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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 한호 수교 50주년 - 호주의 재발견

호주의 대중문화

호주 출신 월드스타 대부분 이민자

  • 윤필립 시인, 호주전문 저널리스트

호주의 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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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욕은 친근감의 표시?

호주의 대중문화

호주 전통밴드 HYS의 공연.

호주 대중문화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필자가 오래전 시드니 시내에 위치한 뉴타운의 조그만 호텔 퍼브(pub)에 들어가면서 마크 루이스에게 “헤이, 나쁜 놈아(Bastard)!” 했더니 주먹으로 한 방 먹이는 흉내를 내면서 껄껄 웃었다. 그러더니 당장 스탠드바로 데리고 가서 호주산 맥주 ‘빅토리아 비터’ 한 잔을 샀다. 그는 6인조로 구성된 호주 전통 밴드 ‘핸섬 영 스트레인저스(The Handsome Young Strangers·이하 HYS)’의 멤버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코리언 바스타드!”라고 큰 목소리로 부르면서 “이제야말로 우린 친구가 된 거야. 그리고 이 맥주는 그 증표야. 알겠어? 이 얼간이야”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왠지 찜찜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민자(필자)는 영원한 주변인간(marginal person), 혹은 이방인(stranger)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스쳤다.

저녁 6시부터 그들의 공연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무대 위에서도 온갖 욕설이 난무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건 그 욕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런 가사가 아니면 쉽게 담아낼 수 없는 끈끈한 인간미가 호주 전통음악(Bush Ballard)에 녹아 있었다. 또한 예술로 승화된 욕설이어서인지 통쾌하고 유쾌하기까지 했다. 한국인의 풍속과 애환을 걸쭉한 육담으로 담아낸 판소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연자들의 옷차림도 전혀 무대복장이 아니었다. 리드 보컬 앤드루 돈킨은 아예 맨발로 무대에 올랐다. 그의 손에는 맥주병따개 40여 개를 붙여서 만든 ‘라거폰(lagerphone)’이 들려 있었고 모든 연주자의 악기 옆에는 맥주병이 즐비했다. 게다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어서 마치 영화 ‘타이타닉’의 지하 3등 칸 공연처럼 음악과 춤이 어우러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밀려들어온 미국문화의 거센 물결은 호주 전통문화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역사가 짧은 탓에 별다른 문화유산이 없는 호주에서 자칫 부시 발라드의 명맥마저 끊어질 위기에 처한 것. 더욱이 1960~90년대의 호주 대중음악은 록과 펑크의 분위기를 빼면 외면당하기 십상이었다.

바로 그런 상황을 위기로 느낀 젊은이들이 있었다. 대중적 인기를 얻기가 힘들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호주 전통음악을 연주하겠다고 나선 밴드가 HYS다. 호주의 역사가 따로 있고, 호주 고유의 정서를 담은 정겨운 노래들이 따로 있는데, 너나없이 유럽과 미국에서 수입된 노래만 부르면 문화 식민지가 된다고 HYS 멤버들은 생각했다.

그들의 직업은 회계사, 엔지니어, 벽돌공, 약사, 음악선생 등이다. 그들은 주말마다 자신들의 자동차로 이삿짐을 옮기듯 공연 장비들을 싣고 다니며 지방공연을 강행했다. HYS 공연의 특성은 2시간 공연에 1시간 앵콜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날 밤에도 HYS의 공연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공연을 마친 뒤 맥주를 마시고 있는 HYS 멤버들에게 다가가서 “아무리 봐도 ‘젊고 잘생긴 이방인들(The Handsome Young Strangers)’ 같지 않은데 왜 밴드 이름을 그렇게 지었냐?”고 따지듯이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핸섬이라는 형용사는 그야말로 호주식 위트다. 그러나 젊은 이방인의 의미는 조금 특별하다. 너나없이 유럽과 미국풍의 음악을 공연하는 시대에 호주의 전통음악을 고집스럽게 공연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우리가 이방인처럼 느껴진다는 안타까운 심정을 은유적으로 담아본 것이다.”

신동아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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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 시인, 호주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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