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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조선업

최악의 수주 가뭄에 중국의 역습까지

  • 장창민│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

위기의 한국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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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조선업

선박 건조 장면.

결국 대형 조선사들은 7년여 동안 이어온 무차입 경영을 사실상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2009년 상반기에 단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및 CP 발행을 단행했다. 2002년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지금까지 무차입 경영을 해온 현대중공업도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삼성중공업도 총 7000억원에 달하는 CP를 발행한 데 이어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추가 발행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조선 3사는 3~4년치 일감을 쌓아놓고 있어 중·장기적인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단기적인 현금 흐름은 신규 수주 실종으로 인해 매우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표 조선사들이 이미 순차입으로 돌아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업체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회사채 공모 시장을 두드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약 2조8000억원 내외의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종합상사 인수 대금을 마련하려면 대규모의 외부 차입이 필요한 상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2009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각각 2130억원과 1703억원의 순차입으로 전환했다.

따라서 회사채 시장 참가자들은 조선 3사가 추가로 회사채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선 빅3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운용자금 자체를 대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며 “풍력 등 에너지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투자금과 일상적인 고정비용을 조달하려면 은행 차입과 회사채 발행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 인도 연기 및 발주 취소 사태 오나



국내 조선업계의 문제는 수주 가뭄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규 수주는커녕 글로벌 선사들의 잇따른 발주 취소 및 인도 연기 요구로 이미 받아놓은 물량을 지키기도 벅찬 상태가 됐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대형 조선회사에도 해외 선주들의 선박 발주 취소 또는 인도 연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셈이다.

대형 업체들은 미리 받아놓은 수주 물량이 많아서 당장 타격을 입을 우려는 적지만, 해운·조선 시장의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물론 국내 대형 조선사들 중 수주 취소 사실을 대외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주 취소 사례 공개는 주가와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의 글로벌 선사들이 흔들리면서 우려가 실제 상황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 3위 컨테이너 선사인 프랑스 CMA CGM사가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 선언을 검토하고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CMA CGM의 부채 규모는 약 35억유로(한화 6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 회사의 회생을 지원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3위(약 1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인 CMA CGM이 만약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선박 발주를 취소한다면 국내외 조선·해운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CMA CGM으로부터 수주한 선박은 총 43척. 금액으로 따지면 총 50억달러 규모로 국내 전체 조선소의 한 달치 일감이다.

국내 대형 조선회사 중 CMA CGM으로부터 가장 많은 선박을 수주한 곳은 현대중공업으로 2010년까지 1만1356TEU급 컨테이너선 9척을 인도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만3300TEU급 8척, 삼성중공업은 8465TEU급 5척을 각각 수주했다. 현대미포조선은 로로선(자동차 운반선) 6척을 수주해놨다. 한진중공업은 부산조선소와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물량을 합해 모두 15척이다.

문제는 CMA CGM이 시작이라는 점이다. CMA CGM이 채무 불이행 위기에 내몰리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에 연쇄 부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적인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와 사상 최악의 해상운임 폭락 사태로 ‘빅3’ 해운사까지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스스로 출혈을 감수하면서 컨테이너 운임을 일정 수준 아래로 묶어두는 치킨 런 게임을 벌여온 후유증 탓이다.

출혈경쟁과 최악의 시황 침체가 맞물리면서 선두권 선사와 후발주자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선박금융회사인 로이드 펀드가 4억5880만달러 규모의 신규 선박 발주 물량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해운회사들의 위기감은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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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민│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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