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호

최고 지도자의 조건 外

  • 담당·이혜민 기자

    입력2008-10-02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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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지도자의 조건 外
    최고 지도자의 조건 _ 리덩후이 지음, 이긍희 옮김

    동아시아 현대사를 이끈 타이완의 지도자, 리덩후이가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지도자의 조건을 23가지로 집약했다. 지도자가 가져야 할 철학으로는 고독을 지켜주는 신앙, 선정을 위한 사생관, 공의의 정신, 공명정대, 카리스마, 전통에 기초한 신념 등을 꼽았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힘으로는 강력한 리더십, 용기와 마음의 평정, 위기에 대응하는 현장주의, 결단력, 아이덴티티의 확립, 애국심의 함양, 엘리트의 육성을 들었다. 윗사람의 행동원리로는 성실한 말 태도, 인내력, 측은지정, 대국적으로 보는 시야, 발상의 전환, 행동력과 강력한 의지, 미래에 대한 제언 능력 등을 지적했다.

    리덩후이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나라인 타이완을 정치경제적으로 성장시킨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므로 독자는 사실적인 이 글을 통해 한 지도자의 인격과 사상, 자질과 능력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볼 수 있다. 게다가 리덩후이가 당파적 갈등과 민족적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 또한 볼 수 있다.

    국민당 일당 독재체제의 저항을 극복하고 타이완 민주화를 이룬 리덩후이. 일본 교토제국대학을 다닌 그는 일본을 타이완 독립의 지지 세력으로 만들려 애썼다. 농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국립 타이완대학 교수로 재직했고, 타이베이 시장을 거쳐 총통이 됐다.

    리덩후이는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옮겼다”고 말했다. 독자는 타이완 전 총리가 현실적 리더십으로 정치권력의 구도를 이끌어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까치/ 205쪽/ 1만2000원



    리빙 그린 _ 그레그 혼 지음, 조원범·조향 옮김

    아토피와 같은 환경 질환을 앓는 이와 삶의 질을 생각하는 이가 좋아하는 녹색. 녹색 세상에서 친환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저자가 말한 대로 ‘그린슈머’라 부를 만한데, 이들은 음식물과 몸에 바르는 것(Green Health), 살아가는 곳(Green Home), 에너지(Green Future)를 소비하는 데 있어 환경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책은 그린슈머들이 앞의 세 영역을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직장 근처에 거주하라’ ‘드라이클리닝을 자제하라’ ‘샤워할 때는 여과된 물을 사용하라’ ‘먹이사슬의 아랫부분을 먹어라’는 식의 충고도 담겨 있다. 저자 자신이 세계 최대 건강보조식품회사인 제너럴뉴트리션센터의 최고경영자였을 당시 빌딩증후군(화학물질과민증)을 앓아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지 그의 글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사이언스북스/ 256쪽 / 1만1000원

    야쿠자, 음지의 권력자들 _ 미야자키 마나부 지음, 강 우원용 지음

    “야쿠자를 읽으면 일본의 내면이 보인다.” 야쿠자는 단순한 폭력조직이 아니라 일본정신을 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무라이 정신, 일본도, 봉건적 위계질서, 의리와 인정, 법보다 중요한 내부 규율을 가진 야쿠자를 분석하면 일본인의 특징 또한 알아낼 수 있다. 이 책은 일본의 봉건제 사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존재해온 야쿠자를 설명하며, 이들의 존재 의의를 풀어본다. 또한 야쿠자의 원류, 근대의 야쿠자, 예능계와 정치를 움직인 야쿠자를 살피며 일본을 읽는다. 저자의 아버지가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인 데라무라구미를 이끈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게 읽힌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외조부가 유명한 야쿠자였기에 야쿠자와 같은 ‘우익정신’을 잇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그럴듯해 보인다. 이다미디어/ 264쪽/ 1만2000원

