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문화적 혼혈인간 외

  • 담당·구자홍 기자

    입력2010-04-06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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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문화적 혼혈인간 _ 박희권 지음, 생각의 나무, 324쪽, 1만3500원

    문화적 혼혈인간 외
    외교관의 중심 책무는 무엇보다 ‘국가 이익의 보호 및 신장’에 있다. 필자는 지난 30년간 직업외교관으로 근무해오면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웅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천착해왔다. 아울러 우리 청소년들이 글로벌 시대에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 결과 국가나 개인 발전의 동인(動因)은 문화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글로벌 시대에는 문화 간 소통과 융합이 초고속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한 해 동안 어학연수생을 포함한 유학생이 20여만명, 해외여행자가 1300만명에 달하며 국내 거주 외국인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필자는 글로벌 시대에 국가 발전을 이끌고 글로벌 시대의 리더가 될 인재를 문화적 혼혈인간이라고 명명한다. 문화적 혼혈인간이란 무엇보다 타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사람이고, 타문화와 소통하고 융합하는 데 능한 사람이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다. 나아가 필자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대를 주름잡기 위해서는 21세기형 아이들인 문화적 혼혈인간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국가 중 정치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가장 빠른 기간 내에 성공적으로 달성한 국가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20세기 후반 우리의 발전을 일구어낸 것은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과 성취욕구의 정신문화였다. 그러나 21세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웅비하기 위해서는 이미 우리의 DNA로 체화된 도전정신과 성취욕구 이외에도 타문화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이며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인 사고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필자는 이 책에서 문화적 혼혈인간이 갖춰야 할 요건을 △개성 △이성과 감성의 조화 △전문성 △에티켓 △정직 △법치의식 △유머감각 △음주습관 △협상능력 △외국어 구사능력 등 10가지로 정리했다.



    필자는 지난 1년간 중앙대학교에서 외교겸임교수로 일하면서 후배 세대가 어떻게 하면 글로벌 시대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강연했는데 이 강연이 좋은 반응을 얻어 책을 출판하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내용의 책도 재미있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 법이다. 필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례와 유머를 인용함으로써 젊은 세대가 이 책을 한번 잡으면 끝까지 놓지 않고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했다. 필자는 글로벌시대에 타문화와의 소통과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 문화와 우리 언어에 대한 정체성 또한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것은 타문화에 대한 이해나 소통이 우리의 견고한 문화적 정체성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희권│외교부 본부대사 및 중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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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심리 지도 _ 비요른 쥐프케 지음, 엄양선 옮김

    문화적 혼혈인간 외
    앞만 보고 열심히 내달려온 남자들, 사회적으로 웬만큼 성공을 이룬 남자들이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속에서 길을 잃고 우울해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남자 심리 지도’는 남자의 마음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남성 심리를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이 책은 유아기부터 소년, 청년, 노년기까지 남자의 일생을 따라가며 남자의 ‘감정’과 ‘내면세계’에 관해 지도를 샅샅이 훑듯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진가는 중년 남성들이 흔히 경험하는 내적 방황과 인간관계 갈등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밝혀내는 데 있다.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파악해야 그것을 극복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남자 심리 지도’는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으로 고민하는 중년 남성들에게 그동안 소홀히 여겨왔던 자기 자신의 마음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쌤앤파커스, 304쪽, 1만4000원

    책략가의 여행 _ 내털리 제이먼 데이비스 지음, 곽차섭 옮김

    문화적 혼혈인간 외
    과거 역사학의 방법론은 실증주의와 상대주의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실증주의는 사료 없이는 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상대주의 역시 복잡다단한 역사적 사건의 미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러한 실증주의와 상대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오늘날 새롭게 떠오른 역사학의 한 방법론이 바로 미시사(微視史)다. 미시사는 대개 생생한 역사적 진실에 더 밀착할 수 있는 주변부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또 사료를 실마리 삼아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해 역사적 추론을 시도한다. 미시사의 대가로 손꼽히는 저자 데이비스는 ‘책략가의 여행’에서 이슬람 세계에서 태어나 외교관으로 활동했으나, 에스파냐 해적에게 나포되어 기독교 세계에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한 무슬림 남성에게 시선을 돌려 그의 내면의 진실을 파헤친다. 푸른역사, 612쪽, 3만3000원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_ 김효정 지음

