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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힐링 healing 필링 feeling

별 헤고 종이香 맡으며 감각하고 사유하다

숨어 있기 좋은 방 3選

  • 정윤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별 헤고 종이香 맡으며 감각하고 사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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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고 종이香 맡으며 감각하고 사유하다

한일철강 창업자 엄춘보 회장이 사재를 털어 세운 송암천문대.

송암천문대의 별 헤는 방

바야흐로 계절은 봄으로 이행 중이다. 낮의 햇살은 따사롭고 밤의 공기는 사뭇 떨린다. 곧 완연한 봄이 오면, 이 나라의 이상한 기후 변화로 인해 사실상의 여름으로 급변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요즘의 이런 아주 짧디짧은 ‘간절기’란 너무나 귀한 시간이다. 오호라! 아직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지는 않았으니 1년 중 그 즐거움이 가장 좋다고 하는 별자리 탐사의 최적지가 서울 어디에서라도 1시간이면 넉넉히 도착하는 곳에 있다.

한때는 모텔촌으로 번성했으나 지금은 예술가가 터를 잡고 지자체가 뜻을 모으고 무엇보다 한일철강의 창립자 엄춘보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깊은 골짜기를 아름답게 가꾼 장흥유원지가 그곳이다. 거기 송암천문대가 있다. 아이들과 예술 작품과 더불어 한나절을 뛰놀 수 있는 아트파크가 있고 그 맞은편에는 탤런트 임채무 씨가 1989년부터 ‘평생의 소원’으로 여겨 운영하고 있는 테마파크도 있다. 봄철의 간편한 나들이로 장흥 골짜기만한 곳이 없다. 게다가 산세가 뚜렷하고 그 정상에 천문대까지 있으니 그저 나들이를 했을 뿐인데 적어도 육신의 힐링까지도 욕심이 난다. 아, 물론 ‘특별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모텔도 아직은 군데군데 성업 중이다.

양주시 장흥면 계명산. 형제봉 자락에 들어선 송암천문대. 평북 용천 출생으로 광복 후 월남해 6·25전쟁이 끝난 뒤 서울에서 제철소 대리점을 시작으로 한평생 철강 산업에 매진한 엄춘보 회장이 2007년에 400억 원 가까운 사재를 털어 마련한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버리고 몇 걸음 올라가면 먼저 스페이스 센터가 나온다. 이 센터 안에 챌린저 러닝센터와 플라네타리움이 있다. 러닝센터는 1986년 발사 직후 폭발한 미국 챌린저호의 비운을 새기고 희생된 탑승자를 기리기 위해 유가족이 설립한 교육시설이다. 그 콘텐츠가 만만치 않다. 플라네타리움은 지름 15m 크기의 돔 스크린으로 사이버 우주여행과 밤하늘의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콘텐츠다.



그리고 해발 443m 정상으로 올라간다. 그곳에 이르려면 ‘알비레오 알파’를 타야 한다. 저 아득한 밤하늘, 페르세우스 자리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쌍둥이 별 이름인데, 실은 산 정상에 이르는 케이블카 명칭이다. ‘알비에로 알파’를 탑승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대체로 꼬마들과 그 가족들은 케이블카의 맨 앞에 선다. 그러면 케이블카가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면서 산 정상에 완만히 오르는 동안 산뜻한 멀미를 즐길 수 있다. 그런 가족을 위해 앞자리를 양보한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보게 되는데, 그 또한 절경이다. 저 멀리 인수봉과 사패산, 도봉산의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장흥 일대 골짜기의 사람 사는 풍경도 들어온다.

천문대 주관측실에는 600㎜급 반사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표준과학연구원이 공동 제작한 순수 국내 기술의 망원경이다. 토성이 어른 손톱 크기로 관측되는데, 진정으로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런 크기로 본다는 자체가 어마어마한 기술이라는 점이다. 모두 7종류 13개의 천체망원경이 있고 더러 어떤 사람들은 그냥 눈으로 보나 망원경으로 보나 큰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제발 그런 터무니없는 얘기를 아이들한테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망원경 중의 하나로 시리우스 별을 본다. 아직 봄이 무르익지 않아 겨울밤의 별들이 완연하다. 지식과 유머를 겸비한 천문대 연구원의 말에 따라 북극성을 찾고 오리온 별자리를 찾고 쌍둥이자리, 큰개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시리우스 별을 본다. 별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산문으로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난다. 그는 이렇게 썼다.

“만일 한 번만이라도 한데서 밤을 새워본 일이 있는 분이라면, 인간이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는, 또 다른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적막 속에 눈을 뜬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리우스 별을 본다. 큰개자리 α성의 고유한 이름이다. 동양에서는 천랑성(天狼星)이라고 불렀다. 그리스어 세이리오스(‘타는 듯한’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 시리우스는 겨울 밤하늘에서 유난히 밝은 빛을 내뿜는다. 서양 사람들은 밝은 빛의 눈을 가진 늑대에 비유하여 ‘Dog Star’라고도 한다. 그 시리우스 빛을 한참이나 본 후 다시 ‘알비레오 알파’를 타고 내려온다.

송암천문대에는 숙박이 가능한 방들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시설은 이 나라 곳곳에 있는 워크숍 센터와 흡사하다. 크기가 적절하게 배분된 방들이 산을 면하여 늘어서 있는데, 그래도 놀라운 점이 하나 있다. 텔레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의 스마트폰 일상과 압도적인 통신 기술을 생각한다면 텔레비전이 없다고 해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안테나를 발기시켜 한사코 텔레비전을 보자고 하면 못 볼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천문대의 생각은 다르다. 굳이 이곳까지 와서 텔레비전을 봐야만 하는가 하는 질문을 텅 빈 방은 던지고 있다. 그 방 안에 한참을 머문다. 심심하다. 눈 둘 곳이 마땅치 않다. 그러나 곧 생각이 바뀐다. 먼 데를 본다. 산들이 첩첩하다. 다시 방 안을 본다. 텅 비어 있다. 가만히 앉아본다. 굳이 아득한 산중의 큰 사찰만이 힐링의 장소가 아님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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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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