호인에게 넘겨져 아직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미국 워싱턴 시내 중앙역인 유니온스테이션 전경(왼쪽). 미국 인터넷에 공개된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행사 일정 자료. 허경영씨가 참석했다는 1월18일 유니온 스테이션 촛불만찬(원 내)은 이 일정표에 수록돼 있다.

    미국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행사(Inauguration) 일정에 따르면 취임축하 촛불만찬은 1월18일 오후 8시부터 워싱턴 시내 유니온 스테이션, 워싱턴 힐튼 호텔(Washington Hilton Hotel), 국립빌딩 박물관(National Building Museum) 3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허씨는 이 중 유니온 스테이션 내 B. Smith 레스토랑에 마련된 만찬에 초대됐다는 것이다.

    이들 3곳은 미국 대선 행사장으로 자주 활용되는 장소다. 2007년 12월6일 미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경선후보는 워싱턴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힐러리와 함께 홀리데이’ 행사를 열었고, 지난 7월8일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는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 시민연맹 연례총회에서 연설했다. 지난 2월25일 부시 대통령은 국립빌딩 박물관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협회 갈라 만찬에서 연설했다.

    미국 측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월18일 취임축하 촛불만찬은 초청장을 소지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었으며(Not a public event), 한 사람당 입장료는 2500달러에 달했다. 백성학 의장은 “이날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측은 동일한 행사를 3곳에서 분산해 개최한 것이다. 나는 이 행사에 참석했으며 초청장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백성학 의장은 허경영씨가 부시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초청장과 자신의 초청장을 비교해본 뒤 “두 초청장은 동일한 주최 측이 통일된 형식에 의해 발행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두 초청장은 ‘CELEBRATING AMERICA´S SPIRIT TOGETHER 2001 : THE 54TH PRESIDENTIAL INAUGURAL CANDLELIGHT DINNER’라는 초청장 표지 제목에서부터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촛불만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Candlelight Dinner celebrating the inauguration of President George W. Bush and Vice President Richard B. Cheney)’라는 축사, 주최그룹의 명단, 부통령 당선인 소개 행사(Introduction of Vice President-elect), 대통령 당선인 소개 행사(Introduction of President-elect) 등 12페이지에 걸쳐 대부분의 내용과 4장의 이미지 사진이 일치했다. 표지의 6개 별 모양, 왼편의 황금색 실 묶음 장식, 지정좌석 번호 제공 별도카드 등 초청장 형식도 같았다.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허경영씨가 참석했다고 주장하는 2001년 1월 18일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초청장의 식순 내용.(좌)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 참석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중) 허경영씨가 참석했다고 주장하면서 ‘신동아’에 제시한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초청장. 수기로 된 글은 허씨측이 쓴 것이다(중). 같은 행사에 참석한 백성학 경인방송의장이 갖고 있는 초청장(우). 두 초청장은 양식·내용에서 일치했다.

    “안 온 게 아니라 늦게 왔다”

    손병두 총장이 행사장에서 부시 대통령을 못 봤다고 말했다고 한 것과 관련, 박항용 변호사는 “부시 대통령은 유니온 스테이션 만찬장에 상당히 늦게 나타났고 당시 손 총장은 다른 일정이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나갔다. 이후 부시 대통령은 실제로 만찬장에 와서 연설을 했다”며 허경영씨가 당시 부시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촬영한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백 의장은 “동일한 취임축하 촛불만찬 행사가 같은 시각 3곳에서 분산 개최되어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일행은 3곳을 차례대로 돌아가며 방문해야 했다. 유니온 스테이션에는 나중에 온 것이 맞다. 이날 촛불만찬은 취임축하 파티 중에서도 A급에 속한 것이어서 대통령이 반드시 와야 하는 행사였고, 초청장에도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이 오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3곳을 모두 찾았다”고 했다.

    백 의장은 허씨가 촬영했다는 사진에 대해 “유니온 스테이션 만찬장이 맞다”고 했다. 허씨 측은 유니온 스테이션 축하파티가 열리는 동안 허씨가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촬영한 70여 장의 사진을 ‘신동아’에 보내왔다.

    허씨가 실제로 초청장을 받아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 참석했다면 이는 “피고인 허경영은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국 43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당선 축하파티에 초청된 사실이 없다”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허씨가 참석한 축하파티에 부시 대통령도 왔었다는 점이 사실이면 ‘부시 대통령 사진 합성’ 혐의도 무게감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파티에 간 적도 없는 사람이 완전히 허구로 조작한 것과, 부시 대통령 측의 초청으로 워싱턴 파티에 실제로 참석해 부시 대통령을 직접 보면서 그의 취임을 축하해주긴 했으나 둘이 함께 있는 사진은 찍지 못해 합성한 것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본좌’ 허경영, 美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실제로 참석했다

    허경영씨가 지난 대선 때 공표해 합성 의혹을 받고 있는 사진.

    박 변호사는 “사진은 합성이 아니다. 조명 때문에 합성인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설령 합성 사진이 맞다 하더라도, 취임 축하파티에 실제로 갔는지 여부가 본질이다. 파티 참석이 사실이라면 사진 합성은 부차적 사안에 불과하고 과실의 정도는 법률의 문제에서 윤리의 문제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 의장은 “취임 축하파티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부시 대통령과 1대 1로 사진 촬영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200~300명에 이르는 참석자와 일일이 포즈를 취해주지는 않는다. 대개 대통령과 사진 촬영을 할 때는 별도의 방에 들어간다”고 했다.