    문화적 혼혈인간 외
    이 책은 지구에서 가장 추운 마지막 사막 남극과 가장 뜨거운 사하라사막, 가장 척박한 고비사막과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사막 등에서 열린 세계 5대 서바이벌 사막 레이스를 완주한 한 여성의 도전기다. 특수한 신체조건과 체력을 갖춘 여성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영화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가진 커리어 우먼이다. 저자는 꼴찌로 골인하더라도 단 한 차례도 스스로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참가한 2003 모로코 사하라사막 마라톤에서는 발에 물집이 23개나 생겨 발걸음을 옮기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소염 진통제로 통증을 참아내며 완주했고, 2005 고비사막 레이스에서는 이틀 만에 왼쪽 발목이 퉁퉁 부어올랐음에도 완주했다고 한다. 저자는 극한 상황을 견뎌내며 완주하는 과정에 자신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일리, 312쪽, 1만3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혼/창/통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_ 이지훈 지음, 쌤앤파커스, 304쪽, 1만4000원

    문화적 혼혈인간 외
    필자는 세계적인 대가들을 만나 이 격동의 시대에 살아남는 지혜를 물었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생각도 달랐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엔 일관된 메시지가 있었다.

    그것은 세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혼(魂), 창(創), 통(通)’이 그것이다. 가슴 벅차게 하는 비전(혼), 끊임없이 ‘왜’라고 묻고 새로워지려는 노력(창),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통하려는 노력(통)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진부하기도 한 이 메시지를 강조한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대혼란이 바로 혼·창·통 정신을 잃어버림으로써 초래됐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를 초래한 월스트리트의 천재들은 돈 버는 것 자체를 ‘혼’이라 착각했고, 복잡한 규제를 피해 다니며 편법을 만들어내는 것을 ‘창’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만의 전문 분야에 갇혀 서로 ‘통’하지 않고 고립됐다.

    오늘날의 위기는 경제적 위기든 식량 위기든 환경적 혹은 사회적 위기든 궁극적으로는 도덕적 위기이며, 따라서 모든 위기가 서로 연관돼 있다. 이러한 위기는 인간이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은 크게 혼, 창, 통의 세 파트로 구성돼 있다. 혼 부분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조직과 개인이 ‘내가 왜 여기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것을 거듭 요구한다. 돈은 결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 일관된 메시지다. 우리는 이해득실을 전부 버려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죽어도 지키고 싶은 무엇을 최소한 한 가지는 마음속 깊이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의 마음(직원, 소비자, 협력업체, 그리고 자기 자신의 마음에 이르기까지)을 움직여 성공의 첫 관문에 들어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철학이고 혼일 것이다. 경영의 역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은 이익을 뛰어넘는 더 큰 목적을 추구하는 회사엔 이익이 저절로 따라왔다는 사실이다.

    창 부분에서는 혼을 노력과 근성으로 치환해 수확을 하고, 늘 새로워지는 방법을 담았다. 창을 길어 올리는 처방전은 크게 다섯 가지다. 연결, 질문, 관찰, 실험, 네트워킹이 그것이다.

    통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에 가장 부족하고 절실한 덕목인 소통을 이루는 방법을 담았다. 소통의 비결은 큰 뜻(혼)을 공유하고, 상대를 인정하며, 서로 차이를 인정하는 데 있다.

    혼·창·통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우리 삶에 빛이 되고 있다. 김연아 선수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최고의 스케이터가 되겠다는 강한 혼이 있었고, 기술 경쟁에서 한 차원 도약해 창조성과 예술성이라는 ‘포스트 테크놀로지 르네상스’를 이룬 창이 있었다. 그리고 국경과 인종, 나이의 장벽을 넘어 누구와도 진솔하게 마음으로 소통하는 통을 갖추고 있었다.

    이지훈│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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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어와 금붕어 _ 존 고든 지음, 정태원 옮김

    문화적 혼혈인간 외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안전함만을 추구하는 금붕어의 삶과 먹이를 찾아 헤엄치며 늘 새로운 환경과 도전을 맞이하는 상어의 삶이 있다. 누군가는 조금 무료하더라도 안전하게 필요한 만큼의 먹이를 구할 수 있다면 금붕어의 삶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생이 어떻게 안락한 삶으로만 채워질 수 있을까.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때로는 선택의 결과가 우리 예상과 어긋나버리기도 한다. 퇴직과 파산, 배신, 질병, 사고 등 누구도 이런 것들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살다보면 갑작스레 벼랑 끝으로 내몰려 두려움에 떨 때도 있다. 두려움에 떨며 먹이를 구걸하는 바닷속 금붕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먹이를 찾아 헤매며 변화를 기회로 바꾸는 상어가 될 것인가. 선택은 당신 몫이다. 태동출판사, 136쪽, 8900원

