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호

음주운전하면 몽땅 뒤집어쓴다?

  • 입력2013-06-20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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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운전하면 몽땅 뒤집어쓴다?

    4월 28일 새벽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에서 음주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음식점 유리벽을 뚫고 들어갔다.

    #1 김모 씨는 1종 특수, 1종 대형, 1종 보통, 2종 소형 운전면허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만취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적발됐다. 그렇다면 김 씨가 가진 운전면허는 모두 취소될까.

    #2 이모 씨는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하고 있었다. 뒤를 따라오던 차가 이씨 차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이 씨가 만취 상태인 것을 알고 이 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책임을 져야 할까.

    #3 박모 씨는 소주 2병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던 중 가로수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고 과다출혈로 정신을 잃었다. 의사가 수혈을 위해 박 씨로부터 채혈을 했다. 그러자 박 씨를 병원으로 후송한 경찰은 박 씨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혈액 중 일부를 얻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뒤 음주운전의 증거로 삼았다. 박씨는 음주운전죄로 처벌될까.

    김 씨처럼 한 사람이 4종류의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을 때 1개의 운전면허 번호로 4종류의 면허가 통합 관리된다. 이런 사람이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어느 운전면허까지 취소되는 것일까.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자동차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소지 중인 면허 전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면허들을 한꺼번에 취득한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별도의 시험을 거쳐서 취득한 것이므로 별개로 취급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면허 3개 줄줄이 취소

    대법원은 판례에서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를 취소 또는 정지함에 있어서도 서로 별개의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거듭 확인하고 있다.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해 여러 장의 운전면허증이 1장의 운전면허 번호로 통합 관리되고 있더라도 그것은 관리상의 행정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할 뿐이므로 여러 종류의 면허는 별개의 것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1995년 11월 16일 선고).

    이때 ‘별개로 취급한다’는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한다. 복수의 운전면허를 별개의 면허로 취급하더라도 운전면허의 취소 사유가 어느 한 개의 면허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다른 면허와 공통되는 경우에는 여러 개의 면허를 모두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1997년 2월 28일 선고).

    김 씨는 1종 특수, 1종 대형, 1종 보통, 2종 소형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운전면허 취소 사유가 어느 면허에 관계된 것인지에 따라 취소대상 면허가 결정된다. 김 씨는 승용차를 음주운전했다. 김 씨의 운전면허 중 승용차 운전이 가능한 면허는 1종 대형과 1종 보통이다. 1종 특수 면허와 2종 소형 면허로는 승용차 운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김 씨의 1종 대형과 1종 보통 면허는 취소되지만 1종 특수와 2종 소형 면허는 취소되지 않는다.

    만일 김 씨가 트레일러를 음주운전했다면 1종 특수 면허만 취소될 것이다(대법원 1998년 3월 24일 선고). 어떤 면허로 어떤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지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53조 별표 18에 상세하게 규정돼 있다.

    김 씨가 오토바이를 음주운전하다가 적발됐다면 어떻게 될까. 오토바이는 법률상으로는 이륜자동차인데, 그중 배기량 125cc 이하 이륜자동차를 원동기장치자전거라고 별도로 분류한다. 원동기장치자전거는 1종 또는 2종의 모든 면허로 운전이 가능하다. 125cc를 초과하는 이륜자동차는 2종 소형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운전할 수 있다.

    김 씨가 음주운전한 오토바이가 125cc 이하의 원동기장치자전거라면 그의 운전면허 4개는 모두 취소대상에 포함된다. 그런데 김씨가 125cc를 초과한 이륜자동차를 음주운전했다면 음주운전이 2종 소형 면허와만 관련 있기 때문에 취소되는 면허는 2종 소형 면허에 국한될 것이다.

    그런데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에 관한 한 대법원 판례는 이 같은 원칙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2종 보통,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가진 사람이 승용차를 음주운전한 경우 2종 보통 면허뿐 아니라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까지 취소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대법원 1994년 11월 25일 선고).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일관성도 없고 논리적 타당성도 없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만하다.

    음주운전자는 ‘봉’

    #2의 이 씨처럼 음주운전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냈을 때 음주운전을 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이 있든지 없든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상대방은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는 듯 음주운전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몽땅 뒤집어씌우려 하는 경우가 많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는 것은 최악의 상황임에 틀림없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책임지지 않을 부분까지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법적으로 음주운전자에게 교통사고의 책임을 더 묻는 것도 음주운전과 교통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 씨는 비록 음주운전을 했지만 교통사고는 순전히 이 씨의 차를 뒤에서 추돌한 사람이 잘못해 발생할 것이므로 이 씨의 음주운전과 교통사고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이 씨가 음주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이 씨가 교통사고를 피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이 씨는 교통사고 자체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 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은 사실이므로 벌금, 면허취소, 면허정지 등 음주운전의 책임은 져야 한다.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낸 후 의식불명에 빠진 운전자에 대한 음주 측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의식불명 상태이므로 호흡 측정은 불가능하고 병원으로 후송한 후 채혈하면 되지만 당사자가 채혈에 동의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문제다.

    이런 경우 경찰은 혈액 채취 및 채취된 혈액을 압수할 수 있는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와야 한다. 보통 영장신청, 심사, 발부까지 12시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당사자는 이미 술에서 깨어나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이 어렵게 된다.

    음주운전의 증거로는 운전자의 호흡 또는 혈액을 통한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 외에 특별한 것이 없다. 운전자가 의식불명일 때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므로 경찰로서는 난감한 처지가 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경찰은 #3의 박 씨 사건처럼 의사가 의료상 필요에 따라 운전자의 혈액을 채취하면 그중 일부를 제출받아 분석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법원은 경찰이 진료 목적으로 채취한 혈액으로 측정한 것은 음주운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박 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될 것이다(수원지방법원 2011고정122 판결).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이유에서이다.

    현재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으로 운전하다가 대인사고를 내는 경우, 사고를 내지 않더라도 0.1% 이상으로 운전하는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0.1% 미만 0.05% 이상으로 운전하는 경우 100일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면 가중 처벌되고 0.36% 이상일 때는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

    소주 한 잔도 안 된다

    음주운전하면 몽땅 뒤집어쓴다?
    혈중 알코올 농도를 추정하는 위드마크 공식에 의하면, 체중 70kg 성인 기준으로 소주 2잔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4%, 맥주 2컵을 마시면 0.05%에 이르게 된다.

    최근 정부는 처벌 기준을 현재의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0.03%는 체중 70kg 성인이 소주 1잔이나 맥주 1캔, 와인 1잔만 마시면 도달하는 수치라고 한다. 물론 각자의 알코올 분해 능력에 따라 얼마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믿고 음주운전을 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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