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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내 가서 지식 자랑 마세요’

생명운동의 본산 지리산 실상사와 산내면 사람들

  • 이상락│작가 writersr@daum.net

‘지리산 산내 가서 지식 자랑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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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높은 대안학교

바로 그 ‘맨땅에 헤딩하겠다’고 덤벼들었던 사람이 이경재씨다. 그렇게 시작한 실상사작은학교가 올해로 개교 11주년을 맞았다. 수려한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데다 불교계 유일의 대안학교로 10여 년을 모범적으로 운영해온 덕분에 대안학교 중에서는 꽤 유명하다는 것이 이경재 교사의 자랑이다. 국영수 등 지식공부는 30~40%만 하고 나머지는 철학, 명상, 토론 등 내면의 힘을 키우는 학습에다 미용, 나무 다루기, 옷감 다루기, 농사짓기, 효소 만들기 등 체험학습과 특기교육 등을 고루 시킨다. 그럼에도 검정고시는 모두 통과한다고 한다. 제1기 졸업생의 경우 중학 졸업자격 검정고시에서 전라북도 수석과 경상남도 수석을 모두 이 학교 학생들이 차지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출신성분을 보면 현재 1학년의 경우 산내초등학교를 졸업한 순수한 이 지역 토박이 가정 출신은 단 한 명뿐이고 아이를 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 부모가 도시에서 일부러 귀농한 경우가 4가정, 이미 귀농해 있던 가정 출신이 1명,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서울 등 타 지역 출신이다. 말하자면 도시의 중산층에서 이 학교의 교육방식에 찬동해 자녀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학교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교사들의 급여는 초기 7년 동안은 50만원이었다가 그 후 2년간은 70만원, 지금은 ‘많이 인상되어서’ 월 90만원이다.

학비 부담 때문에 이 지역 토박이 가정 자녀가 입학을 못한다면 인드라망공동체의 정신하고는 멀어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지역에서 형편이 넉넉한 부모들은 우리 학교 안 보냅니다. 남원이나 전주나 서울로 보내지요. 3년을 마쳐도 졸업장도 안 주면서 검정고시 보라 하고, 공부는 조금밖에 안 시키면서 애들한테 삽 들고 농사일이나 하라고 하고, 밥도 직접 해먹는 그런 학교 뭣 하러 보내느냐, 이러거든요.”



귀농인과 토착인의 갈등

‘지리산 산내 가서 지식 자랑 마세요’

산내초등학교에 인조잔디를 까는 문제로 귀농인들과 토착민들 사이에 갈등이 일었다.

지역주민들의 경우 대안교육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졸업 후의 진로를 보면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이 3분의 1, 대안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이 3분의 1, 그리고 나머지는 음악·미술 등 전문분야로 진출한다. 도법스님은 졸업 후에 진로를 정하지 못해 어정쩡해하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인드라망 공동체의 또 한 축인 ‘(사)한생명’의 이귀섭(50) 사무국장을 만났다. ‘한생명’이 왜 사단법인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우선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탄생 배경을 알아야 한다. 이사무국장의 얘기.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라고 해서 스님들, 신도들, 종무실 관계자들 그리고 주변에서 절과 같이 일하고 있는 귀농학교나 작은학교 등의 구성원들이 사찰을 중심으로 일을 해가고 있는데 사실 실상사는 대한불교조계종에 소속돼 있지 않습니까. 만일 실상사가 어떤 사업을 하게 됐을 때 조계종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면, 이 지역에서 진행하는 장기적인 지역공동체 사업에 부침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형태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주체와 조직적인 틀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생긴 것이 도법스님이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전국적인 조직인 인드라망생명공동체다. 그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정신을 이곳 산내지역에서 실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바로 (사)한생명이다. 도법스님은 실상사가 지역주민과 자립적인 마을공동체를 형성해가는 데 산내면 규모 정도가 여러 면에서 적당하다고 얘기한다.

“산내면보다 더 커버리면 감당이 안 되고 이 정도는 돼야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공존하면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교육적으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정도는 작더라도 운영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자면 인구가 2000~3000명 규모가 알맞아요. 이걸 하나의 마을로 보고 이 마을을 ‘이웃사촌’과 ‘품앗이 정신’으로 운영해가는 체계, 이런 것들을 구축한다면 이것이 사회적 대안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마을공동체를 해왔는데 아직은 역량이 많이 모자랍니다.”

역량이 모자란다 했지만 산내면 주민을 상대로 이웃사촌과 품앗이 정신으로 다가가려는 (사)한생명의 노력은 쉼 없이 이어져왔다. 우선 귀농자의 제1의 관심사가 자녀교육인 점을 감안해 산내들어린이집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사)한생명 부설로 여성농업인센터를 두어서 여성교육과 노인건강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사회건 크고 작은 갈등은 상존한다. 귀농인들과 지역민들 사이에도 매사에 장단이 척척 맞아 들어가기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산내초등학교 운동장의 ‘인조잔디 사건’은 그 한 상징이라고 할 만하다.

“산내초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까는 문제를 두고 귀농인들은 ‘인체에 해로운 인조잔디는 다른 지역에서는 다들 철거하는 추세인데 아이들 건강에 해로운 인조잔디를 왜 깔려고 하느냐’고 반발하고, 그러자 동문들이 ‘학교의 숙원사업을 하는 것이니 훼방 말라’며 격렬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작지 않은 소란이 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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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락│작가 writers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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