    행복한 떠 남 _ 새라 안 지음

    문화적 혼혈인간 외
    “가끔 떠나라, 떠나서 잠시 쉬어라. 그래야 다시 돌아와 일할 때 더 분명한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쉬지 않고 계속 일하면 판단력을 잃게 되리니, 조금 멀리 떠나라. 그러면 하는 일이 작게 보이고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어디에 조화나 균형이 부족한지 자세하게 보일 것이다.”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 천재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균형’이라는 글이 살면서 얼마나 적절하게 들어맞는지 확실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글을 쓰거나 공부할 때, 무언가를 조사하고 연구할 때 정신없이 파묻히다보면 객관성을 상실하고 창조력까지 잃게 마련이지만 잠시 생활의 터전을 떠나 어디라도 다녀오면 정말 신기하리만큼 모든 것이 명료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조언한다. “‘나’라는 존재의 주인 자리에서도 잠시 떠나보십시오. 그러면 자신이 훨씬 더 객관적으로 보입니다.” 동아일보사, 292쪽, 1만3000원

    미국의 운명을 결정한 여섯 가지 이야기 _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김은숙 옮김

    문화적 혼혈인간 외
    지금까지 미국의 역사를 서술하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콜럼버스와 건국의 아버지에서 시작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다양성을 하나의 힘으로 통합해낸 성공적인 그림이었다. 다른 하나는 권력과 끊임없이 투쟁하며 역사의 흐름을 바꿔온 민중, 즉 인디언, 노예, 흑인, 여성의 관점에서 미국의 역사를 읽어내는 ‘아래로부터의 관점’이었다. 이 책은 이런 두 가지 의식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미국 역사를 움직여온 사건과 인물들,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려 시도한다. 흔히 알려진 윤색된 미국 역사에는 청교도 정신과 개척 정신, 민주주의만 남아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 속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통해 오늘의 미국을 만든 근원적인 원동력이 무엇인지, 오늘날 미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휴머니스트, 312쪽, 1만4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인물로 보는 유럽통합사 _ 통합유럽연구회 지음, 책과함께, 440쪽, 1만8000원

    문화적 혼혈인간 외
    유럽통합을 전공한 필자들은 학문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유럽통합사 교양서를 기획했다. 인물의 생애에서 출발해 구체적인 유럽통합 사상과 정책으로 나아가는 본서는 명쾌하지만 딱딱한 이론서에 비해 부드럽고, 제도를 중심으로 다루는 유럽통합사에 비해 생생하다. 빅토르 위고부터 바츨라프 하벨까지 본서가 다룬 20명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역사적 인물들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유럽통합이라는 주제로 바라본 근대 유럽 인물평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본서의 또 다른 특징은 유럽통합사를 그 뿌리부터 탐구했다는 데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립·발전한 오늘날의 유럽연합은 19세기 근대 민족주의를 함께 고찰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려운 역사적 구성물이다. 유럽통합의 본질은 민족주의를 극복하는 초(超)민족주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통합 관련 서적은 이 점을 단지 전제만 할 뿐 탐구하지 않는다.

    본서는 마치니의 유럽통합 사상이 그의 민족주의론에서 발전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민족주의와 초민족주의의 내적 연관성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 본서는 또한 각국의 유럽통합 정책이 국익과 타협하고 변형되고 실현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민족주의가 유럽이라는 공동의 이익 속에서 어떻게 조율되고 순화되었는지 보여주려 애썼다.

    유럽통합과 사회주의의 연관성에 대해 주목했다는 점에서도 본서의 독창성이 엿보인다. 일반적으로 유럽통합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한 지역통합체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유럽통합을 꿈꾸었던 사람들 중에는 친자본주의적 인사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유럽통합의 추진 주체였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사회주의의 일가를 이룬 프루동과 그의 무정부주의를 발전시킨 바쿠닌은 유럽통합 사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유럽통합에 혁혁한 공을 세운 프랑스 사회당의 미테랑과 독일 사회민주당의 브란트는 이러한 사회주의적 유럽통합 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본서는 이러한 연속적 흐름에 주목했다.

