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호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

“우리에겐 바다가 땅입니다”

  • 이형삼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ans@donga.com

    입력2008-09-04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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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대 최고 취업률? 앞으론 더 높아진다”
    • 졸업 직후 3등항해사 초임연봉 5000만원… 우수 고교생 지원 줄이어
    • ‘웬 정년?’ 구인난에 70대 졸업생도 즐거운 비명
    • “땅에서 얻는 모든 것이 바다에 있다”
    • “해운인력 3만 길러내 세계 해기사 메카 될 것”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

    부산 영도구 동삼동 아치섬에 들어선 한국해양대 캠퍼스.

    코끝보다 가슴으로 먼저 맡는 향이 있다.

    22년 전 여름, 부산 태종대. 열매 맺지 못할 관계임을 알기에 산책로를 내디딜 때마다 내 가슴은 묵직하게 저려왔고 그녀는 과장되게 발랄했다. 가끔 내 손을 맞잡는 그녀의 촉촉한 손바닥에서 묻어나던, 여린 바람결 속 젖은 풀내음 같은 청신향.

    어느새 가슴으로 스민 향이 프루스트의 마들레느 과자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넘어 아찔한 흉통을 일으킬 무렵, 다행히 차가 태종대 초입에서 좌회전해 방파제 길로 내달린다. 200m 남짓한 방파제 길은 아치섬으로 이어지고, 이 섬에 한국해양대학교가 있다.

    “섬 전체가 대학 캠퍼스입니다. 부산 토박이인 제가 봐도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운 캠퍼스예요.”

    한국해양대 최윤진 홍보팀장이 새삼 감탄했다. 그럴 만도 하다. 누구나 젊은 날 아릿한 추억 하나쯤 간직했을 태종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물새떼 날아오르는 바다가 사방에서 넘실댄다. 오른편은 부산항과 맞닿아 수천t짜리 배들이 곧장 드나들 수 있다. 푸른 섬 캠퍼스라 그저 교정을 거닐기만 해도 답청(踏靑)이다. ‘낭만의 캠퍼스’란 표현이 결코 식상하지 않다.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
    해사대학 취업률 93%

    국립 한국해양대학교는 1919년 문을 연 진해고등해원양성소를 모태로 1945년 ‘해양입국’ 기치를 내걸고 설립됐다. 올해로 개교 63년. 국립 목포해양대학교와 함께 해양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국내 유이(唯二)의 4년제 대학이다. 특히 해운·항만·물류산업 분야, 조선·해양 분야, 정보통신 분야, 국제지역연구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선정해 중점 육성하고 있다. 1991년 종합대학교로 개편된 이후 4개 단과대학(19개 학부, 6개 학과)과 4개 대학원(61개 학과, 122개 전공) 체제를 갖췄다.

    세계 최강인 국내 조선업과 해운업의 폭발적인 호황에 힘입어 한국해양대의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2008년 해양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졸업 직후인 지난 4월1일 현재 73.5%로 국립대 최상위권 수준이며, 특히 한국해양대의 ‘간판’ 단과대학인 해사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93.4%에 달한다. 오거돈(吳巨敦·60) 한국해양대 총장은 “해양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관련 공공기관의 비중도 커지고 있는 데다 해양산업은 세계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되므로 해양대 졸업생들의 활동영역은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 총장은 이래저래 바다와 인연이 많은 사람이다. 부산에서 태어나(“걸음마보다 헤엄을 먼저 깨쳤다”고 한다) 고교(경남고) 졸업 때까지 자랐고, 해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1974년 행정고시(14회) 합격 후 시작한 공직생활의 절반도 부산에서 보냈다. 부산시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 시장 권한대행을 거쳐 해양수산부 장관(2005년 1월~2006년 3월)을 지냈고, 지난 3월 한국해양대 총장으로 부임해 ‘섬사람’이 됐다.

