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北 급변사태 태스크포스팀 구성 화교 보호 명분 군사개입 가능성

크림 반도 사태와 중국의 한반도 전략

  • 홍순도 | 아시아경제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입력2014-04-22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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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급변사태 태스크포스팀 구성 화교 보호 명분 군사개입 가능성

    중국과 북한을 잇는 ‘중조우의교’.

    중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땅인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차지한 러시아의 처사에 대해 에둘러 반대 의견을 밝혔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가타부타 말이 없다. 크림 반도 사태를 보는 이중적 태도 탓이다.

    중국 정부가 러시아의 크림 반도 점령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중국은 크림 반도에서 일어난 것 같은 분리 독립 움직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다민족 국가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대립하는 점에서 비슷한 처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국가의 유지와 영토의 보존은 중국의 지상 명제다.

    14억 명을 바라보는 중국 국민의 92%는 한족이다. 하지만 나머지 8%도 만만치 않다. 한족이 아닌 55개 민족 1억여 명이 중국 땅에 산다. 이 중 조선족이 300만 명, 가장 적은 러시아족도 4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남북한과 러시아라는 모국이 있지만 분리 독립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다.

    러시아 지지는 자해행위

    그러나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 티베트장족자치구의 티베트인 같은 소수민족의 사정은 다르다. 이들 민족은 크림 반도의 러시아인과 마찬가지로 분리 독립을 강렬하게 원한다. 무장 투쟁도 불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중국이 러시아의 크림 반도 점령을 지지하면 상황이 애매해진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제압해야 할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인의 분리 독립을 막을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상황은 엉뚱하게 치달을 수 있다. 실제로 크림 반도 사태와 유사하게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인이 주민투표로 중국에서 독립하겠다는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최악의 경우 과거 구소련이 경험한 제국의 해체라는 비극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행동을 지지하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

    중국 내 여론의 분위기도 이런 쪽으로 흘러간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드러내놓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행동을 지지하는 것은 자국의 눈을 찌르는 자해 행위라고 본다. 런민(人民)대학 정치학과의 팡창핑(方長平) 교수의 말이다.

    “중국의 민족 정책은 당자쭤주(當家作主)이다. 현지에 뿌리내리는 민족이 그곳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상당한 자치권을 준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분리 독립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자치도 중국이라는 큰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다. 만약 이 임계선을 넘어서면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중국 정부가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크림 반도의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모국으로 귀속시켰다. 중국이 이런 행보를 좋게 볼 리가 없다. 이를 부추긴 러시아의 행태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주변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나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 대부분은 다 이렇게 생각한다.”

    실제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은 팡 교수의 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광의의 중국인, 즉 중화민족으로 살아가겠다는 소수민족에게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며 포용한다. 다른 생각을 품을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중국의 대표적 화약고인 신장위구르자치구가 직면한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중국의 민족 정책을 부정하거나 저항하는 위구르인이 매년 평균 수백 명씩 당국에 의해 희생당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중양(中央)민족대학의 회족 교수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에서 소수민족이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 외에는 없다. 분리 독립을 위해 중국의 중앙정부에 저항하는 것과 무릎을 꿇은 채 순응하는 것. 현실적으로는 순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야 한다. 크림 반도에서와 같은 일은 중국에서 일어나기 힘들다.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중앙정부는 피를 부르는 무자비한 진압에 나설 게 확실하다.”

    A씨에 따르면 중국에서 크림 반도와 유사한 일부 영토의 분리 독립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중국 내 소수민족 지식인들이 크림 반도 사태에 일견 고무되면서도 외면적으로는 자신들의 견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소수민족 지식인은 한족 지식인과는 달리 러시아의 행보에 상당히 우호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고무된 중국 내 소수민족

    北 급변사태 태스크포스팀 구성 화교 보호 명분 군사개입 가능성

    러시아 군인들이 3월 25일 크림 반도 세바스토플 흑해함대 본부에서 ‘크림 반도 접수’를 상징하는 사열을 한다.



    일반 한족 시민 역시 한족 지식인과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크림 반도를 자국 영토로 귀속시킨 러시아를 비판하는 편이다. 이런 시각은 주로 신랑(新浪)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나 중국 버전의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러시아의 행보를 비판한다. 심지어 일부는 “러시아가 지금 지구상에서 중국에 가장 우호적인 국가라고 해도 할 말을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혹독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다. 만약 러시아가 반발하면 국제사회와 공조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다른 일부는 러시아를 더 강하게 비난한다. 이들은 러시아가 크림 반도의 독립 분위기를 고취함으로써 중국의 소수민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를 확실하게 견제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EU)과도 손잡아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문화 평론가인 마샹우(馬相武) 런민대학 교수는 “인터넷이나 트위터는 익명성이 다소 보장된다. 그래서 젊은 시민들이 감정의 여과 없이 크림 반도 사태에 대한 의견을 쏟아내는 것 같다. 이들의 시각이 일반 중국 시민과 동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항간의 여론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점령에 대해선 반대여론이 거의 대세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론에도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취하는 태도는 애매하다. 중국 정부는 명확한 견해를 표명하지 않는다. 양비론 내지 양시론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3월 15일 유엔은 미국의 요청으로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전체회의에서 ‘크림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중국은 찬성도 반대도 아닌 기권에 표를 던졌다. 이때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견해는 이랬다.