    히틀러 북 _ 헨릭 에벨레·마티아스 울 편저

    스탈린은 히틀러의 자살 소식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히틀러가 연합군의 도움으로 어딘가로 망명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스탈린은 결국 내정인민위원회(KGB의 전신)에 ‘히틀러의 사망을 입증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내정인민위원회는 수용소를 뒤져 히틀러의 조력자들을 색출해 심문했고, 그 결과 1946년부터 4년 동안, 히틀러의 전속부관이었던 자를 통해 히틀러의 삶과 총통사령부에서 벌어진 사건을 상세하게 알아냈다. 이 전속부관의 심문기록을 풀어낸 것이 바로 ‘히틀러 북’인데, 이는 2003년 독일 현대사연구소의 마티아스 울이 러시아 문서기록보관소에서 ‘파일’이라고 명명된 413장의 타이핑된 문서를 발견함으로써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독자는 히틀러의 몸종과도 같았던 한 장교의 진술을 통해 히틀러의 인간적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루비박스/ 476쪽/ 2만4000원

    대통령을 기소하다 _ 빈센트 불리오시 지음, 홍민경·최지향 옮김

    “조지 부시 대통령을 살인죄로 기소하겠다.” 106건의 재판에서 105건을 승소, 이 중 21건의 살인사건에서는 단 한 건도 패소하지 않은 전설적인 검사이자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세 번이나 1위에 오른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부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총대를 멨다. 물론 죄를 묻기에 앞서 이라크전쟁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기획된 전쟁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저자는 “부시는 이유 없는 전쟁을 일으켜 이라크인들이 미군을 살해하도록 유도했기에 ‘결백한 피이용자 원칙’에 따라 형사상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증거뿐 아니라 살인사건에 대한 판례를 치밀하게 언급하며, 부시 대통령을 미국 법정에 기소할 수 있는 요건을 검토한다. 저자는 사법적 권력의 본질적인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한다. 웅진지식하우스/ 284쪽/ 1만3000원

    최고 지도자의 조건 外
    대한민국 걷어차기 _ 한승동 지음

    국제관계 전문기자인 저자가 한국을 둘러싼 강대국의 패권전략을 분석했다. 현장 정보, 구체적 자료가 풍부한 이 책은 동아시아의 판을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동안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일본 우파를 분석하는 데 힘써온 그가 책을 쓴 이유는 강대국이 짜놓은 구도 안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기 위해서다.

    저자는 “일본 우파는 여전히 대동아 공영권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지적 영토 분쟁 차원을 넘어 단숨에 대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우려다. 독도분쟁이 동아시아 패권 게임의 바로미터라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일본의 영토 야심이 커진 배경에는 우익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요인이 있다. 저자는 자민당으로 대표되는 일본 우익이 정치군사대국 일본 재창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런 일본을 부추기고 있는데,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한국이 미국의 힘에만 의존해서는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며 “과도한 친미 외교만 펼칠 경우 한국은 점점 미국의 종속변수가 되어갈 뿐”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독자적 파워를 행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북한과 손을 잡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중국, 러시아, 북한에 등을 돌리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일본 국익에 봉사하는 동맹에서 벗어난다면 새로운 국제 동원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교양인/ 368쪽/ 1만6000원

    일본은 사죄하고 싶다 _ 오누마 야스아키 지음, 정현숙 옮김

    아시아여성기금의 발기인 이사로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온 일본인이 한국 언론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비판했다. 문제해결 역량과 한계가 극심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필자는 1970년대부터 한국 미디어의 보도내용이나 지식인의 논조를 보며 크게 실망했고 밝힌다. 무엇보다 잘못된 보도, 과장된 보도가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키는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상하지 않는 일본은 도덕적으로 한국에 비해 열등하다’는 식의 논의는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감정적인 논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언론이 드물었다며, 당사자들을 가해자, 피해자로 국한시키는 한 논의는 진전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도쿄대학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교수다. 전략과문화/ 263쪽/ 1만2000원

    디팩 초프라의 완전한 삶 _ 디팩 초프라 지음, 구승준 옮김

    ‘뉴스위크’가 선정한 ‘20세기를 움직인 100인’에 속한 저자가 ‘삶에 깃든 비밀을 푸는 법’을 알려준다. ‘몸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라’ ‘당신 안에 세상이 있다’ ‘자신의 삶에서 심오한 측면을 소중히 여기라’ ‘고통의 원인은 허상이다’ ‘악은 적이 아니다’ ‘개체적 인간에서 벗어날 때 진정 자유롭다’ ‘모든 것은 순수한 본질이다’에 이르기까지 삶을 고양시키는 15가지 비밀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이런 방법은 독자의 삶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독자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한다. 저자의 말이 귓가에 머문다. “삶의 비밀을 가두는 자물쇠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스스로 채우고 있으며, 열쇠 또한 당신에게 있다. 모든 지식은 우리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문화/ 364쪽/ 1만5000원

