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학고재

옛것과 새것의 다정한 교감

  • 글·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2011-11-23 1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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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고재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맞은편, 돌담길과 은행나무가 어우러진 소격동 거리에는 붉은 벽돌 한옥이 한 채 서 있다. 갤러리 학고재(學古齋)다.

    ‘학고재’ 하면 출판사를 떠올리는 이가 많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최순우 저)처럼 우리 문화재, 그중에서도 미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린 많은 책이 ‘학고재’ 이름으로 나왔다.

    동시에 ‘학고재’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뿌리를 찾아가면 갤러리가 먼저다. 한학을 공부한 우찬규 사장은 1988년 서울 인사동에 고서화 전문화랑을 열었다. ‘옛것을 배워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의 논어 구절 ‘학고창신(學古創新)’에서 ‘학고재’라는 이름을 따왔다. 이 갤러리가 창립 20주년을 맞은 2008년, 소격동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예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학고재의 공간은 ‘학고창신’의 느낌, 그대로다. 건축가 최욱은 이곳에 있던 두 채의 한옥을 그대로 갤러리의 골격으로 삼았다. 전시실에서 고개를 들면, 두 개의 한옥 지붕이 만나는 부분에 만들어진 긴 천창 밖으로 하늘이 내다보인다. 서까래가 노출된 전시공간 천장은 전시벽면과 같은 흰색으로 마감돼 단정하다.

    긴 직사각형 형태의 전시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좀 더 널찍한 사각형 전시실이 이어진다. 과거 사무실로 사용되던 집을 개축한 이곳은 한옥 개조 공간에 비해 바닥이 낮다. 서로 다른 이 두 집의 이음매 역시 창이다. 틈새처럼 벌어진 좁고 긴 창 너머로 이번엔 경복궁 돌담길이 내다보인다.



    학고재
    학고재
    1.2.3.4. 경복궁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는 한옥 형태의 학고재 갤러리 내외부.

    이음매의 다른 한쪽에는 문을 달았다. 이곳을 나서면 지붕 위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난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인 이용백의 ‘피에타’가 설치돼 있는 옥상에서는 소격동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한옥갤러리 뒤편에는 역시 붉은 벽돌로 마무리된 양옥 건물이 있다. 학고재 전속작가의 컬렉션을 상시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이자, 컬렉터를 위한 뷰잉룸(viewing room)이다.

    한옥과 양옥, 옛것과 새것이 다정하게 어우러져 있는 학고재에서는 늘 학고창신의 정신에 기반을 둔 전시가 열린다. 김지연(39) 학고재 기획실장은 이곳 전시의 특징을 ‘뿌리 있는 현대성’이라고 했다. ‘19세기 문인들의 서화’ ‘구한말의 그림’ ‘만남과 헤어짐의 미학’처럼 전통미술의 새로운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전시가 수시로 열리고, 강익중·석철주·신학철·한기창 등 현대 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오늘의 작가’ 전품도 전시한다.

    학고재
    해외 작가를 소개할 때도 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Martin), 이안 다벤포트(Ian Davenport), 장 피에르 레이노(Jean-Pierre Raynaud) 등 세계 미술계의 걸출한 작가가 학고재를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났다. 김지연 실장은 “1~2년에 한 번은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연계해, 한국 미술의 끊어진 흐름을 이어나가려고 시도하는 기획전을 연다”고 했다.

    “옛것과 새것의 교감은 학고재의 정체성을 이루기도 하지만, 미래에 살아남을 현대미술의 정향성이기도 합니다.”

    학고재 갤러리 소개글의 한 대목이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그래서, 이미 수천 년을 이어져왔고, 앞으로 또 수천 년을 이어져갈 ‘우리 미술’이다.

    ●위치 서울 종로구 소격동 70

    ●운영시간 11월~2월: 화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3월~10월: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문의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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