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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 받는 이병주 문학

신화, 월광(月光) 받으며 살아나다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재조명 받는 이병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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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 독자인 C씨는 권위 있는 문학평론가인 K교수에게서 직접 들었다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국의 근대사 100년을 배경으로 한 3대 명작 대하소설이 있는데 시대 순으로 열거하면 최명희 작 ‘혼불’, 박경리 작 ‘토지’, 이병주 작 ‘지리산’이라는 것이다. 작품 가치 순으로 평가하자면 ‘지리산’ ‘토지’ ‘혼불’이라고 한다. ‘지리산’이 최고봉이라는 것이다.

K교수가 쓴 평론 가운데 이런 평가 부분이 있는지 살폈으나 찾지 못했다. K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후 맥락으로 봐서 K교수가 기자의 전화를 받는다면 C씨에게 한 발언을 확인해줄지 의문스럽다. 작품끼리 우열을 가리는 것이 쉽지 않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더욱 곤란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들 작품을 쓴 작가가 모두 고인이 되었기에 작가의 안면을 의식할 필요는 없겠지만, 책임 있는 평론가로서는 우열에 대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 K교수가 C씨에게 말할 때는 환담 자리였다고 하니 부담 없는 분위기에서 한 발언으로 보인다. 아무튼 ‘지리산’의 가치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재조명 받는 이병주 문학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231번지에 세워진 ‘이병주 문학관’ <사진제공 이병주 문학관>

‘이병주 애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2008년 4월24일 경남 하동군에 ‘이병주 문학관’이 문을 연 데다 ‘이병주 기념사업회’가 이병주 문학을 재조명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병주 전집’도 꾸준히 팔리고 있고, 특히 20~30대 독자층에서도 이병주 소설의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동 이명산에 문학관 열어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231번지. 이명산 산기슭인 이곳에 ‘이병주 문학관’이 세워졌다. 하동에서 2번 국도를 타고 진주로 가다 이명산 입구에서 우회전하면 나타난다. 2992㎡ 대지에 504㎡ 건평의 2층 건물이다.



경사진 지붕이 강조된 문학관 건물은 목재 위주로 지어졌다. 대자연 속에 콘크리트 건축물이 들어서면 부조화가 일어날 것이므로 환경친화적으로 건축된 듯하다. 언뜻 보면 고급 펜션 같다. 멀리 건물 뒤편으로 보이는 이명산 능선 라인과 건물 지붕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자가용 차를 몰고 오는 관람객을 위해 적절한 주차 공간도 마련됐다.

문학관은 전시실, 강당, 창작실 등을 갖추었다. 문학관 건립 비용을 포함해 진입 도로 포장, 전망대 설치 등 이명산 문학예술촌 조성사업에 국비 13억5100만원, 도비 4억500만원, 군비 16억4600만원 등 모두 34억200만원이 들었다.

전시실에 들어서니 천장이 높아 시원한 느낌을 준다. 1921년 3월16일 하동군 북천면에서 태어나 1992년 4월3일 타계할 때까지의 작가 생애를 정리한 자료를 4개 구역으로 나눠 전시했다. 제1 구역은 ‘냉전시대의 자유인, 그 삶과 문학’이라고 명명됐다. 오래된 흑백사진으로 본 일본 유학생 이병주는 체구가 듬직한 청년이다. 작가는 일본 메이지(明治)대 전문부를 졸업하고 와세다대 불문과를 다니다 학병으로 끌려갔다.

메이지대 성적증명서가 진열장 밑에 보인다. 1941년 4월에 입학해 1943년 9월에 졸업한 것으로 돼 있다. 작가는 무슨 과목을 수강했을까. 당시 메이지대는 어떤 강좌를 개설했을까. 궁금한 마음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의 성적증명서를 살폈다. 1학년 때 이수한 과목은 일본문학사, 일본연극사, 외국문학연구, 문학개론, 심리학, 미술사, 음악해설, 영화개론, 영화사, 영어, 각본해설 등이다.

2학년 때의 이수과목은 논리학, 경제학개론, 무대미술연구, 영화기술연구, 불어 등이다. 3학년 과목은 희곡연구, 자연과학사, 영화연출대본연구, 불어, 졸업논문 등이다. 3년간 메이지대를 다니면서 문학, 음악, 영화, 미술 등 예술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수강했음을 알 수 있다.

제2 구역은 ‘한국의 발자크, 지리산을 품다’란 개념으로 꾸며졌다. 작가로 데뷔한 사연 등이 소개됐다. 제3 구역은 ‘끝나지 않은 역사, 산하에 새긴 작가혼’으로, 제4 구역은 ‘아직도 계속되는 월광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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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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