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새연재’‘1등 코드’를 찾아서 ①한국 양궁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박경모-박성현 연애 몰라 금메달 놓치고 분해 잠 못이뤘다”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2/4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훈련장에서 서거원 전무 (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와 23년 함께 지낸 박성수 코치 (왼쪽에서 세 번째)도 보인다.

‘3초’를 위한 지옥훈련

▼ 대회가 열릴 때마다 1등이라는 부담이 크지요.

“선수들의 결단력을 키우기 위해 획기적이고 다양한 훈련방법을 개발한 뒤 아무리 보안을 유지하려고 해도 외국에서 4,5개월이면 따라 해요. 때로는 우리 훈련방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서 합니다. 2등은 쉬워요. 1등을 쫓아가면서 역전기회를 포착하면 돼요. 한국 전자산업도 일본을 따라가다 역전했듯이. 그러나 1등은 계속 혼자서 가야 해요.”

▼ 마치 해도에 없는 바닷길을 가는 것과 비슷하겠네요.

“예. 그래요. 그렇다고 연구개발(R&D)센터가 있어서 대신 해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선수단 코치 감독이 함께 고민해요. 한국 양궁은 전반적인 분위기가 진취적이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에 선수 코치들이 독서도 많이 합니다.”



▼ 슈팅할 때 결정적인 순간은 몇 초가 걸리나요.

“보통 한 발 쏘는 데 30초가 걸립니다. 그런데 셋업에서 당겨서 쏘는 순간은 7초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슈팅 순간은 1,2초입니다. 인간의 뇌는 완벽한 집중을 3초 이상은 못해요. 그래서 슈팅 순간에 조준하면 3초 이내에 무조건 쏘아야 하는 게 규칙이에요. 그 3초를 위한 훈련입니다.”

▼ 서 전무가 쓴 ‘따뜻한 독종’이라는 책을 보면 눈물겨운 훈련장면이 많이 나오던데요.

“시차적응 훈련을 위해 낮과 밤을 뒤바꿔 생활하는 훈련도 했고,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속리산 문장대에서 태릉선수촌까지 그 무더위에 하루에 10시간씩 4일 동안 혼자 걸어오는 훈련도 했어요. 무박삼일 한라산 등반, 천호대교에서 63빌딩까지 걸어서 가는 훈련, 정말로 다양한 훈련을 합니다.”

▼ 훈련을 할 때 서 전무도 함께 하나요.

“그럼요. 솔선수범이라는 말이 있지만 보통 지도자들이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양궁은 지도자들이 훈련과정에 100% 같이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에요. 저뿐만 아니고 모든 코치 감독이 그렇게 해요. 힘들지만 코치와 감독이 함께 훈련하면 분위기가 좋아져요. 선수들은 ‘감독님들도 저렇게 땀 흘려서 훈련을 하는데…’하면서 태도가 달라지지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여자국가대표팀이 충주호에서 높이 65m 번지점프를 하는데, 여자선수 하나가 고소공포증 때문에 뛰어내리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여자팀 감독이 연달아 9번이나 뛰어내렸어요. 그런데도 선수가 또 못 뛰어내리는 거예요.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이튿날 그 선수가 소속된 실업팀 감독이 연달아 세 번 뛰어내렸어요. 그러자 뒤에서 비명소리가 났어요. 그 선수가 갑자기 뛰어내린 거예요. 아마 자살하는 심정으로 뛰어내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뒤 그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이후 고소공포증을 극복했어요.”

▼ 얼마 전 서 전무가 기업체를 상대로 한 강의를 보니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40년 양궁이 국내에 도입될 당시 국내 100대 기업 중 지금 살아남은 기업은 12개뿐이고, 88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런 무한경쟁시대에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대한민국 양궁은 이 같은 무한경쟁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양궁은 문자 그대로 무한경쟁시대예요. 환경이 수시로 바뀌어요. 즉 한국 양궁을 견제하기 위해 경기방식을 바꾸어요. 전세계가 ‘한국 타도’를 외치고 있어요. 한국 독주가 너무 오래간다며 양궁 발전을 저해하는 국가라고 말하기도 해요. 그렇다면 왜 한국이 오랫동안 독주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변화를 끊임없이 준비해요. 아테네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4년 뒤 베이징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한국 양궁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경기규칙을 연구했어요. 그래서 예상가능한 변화를 설정해서 대표팀 훈련에 도입했어요. 그런데 베이징올림픽 때 새롭게 도입된 단체전 경기방식이 우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것이었어요. 이제 베이징올림픽이 끝나자마자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양궁방식이 어떻게 바뀔지를 연구 중입니다. 예측하지 못하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스포츠도 기업경영과 다를 게 없어요.”

금메달리스트도 천둥에 화살 놓치면 대표팀 탈락

▼ 한국 양궁이 너무 강해서 대표팀으로 선발되기가 어려워지자, 국적을 바꿔 호주나 일본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가 나온다고 합니다. 한국 국가대표팀에 선발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요.

“맞습니다. 이제 국제대회에서 한국지도자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인끼리 경쟁하는 일이 생기고 있어요. 한국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되기가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올림픽 대표팀은 보통 열 달 동안 열 번 정도 경기를 치러 남자 3명, 여자 3명을 정합니다. 먼저 대표선발전에 참가할 선수 100명을 선발합니다. 선발전은 다면평가를 하는데요. 예를 들어 1차전은 체력훈련 열심히 한 사람이 합격하도록 하고, 2차전은 정신력, 3차전은 담력, 4차전은 집중력, 5차전은 승부근성, 6차전은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 7차전은 극기력, 8~10차전은 실제 현장에 투입됐을 때 국제대회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검증합니다. 때로는 기상대에 전화를 걸어 태풍이 올 가능성이 높은 날짜에 일부러 경기날짜를 잡기도 합니다. 그런데 양궁은 선발전이 끝날 때마다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합니다. 1차전에서 64명이 선발되면 2차전에서는 1차전 기록은 무시합니다. 따라서 다양하게 연습하지 않으면 절대 국가대표가 될 수 없습니다. 체력은 좋은데 담력이 약한 선수는 담력을 테스트할 때 탈락합니다. 기존 성적을 누진해서 최종 평가에 반영하면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마지막 순간에 조금만 실수하면 대표팀 탈락입니다. 실제로 아주 우수한 선수가 슈팅 순간에 천둥이 쳐서 화살을 놓치는 바람에 대표팀에서 탈락한 적도 있습니다.”

▼ 능력이 있는 선수에 대한 배려는 없나요.

2/4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목록 닫기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댓글 창 닫기

2020/03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