    8월6일 오후 그를 만났다. 곳곳에 폭염특보가 발령될 만큼 푹푹 찌는 날씨였지만 ‘국립대 총장실’의 가용 냉방수단은 부채뿐이었다. 첫 질문이 좀 삐딱하게 나간 건 그 때문일까.

    ▼ 2003년 해양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것말고는 해양대와 특별한 인연이 없었는데 어떤 계기로 총장을 맡게 됐습니까. 지방과 중앙행정을 두루 경험했지만 교육행정을 접하기는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적지 않을 듯한데요.

    “젊은 시절부터 사회경력을 어느 정도 쌓고 나면 인재 키우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지난해 해양대 몇몇 교수로부터 총장선거에 외부 후보로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죠. 바로 인재양성, 그것도 저와 인연이 많은 해양과 관련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니 이거야말로 내가 원하던 일이다 싶어 입후보했고 당선됐습니다.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게 여깁니다.

    겨우 5개월차 총장이지만 느낀 게 많습니다. 행정조직은 하이어라키(hierarchy)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죠. 그런데 대학조직의 중심인 교수들은 자기 분야에 평생을 종사해온 분들이라 어떤 면에선 외곬의 사고를 갖기 쉬워요. 그만큼 보수 성향이 강합니다. 일반 공무원조직이라면 일주일 안에 이런 걸 확 바꿔버릴 수 있겠지만, 여기에선 반 년이 지나도 안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과거 행정부문에서 몸에 밴 조직운영 스타일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교수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총장인 저 스스로부터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죠. 정책 변화의 강약과 완급을 잘 조화시켜 대학을 꾸려갈 겁니다.”

    군 복무 대신 1억 번다?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

    오거돈 총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 브리지(艦橋)에서 교수, 학생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현재 해양대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대학경영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 총장은 “해양대와 같은 성격의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이 될 수는 없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엄밀하게 적용돼야 한다. 10월경 평가결과가 나오면 우리가 키워야 할 것, 줄여야 할 것,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자신이 ‘총대’를 메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 해양대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지금도 매우 높은 수준인데 앞으로 취업률이 더 높아지리라 확신하는 것은 어떤 근거 때문입니까.

    “일각에서는 아직도 해양대를 ‘배 타는 사람 만드는 곳’으로만 알고 있는데, 그건 옛날 얘깁니다. 해양대에는 선장, 항해사, 기관사, 도선사 등 직접 배 타는 사람을 키우는 해사대학뿐 아니라 해양과학기술대학, 공과대학, 국제대학 등 4개 단과대학에서 해양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길러냅니다. 그러니 해양대 졸업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엄청나게 광범위하죠. 가령 요즘 한창 각광받고 있는 조선업 분야는 차치하고 해양물류 관련산업 하나만 보더라도 항만운영, 창고운영, 수송, 선박관리, 항만 배후부지 관련사업, 해운관련 금융업, 선용품 공급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항만에 사람이 많이 몰려드니 관광업도 간접적으로 연관돼요. 졸업한 지 40년이 넘은 70대 노인들도 관련회사에서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 정도입니다.

    오거돈 한국해양대 총장

    사진제공 한국해양대

    웬만한 규모 이상의 선박운영회사 모임인 한국선주협회에 현재 170여 개 사가 가입돼 있는데, 이들 회사 오너의 40%가 해양대 출신입니다. 회원사의 50%가 현대, 한진 같은 대기업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죠(비유하자면 ‘택시협회’ 소속 택시의 50%가 법인택시, 나머지 50%가 개인택시인데 개인택시 오너의 5분의 4가 해양대 출신이라는 얘기다). 아직 졸업생 수는 얼마 안 되지만, 세계 각국의 해양도시에 가보면 이른바 명문대 출신보다 훨씬 많은 해양대 동문이 그 지역 한인회에서 중심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양대를 지원하는 우수한 고교생도 급증세라고 한다. 특히 해사대학 지원자들의 성적은 서울 최상위권 대학 지원자들과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인터뷰에 동석한 이홍찬 해사대학 부학장의 설명이다. 졸업 후 해기사(海技士) 자격증을 따면 대개 3등항해사로 출발하는데 초임연봉이 5000만원 가까이 된다. 졸업생들은 병역특례를 인정받아 산업기능요원으로 상선회사 등에서 최소 3년간 의무승선을 하게 되는데, 3년이면 1억원이 넘는 수입을 챙기게 되니 ‘대체복무’라기보다 ‘알짜배기 취업’이다.