    이 책의 백미는 위고를 다룬 부분이다. “오늘날 노르망디, 브르타뉴, 부르고뉴… 우리의 모든 지방이 프랑스 속으로 용해되었듯이 언젠가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영국, 독일, 대륙의 모든 국가들이… 상위의 통일체 속으로 용해되어 유럽의 우애를 조직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것은 빅토르 위고가 1849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평화회의 개막식에서 한 연설 중 일부로서 유럽통합사 관련 서적에서 자주 인용되는 상징적인 문구다. 하지만 그의 연설을 인용한 책들 가운데 위고의 유럽통합 사상을 상세히 설명하는 책은 찾기 힘들다. 그의 변화무쌍한 삶과 사상 속에서 자라난 유럽통합 사상은 독자의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김승렬│경상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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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빈곤 _ 이시이 코타 지음, 강병혁 옮김

    문화적 혼혈인간 외
    지금까지 ‘빈곤’의 문제는 ‘세계에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간다’는 식의 대략적인 숫자로 얘기돼왔다. 그런데 이런 숫자는 매우 구체적인 듯하면서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1달러로 생활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모습이 연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숫자로 ‘빈곤’을 묘사하는 책들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 이시이 코타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10여 년간 아시아와 아프리카 절대빈곤의 현장을 취재해왔다. 철저한 현장주의로, 빈곤이란 어떤 생활을 하는 것인지 그곳에는 어떤 고통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14회에 걸친 강의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구어체로 돼 있어 가볍게 읽기 좋다. 그렇지만 읽고 난 뒤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리얼한 ‘절대빈곤’의 현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사, 248쪽, 1만2000원

    종말론 _ 실비아 브라운 지음, 노혜숙 옮김

    문화적 혼혈인간 외
    지진 등 천재지변과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세계 도처에서 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환경오염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을 부추기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세간에 회자되는 것처럼 지금의 불안한 현실과 어지러운 상황은 지구 멸망의 신호탄일까? 종말에 대한 두려움은 막연한 면이 없지 않다. 무엇인가를 두려워하기 전에 먼저 철저하게 원인을 파헤쳐 연구하는 것이 두려움에서 의연하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자는 2012 마야력으로부터 노스트라다무스, 에드가 케이시까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지만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답해준 적이 없는 여러 종말론에 관한 질문에 나름대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종말론의 실체를 파악하면,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위즈덤하우스, 276쪽, 1만4000원

    현금왕 김사장의 비밀 _ 고지마 다카히로 지음, 황보진서 옮김

    문화적 혼혈인간 외
    한 회사를 책임지는 사장은 돈을 늘릴 기회와 잃을 위험 사이에서 고민하며 고군분투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업이 창업 3년 이내에 찾아온 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리거나 적자를 거듭하면서 힘겹게 지탱하는 것이 현실이다. 은행에서 신용보증 심사위원으로 일한 저자는 살아남는 회사는 돈이 순환하고, 사라지는 회사는 돈이 그저 흘러나갈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서 ‘돈’은 매출과 이익, 자산 등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금을 뜻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현금’에 대한 것이다. 현금은 우리 몸의 혈액과 같아 부족하거나 흐름이 원활치 못한 회사를 금세 위기에 처하게 만든다. 탄탄한 재정을 가진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살아남은 사장들이 모두 입을 모아 주장하는 대로 ‘회사의 모든 시스템을 현금 확보에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토네이도, 224쪽, 1만2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부르즈 칼리파 _ 서정민 지음, 글로연, 212쪽, 1만5000원

