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호

고객과 직원 믿고 맡기면 매출은 절로 올라

‘가장 정중하게 대접받는 백화점’ 노드스트롬

  •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입력2013-11-19 16:1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요즘은 어딜 가나 판매원들이 친절하다. ‘감정노동자’란 말이 생겼을 정도다.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왜곡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의미다.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행복하고 떳떳할 수는 없을까. 미국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방법을 찾았다.
    고객과 직원 믿고 맡기면 매출은 절로 올라
    바야흐로 쇼핑의 계절이다. 미국에선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한 달여 동안이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이다. 미국 유통업계는 이례적으로 이번 추수감사절엔 정상 영업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소비자의 꽉 닫힌 지갑을 열어보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는 추수감사절인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엔 영업을 쉬고, 다음 날부터 크리스마스 세일에 들어가는 게 관행이었다. 그래서 업계는 연말 장기 세일의 첫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불러왔다. ‘흑자 금요일’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올해는 목요일부터 흑자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업계가 가족과 보내야 할 명절을 반납하면서까지 대목 잡기에 나선 것은 올 한해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깨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유통업계 매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셈이다.

    미국의 경제·금융 전문 사이트 ‘마켓워치’는 9월 말,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통업체’ 10곳을 발표했다. 유통업계가 좀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기업들을 골라냈다. 애플스토어와 이동통신기기 판매점 AT·T, 유기농식료품점 홀푸드마켓, 치킨 전문 레스토랑 칙필레이 등이 포함됐다.

    취급 품목이 제한적인 업체들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백화점으론 유일하게 노드스트롬(Nordstrom)이 이름을 올렸다. 노드스트롬은 미국 35개 주에 257개 점포를 운영하는 패션 전문 백화점 체인 이름이다. 고급 백화점으로 분류되지만, 할인판매 전용 매장 노드스트롬 랙(Nordstrom Rack)과 온라인 스토어도 함께 운영한다. 마켓워치는 “노드스트롬이 지난해 118억 달러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2.1% 성장했다”며 “향후 개점하는 새 점포를 모두 노드스트롬 랙으로 계획하는 등 효율성을 추구한다”고 평가했다.



    노드스트롬은 1901년 스웨덴 출신 이민자 존 W 노드스트롬이 시애틀에 창업한 작은 신발가게로 출발했다. 1960년대 들어 의류매장을 인수해 사업을 다각화했으며, 1971년 상장했다.

    ‘무조건 환불’

    노드스트롬은 유통업계에서 ‘고객 서비스의 전설’ 혹은 ‘고객 서비스의 대명사’로 통한다. 일찍이 ‘무조건 환불’ 정책과 판매직원의 전적인 재량권을 앞세워 고객만족 서비스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뿐 아니라 다른 백화점에 비해 매장 이 널찍하고, 탈의실 공간도 넉넉하며, 고객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고, 로비에서는 피아니스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고객을 돕는 판매직원 수도 훨씬 많다. 그래서 쇼핑객이 한번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르는 ‘블랙홀’이라고까지 불린다.

    1970년대 알래스카에 있는 백화점을 인수한 노드스트롬에 고객이 낡은 타이어 두 개를 들고 와 환불해 간 사례는 상징적으로 언급되는 일화다. 패션 전문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타이어를 팔지 않는다. 그러나 노드스트롬이 인수하기 전 백화점에서 타이어를 구입했다며 자기 차에 잘 맞지 않으니 환불해달라는 고객의 요구에 직원은 선선히 현금을 내주었다.

    ‘고객이 요구한다면 얼마나 오래됐든, 어떤 이유에서든, 설령 고객의 실수로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즉시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게 노드스트롬의 환불 정책이다. 선의를 악용하는 나쁜 소비자들도 있을 것 같은데, 노드스트롬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 감동이고 나머지는 차후의 문제”라고 말한다.

    “당신의 판단을 믿어라”

    “대다수 고객은 우리의 진심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직하지 못한 소수의 고객 때문에 다수의 고객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 이런저런 걱정은 접어두고 바로 앞에 있는 고객에게 집중하면 된다.”

    그뿐 아니다. 마땅히 주차할 곳을 못 찾은 고객을 대신해 주차위반 과태료를 내주고, 고객이 놓고 간 항공권을 공항까지 가져다 주는 등 차원이 다른 서비스도 영웅담처럼 전해진다. 1980년대 ‘뉴욕타임스’에는 이런 사례가 소개됐다.

