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호

‘과잉공급 해소’ 방향 옳지만 시장 변화에 발맞춰야

4·1 부동산 대책 이후

  •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입력2013-06-21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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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공급 해소’ 방향 옳지만 시장 변화에 발맞춰야

    국내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박근혜 정부는 이전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4·1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올해 경제운영 방향을 발표한 이후 첫 번째 대책이었다. 정부는 왜 출범 이후 부동산 대책을 가장 먼저 발표했을까. 그 이유를 찾으려면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새 정부가 우리 경제 및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구조조정 진행 中

    국내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의 하락을 겪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가격 하락, 거래 감소, 재고 적체 등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초과수요 시장으로 ‘부동산 불패’라 여겨지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3년 넘게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 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미분양 주택도 3만 호가 넘어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큰 폭의 집값 하락을 경험했던 주요 선진국들은 비로소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4년 정도 지속된 집값 하락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우리 부동산 시장이 선진국의 주택 경기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는 것은 가계 부채와 과잉공급 시장의 구조조정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구구조의 변화 등이 겹치면서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까지 더해져 가뜩이나 위축된 수요를 더욱 억누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 때문일까.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다. 새 정책만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부동산’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리스크’다( 참조).



    2013년 경제운용 방향을 보면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3.0%보다 낮은 2.3%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현재의 경기둔화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저성장으로 진입하는 구조적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경제 회복이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생안정 측면에서도 주택 정책은 ‘서민’ 위주의 ‘맞춤형 복지’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종합해보면 부동산을 거시경제의 리스크로 인식하고, 정책적 측면에서 연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대책이 가장 먼저 나온 이유는 바로 우리 경제의 ‘리스크 관리’와 시장이 갖는 기대감에 있었다.

    4·1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특기할 점은 ‘공급조절’을 첫 번째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30년 동안의 부동산 관련 대책에서 공급조절, 그것도 공급을 축소하는 정책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경기가 과열됐을 때나 침체됐을 때나 항상 ‘공급확대’대책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는 과감하게 공급조절을 제시했고, 수요 진작책 역시 새로운 공급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과잉공급 해소를 겨냥했다. 즉, 투자 목적의 주택 수요보다는 실제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 지원에 수요 진작 대책의 초점을 맞췄다. 과거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 할 때 여유 있는 계층의 부동산 구매를 자극했던 사례와는 대조적이다.

    하우스 푸어나 렌트 푸어 대책이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것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경기 부양보다는 과도한 가격 하락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연착륙에 무게가 실렸음을 보여준다.

    4·1 대책, 공급조절에 초점

    늘 그랬듯이 시장은 대책이 발표되자 마자 그 효과를 평가하는 데 분주했다. 과연 4·1 대책은 어떤 효과를 나타내고 있을까.

    이번 대책 발표 직후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서울 강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였다. 4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온 서울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은 4월 들어 가격과 거래가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 과거 같았으면 이렇게 시작된 강남의 주택가격 상승이 주변지역으로 확대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회복세를 보이던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은 5월 말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번엔 강남발 훈풍이 주변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책의 적용대상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대책의 효과가 이미 끝났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과잉공급 해소’ 방향 옳지만 시장 변화에 발맞춰야


    시한부 정책의 효과와 한계

    하지만 이번 대책의 효과는 아직 주요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 통계에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간 단위 조사에 의하면 4·1 대책 발표 이전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다. 4월 들어 주택매매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이는 신고일 기준이며 이들 통계의 실제 주택거래 시점은 2월 말~3월 초다. 따라서 4월 거래량의 증가는 4·1 대책 발표 이전에 형성된 기대감에 따른 결과다.

    4·1 대책이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오히려 저가 매물이 회수되고 일시적으로 호가가 상승하는 듯했다. 그러나 매도 수요에 비해 매수 수요가 적어 실제 거래가격은 호가보다 낮게 형성됐고, 매수자의 관망세도 뚜렷했다. 이는 대책 발표 이후 적용대상이 되는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의 소득 기준, 주택의 면적(85㎡ 이하)과 가액(6억 원) 기준이 계속 논란이 됐던 탓도 크다. 적용대상과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주택을 선뜻 구매할 사람은 많지 않다. 기준금리도 당초 예상보다 늦은 5월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하하는 바람에 정부 대책과 금리인하 등의 효과가 중첩되는 주택구매 촉진효과는 올가을 이사철에나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1 대책은 전반적으로 시장의 심리를 개선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주택매매수급 동향 자료에 따르면 비수기가 시작되는 4월에는 일반적으로 주택 매수세가 감소하지만 올해는 1/4분기에 비해 4월 이후 매수세가 회복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회복세가 뚜렷하다. 다만 6월 이후 일반 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는 데다 생애최초 주택대출 기준이 너무 복잡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 때문에 4·1 대책의 효과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초에 ‘거래 절벽’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저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가격과 거래량이 극심하게 부진했던 수도권 주택시장의 경우 올 하반기에는 기저효과까지 겹쳐 가격이나 거래량 모두 지난해보다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올해가 아니라 4·1 대책이 종료되는 내년이다. 4·1 대책은 그야말로 한시적인 임시 대책이다. 대책의 효과로 올해 거래가 늘어난다고 해도 그것은 내년 주택구매 수요를 앞당겨 쓰는 것일 뿐이다. 내년이면 우리 거시경제 여건이 회복될까. 세제 감면 혜택이 없어도 정상적으로 주택 거래를 할까. 벌써부터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시적인 추가 대책이 또 필요한 것일까.

    ‘과잉공급 해소’ 방향 옳지만 시장 변화에 발맞춰야
    전환기 접어든 부동산 시장

    ‘과잉공급 해소’ 방향 옳지만 시장 변화에 발맞춰야

    경기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 본보기집을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4·1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계약이 마감됐다.