    ▼ 지난 3월 부임한 후 ‘우리에게 바다는 땅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제2의 창학’을 선언했습니다. 홍보 포스터를 보니 육지는 바다를 뜻하는 청색으로, 바다는 육지를 뜻하는 녹색으로 세계지도를 그려놨더군요.

    “땅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바다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바다에서 구하는 게 땅에서 구하는 것보다 비싸게 먹히기 때문에 땅에서 구하고 있을 따름이죠. 하지만 육상의 석유 매장량이 30년분밖에 안 된다는데, 그 후엔 어떻게 할 겁니까. 바다에서 석유를 시추하든지 천연가스나 하이드레이트를 끌어올리는 수밖에요.

    그런데 육상에서의 석유 시추비용은 점점 증가하는 데 반해 바다에서의 시추비용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해양과학기술(MT·Marine Technology) 덕분이죠. 그래서 우리가 해양과학기술대학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겁니다. 육상과 해상의 자원획득 비용이 비슷해지는 날, 그래서 온 세계가 바다자원▼ 물류루트, 해양광물, 해양식량, 해양관광, 해양에너지, 해양공간 같은▼ 을 향할 수밖에 없는 날이 곧 옵니다. 그렇기에 우리 해양대엔 바다가 곧 땅입니다. 이 새로운 ‘땅’을 전문적으로 운용할 인력을 기르는 건 국가의 미래는 물론 졸업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없이 바람직한 일이죠.”

    ‘해운인력 3만 양성 프로젝트’

    ▼ 최근 해양대가 청사진을 제시한 ‘해운인력 3만 양성 프로젝트’도 그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겠군요. 해양교육기관 통폐합 등 굵직굵직한 과제들이 포함돼 있던데 잘 추진되고 있습니까.

    “조선 물량과 선복량(船腹量·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 규모)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데 비해 선박운용 전문인력인 해기사는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국내 상황만 봐도 지금 추세라면 10년 후인 2018년엔 해기사 부족인원이 무려 1만1200명에 이를 전망이에요. 해양대 외엔 해기사를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선원이 모자라면 동남아에서 수입해 오면 될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이젠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자국 선원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은 선원을 구하느라 아프리카까지 날아가는 회사들도 있어요.

    한국이 현재 조선 세계 1위, 해운 선복량 세계 6위인데 이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기사 공급의 메카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행히 OECD 국가 가운데 4년제 국립대학체제로 해기사를 양성하는 나라는 한국뿐이죠. 이런 강점을 살려 해양대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 해기사 양성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3만 양성론을 주창한 겁니다.

    그 일환으로 해양교육기관을 통합시켜 달라고 중앙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같은 부산권역에서 이웃한 한국해양대(고급과정), 한국해양수산연구원(중급과정), 부산해사고(초급과정)부터라도 통합해 교육 클러스터를 만들자는 거죠. 이렇게 하면 교수, 기자재, 실습선(해양대는 6686t급 한바다호, 3640t급 한나라호 등 2대의 실습선을 보유하고 있는데, 2005년 건조된 한바다호는 아시아 지역 실습선 중 최대 규모다) 등을 함께 활용할 수 있어 해기사 교육을 체계적, 조직적,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중동지역 등에 분교 설치도 구상하고 있는데, 대학설립 관계법의 제약 때문에 우선은 분교에 앞서 이들 국가에 해양대 부설 선원양성소를 만들어 해외 선원 육성에 힘을 쏟으려 합니다.”