    진실은, 파티에 갔고 합성도 했다?

    이상의 증언과 정황을 종합했을 때 이 사건의 ‘진실’은 다음과 같다는 시각이 있다.

    “허경영씨는 2001년 1월 뜻하지 않게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및 취임식에 초청받았다. 누가 펑크를 냈는지 취임식 불과 3일 전 공화당 재미동포 인맥이 갑작스럽게 제의해온 것이다. 미국 비자가 없어 초청자 측에서 대사관에 부랴부랴 협조공문을 보내는 등 난리를 쳤다. 서둘러 보내느라 철자와 숫자도 틀렸다. 허씨는 취임 축하파티에서 한국과 미국의 유력인사들과 사진을 찍어두는 데 열중했다. 70장도 넘게 찍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연단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경호도 엄격했다. 먼발치의 부시 대통령과 자신을 함께 넣고 찍어봤지만 부시 대통령이 너무 작게 나왔다. 허씨는 2007년 대선에 출마했다. 선거홍보만큼은 자신 있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새마을노래를 접목한 TV 광고는 대박이 났다.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 초청받았다는 점도 활용해야 했다. 그러나 이를 유권자에게 압축적으로, 극적으로 보여줄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합성사진을 내놓았다.”

    허씨의 파티 참석이 사실일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허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엄중 처벌한 검찰 수사의 성격이 이상하게 된다. 과잉수사 논란이 불가피하다.

    1심 판결문에 기록된 ‘증거 요지’에 따르면 검찰은 ‘허경영씨가 미국 워싱턴의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 초청받지 않았고 참석하지도 않았다’는 증거로 ① 손병두 진술서 ②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사진 조회 결과 ③ 합성된 사진의 재료가 된 원본사진들이 허경영의 집에서 압수된 점 ④ 사진 압수에 참여한 형사의 진술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 4가지 증거 중 2~4 등 3가지는 사진합성과 관련된 증거다. 사진합성은 파티에 초청받지 않았다는 공소사실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증거는 아니다. 정황적 근거만 될 뿐이다.

    허씨의 파티 참석 여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검찰 측 증거는 손병두 총장의 진술(“파티에 부시 대통령이 안왔다”)이다. 그러나 손병두 총장은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선 검찰에서 했다는 이 같은 진술을 부정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왔는지 안 왔는지 확실히 모른다”고 했다. 다음은 손 총장과의 대화 내용이다.

    -2001년 1월 부시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에 참석하셨죠?

    “네.”

    -장소가 워싱턴 유니온 스테이션의….

    “그게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이 생생하지 않아요.”

    -그 파티에 부시 대통령이 안 온건가요, 아니면 손 총장께서 일찍 자리를 떠서 부시 대통령을 못 본 건가요?

    “나는 어쨌든 기억이 안 나거든요.”

    -일찍 자리를 뜨셨다는데….

    “그것도 기억 안 나고…(부시 대통령이) 왔는지 안 왔는지 확실히 모르기 때문에 답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묻는 거죠.”

    -허경영씨….

    “그건, 그 문제에 연루되긴 싫으니까, 더 이상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습니다.”

    ‘신동아’ 취재 결과 “부시 대통령은 손 총장이 참석한 파티에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왔다”는 상반되는 증언이 나왔다. 이 파티의 초청장에 부시 대통령 참석이 명기되어 있는 증거도 제시됐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오지 않는 취임 축하만찬에 2500달러라는 거금의 입장료가 붙겠는가”라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다 두 명의 목격자는 “취임 축하파티에서 허씨를 만났다”고 증언했다.

    여전한 ‘본좌’ “CF 41건 들어와”

    검찰 공소장과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허씨의 축하파티 참석 여부를 초청자인 미국 측에 확인했다는 흔적이 없다. “수많은 네티즌과 국민의 관심을 모은 이 사건의 중대성에 비췄을 때 검찰 측이 내놓은 증거가 빈약하며 검찰의 입증 노력이 불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파티에 초청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가 객관적으로 가려지지 않았다면 피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검찰은 이 부분을 공소장에서 뺐어야 했다는 것이다.

    “‘축지법’ ‘IQ 430’ 발언 등 허씨의 잇따른 기행(奇行)에다 조잡해 보이는 합성 의혹 사진까지 나오자,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파티 초청’도 당연히 허위일 것으로 예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허경영씨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유력한 증거인 초청장을 지금까지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점, 자신을 초청했다는 미 공화당 소속 재미교포가 증언을 하지 않은 점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이 아직 여럿이다.

    이에 대해 박항용 변호사는 “검찰에 구속되면서 주한미국대사관 업무협조문부터 공개했다. 허 총재는 초청장에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 있지 않아 업무협조문이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 듯했다. 그런데 문서에 오기(誤記)가 발견되어 일이 더 꼬였다. 초청장 위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초청한 분들, 파티장에 함께 있었던 분들은 모두 한국과 미국의 사회지도층인데다 현재 여론이 허 총재를 범법자로 매도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는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구치소에 있는 허씨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 허씨는 “대선 후 내 인기가 급상승해 기업으로부터 41건의 CF 출연제의가 들어왔다. 구속되지 않았다면 서울 은평(허씨의 본적지)에 출마해 이재오, 문국현과 3파전을 벌였을 거다. 총선의 최대 관심지역이 됐을 거고 나는 당당히 당선됐을 것”이라고 호언했다고 한다. “41건이 맞느냐”고 되묻자 박 변호사는 “그렇게 말한 게 틀림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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