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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적응 현장을 가다③

영국 런던·에식스

해수면 급상승 맞서 100년을 내다보는 위기관리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

영국 런던·에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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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식스

해안 제방을 튼 뒤 습지로 바뀐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의 애버츠 홀 농장 경작지를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 홍수방어벽 문을 닫을 때 배가 지나다닐 수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물론 1982년부터 2007년 사이 방어벽 문을 닫은 것은 모두 103회였습니다. 1년에 방어벽 문을 닫는 날이 평균 6~7회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많게는 20회까지 문을 닫은 적도 있어 선박 항해에 문제가 되기도 했지요. 운영비용이 큰 것도 문제입니다. 엄청나게 큰 구조물이다보니 관리비용이 많이 듭니다. 제방과 이를 운영하는 데만 연간 1100만파운드(220억원)가 듭니다.”(팀 리더)

지난 3월 영국 ‘가디언’은 템스강 홍수방어벽을 처음 고안할 때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과장했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즉 런던이 지구 온난화로 초래된 해수면 상승에 생각보다 덜 취약하다는 것이다.

“홍수방어벽을 처음 고안할 때만 해도 해수면 상승은 연간 8㎜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보다 낮은 6㎜였습니다. 그렇다 해도 홍수의 위험성을 과장한 것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앞으로 해수면 상승 속도가 현재보다 훨씬 빨라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해수 온도도 높아지고, 만년설은 지속적으로 녹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향후 100년 동안 해수면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영국에선 겨울에 더욱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템스강의 상류 쪽 밀물 양도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거친 날씨는 폭풍해일의 위험도를 더욱 높이고 있고, 템스강 하구 기수(汽水) 지역의 홍수 위험도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습니다.”(팀 리더)

환경 당국은 현재의 홍수방어능력이 2030년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제방들이 낡았고, 새 홍수방어벽을 건설하려면 연구 디자인 토목 등에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환경부는 7년 전 ‘템스강 하구 2100(Thames Estuary 2100)’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21세기 말까지 템스강의 홍수 위험에 맞설 수 있는 관리 계획 연구를 시작했다.

“템스강 하구 2100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인 2002년 한 자료는 그해 템스강의 수량이 20%가량 증가했고, 해수면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눈앞에 다가온 불확실성을 분명히 줄일 필요가 있었지요. 프로젝트 연구를 절반쯤 진행하고 있던 2005년 엑서터에서 기후변화총회가 열렸는데, 우리는 거기서 중요한 메시지를 얻었습니다. 즉 남극 빙하의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폭풍해일 발생빈도와 강우량 증가로 인해 2080년까지 템스강 수량이 40% 더 늘어나고,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88㎝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템스강 수위가 2.7~4.2m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지요.”



프로젝트 팀은 당시만 해도 해답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다.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유럽 공간계획(ESPACE)’이라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등을 종합해서 분석틀을 만들었다. 이때 템스강에 새로운 홍수방어벽을 만드는 방안도 나왔지만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었다. 프로젝트 후반부에는 2070년 롱리치(Longreach) 지역에 새 홍수방어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홍수에 덜 취약한 런던을 만들기 위한 이 프로젝트 보고서는 올해 초 외부 자문이 끝남에 따라 2100년까지 단계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제방 허문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

영국 환경부는 홍수방어벽이나 제방을 쌓는 일 외에도 밀물 범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만조 때에 물이 들어가는 범람원(氾濫原· flood plain)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무와 풀 등이 자라있는 범람원은 자연적인 제방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범람원을 제방을 허물어 만든 대표적인 곳이 블랙워터강 하구(Blackwater Estury) 지역이다.

런던에서 동쪽으로 80㎞쯤 떨어진 바닷가 도시인 콜체스터에 이 블랙워터강 하구가 있다. 영국 정부는 1992년부터 이 지역 일대를 대상으로 ‘블랙워터강 하구 관리계획’을 세웠다. 이 관리계획 가운데 바다 제방을 헐어 농장을 보호하는 계획이 들어 있다. 콜체스터가 속한 에식스 지방에선 10여 곳 이상이 이런 역발상 프로젝트를 단행했다. 그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콜체스터의 환경단체인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Essex Wildlife Trusts·이하 EWT)가 한 프로젝트다.

8월24일 콜체스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20여 분 달리자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 본부가 있는 애버츠 홀 농장(Abotts hall Farm)이 외지인을 반겼다. 드넓은 농지와 수백 년 된 건물, 쾌적하고 따뜻한 바람이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EWT는 야생동식물과 사람의 공생을 위해 다양한 서식환경 보존 활동을 하고 있는 자선환경단체로 3만5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 단체는 에식스 지역에서 91곳의 자연보호지역을 관리하며, 6곳의 방문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80명의 직원 외에도 은퇴 후에 자원봉사에 나선 노인도 수십 명이나 된다. 이들은 야생동식물의 생태계 보호에 아주 열정적이다.

2002년 EWT는 3.8㎞의 인공 제방 가운데 5곳을 100m 폭으로 터서 경작지에 바닷물이 들어오게 했다. 농장 84만㎡의 경작지 가운데 50만㎡의 땅을 염습지와 목초지로 바꿔서 지속가능한 바다 방어막 구실을 하게 한 것이다. 샛강이나 염습지의 식물들은 파도 에너지와 조력 에너지의 충격을 줄여 그 안쪽의 땅을 보호해주는 기능이 있다. 9년 동안 에식스 야생 트러스트에서 일하고 있는 관리부장 데이비드 스마트 혼스씨의 말이다.

“이곳 애버츠 홀 농장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이 지역에선 해수면이 해마다 6㎜씩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바다 제방 바깥의 염습지는 자연적 제방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염습지가 계속 물에 잠겨 있으면 그곳에서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고 염습지도 사라지니까요. 지난 30년 동안 에식스에서는 약 40%의 염습지가 사라졌습니다. 에식스 지방에선 약 40만㎢의 염습지가 간척됐고, 블랙워터강 지역만 5만5000㎢에 달합니다. 바다 쪽으로 염습지가 없을 경우 제방은 거친 파도에 그대로 노출돼서 지속적으로 침식되고, 제방이 훼손되면 많은 돈을 들여 보수해야 합니다. 300여 년 전에 조성된 인공 제방은 곳곳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역발상으로 바다 제방을 허물고 그 안쪽의 경작지를 바닷물이 드나드는 염습지로 바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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