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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

‘바다 큐피드’가 맺어준 포세이돈의 짝사랑

사랑의 별들 독수리자리&돌고래자리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바다 큐피드’가 맺어준 포세이돈의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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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와 알타이르

‘바다 큐피드’가 맺어준 포세이돈의 짝사랑
8월이 오고 밤하늘에 빛나는 돌고래자리를 보면 나는 또 가슴이 설렌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운 첫사랑의 추억 때문이리라. 내년 여름에는 프랑스 뤼브롱 언덕을 찾아 목동이 보았던 그 별자리를 찾아봐야겠다. 자, 이제 8월의 별자리를 만나보자. 사랑의 별자리인 돌고래자리와 독수리자리가 주인공이다.

칠월칠석(七月七夕)이 가까워지면 하늘의 중앙에 3개의 밝은 1등성이 커다란 직각삼각형 모양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 중 정점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 직녀이고, 그 남쪽에 있는 별이 견우다. 견우별 주위를 자세히 보면 마치 우산 모양으로 별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날짐승이 날아가는 모습 같기도 한데, 이것이 바로 독수리자리다.

견우별만 찾으면 독수리자리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견우 양쪽으로 약간 덜 밝은 2개의 별이 견우를 호위하고 있다. 이 3개의 별과 그 아래에 우산 윗부분에 해당하는 마름모꼴의 4개 별이 독수리자리를 구성한다.

우리나라에선 은하수를 사이에 놓고 밝게 빛나는 두 별을 사랑하는 남녀로 표현했지만, 서양에서는 사랑하는 독수리 쌍으로 얘기한다. 직녀는 ‘날개를 접은 독수리’란 뜻의 베가(Vega)로 부르고, 견우는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독수리’란 뜻의 알타이르(Altair)로 부른다.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옛날에는 칠석과 관련한 풍습이 여럿 있었다. 칠석날 까치가 지붕에 앉아 있으면 ‘빨리 하늘의 강으로 날아가라’고 말하면서 돌을 던져 쫓아버렸다고 한다. 또 칠석날 꽃가지에 엽전을 달아 사랑하는 사람의 신발에 넣어두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보통 칠석날을 전후해서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비는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의 먼지를 씻어내느라 내리는 비라고 여겼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독수리자리는 가니메데(Ganymede)를 납치하기 위해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라고 한다. 청춘의 여신 헤베(Hebe)는 신들을 위해 술을 따르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발목을 삐어 더 이상 달콤한 술과 음식을 나를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제우스는 그녀의 일을 대신할 젊은이를 찾기 위해 독수리의 모습으로 땅으로 내려와 이다(Ida) 산에서 트로이(Troy)의 양떼를 돌보고 있던 아름다운 왕자 가니메데를 발견하고 그를 납치했다. 그 후 가니메데는 올림포스 산에서 신들을 위해 술을 따르는 일을 하게 됐다. ‘불멸의 컵’에 물이 넘쳐흐르도록 가득 채우고 있는 물병자리의 잘 생긴 젊은이가 바로 납치된 가니메데라고 한다.

별 이름을 도둑질한 사내

공해 없는 맑은 시골 하늘에서 은하수와 그 주위 별을 바라보면 마치 하늘이 작은 보석들로 장식돼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 별은 어떤 보석일까. 당연히 보석의 왕, 다이아몬드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별을 보면 은하수 바로 곁에 작지만 아주 멋진 다이아몬드 모양의 별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바다의 귀염둥이, 돌고래자리다.

돌고래자리는 오래전부터 알려지긴 했지만, 그 크기가 워낙 작고 밝기(광도)도 낮아 그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지 않으면 찾아내기 쉽지 않다. 돌고래자리는 독수리자리의 동쪽에 위치한다. 사랑의 전령사인 돌고래가 직녀의 메시지를 전하러 은하수를 건너 견우 앞에 와 있다고 생각하면 이 별자리의 위치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돌고래자리의 알파(α)별 수아로킨(Sualocin·4등성)과 베타(β)별 로타네브(Rotanev·4등성)는 오랜 세월 그 이름의 의미가 밝혀지지 않은 의혹의 별이었다. 그러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가 웨브(Thomas William Webb·1807~1885) 목사가 이들 이름의 기원을 밝혀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이름들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팔레르모 천문대에서 1814년 피아치(Giuseppe Piazzi·1746~1826)가 발간한 팔레르모 별 목록(Palermo Catalogue)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당시 이 천문대에는 니콜로 카시톨(Niccolo Cacciatore)이라는 사람이 조수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는 별에 자기 이름을 붙이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다. 피아치 밑에서 별 이름을 정리하던 그는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이름을 라틴어로 바꾸고 이를 다시 거꾸로 써서 이 두 개의 별에 원래부터 있던 이름처럼 적어놓았다. 즉, 그의 라틴어 이름인 니콜라우스-베나토르(Nicolaus-Venator)를 거꾸로 써서 수아로킨-로타네브(Sualocin-Rotanev)란 이름을 만든 것이다.

결국 웨브 목사에 의해 이 이름이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붙여진 것이란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어 다시 바꿀 수가 없었다. 니콜로 카시톨은 많은 사람에게 욕을 먹었지만, 자기 소원은 이룬 셈이 됐다.

별에 자기 이름을 몰래 붙인 니콜로 카시톨도 대단하지만, 이를 파헤친 웨브 목사의 집념이 더 대단한 것 같다. 그는 19세기에 활동한 가장 유명한 아마추어 천문가 중 한 사람으로, 그가 1859년에 출간한 ‘소형망원경을 위한 천체 가이드(Celestial Objects for Common Telescopes, 2 vols)’는 20세기 중반까지도 전 세계 아마추어 천문가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관측 교재로 보급됐다.

우리나라에선 돌고래자리의 중심이 되는 마름모꼴의 별을 ‘베틀의 북’으로 불렀다. 북은 베를 짤 때 씨실을 풀어주는 구실을 하는 배(舟)처럼 생긴 나무통이다. 그렇다면 왜 이곳에 생뚱맞게 베틀의 북이 등장하는 걸까. 힌트는 베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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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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