    “한 직장인 여성이 노드스트롬에서 그날 저녁 모임에 입고 나갈 드레스를 한 벌 골랐는데, 입고 있는 속옷 색깔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자 직원은 얼른 다른 매장으로 달려가 드레스에 받쳐 입을 속옷을 가져왔다. 드레스를 입어본 고객은 이왕이면 구두도 맞춰 신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직원은 어느새 신발매장에서 어울릴 만한 구두를 가져다놓았다. 결국 이 여성은 노드스트롬에서 기분 좋게 500달러를 썼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드레스 뒤쪽에 흠집이 나 있었다. 판매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하니 판매직원은 망설이거나 윗사람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즉각 답했다. ‘오늘 저녁에 그냥 입으시고, 언제든 편할 때 가져오시면 전액 환불해드리거나 100달러를 깎아드리겠습니다.’ 이 고객은 ‘노드스트롬에선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정중한 방식으로 대접받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일화들이 특별한 것은 단지 환불이 수월해서가 아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판단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노드스트롬은 정책적으로 직원들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empowerment)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오래전부터 노드스트롬 신입사원들은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판단을 내리세요. 더 이상의 규칙은 없습니다’라고 적힌 직원수첩을 받았다. 노드스트롬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을 믿고 진행하라. 둘째, 첫 번째 원칙으로 돌아가라.”

    자영업자 같은 판매원

    이런 원칙에 근거해 노드스트롬은 일반 기업과 정반대의 위계구조를 자랑한다. 최상층부에 고객이 있고, 바로 그 아래층에 고객과 접촉하는 판매직원이 있다. 그다음은 관리자들, 그리고 CEO를 포함한 경영진은 최하층이다. 노드스트롬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은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에 있다”며 “그 마음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현장의 판매직원들이 하므로 판매직원 아래 모든 층은 최선을 다해 판매직원을 지원한다”고 설명한다.

    판매직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특별한 건 없다. 고객 서비스가 훌륭하기로 이름난 기업인데도 어떻게 고객을 접대해야 하는지 일러주는 가이드라인도 없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하루 정도 금전등록기 사용법 같은 실무를 가르쳐줄 뿐이다. 그래 놓고 경영진은 “직원처럼 굴지마라”고 강조한다.

    처음엔 신입사원 대부분이 당황스러워한다. 그러나 ‘노드스트롬의 첫 번째 목표는 뛰어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우리는 모든 직원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듣고 나면 점차 각자의 방식으로 고객을 만족시키기 시작한다. 노드스트롬은 “판매직원이 한 번이라도 고객을 이해하고 적절한 도움을 주고 나면 고객을 접대하는 나름의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며 “일을 그르치면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고 말한다.

    노드스트롬엔 판매직원이 적극적으로 일하는 데 방해가 되는 권위적인 지침이나 관료적인 장애물도 없다. 자기 판단에 따라 자신이 소속된 매장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 상품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또한 교환이나 환불, 가격 할인 등에 대해 윗사람에게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다. 드레스 매장 직원이 속옷과 구두까지 함께 팔고, 하자가 있는 상품에 대해 임의로 100달러를 깎아주겠다고 제안한 것도 그래서 가능했던 일이다. 노드스트롬에서 쇼핑해본 유명 인사들은 “판매직원 하나하나가 필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모습이 마치 자기 점포를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자 같다”고 평가한다.

    노드스트롬 판매직원이 자영업자처럼 보이는 데는 막강한 재량권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판매실적에 비례하는 보상체계다. 노드스트롬은 1950년대 초 신발을 판매하던 시절부터 직원들에게 기본급 외에 판매수수료를 지급했다. 1960년대엔 의류소매업체 최초로 직원들에게 판매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로써 시애틀 전역의 주요 백화점과 대형 소매점들이 판매수수료 제도를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노드스트롬 직원들이 받는 판매수수료는 전체 매출액의 7∼10%. 노드스트롬은 “판매실적에 따른 보상체계는 기업과 직원이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게 하며, 결국 고객에 대한 탁월한 서비스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 위주 보상체계는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욱이 노드스트롬은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만큼 직원들의 성취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 직원들에게 “개인적, 직업적 목표를 높게 설정하라”며 “당신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직원들은 개인별, 매장별, 지점별, 매일, 매월, 매해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명령은 닫고, 요구는 열고

