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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잠망경

‘광폭 행보’나선 만사형결(萬事兄結)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대통령 국정철학 운운한 박영준에 분수 알라며 호통”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광폭 행보’나선 만사형결(萬事兄結)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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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모임 ‘함께 내일로’ 에서 굳이 100일을 강조한 연유도 바로 개혁입법 문제와 관련이 있다. 즉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 4월이 돼야 임시국회가 열리는데, 재보선 문제에 관심이 쏠리다 보면 다시 6월 임시국회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촛불 정국에 갇혀 각종 개혁의 시기를 놓친 우(愚)를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부의장의 ‘좋은 의도’와 달리 그의 행보는 많은 추측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정두언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의 움직임과 맞물려 한나라당 내 역학 구도의 재편을 낳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은 국내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다. 여러 의원들이 그를 방문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 전 의원의 귀국에 대해 친박계는 “전쟁을 하자는 거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에서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나고 들어온 한 인사는 “투사나 독불장군식 이미지가 많이 없어지고, 개방적인 성향으로 바뀌어 놀랐다”며 “외국 문물을 접하면서 그런 변화가 온 게 아닌가 추측된다”라고 전했다. 또 한켠에선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재오 전 의원은 야전에서 들소처럼 뛰어노는 투사였고 정권을 창출하는 데 공은 세웠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때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MB 만난 정두언 의원



정두언 의원도 요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정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났고, 또 중국에 있는 이재오 전 의원과 회동한 것을 두고 정의원이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한 주문을 받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이상득, 이재오, 정두언을 축으로 한 여권내 갈등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일어났다. 이재오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 등이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이후 정두언 의원이 이 전 부의장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당시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을 ‘권력 사유화’의 장본인으로 지목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런 갈등은 지난해 9월 이 전 부의장이 정 의원과 시내 모처에서 회동하면서 오해가 상당히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권내 핵심 인사들이 자주 회동하고 있어 단합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어 가고 있다. 실제로 1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김백준 대통령총무비서관, 정두언 의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박영준 차장 등 10여 명이 모였고, 10일께는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정두언 정태근 조해진 백성운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전 의원, 정두언 의원의 역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전 부의장의 위치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최근 일련의 뉴스들이 화제에 올랐다. 대표적인 것이 이 전 부의장의 대북관련 발언. 2월9일 현인택 통일부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6·15와 10·4 선언문은 합의문이 아니라 선언문이며,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과 야당이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부의장의 이런 논리는 큰 반발을 불렀다. 그러나 이 전 부의장은 “남북경색의 책임이 남한에 있다는 것은 정치적인 논리이고 북한의 주장일 뿐이다. 남북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환기시키면서 청문회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를 두고 ‘형님이 말을 하면 논란이 종결된다’는 뜻의 만사형결(萬事兄結)이란 조어가 만들어졌다.

인사(人事)와 관련한 조어인 ‘만사형통’의 뒷말은 요즘도 끝없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최근 임명된 공기업 사장 L씨 관련 루머다. 한나라당 관계자에 따르면 “공기업 사장 선임과 관련, 3곳에서 대통령에게로 추천이 올라갔다. 대통령은 그 가운데 이 전 부의장의 추천을 택했다”는 게 요지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의장 측은 “전혀 근거없는 말이다. 소문은 부의장이 인사를 다 한다고 한다지만, 실제로 찾아올 경우 ‘박살’이 나서 돌아간다”고 일축했다. ‘가만히 있어도 만사형통이란 질책을 듣고 4년 뒤면 발가벗겨질텐데 내가 어떻게 경거망동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호통을 친다는 것.

‘형님 위치 잘 인식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초선 의원은 “사실 대통령과 관계 없이도 무언가 당내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이력을 갖고 있는 분이다. 6선(選)에다 사무총장 2회, 정책의장 2회, 원내총무 1회 등 당 3역을 5회나 지냈고, 당 최고위원에다 국회 부의장까지 맡았다. 모두 동생이 대통령 되기 전의 일들이다. 그런데도 형님이라는 ‘죄’로 시달리는 심리적 고통이 적지 않을 것이다”며 이 전 부의장을 두둔했다.

