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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위하여 外

  • 담당·송화선 기자

김수영을 위하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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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남자의 인생 _ 원재훈 지음, 학고재, 232쪽, 1만5000원

김수영을 위하여 外
광화문 사거리를 산책하면서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어디론가 걸어간다. 만화의 말풍선처럼 그들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어떤 생각들이 읽힌다. 돈을 벌어야 한다, 이번 달에는 어떻게 견뎌야 하나, 그녀는 왜 내 마음을 몰라주나, 하여간 욕망은 가득한데, 현실은 막막하다. 욕심과 분노가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중요한 판단의 순간에 결정적인 악수를 두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는 모습이 비슷한데 참 어렵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면 거기에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온 인물들이 보인다. 중국 고대의 인물이나 21세기 광화문의 인물이 큰 차이가 없다. 마치 장기판의 말처럼 한 칸을 가기도 하고, 포처럼 날아가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장기판에서 나는 포인가 차인가, 졸인가.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요즘 남자에게 인생이라는 것이 있느냐면서 자조하는 친구들. 제법 건실한 사업체를 이끌다가 부도를 낸 친구가 주말에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혹시 자살을 하려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벌집구조처럼 촘촘한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구조 속에서 각종 첨단 문명의 발달로 남성의 근육과 지성이 낡은 지하철 승차권처럼 초라해질 때, 문득 중년이 되어버린 나를 보고, 노새처럼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또 다른 남자들을 봤다. 그때 사기열전을 읽고 온 인생을 살아낸, 광야를 달리는 준마 같은 사내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인물들의 인맥을 찾아가자고 생각했다.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다.

사기 ‘열전’에는 고대 중국을 움직인 사람들, 즉 공자의 제자들을 비롯해 장군, 시인, 자객, 점쟁이, 정치인, 개그맨, 장사꾼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한때 우리가 꿈꾸었던 인물들이기에 내 인생의 전범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삶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객열전의 형가나 예양과 같은 경우 굳이 자객으로 살지 않아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호의호식할 수 있는 인물이지만, 대의를 위해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피투성이 가시밭길이다. 우리 근대의 안중근 의사를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의사 편작은 의술과 인품의 면에서 우리 동의보감의 허준이나 장기려 박사님을 떠올리게 한다. 화식열전에 나오는 부자들은 누구라고 예를 들지 않아도 재벌가의 회장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럼 나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와 소설을 쓰는 나는 당연히 굴원이나 가생과 같은 시인의 삶에 관심이 간다. 참 지독하게도 어려운 삶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사마천은 왕의 분노를 사서 무고하게 궁형을 당한다. 참 억울한 일이다. 그는 자결도 생각하면서 외롭고 괴로운 변방, 주변부에서 머문다. 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동아시아의 중심으로 만들어버린다. 태양은 자리를 움직이면서 빛나지 않는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당신의 그 초라한 그 자리가 바로 세상의 중심이 된다. 건강하시길.

원재훈│작가│

New Books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_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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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감동해 눈물을 흘리면서 연주가 ‘마법 같았다’고 말한다. … 이런 의미의 ‘마법’은 깊이 감동적인 것, 신나는 것을 말한다. 소름 돋게 하는 것, ‘내가 정말로 살아 있구나’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현실이(과학적 기법을 통해 이해되는 현실세계의 사실들이) 바로 이런 의미에서 마법적이라는 것을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싶다.” ‘만들어진 신’ ‘지상 최대의 쇼’ 등으로 유명한 저자는 이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는지, 왜 밤과 낮·겨울과 여름이 있는 것인지, 세상은 언제·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등 과학을 통해 드러난 세계의 비밀을 따라가는 여정이 흥미롭다. 영화 ‘해리 포터’ 등에 참여한 그림 소설(그래픽 노블) 작가 데이브 매킨의 그림 270여 장이 원자의 구조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김영사, 272쪽, 2만2000원

논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 _ 이남곡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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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부터 민주화운동 등에 앞장서다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4년간 투옥됐던 저자는 출옥 후 공동체운동에 뛰어들었다. 현재 전북 장수군 산중의 무소유 공동체 ‘좋은 마을’에 살면서 ‘논어’를 주제로 전국 각지에서 인문학 강좌를 하고 있는 그는 공자를 ‘아집 없는 자유인, 실사구시의 과학적 인간, 화광동진의 현실 참여적 인간 그리고 소통의 달인’으로 평가한다. 이 책에서는 논어 전문을 크게 열 가지 범주, 즉 ‘탐구, 처세, 정치, 중도, 군자, 품성, 조직, 경제, 인생, 깨달음’으로 분류하고, 이를 각각 다시 세부 주제로 엮어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학즉불고(學則不固·진정한 위엄은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선사후득(先事後得·일을 먼저 하고 성과는 나중으로 미룬다),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하고 싶은 대로 행하여도 도에 어긋나지 않다) 등을 풀이한다. 휴, 326쪽, 1만3000원

꿀벌의 민주주의 _ 토머스 D. 실리 지음, 하임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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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넬대 생물학과 교수이자 양봉가인 저자는 그동안 ‘벌떼의 지혜’ ‘꿀벌 생태학’ 등을 써왔다. 수십 년간 꿀벌을 연구해온 그가 이 책에서 밝히는 것은 꿀벌 집단이 공동 이익 추구와 상호 존중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아피스 멜리페라’라는 꿀벌 집단이 집터를 고르는 과정을 통해 ‘윙윙거리며 공중을 비행하는 1만여 마리의 벌떼’가 어떻게 무리의 질서를 유지하며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를 소개한다. 수백 마리의 나이 든 벌이 집터 정찰대로 나서 탐험하는 과정, 1차로 선택된 집터 후보지를 평가하는 과정과 최적의 집터를 선택하기 위한 논쟁, 그리고 결정까지, 꿀벌의 논의와 결정을 촘촘히 분석, 설명한다. 벌들이 서로 의사를 나누는 ‘춤’ 연구를 통해서다. 오랜 관찰을 통해 ‘꿀벌의 만장일치’ 과정을 발견하는 저자의 열정이 눈길을 끈다. 에코리브로, 327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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