    노드스트롬은 직원들이 목표를 달성하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꾸준히 제공해왔다. ‘판매왕’ 선발대회 같은 이벤트는 경쟁을 부추기는 동시에 뛰어난 판매기법을 공유하는 기회로 작용한다. 또한 부서장이나 점장, 본부장 등 어느 누구에게나 어떤 질문이든 자유롭게 하라고 강조한다. 지침이나 명령은 차단하고 질문이나 요구사항을 위한 통로는 활짝 열어둔 셈이다. 노드스트롬에서는 고군분투하는 대신 경험 많은 선배들의 도움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노드스트롬 경영진도 현장을 자주 찾아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다. 관료적인 조직이라면 경영진의 현장 방문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노드스트롬 직원들은 “회사의 임원이나 관리자들은 우리를 감시하거나 감독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최종 판단은 우리 스스로 하기에 그들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원해줄 뿐이다”라고 말한다.

    직원들의 목표를 높이기 위해 내부 정보도 공개한다. 직원들은 모든 매장과 지점의 매출액을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직원들이 판매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재고를 충분히 마련해둔다. 여느 백화점의 신발이나 의류매장에 가보면 잘 팔리는 치수의 상품만 많다. 노드스트롬은 예외적인 치수도 다양하게 구비해놓는다. “기본적인 치수를 찾는 고객은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가 명성을 얻는 것은 모든 고객에게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자부한다. 고객의 폭이 넓다는 건 판매 기회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얘기다.

    판매직원들은 회사가 마련해놓은 상품들을 수동적으로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상품에 대한 의견을 적극 제시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 치수, 수량 등에 대한 판매직원의 의견이 상품 구매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노드스트롬에선 구매담당자 한 사람이 책임지는 매장 수가 경쟁업체에 비해 적다. 그래서 그 지역 문화나 고객 취향을 반영한 독특한 상품들에 부담 없이 모험을 건다.

    미국의 수많은 백화점과 쇼핑몰 중에서 노드스트롬이 돋보이는 건, 다른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독점 판매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구매담당자 혼자 사무실에 앉아 상품들을 고르는 대신 고객과 접촉하는 판매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다.

    노드스트롬의 성공 전략을 담은 ‘The Nordstrom Way’의 저자 로버트 스펙터는 “노드스트롬 경영진은 자신들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정보는 고객에게서 찾아야 하고, 판매직원들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걸 잊지 않는다”라고 썼다.

    노드스트롬은 “우리 회사는 판매가 전부다”라고 말한다. 물건을 팔기 위해선 뭐든 한다는 뜻이 아니다. 판매를 통해 고객 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한 사람이 아니면 노드스트롬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노드스트롬의 매장 관리자, 구매담당자, 지점장은 대부분 판매직원 출신이다. 내부 승진이 원칙이며, 판매직원으로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면 구매담당자, 매장관리자 등 지원 업무로 옮겨갈 수 있다.

    가족경영 100년

    고객과 직원 믿고 맡기면 매출은 절로 올라

    ‘모든 고객에게 열려 있는 백화점’을 추구하는 노드스트롬은 장애인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로 관심을 모았다.

    다만 ‘유리천장’은 있다. 노드스트롬은 100년 넘게 창업주 존 W 노드스트롬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다. 그러나 ‘족벌기업’이라는 비난을 받진 않는다. 오히려 고객 서비스를 제일로 하는 기업문화를 지켜오는 데 가족경영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100년 가까이 가족 여러 명이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잡음이나 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존 W 노드스트롬은 1928년 두 아들 에버렛과 엘머, 사위 로이드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이들은 노드스트롬을 미국 최대 신발매장으로 키워낸 데 이어 의류 영역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1968년 가장 연장자인 에버렛이 65세가 되자 경영권은 3대에게로 넘어갔다. 에버렛의 아들 브루스, 엘머의 아들 제임스와 존, 로이드의 사위 잭 맥밀란, 그리고 가족의 친구인 밥 벤더까지 무려 5명이 공동으로 경영을 이어갔다.

