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달의 추천도서

월든 外

  • 담당·송화선 기자

월든 外

3/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다산의 재발견 _ 정민 지음, 휴머니스트, 756쪽, 4만3000원

월든 外
우연히 소로에 접어들었다가 생각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과 만나 마음을 뺏겼다. 헤어날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저기까지만’ 하다가 돌아보니 너무 멀리 와 있었다. 내친김에 끝까지 가보자 싶어 마음먹고 가는 도중, 그동안 본 풍광을 사진첩으로 남긴 것이 이 책이다.

다산에 대한 공부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나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2005년 안식년을 이용해 미국에 가 ‘다산선생지식경영법’을 써왔다. 귀국 후 강진에 답사 차 내려갔다가 다산의 친필 편지 몇 통과 만났다. 난삽하게 휘날려 쓴 초서는 좀체 뜻을 알 수가 없었다. 동학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풀고 보니 금쪽같은 내용이었다. 이후 다산의 친필에 매료됐다. 누가 그의 글씨를 갖고 있다는 소리만 들으면 쫓아가서 보여달라고 졸랐다. 각종 도록에 실린 친필들도 욕심 사납게 모았다.

기관의 경우는 있다는 것만 알면 보여줄 때까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보챘다. 틈만 나면 붓을 들어 그 글씨를 임서(臨書)했다. 그동안 베껴 쓴 것만 1000장이 넘는다. 이제는 내 글씨체가 다산을 닮아간다.



하나하나의 내용이 기가 막혔다. 어째서 이 좋은 글들이 문집에는 죄다 빠졌을까? 어째서 이 많은 자료가 그간의 다산 연구에서 한 번도 활용되지 않았을까? 나는 생각이 바빠졌다. 그간 우리의 공부는 사상누각이었구나 하는 자각이 뼈저렸다. 다산의 미공개 필적들을 처음 소개하는 행운이 내게 주어진 것을 오히려 기뻐해야 하나? 당혹스러웠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모은 자료들이 따로 놀더니, 분량이 늘어나자 그것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생겨났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구한 여러 통의 편지가 원래는 한 사람의 수신자에게 보내진 것이었다. 문집만 봐서는 알 수 없던 내용이 아주 분명하게 이해됐다. 그간 빠진 이빨처럼 남아 있던 공백이 차곡차곡 메워졌다.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는 그동안 우리에게는 남은 자료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전쟁을 지나는 동안 귀한 것들은 다 불타 없어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리나라 학술사의 대표선수 격인 다산의 친필 서간이 100통 넘게, 친필 필첩이 또 수십 권 넘게 남아 있었다. 소재를 알지만 소장자가 끝내 공개를 거부해서 못 본 것도 셀 수 없다. 이런 것들은 의미 없는 찌꺼기여서 문집에 빠진 것이 아니었다. 살펴보면 다 이유가 있고, 맥락이 있다. 그것이 또 다산의 맨 얼굴과 속살을 더없이 투명하게 비춰주었다.

이제 절반쯤 왔을까? 내 다산 연구는 겨우 전투 대형을 갖췄다. 쓸 거리가 너무 많아 주체하지 못하겠다. 벌여놓은 공부가 많은데, 뒷감당이 안 된다. 하지만 다산이 놓아주질 않는다.

정민 | 한양대 국문과 교수 |

생각조종자들 _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월든 外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점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온라인에서도 동네서점과 같은 방식으로 책을 팔겠다”고 말했다. “당신은 A라는 작가를 좋아하죠? 여기 A의 새 책이 나왔어요”처럼 고객의 취향에 맞는 책을 권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온라인에서 이러한 ‘맞춤형 정보 제공’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 그것이 어떻게 이용자의 ‘생각을 조종하는지’ 지적한 책. 저자에 따르면 구글은 검색창에 영국의 석유 시추회사 ‘BP’를 적어 넣은 두 명의 여성에게, 한쪽에는 멕시코 만에서 있었던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한 뉴스들을 보여준 반면, 다른 사람에게는 BP에 대한 투자정보를 주로 보여줬다. 온라인 정치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이자 세계 최대 시민단체 중 하나인 ‘아바즈’의 공동창립자인 저자는 인터넷이 얼마나 쉽게 대중을 조종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알키, 354쪽, 1만5000원

괴짜 과학자 주방에 가다 _ 제프 포터 지음, 김정희 옮김

월든 外
미국 브라운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시각예술을 전공한 저자는 현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창업 컨설턴트다. 동시에 친구를 위해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아마추어 요리사기도 하다. 그가 ‘요리는 과학’이라는 믿음으로 펴낸 신개념 요리책. 과학적 호기심으로 무장한 괴짜답게 저자는 조리를 하는 동안 음식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스테이크 굽기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조리의 본질(‘조리란 재료에 열을 가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맛을 향상시키는 것이다’)을 정의하고, 조리하는 동안 일어나는 세 가지 화학반응(단백질 변성 반응, 메일라드 반응, 캐러멜화 반응)과 열전달의 세 가지 방법(전도, 대류, 복사)을 설명한다. 물론 맛있는 요리를 위한 조리법도 소개한다. 미국의 USA 투데이가 ‘허기와 호기심을 동시에 채워주는 책’이라고 한 이유다. 이마고, 363쪽, 1만7000원

경연, 왕의 공부 _ 김태완 지음

월든 外
‘경연’은 조선 왕이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철학과 역사 등 인문학적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국가 정책을 논의하던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책은 왕이 경연에서 무엇을, 어떤 교재로, 어떻게 공부했는지 소개한다. 더불어 조선시대 경연이 이루어지던 절차부터 경연관의 선발방법, 경연의 목표 등도 알려준다. ‘율곡 이이의 책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뒤져 왕의 경연 모습을 중계하기도 한다. 조강, 주강, 석강 등 하루에도 여러 차례 경연을 열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던 국왕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봉 기대승과 율곡 이이 등 당대의 선비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경연에서 이뤄진 왕과 신하의 실제 토론을 소개하고, 이 토론이 현실 정치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당대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더불어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역사비평사, 432쪽, 2만2000원

3/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월든 外

댓글 창 닫기

2022/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