    문화적 혼혈인간 외
    지난해 11월 말 최고조 성장세에 있던 두바이는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무모한’ 개발정책으로 채무상환유예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두바이발(發) 경제위기’라는 용어가 나돌면서 국제경제와 투자자에게 심리적 충격을 주었다. 40일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5일 두바이는 세계 최고층 부르즈 칼리파를 개장했다. 건설비만 12억달러가 투입된 이 초호화판 건물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대세였다. ‘빚더미 위에 세워진 바벨탑’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두바이유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비효율적인 사치성 투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더욱 힘을 얻었다. 세계 최대 놀이동산, 세계 최고급 호텔, 세계 최대 인공섬 등의 과시용 프로젝트에 대해 이미 많은 아랍 국가와 국제 언론은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는 분명히 오해다. 두바이는 많은 석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 두바이의 성장은 오일머니 덕이 아니다. 두바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이하다. 아랍에미리트 전체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60만배럴 내외이지만 대부분 아부다비의 몫이고, 두바이는 그 가운데 20만배럴 정도를 생산한다. 그리고 대략 20년 이내에 두바이에 매장된 석유는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바이는 석유가 아닌 다른 부문에서 경제의 활로를 찾고자 고민해왔다. 특히 작은 사막국가, 자국인구 20만의 도시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공급주도형 성장전략을 세웠다. 마케팅 전략으로 투자를 유치해 개발을 추진해온 것이다. 인프라에 투자하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상징물을 건설해 외국의 투자를 유인해왔다. 외자에 의존한 대규모 사업 추진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수만 발에 달하는 폭죽을 쏘며 부르즈 칼리파 개장식을 치렀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높은 건축물이자 인류 건축사의 백미인 이 최고층은 총 162층 건물에 높이는 828m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인 북한산(836m)과 비슷하다. 기존 세계 최고였던 타이베이 금융센터(508m)보다 320m가 더 높다. 부르즈 칼리파는 세계 빌딩 건설사에 길이 남을 신기록을 대거 양산했다. 공사 기간 5년 동안 동원된 인력은 850만명, 총 노동투입 시간은 9200만시간에 달한다. 현장에 한 번에 투입된 인원도 1만2000명으로 단일 건물 공사 중에서 최고다. 이 책은 이런 역사적 사건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더불어 한 치의 오차와 사고 없이 공사를 성공리에 마친 우리 한국인의 땀과 노력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었다. 3일 만에 1개 층을 올리는 골조공사, 인공위성을 통한 수직도 관리, 최고층 콘크리트 압송 등 우리의 건설 기술이 달성한 세계 최고기록에 대해 이 책은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했다.

    미래를 위해 최고층 건물 건설에 나선 두바이 그리고 자긍심을 위해 최고의 건물을 완공한 우리 한국인. 이 책의 두 주인공이다.

    서정민│한국외국어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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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녀 1, 2 _ 유주현 지음

    문화적 혼혈인간 외
    고종황제가 환갑이 되던 해 태어나 더할 수 없이 귀하게 자란 사람이 덕혜옹주다.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했던 또 한 분의 옹주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문용. 문용은 덕혜보다 10여 년 전인 1900년, 고종이 총애하던 상궁 염씨에게서 태어났다. 그러나 문용옹주의 어머니 염 상궁은 ‘황제의 은총을 입은 죄’로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난다. 문용옹주의 삶이 이런 비극적인 전주곡과 함께 시작된 것은 당시 궁중의 실세였던 영친왕의 어머니 엄씨의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문용옹주는 황실에서 주선한 양부모와 함께 경북 김천에서 숨어 살아야 했다. 이후 양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탐욕적인 성격의 유모가 문용옹주 몫의 재산을 팔아 도망쳐버리는 바람에 옹주는 졸지에 걸인 신세가 된다. 아름다운날, 1권 472쪽, 2권 492쪽, 1만1800원

    제중원 이야기 _ 김상태 지음

    문화적 혼혈인간 외
    조선시대 ‘널리 은혜를 베푸는 집’이란 뜻의 광혜원은 구한말 고종 재위 때에 ‘사람을 구하는 집’이란 뜻의 제중원으로 이름이 바뀐다.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으로 기억되던 제중원을 저자가 주목한 것은 하나의 국립병원이 탄생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의 역사 서술에서 빠뜨렸던 조선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국립병원이 탄생하고 운영되고, 운영권이 이관되는 과정을 통해 천민에서 국왕까지, 푸른 눈의 서양인에서 청나라와 일본, 나아가 신분제 사회가 흔들리고 나라의 대문이 흔들리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제중원 이야기’에는 하나의 병원을 매개로 조선 격변기의 드라마틱한 요소가 모두 담겨 있다. 저자는 제중원의 복원을 통해 잿빛으로 기억되던 구한말 망국의 역사에 화려한 색채를 되살리고 있다. 웅진지식하우스, 292쪽, 1만3000원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_ 손호철 지음

    문화적 혼혈인간 외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MB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MB를 넘어서 김대중, 노무현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MB만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을 함께 넘어서는, 다시 말해 MB류의 우파신자유주의만이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류의 ‘좌파신자유주의’도 넘어서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빵과 자유의 정치’라고 부를 수 있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기존의 정치세력이나 정파들이 연대하는 ‘상층부연합’을 넘어서 대중 속으로 들어가 이들 속에서 ‘풀뿌리 복지연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이 책은 민주화운동 진영의 잘못에 대한 자기성찰로부터 이명박 대통령 집권 2년 동안의 한국정치와 한국사회의 퇴행적 변화에 대한 분석, 그리고 향후 진보진영의 과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진보적 정치학자’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해피스토리, 376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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