    Do-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 _ 이렌 도르니에 지음, 이은실 옮김, 김칠영 감수

    Do-24는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만들어진 독일산 수상(水上)비행기다. 수상비행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사라졌다. 해상 정찰, 수색, 구조임무 등을 수행하는 데는 유용했으나 역학 구조, 중량, 성능 면에서 육상비행기를 따라잡지 못해서다. 활주로가 많이 건설돼 비행기가 수면에 이착륙할 필요가 없어진 것도 이유였다. 현재 수상비행기 대부분은 박물관에 잠들어 있다. Do-24는 저자 할아버지의 비행기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뒤 20여 년간 박물관에 머물던 것을 저자가 다시 살려냈다. 애착을 갖고 고철을 고쳐 8000시간과 600만유로를 들여 살려낸 이 비행기는 3년간 날았다. 전설적인 항공기 제작자 클라우데 도르니에의 손자인 저자는 사진작가로 명성을 쌓고 필리핀에 정착해 시에어(SEAIR) 항공사를 설립한 뒤 최근 경험을 책으로 옮겼다. 오픈하우스/ 288쪽/ 3만2000원

    0.1그램의 희망 _ 이상묵·강인식 지음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그는 어깨 아래를 전혀 쓸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이다. 2003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그는 2006년 8월, 캘리포니아공과대학과 서울대가 공동 진행한 지질 연구의 마지막 코스를 가던 중 사막 한가운데서 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전신이 마비됐다. 6개월 만에 대학으로 돌아온 그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비록 전신은 마비됐지만 과학자로 생각할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 책을 쓴 것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보여줌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다. ‘한계를 이겨내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 정보와 정책 제안도 잊지 않는다. 랜덤하우스/ 344쪽/ 1만1000원

    최고 지도자의 조건 外
    옛 사람들의 눈물 _ 전송열 지음

    요즘은 죽은 자를 기리며 시(輓詩)를 쓰는 이가 드물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세상을 떠난 이를 기리며 시를 쓰는 사람이 많았다. 당시 권세가가 하직하면 문전에 만시가 수북이 쌓일 정도였다. 이러한 글은 대부분 오언절구나 칠언율시로 씌어졌는데, 격정을 이기지 못해 길게 쓴 것도 있었고, 슬픔을 억제한 채 짧게 남긴 것도 있었다.

    만시는 아내를 위한 도망시(悼亡詩), 친구를 위한 도붕시(悼朋詩), 먼저 간 자식을 위한 곡자시(哭子詩),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기린 자만시(自輓詩) 외에 스승, 제자, 선배, 종을 위해 쓴 시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20여 년간 조선시대 시문학을 연구해온 저자가 문학적으로 뛰어난 만시를 분야별로 골라 역사적 유래와 함께 미학적 특징을 분석했다. 독자는 책에 실린 35편의 시를 읽으며 은은하고 아름다운 조선 문학을 만날 수 있다.

    삼당시인 이달이가 죽은 아내를 그리며 지은 시는 매우 서정적이다. “화장함엔 거미줄. 거미줄, 거미엔 먼지 일고/ 닫힌 문에 복사꽃 핀 적막한 봄이라/ 예전처럼 다락에 밝은 달은 떴건만은/ 그 누가 있어 저 주렴 거두어줄까 - 이달이, ‘죽은 아내를 슬퍼하며’”

    추사가 아내를 잃은 심사를 적은 것은 도망시 중에서도 압권으로 꼽힌다.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 죽었을 때는 그저 남의 얘기지만, 진정 가까이 지낸 사람의 죽음은 비통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죽은 경우 더더욱 진정성이 돋보이는 시를 쓰는 것도 그래서다. 죽음을 되돌아봄으로써 삶을 되짚어본 선조의 마음이 전해진다. 글항아리/ 400쪽/ 1만4800원