    지금도 해양대에는 캄보디아, 미얀마, 중국 등지의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오 총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향후 국제교육원을 설치해 더 많은 해외 인재를 유치할 계획이다. 외국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예를 들어 미얀마 출신 학생이 해양대를 졸업하고 선원이 되면 자국 총리보다 월급을 많이 받아 선망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조선 1위, 아직은 부동(不動)”

    ▼ 최근 들어 한국 조선업계의 호황이 고점을 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얼마 전에는 일부 조선사의 수주계약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불안감을 더했고요. 한국 조선업의 미래는 해양대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조선업이 계속 우리의 성장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요.

    “경기는 늘 순환하는 것이니 우리가 영원히 세계 1위 조선대국으로 남을 수는 없을 겁니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그리고 그 기간에 그것을 대체할 미래 성장동력산업을 어떻게 육성하느냐겠죠. 조선업 세계 최강의 자리를 내준 유럽이 비록 배는 버렸다 해도 조선 기자재 분야에선 여전히 막강한 역량을 갖추고 있잖아요. 한국도 기술우위를 확보해 조선 기자재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에 뛰어들어야죠. 조선업뿐 아니라 해양에너지 등 해양산업의 다각화 시도도 절실하고요.

    하지만 최근의 조선사 계약최소 사례는 일시적인 것으로, 이를 조선경기 전체의 불황으로 연결짓는 것은 성급하다고 봅니다. 중국, 일본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계약해지 사태가 속출한다면 조선경기 하락 징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이번의 계약취소 건은 오히려 우리 조선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어요. 그간 원자재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선박건조 경비가 엄청나게 인상된 마당에 저가 수주를 솎아냄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으니까요. 1960~70년대 유럽, 1980~90년대 일본, 2000년대 한국에 이어 중국이 미래 조선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는 기술력에서 우리가 1위국을 뺏길 상황이 아니라고 봅니다. 중국이 못 만드는 LNG선을 우리는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있고, 머지않아 ‘조선산업의 꽃’이라 할 크루즈선까지 만들게 되면 1위 자리를 내줄 까닭이 없죠.”

    ▼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의 국립 해양대 총장으로서 최근 다시 불거진 독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를 듯합니다.

    “자기 땅도 아닌데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많아요. 자신의 논리를 국제사회에서 소리없이 전파하는 것 보세요. 우리에게도 역사적 고증을 위해 전문가들의 두뇌를 모으고 이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조용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가는 노력이 있어야겠죠. 세계의 해양영토 분쟁지역이 400곳이 넘는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일본▼ 중국 간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를 일본이, 러시아▼ 일본 간 분쟁지역인 쿠릴열도를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듯 우리도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한 우리 땅임을 부정할 방법이 없어요. 그간 미국 지명위원회도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나라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까. 그러다가 이번에 일본의 치밀하고 소리없는 대응 때문에 이를 번복하려 한 것이죠. 독도 주변의 해양자원 조사를 활발하게 벌인다든지, 독도를 문화재로서 밀도 있게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실효적 지배 강화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어업협정은 독도 문제와 무관”

    ▼ 독도 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1999년 체결한 한일어업협정을 다시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오 총장께선 해수부 장관이던 2005년 3월 “한일어업협정은 우리의 독도 영유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하셨는데요.

    “한국과 일본이 영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협상은 양국 외교당국 차원에서 정례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타결이 안 되고 있을 뿐이죠. 이에 비해 한일어업협정은 어디까지나 어업활동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잠정적, 기능적으로 체결한 협정입니다. 영토구획과는 무관한 거예요. 중간수역이라는 것은 두 나라 어민들이 상대국의 허가 없이 조업할 수 있는 수역에 불과합니다. 만일 한일어업협정이 파기되면 우리 근해어업의 기반이 무너져 어장이 축소되고 어획량이 감소해 어민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바다 여기저기에서 충돌이 빚어질 게 불 보듯 하고요. 2005년 제가 정리한 해수부의 원칙을 받아들여 당시 반기문 외교장관이 국회 특위에서 “어업협정은 독도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고 분명히 밝힌 것도 이런 현실적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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