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호

“2100년이면 겨울 절반으로 줄고 평균 기온 4℃ 오른다”

한반도 기후변화 실태와 전망

  • 송창근│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 cksong@korea.kr

    입력2011-08-19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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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0년이면 겨울 절반으로 줄고 평균 기온 4℃ 오른다”

    7월 말 중부지방에 쏟아진 집중 호우로 서울 방배동 한 아파트가 큰 피해를 당했다.

    7월 말부터 시작된 집중 호우로 한반도, 특히 중부 지방이 큰 피해를 보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인명피해 70여 명, 침수피해를 당한 차량은 1만여 대에 달한다. 이번 집중 호우는 그간의 각종 통계 기록을 갱신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7월27~28일 연속 강수량은 서울 관측사상(1907년 이후) 최대량인 587.5㎜였다. 이는 서울 평년 연 강수량의 40%가 넘는 것이다. 게다가 강수대(帶) 폭이 좁아 지역적인 강수량 편차가 매우 컸다. 이로 인해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거시적인 대책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개별적인 대책 마련도 절실해졌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 오랫동안 정체하면서 수증기가 대거 유입돼 집중 호우가 잦아졌다고 설명한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여름에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에 비가 내린 날은 22일이었다. 이는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8월 중 가장 많은 양이었다. 장마가 끝난 뒤 이른바 ‘2차 장마’가 진행되는 것 같다는 예감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기상 이변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각지에 이상기후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1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주에는 24시간 동안 300㎜에 육박하는 비가 내려 800여 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실종됐다. 지난해 파키스탄 북서부를 강타한 홍수는 1100여 명의 사망자와 약 150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대만도 2009년 태풍 ‘모라꼿’으로 3000㎜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3조60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폭이 세계 평균에 비해 크다는 점에 있다.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 온도는 0.74℃ 상승했다. 반면 우리나라 6대 도시는 1.7℃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진행속도가 세계 평균을 웃도는 셈이다. 특히 열섬효과 등으로 도시 지역의 기온상승률이 30% 이상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우리나라 근해 표면수온도 41년간(1968∼2008) 평균 1.31℃ 상승해 세계평균 0.5℃ 상승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다양화·대형화·복잡화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이상기후 양상은 점차 다양화, 대형화, 복잡화하고 있다. 2011년 겨울 서울에는 10년, 부산에는 96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닥쳤다. 1월 중 서울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 시간이 단 44분에 불과해 같은 기간 수도관 동파가 7000여 건 보고됐다. 다음 달엔 강원도 지역이 삼척 110㎝, 동해 100㎝ 규모의 폭설로 큰 피해를 보았다. 강원도 6개 시·군은 제설비용으로만 600억원 이상을 썼다. 울산 지역도 80년 만의 폭설로 도시 마비, 현대차 조업중단의 피해를 보았고, 포항에 60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이에 따라 농가 및 철강물류 피해액 1000억원대, 항공기 97% 결항 등의 피해가 보고됐다.

    연간 강수일수는 감소하는 반면 여름철 우기시 강수량은 증가해 집중 강우 규모가 커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여름철 호우 재해의 발생 빈도가 연평균 5.3회(1940∼70년대)에서 8.8회 이상(1980∼99년)으로 증가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한반도 기후변화 연구결과를 집대성해 내놓은 ‘한국기후변화 평가보고서(한국판 IPCC 보고서, 2010)’에 따르면 하루 최대 강수량은 최근 56년간 2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피해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집계한 1960년대 이후 기상재해에 따른 연평균 재산피해액은 2000년대 들어 2조원을 상회해 1990년대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최근 100년간 기상재해에 따른 피해액이 가장 컸던 10번 중 6번이 2001년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피해액은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기반시설에 타격이 큰데, 2007년의 경우 풍수해 총 피해액의 62%가 사회기반시설에 집중됐다. 또 사회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간접적인 피해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상한파 및 폭설시, 육·해·공 운송수단이 전면 마비되고 농작물 피해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되며, 폭염 및 열대야가 발생하면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에너지 소비가 급증한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반도 기온은 2050년이 되면 2000년 대비 2℃, 2100년에는 4℃ 오른다. 강수량도 2100년이 되면 2000년보다 17∼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수량의 시·공간 변동성이 증가하고 가뭄과 호우 강도 역시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2100년이면 겨울 절반으로 줄고 평균 기온 4℃ 오른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7월 말 폭우로 침수된 서울 올림픽대로와 지난 겨울 폭설이 쏟아진 강원도 풍경.(왼쪽부터)



