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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한 김규헌 검사의 작심토로

“정·관계 실세들과 연예인 성추문 내사 중 인사조치됐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한 김규헌 검사의 작심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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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과 논현동의 고급음식점

성 비리는 당시 수사팀의 마지막 수사목표였다. 방송사의 유명 PD들에 대한 성상납과 정·관·재계 인사들이 뚜쟁이를 통해 여성 탤런트·배우들과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성 문제는 개인의 내밀한 문제이고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성 스캔들에 따른 사법처리는 당사자들에게 사회적 매장을 뜻합니다. 그래서 어느 한쪽의 협조를 얻는 게 어렵죠.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당시 성상납 의혹은 연예계 비리 수사의 가지였을 뿐이지 본질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거죠. 언론이 과민하게 반응한 탓도 있어요. 일부 기획사의 금품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여성 연예인 몇 명을 불러 조사했습니다. 그중엔 미스코리아 출신도 있었어요. 모 스포츠신문이 이에 대해 ‘성 관련 의혹으로 검찰에서 조사받았다’고 보도했다가 나중에 당사자한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기도 했습니다. 취재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어요.”

김 검사는 사실과 소문을 구분해 설명했다.

“일부 중견 여성탤런트들이 성매매의 매개 역을 했다는 소문은 낭설이었어요. 확인된 게 없습니다. 다만 청담동과 논현동 등지에 중년 여성들이 운영하는 고급음식점에서 많은 여성 탤런트가 모인다는 사실은 확인됐습니다. A급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알려진 연예인들이 드나든다는 제보였는데, 신빙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이 바로 성매매를 위한 접선장소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에서 수사가 중단됐죠.”



▼ 수사가 본격 궤도에 올랐을 때 경질된 거란 말씀이죠?

“나는 정말 경질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내가 인사대상이라고는. 상부에서 ‘국민적 관심사이고 한창 수사 중이니 인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거든요. 전투 중에 장수를 바꾸는 법은 없다면서. 이 한마디로 유임이 기정사실이 됐고 나는 중장기 수사계획을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인사가 난 거예요.”

“출국사실을 조사하지는 않았다”

▼ 정기인사이긴 했지요?

“조금 늦춰지긴 했지만 정기인사는 맞아요. 공무원으로서 사령장을 받으면 승복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아무 소리 않고 내려갔습니다만 속에선 찬바람이 일었죠.”

당시 검찰총장은 ‘고독한 수도승’으로 통하던 이명재씨, 법무부 장관은 전남 신안 출신의 김정길씨였다.

▼ 인사배경이 뭐죠?

“홍준표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제기한 의혹대로라면 방송사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도 영향을 끼쳤지만, 특히 정권실세들의 성 추문을 강골인 김규헌이 파고들어가니 부장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 나름대로 짚이는 바가 있었을 텐데요

“추측되는 건 있죠. 어떤 세력이 좌우했는지.”

▼ 검찰 내부에서도 얘기가 있었을 것 아닙니까?

“말이 많았죠. 내가 민감한 부분까지 들어간 탓에 인사조치됐다는 소문이 파다해 후임 수사팀은 수사를 포기하고 주저앉았죠. 게다가 그 팀이 사고를 쳤잖아요. 고문치사사건. 우리가 쌓아올린 탑이 허물어지고 연예계 비리 수사도 미봉에 그쳤죠.”

고문치사사건이란 2002년 10월 서울지검 강력부 수사팀이 조폭 피의자를 밤새 고문하고 패면서 조사하다 죽게 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으로 주임검사는 구속됐고 지휘선상에 있던 검찰 고위간부들은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 이명재 검찰총장도 사표를 냈다. 김 검사는 “고문치사와 관련된 검사들은 내 밑에 있던 검사들이 아니었다. 수사관 일부가 겹쳤을 뿐”이라고 그 사건과 선을 그으려 했다.

▼ 당시 홍준표 의원은 여당 의원 세 명의 이름 첫 글자를 언급했습니다. 이들의 혐의가 검찰 수사기록에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실제로 수사된 게 있습니까?

“국회의원들과 준재벌이 여성 연예인들과 외국에 나갔다는 얘긴데… 그런 제보가 들어왔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출국 사실을 확인하지는 않았어요. 그때만 해도 정식 수사대상은 아니었습니다.”

▼ 홍 의원 말로는 수사대상인 연예기획사들이 국회 상임위에 로비했다는데요. 국회 측에서 어떤 얘기가 있었나요?

“우리로서는 전혀 확인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 홍 의원에 따르면 의원들의 수사 중단 압력도 있었다고요?

“수사하다 보면 유무형의 로비나 압력이 있게 마련입니다. 변호인을 (담당 부장검사의) 검찰 선배로 선임하는 것도 그런 거죠.”

정치권 핵심실세와 여성 연예인

▼ 홍 의원은 “A의원의 주선으로 B의원과 C의원이 제주도 모 호텔에서 탤런트 L양과 K양으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 ‘성상납 진술 확보’도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다만 수사목록에 들어 있긴 했습니다.”

▼ 홍준표 의원과 친합니까?

“그다지 친하지는 않습니다. 한번은 내가 ‘그만 좀 하라’고 말했어요. 왜 자꾸 거론해 곤란하게 하냐고. 그랬더니 ‘내가 김 부장을 사랑하니까’ 하더라고요. 홍 의원도 강력부 검사 출신이라는 데에 자부심이 있어요. 홍 의원은 서울지검 강력부장이 지방지청장으로 간 걸 좌천으로 해석한 겁니다.”

▼ 2002년 수사팀이 연예인 성매매 의혹에 대해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하시겠네요?

“그렇죠. 부당합니다. 의지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기회가 무산된 거죠.”

▼ 거론된 정치권 인사가 세 명이었습니까?

“그보다 많았어요. 전·현직 의원들과 관계의 유력인사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거론된 건 사실입니다.”

▼ 여러 사람이라면 10명 이상을 말합니까?

“대여섯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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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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