    소멸 _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류은희·조현천 옮김

    저자는 잉게보르흐 바흐만, 피터 한트케와 더불어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독일어권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의 마지막 소설로,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고립과 광기, 질병과 죽음에 몰두한 저자의 완결판 격인 작품이 출간됐다. 이 소설은 베른하르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긴 호흡의 문장이 문단 구분 없이 씌어져 있다. 작가는 우리가 편견 없이 받아들인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냉정한 시선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데, 한 예로 사진은 추억의 저장고이면서 동시에 타인을 하나의 이미지에 가두는 철창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이 여동생의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온 뒤, 부모님과 형의 부음을 받고 장례식을 치르는 사흘 동안의 일을 그리고 있다. 현암사/ 508쪽/ 1만4800원

    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 _ 아리프 아쉬츠 지음, 김문호 옮김

    ‘이스탄불 투얍(tuyap) 북페어’에서 1998년 ‘터키의 가장 아름다운 책’ 중 한 권으로 선정된 책이다. 2007년 한·터키 수교 50주년 기념 사진전을 열기도 한 터키의 유명 사진작가 아리프 아쉬츠. 그는 4명으로 구성된 실크로드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12,000km에 달하는 실크로드를 낙타 10마리와 함께 걸었다. 아리프는 ‘고대’라는 시간여행을 택해 고대의 방법 그대로 실크로드를 따라갔다. 터키 대통령이 각국 정상에게 보내는 친서를 써주어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을 무사히 거칠 수 있었다. 한 달 넘게 아스팔트를 걸은 낙타들의 차르크가 다 닳아 나이키 신발을 신긴 일, 사라진 낙타를 찾아 헤맨 일 등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진미는 저자의 사진 140컷이다. 일빛/ 352쪽/ 1만5000원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 _ 글 김연수·조경란 외, 사진 임재천

    “당신의 마음속 도시는 어디입니까?” 이 물음에 작가들이 감춰둔 ‘나만의 도시’를 들춰냈다. 김연수에게 삼청동은 ‘세상에서 가장 좁은 우주’였고, 조경란에게 광화문은 ‘지금도 시간만 나면 버스를 타고 갈 만큼’ 애정 어린 곳이다. 고향을 등진 지 오래된 소설가 이혜경은 보령의 한내를, 시인 허수경은 진주의 남강을 끄집어낸다. 한승원은 소설 ‘동학제’와 장편소설 ‘다산’을 쓰기 위해 답사했던 나주의 깊이를 전한다. 독자는 이 외에도 다양한 필자들의 고백을 통해 작가의 감성과 인성을 접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임재천은 꼬박 8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잊히고 사라져가는 한국의 풍경을 담았는데, 이 책은 그의 그러한 정성으로 빚어졌다. 도시의 결이 온전히 전해지는 세심한 책이다. 문학동네/ 424쪽/ 1만9500원

    버디 2nd Round 1, 2, 3 _ 이현세 그림, 최성현 글

    두 한국 남성이 미국 PGA를 정복하는 과정을 다룬 ‘골프 만화’다. 집안의 지원을 받으며 노력한 박정과 천부적인 감각으로 골프 천재가 된 오혜성. 이들은 어릴 적 친구이자 라이벌로 오직 골프를 위해 사는 자들이다. 박희영 KLPGA 프로 골퍼는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모든 골퍼가 공감할 수 있도록, 생생하게 묘사됐다”고 했다. 굴곡진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린에 가서 꿈을 펼치겠다는 주인공들의 의지가 돋보인다. 독자는 만화를 읽는 재미 외에 골프의 역사, 의미, 기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권말부록으로 수록된 PGA 프로 전욱휴의 골프 레슨은 덤이다. 중앙Books/ 각권 270쪽 내외/ 각권 9800원

    최고 지도자의 조건 外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_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남과 북은 역사적으로 반세기 이상 공존해온 두 개의 정치공동체이며, 서로를 인정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공통의 전망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계간지 ‘역사비평’ 편집위원회는 이런 문제제기를 하며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역사비평’은 이런 기본인식을 바탕으로 남과 북의 기본 골격을 만든 인물들을 비교 대조하며 남북이 걸어온 길을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식민지 조선에서 두각을 나타낸 젊은이들이 어떤 삶을 선택했으며, 그들의 선택이 조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보자는 것이다. 그들은 정치, 언어, 문학, 과학, 역사, 영화, 무용 등 사회 각 분야를 이끌며 한국현대사의 흐름을 바꿨다.