    “2100년이면 겨울 절반으로 줄고 평균 기온 4℃ 오른다”
    우리나라 근해 표면수온도 2008년 대비 2050년이면 1.3℃, 2100년에는 2.9℃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립해양조사원의 분석 결과, 지난 43년간(1964∼2006) 한반도 연안 해수면은 약 8㎝ 상승했고, 특히 제주 지역은 같은 기간 무려 22㎝(매년 5.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해수면은 2008년 측정치보다 9.5㎝, 2100년에는 20.9㎝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개발한 ‘기후-대기환경통합시스템(ICAMS/ NIER-SNU)’은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대기 중 오존 최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환경 재난을 맞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 부산, 광주, 강릉 등 4개 주요 도시의 겨울 기간이 짧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인구 및 오염물질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100년대에 우리나라 겨울 기간이 현재보다 50% 이상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고된 재앙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제15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UNFCCC COP15)는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후 2℃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이른바 ‘2℃ 목표’에 합의한 것이다(Copenhagen Accord, 2009). 이러한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지구 온도가 2∼3℃ 이상 오를 경우 지구의 자연·인간 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에 노출될 것이라는 데 세계 전문가, 정치가, 외교관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의뢰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실시한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액 추정 자료에 따르면, 이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2100년 우리나라의 누적 피해비용은 약 2800조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약 300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적절한 기후변화 적응 정책을 펴면 누적 피해 비용이 800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계 각국이 ‘2°C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한다면 기후변화 피해 비용이 580조원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정부는 향후 2050년까지 2000년 대비 최소 2℃의 평균기온 추가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여러 가지 선제적 대책을 마련·추진 중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의거 2010년 수립된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11∼2015)’에서는 보건 분야와 방재(재난/재해) 분야를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가장 중요한 분야로 정하고 있다. 방재 분야 기후변화 적응 대책에는 재해 유형별 기후변화 취약성 지도 작성 및 자연재해저감시설물 설계용량 증대 및 설계기준 재설정, 지구단위 홍수방어기준 마련 및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대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다. 최근 발생한 집중 호우와 같은 피해를 방지하려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별로 상세한 침수지도를 작성하고 공개하며 주민 대피행동요령 교육 및 홍보에 역점을 둬야 한다. 풍수해 예·경보를 강화할 뿐 아니라 하수관거 및 빗물 펌프장 등 도시 배수시설 처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하수관거 등의 설계 기준을 기존의 10년 빈도보다 훨씬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상습침수 지역 등에 우수 저류조 및 침투시설을 확충하고 투수성 도로 포장재 사용을 강제해야 한다. 서울 지역의 경우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지면이 바뀌면서 불투수율이 1960년대 7.8%에서 2000년대 47.1%로 증가해 집중강우시 피해가 컸다.

    “2100년이면 겨울 절반으로 줄고 평균 기온 4℃ 오른다”
    기후변화 적응대책

    물론 이런 대책을 추진할 때 이해당사자의 요구가 상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침수지도 공개시 뒤따를 지가·건물가격 등 재산가치의 변동, 이로 인한 사회적 논란 등이다. 또 하수관거 등 대규모 도시 배수시설을 건설할 경우 엄청난 재정이 든다. 정치인, 행정가, 관련 전문가 그리고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문제다.

    “2100년이면 겨울 절반으로 줄고 평균 기온 4℃ 오른다”
    송창근

    1970년 출생

    서울대 대기과학과 학사·석사·박사

    2010년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총괄 집필자

    現 녹색위 녹색기술 로드맵 전문위원,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


    분명한 것은 기후변화 현상의 진행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반면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 대책 수립 및 이행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이상기후 현상으로부터 보호할 대책 추진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결코 빠르지 않으며,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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