이 전 부의장은 전두환 정권 때 동생 전경환씨나 노태우 정권 때 처조카 박철언 전 의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등의 말로를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의장은 1월초 기자와 만나 누구도 곱게 보려하지 않는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저는 당분간, 아니 (MB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일체 적극적인 역할을 안 합니다. 단지 (대통령이) 어려울 때 조언을 해달라고 하면 그건 해요. 그 외 다른 것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대통령과 거래를 끊었으니까. (대통령직)인수위에선 한 100명 정도가 제대로 일했고, 나머지 400여명은 자문위원으로 이름만 넣어줬는데 그 흔해빠진 인수위에도 이름을 안 올렸어요. 거기에 한 사람도 추천 안했어요. 그건 제가 오랫동안 (코오롱)최고경영자로서 훈련이 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장 시절 회장의 권리에 침해하지 않았고, 회장으로부터도 내 권리를 침해받지 않았어요. 그렇게 10년을 보냈습니다.”

이 전 부의장의 목소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아주 흡사하다. 쇳소리가 섞였지만 높은 톤의 분명한 경상도 발음이다.

“(대통령은) 제 아들도 조카도 아닙니다. 제가 이래라 저래라 관여하기 힘들어요. 누군가 어떤 큰일을 맡으면 주변 친인척들로 인한 피해를 많이 봐요. 제가 그것을 잘 압니다. 국민들이 저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잘 알아요.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향을 끼치면 대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알기 때문에 저는 스스로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가운데 세 번째로 나이가 많은 원로입니다. 대통령 형입니다. 그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이런 위치에 있다 보니) 청원을 포함한 여러 부탁이 들어오지만, 제가 선을 확실히 그어서 대합니다.”

실제로 이 전 부의장 사무실에는 청탁성 전화가 종종 걸려 온다. 2월초 기자가 의원실을 찾았을 때 한 목사가 워크아웃된 모 기업의 회생 건으로 부의장을 바꿔달라는 전화를 보좌관에게 했다. 그 보좌관은 “연결해드릴 수 없다”며 잘랐지만, 온갖 연줄을 동원한 청탁이 심심찮게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준 국무차장에게 호통’

지난해 12월 한나라당 의원 성향 문건 파문에 대해서 이 부의장은 이렇게 변명했다.

“점심 먹고 들어오는데 누가 그 문건을 주더군요. 이게 뭐하는 거고, 하고 그냥 봤지요. 그러자 옆에서 또 ‘부의장님, 위에서 (카메라로) 찍습니다’ 하데요. 그걸 갖고 내가 개입한다, 상왕정치다 뭐다 언론에서 얘기하는데, 다 틀린 말입니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옵니다. 아무튼 나는 당분간은 국민들 앞에서 근신하고, 국민들이 이해할 때까지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어요.”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41살에 (주)코오롱 사장에 올라 집안의 ‘기둥’이었던 이 전 부의장이 대통령이 된 동생으로 인해 겪는 복잡한 상황은 일반 사람들이 짐작하기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4년 뒤 이명박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날 때도 지금처럼 당당할 수 있느냐는 것. 자신의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

최근의 일화다.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이 몇 개월 야인생활을 하다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임명되고, 인사 내용이 언론에 나왔을 때였다. 박 국무차장은 취임식에서 “총리실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내각 곳곳에 미칠 수 있도록 총리실이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외국 출장 갔다 돌아오던 길에 그 기사를 본 이 전 부의장이 박 국무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은 청와대에서 파견된 게 아냐. 당신이 모시는 분은 국무총리야. 총리께서 국정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보필하겠다고 해야지”라며 전화로 호통을 쳤다고 한다.

이처럼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하고 있는 이 전 부의장의 의원회관 사무실은 오늘도 굳게 닫혀 있다.

2월 4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상득 의원,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 대표(왼쪽부터) 등이 법안처리 문제를 상의했다.

신동아 200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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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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