    한국 근대화를 주도한 박정희와 김일성은 직접 교류한 적은 없지만 둘 다 만주에서 성장했고, 광복 이후 팽팽한 남북 대치의 주역이 됐다. 최현배와 김두봉은 조선어강습원에서 동문수학한 사이로 한글쓰기, 가로쓰기, 형태주의에 입각한 맞춤법 등 우리말의 기본 골격을 동일하게 유지해 남북의 언어분단을 막았다. 한설야는 북에서 계급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민족을 고민했으며, 염상섭은 남에서 일어난 미국 중심의 냉전반공주의에 반대했다.

    남과 북이 함께 가는 사회를 모색한 지식인들로는 민주헌법을 만든 유진오와 최용달, 과학의 영역에서 정치성을 배제한 과학자 이태규와 리승기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사학자 이병도와 김석형, 영화인 윤봉춘과 문예봉, 현대무용가 조택원과 최승희를 통해 남북 지식인의 인생을 추려볼 수 있다. 역사비평사/ 296쪽/ 1만3000원

    기자가 바라본 기자 _ 전민조 사진

    사진작가 전민조의 사진은 소탈하다. 빈 리어카에 드러누운 노동자, 만원버스에 매달려 가는 버스차장 등이 그의 주된 카메라 피사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베트남전 참전 이후 서라벌대학 사진과에 들어가 색약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사진에 열중했다. 그 후 한국일보,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일한 그는 누구보다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에겐 동업자라 할 기자도 피사체였다. 현장에서 찍힌 기자들을 소재로 한 사진들로만 묶은 이 책에는 사라져가는 우리의 과거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인간군상의 맨살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문학평론가 천승준은 “삶을 역사의 속살로 섬겨온 작가인 만큼, 그의 사진은 옷깃을 새삼 여미게 하는 진실의 힘이 있다”고 말한다. 대가/ 247쪽/ 2만원

    1900, 조선에 살다 _ 제이콥 로버트 무스 지음, 문무홍 외 옮김

    1890년 중반부터 20여 년간 자전거로 조선 전역을 누빈 선교사 제이콥 로버트 무스. 그에게는 ‘고춧가루가 눈병에 좋다’는 한의사의 말을 듣고 고춧가루를 눈에 넣는 소녀, 지아비를 대신해 관아로 나가 채무불이행 재판을 받으려 했던 아낙, 한바탕 싸움을 벌이며 가격 흥정을 하는 사람이 마냥 신기하게만 보였다. 그는 한때 조선인들의 ‘야만성’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기회가 되는 대로 시골을 누비며 서민의 삶을 담담하게 묘사했다. 돌판 위에 세탁물을 놓고 방망이질하는 아낙, 등에 업힌 아이 고개가 흔들리는 것도 모른 채 동전 던지기에 열중하는 꼬마, 소처럼 사고 팔리는 종,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외출하는 부인 등 구한말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푸른역사/ 320쪽/ 1만5000원

    역사학의 함정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_ 제임스 M. 블로트 지음

    유럽만이 진보의 과정을 거쳤고, 다른 지역은 유럽 덕분에 발전했다는 ‘유럽 중심주의적 세계사’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저자는 사회학의 시조인 막스 베버에서부터 린 화이트, 마이클 만, 제러드 다이아몬드 등 저명한 학자 8명을 대상으로 삼아 그들의 오류를 짚어낸다. 저자가 타깃으로 삼은 학자들은 종교사회학, 기술결정론, 환경결정론 등 좌우를 막론하고 유럽중심주의를 이끈 인물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이 억지 논리와 방법론적 결함을 극복하지 못했고, 그 결과 유럽 중심주의적 세계사를 견고히 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한다. 푸른숲/ 436쪽/ 1만8000원

    조지 소로스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_ 조지 소로스 지음, 황숙혜 옮김, 이상건 감수

    금융 재앙과 세계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언한 조지 소로스가 세계 경제에 대해 다시금 암울한 전망을 내리고 쓴 책이다. 최근 금융위기의 원인과 향후 파장을 ‘재귀성 이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이론의 골자는 ‘특정 자산의 가격은 이론적인 균형이나 내재가치에 의해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편견으로 인해 자기강화가 발생하며, 이 때문에 시장 가격과 내재가치의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 다시 말해 사람들의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간극 때문에 시장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늘 한쪽으로 치우친다는 주장이다. 조지 소로스는 1969년부터 퀀텀 펀드를 만들어 20년간 연평균 34%의 수익률을 내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위즈덤하우스/ 287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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