    3대가 경영을 맡은 1960년대 후반 이후 노드스트롬은 미국 전역으로 사세를 넓혀나갔다. 인재 수요도 높아졌다. 노드스트롬은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기보다 노드스트롬 문화를 잘 이해하는 내부 인재를 적극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새로운 지역에 점포를 열면 경험 많은 직원을 파견해 기업문화를 뿌리내리게 했다. 사세 확장이 직원들의 책임을 확대하고 승진 기회도 열어준 것이다.

    1995년 3대 경영진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4대가 경영권을 넘겨받아 지금까지 노드스트롬을 이끌어가고 있다. 브루스 전 회장의 세 아들 블레이크 CEO와 페트 마케팅부문 사장, 에릭 백화점부문 사장 공동 경영체제다. 모두 창업주의 증손자들이다.

    신발매장에서 경영수업

    이들은 선대가 그러했듯이 합의를 통해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이들의 경영 방식을 ‘위원회 형식(committee based)’이라고도 한다. 안에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논쟁도 하지만 일단 합의로 사안을 마무리 짓고 나면 대외적으로 일관된 태도를 취한다. ‘뉴욕타임스’는 “과묵하다고 소문난 노드스트롬 경영진이 인터뷰를 고사하다 한 명이 20분간 전화통화를 허락했는데, 모든 답변을 ‘나’가 아닌 ‘우리’로 표기해달라는 단서를 붙였다”고 썼다.

    노드스트롬을 경영한 모든 세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신발매장에서 구두를 팔며 자랐다. 왜 하필 신발일까. 신발가게로 시작한 기업의 뿌리를 기억하며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목적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신발을 팔기 위해선 고객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한다는 점에서 고객 서비스를 압축적으로 경험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여기지 않았을까. 블레이크 CEO는 “손으로 직접 고객에게 구두를 신겨주면서 고객을 섬기는 자세를 체화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노드스트롬의 성공 비결이 “서비스에 대한 리더들의 탁월한 식견, 직원들의 능력에 대한 깊은 신뢰”에 있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허용하는 건 직원들이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노드스트롬은 “우리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저 상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공적을 인정하고 그만큼 대우해준다면 사람들은 옳은 일만 하려 할 것”이라고 말한다. ‘상식’ ‘인정’ ‘대우’ ‘옳은 일’…. 요즘 실천하기 너무 어려워진 단어들이다.

    미국에서 거의 최초로 판매수수료를 지급하기 시작한 노드스트롬은 거의 같은 시기에 독특한 퇴직금 제도도 마련했다. 1951년부터 매년 회사의 순이익에서 일정 부분 출자해 기금을 마련하고, 직원들이 퇴직할 때 근무기간에 비례해 목돈으로 떼어준다. 이런 이익 공유 제도 덕분에 직원들은 회사에 더 깊은 애정을 갖고,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다. 회사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자신의 노후가 따뜻해질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손과 발, 정신까지

    품질관리의 대가였던 에드워즈 데밍은 “직원들이 손과 발뿐 아니라 정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고객들에게 훨씬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어설프게 강요했다가는 직원들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릴 뿐이다. 노드스트롬이 한 세기 넘게 최상의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던 건 직원들에게 믿고 맡겼기 때문이다.

    노드스트롬은 내년에 처음으로 캐나다에 진출한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고객 서비스 노하우를 온라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취급하는 상품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게 핵심 전략이다.

    국내 인터넷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노드스트롬’을 입력하면 의외로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그중 비교적 최근에 올라온 글들은 노드스트롬 웹사이트를 통한 ‘직구(직접 구매)’ 경험을 공유하는 내용이다.

    시험 삼아 노드스트롬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가장 먼저 상품 가격을 원화로 표시해주길 원하는지 묻는 작은 창이 뜬다. 상품 정보 밑에는 구매에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고객센터 전화번호와 실시간 채팅 창 안내가 적혀 있다. 살짝 들여다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이왕 오신 거 천천히 구경하고 가세요. 궁금하신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시고요” 하며 환영받는 기분이다.

    40여 년 전 노드스트롬에서 타이어를 환불 받아간 남성은 신문에 자신의 경험을 기고했다. 이후 환불 정책은 노드스트롬에 최고의 광고 효과를 가져다줬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공략하고 나선 노드스트롬이 고객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성공적으로 이어간다면 명성은 훨씬 빠르게 퍼져나갈 것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