    우리나라의 주택 부동산 시장은 임시 대책으로 정상화하기엔 너무 큰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어떠한 대책을 내놓아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한정돼 있는 탓도 있지만, 대책을 수용해야 하는 소비자들이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불안한 소비자’라는 것도 주원인이다.

    저성장 고령화 사회가 되면 주택이나 부동산 시장의 자본이득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으면 취득세나 양도세 감면은 더 이상 수요 진작 효과를 내지 못한다. 양도세 감면혜택은 향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서만 작동하는 인센티브다. 주택을 구매해 소비하려는 사람은 감소하고 대신 임차해 소비하려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데는 이러한 소비패턴의 변화가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령화로 은퇴 후 삶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주거에 모든 자산을 투자할 수 없게 됐다. 그러므로 시장 정상화를 나타내는 거래량 지표도 매매 거래량만으로 측정해선 안 될 것이다.

    4·1 대책 발표 후 두 달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한시적 4·1 대책의 효과를 치열하게 논하기 전에 더 긴 호흡으로 우리 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4·1 대책의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적용되는 시장과 사람이 변하고 있다. 정부 또한 거시경제적 측면에서의 리스크뿐만 아니라 주거복지와 산업정책의 틀 안에서 마련한 부동산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 정리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이뤄진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개발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현재의 수도권 주택경기 침체에는 공공주택 대량 공급계획의 영향이 컸다. 시장 상황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주택 부족기에 수립된 수도권 2기 신도시와 보금자리 주택 공급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LH의 과도한 채무부담도 사업 구조조정의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지금 수도권에서는 택지를 조성하고도 건설에 착공하지 못한 주택이 약 25만 호에 달한다. 이미 지어진 주택단지도 인프라 부족 때문에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고통스럽지만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부채를 잡아라

    ‘과잉공급 해소’ 방향 옳지만 시장 변화에 발맞춰야

    박근혜 대통령이 5월 29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회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대통령의 오른쪽이 필자.

    수요 부문의 부채 조정도 시급하다.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 같은 말이 나도는 것은 우리의 주거 소비가 부채에 의존하고 있음을 대변한다. 이제는 집을 구매한 사람의 부채만이 문제가 아니다. 최근 3년 이상 지속된 전세가격 상승으로 전세보증금에도 상당한 부채가 포함돼 있다. 이처럼 주거 소비에서 촉발된 가계부채는 계속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상황에 따라 정책적으로 확대했던 전세자금 대출도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을 수립할 때부터 주택지분 부분 매각, 주택연금가입 연령 조정,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등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 및 부동산과 연계된 가계부채 문제에 관심이 컸다.

    4·1 대책에서 하우스 푸어나 렌트 푸어 대책이 발표됐지만 아직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최근 금리가 인하되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다소 줄었겠지만 소득이 증가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거시경제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사가 돼야 한다.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전세가격 등 임대가격 상승에 따른 서민주거 불안이다. 올해도 임대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구매를 미루는데 따른 임차수요도 있지만 정부 부처의 지방이전 등이 본격화하면서 인구 이동에 따른 주택 임차 수요의 공간적 변화도 예상된다. 특히 전세가격 상승이 예상되는데 이는 전세로 공급될 수 있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3년 연속 상승한 전세보증금에 비해 집주인의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해왔기에 전세보증금 상환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전한 전세주택도 줄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주택구매 대신 전세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없는 가구는 비싼 전셋집 대신 교외로 밀려나거나 월세주택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복지수요 증가에 대응한 주거 복지정책도 필요하다. ‘주거복지’하면 언뜻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주(住)’는 인간 생활의 기본인 근원적 욕구이자 권리다. 이 때문에 국민 전체의 주거 수준을 향상시키는 보편적 주거복지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고령화, 청년층의 주거불안 등이 사회문제로 제기되면서 ‘생애 주기별 맞춤형 주거복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삶의 공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육이나 의료 등의 다른 복지는 부차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거복지의 이런 특성 때문에 주거복지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시장에서 해결 가능한 사람은 시장에서 스스로 주거복지를 해결할 수 있게 하고, 정부의 예산투입은 사회적 약자에게 좀 더 집중돼야 할 것이다.

    시장을 돌이킬 순 없겠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역시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 동안 공공주택은 ‘국민임대’ ‘보금자리’ ‘행복주택’ 등으로 이름을 달리하면서 진화했다. 입지도 주로 수도권 외곽 신도시에서 도시 근교 그린벨트와 도심 내 역세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주택 정책은 정권과 수명을 같이하면서 지속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이 지속가능한 공공주택이 되려면 기존 공공임대 주택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물량조절,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동산 관련 조세와 금융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다. 앞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면서 거래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의 주택 관련 정책기금이나 조세 정책은 부동산 거래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다. 공공주택 건설 재원인 국민주택기금은 주택 거래 때 강제 부과하는 국민주택채권 수입과 신규 분양주택 대기자들의 청약예금으로 조성된다. 주택 거래가 줄고, 신규 주택 청약대기자가 감소하면 금방 자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지방세 역시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관련 세제에 의존한다. 지방자치단체 세입 구조가 주택매매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택금융의 진화도 요구된다. 앞으로는 주택 구매자금뿐만 아니라 보유 주택의 개량자금, 임대차에 소요되는 자금 등을 원활하게 융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점차 쇠퇴하고 있지만 정책적 측면에서는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우리의 부동산 관련 제도나 정책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기, 초과수요기, 공급확대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쇠퇴하는 시장을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변화하는 시장에 제도와 정책을 맞추는 일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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