    “중국은 대립적 방안에 결코 찬성하지 않는다. 결의안이 통과되면 국가 간의 대립이 조성된다. 그렇게 되면 국면이 더욱 복잡하게 될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관련국들이 참여하는 국제협조 체제의 구축을 통해 정치적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러시아에 ‘유감’ 정도의 견해도 밝히지 못한 채 이율배반적인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양국 관계가 냉전 붕괴 이후 최고로 좋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베이징대학의 진징이(金景一) 교수는 “중국이 최대 선(善)으로 생각하는 각 민족의 대단결 원칙만 생각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 경우 중·러 관계가 삐끗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물과 불 같았던 과거 못지않게 최악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러시아와 손잡고 서방세계에 공동 대응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중국으로서는 이 가능성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흔쾌하게 서방세계의 손을 들어주지 못했다. 속내는 확실히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반대표를 던져 러시아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할 경우 안 그래도 크림 반도 사태로 잔뜩 고무된 중국 내 소수민족을 크게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 정부의 엉거주춤한 자세는 당국의 나팔수일 수밖에 없는 신문, 방송 논조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보도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중국이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하자 이 신문은 “명확한 태도다. 중국 정부는 각국의 주권과 영토 안정을 존중한다”는 해독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다른 매체 역시 비슷하다. 내정 불간섭 등 이른바 평화공존 5원칙의 한 대목까지 들먹이면서 중국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당연하다고 옹호한다. 그런데 그 논리가 군색하다.

    중국은 앞으로도 구소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소수민족이 많은 지역에서 유사한 문제가 일어나면 국내 여론과는 달리 공식적으로는 국익에 따라 이율배반적인 모호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 크림 반도는 다르다”

    중국 정부가 크림 반도 사태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두고 북한 문제와 연결해보는 사람도 있다. 국경을 맞댄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은 크림 반도에, 중국은 러시아에 대비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크림 반도가 혼란에 빠졌을 때 러시아가 크림 반도로 밀고 들어왔듯이 중국 역시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北 급변사태 태스크포스팀 구성 화교 보호 명분 군사개입 가능성

    크림 반도 심페로폴 기차역 시계탑에 내걸린 러시아 국기.

    그러나 ‘크림 반도와 북한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는 반론이 우세한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칭화(淸華)대학 국제관계학원 Y교수의 분석이 정곡을 찌르는 것 같다.

    “크림 반도와 러시아의 관계는 언뜻 북한과 중국의 관계와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두 지역의 위상이 다르다. 크림 반도는 우크라이나의 자치공화국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은 이에 비하면 거의 공룡에 가깝다. 불량국가니 뭐니 해도 당당한 유엔 회원국이다. 크림 반도와 달리 고유한 주권이 있다. 크림 반도엔 러시아계 주민이 많고 이들이 러시아의 개입을 원했다. 그러나 민족의식이 강한 북한 주민은 중국의 개입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크림 반도와 달리, 북한의 남쪽엔 상당한 국력을 가진 남한이 당사국으로 위치해 있다. 러시아와 중국 역시 그렇다. 러시아는 자국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이라도 갖고 있었다. 중국이 북한에 개입할 명분은 이와는 비교도 안 되게 약하다.”

    이뿐 아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달리 핵무기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변변한 무기를 지니지 못했다. 결국 총 한번 못 쏴보고 러시아 군에 항복했다. 그러나 북한군은 재래식 전력도 예사롭지 않다. 크림 반도에 무혈 입성한 러시아군과 달리 중국 인민해방군은 북한 내 진주에 상당한 부담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 급변사태 시에 개입할 개연성은 매우 높다. 중국이 이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적지 않다.

    우선 자국의 코앞에서 벌어지는 대혼란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1949년 건국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한 원칙과 무관하지 않다. 상황이 다소 다르기는 하나 6·25전쟁 참전 명분과 일견 비슷하다. 혼란을 방치할 경우 자국의 안보도 휘청거릴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인데, 그동안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입에서 여러 번 되풀이돼 언급됐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 터지자 “성문이 불타면 연못 안의 물고기도 살 수 없다”면서 자국에 바람직하지 않은 한반도의 혼란을 절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하게 피력했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지난 2월 말 중국을 찾은 한국 국회 대표단에게 한 발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 전 총리의 발언을 거의 그대로 원용, 한반도에서의 혼란 발생은 곤란하지 않으냐고 했다.

    1961년 7월 체결된 조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도 빌미가 될 수 있다. 이 조약 2조는 양국 중 어느 일방이 외부의 침략을 받을 경우 다른 일방의 자동 군사 개입 및 원조를 의무화한다. 상당한 명분도 없지 않은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이 조항이 거의 유명무실해졌다’는 분석이 없지 않으나 공식적으로 폐기된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유효 기간 30년에 1991년 자동 연장된 만큼 2021년까지는 중국이 언제든 써먹을 카드인 것이다.

    북한 화교협회와 협조

    중국은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북한에 개입할 수도 있다. 통계가 이를 잘 말해준다. 2013년 북한의 대외 교역 금액은 100억 달러 전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대략 7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과의 교역 규모 11억 달러보다 7배 가까이 많다. 신의주-개성 간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중국 상디(商地)그룹 H 이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만 해도 중국은 알게 모르게 단단히 속을 태웠다. 북한이 중국보다는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 더 신경을 썼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 당시 남북 교역 금액은 북중 교역 금액보다 더 많았다. 중국이 의도하지 않았으나 이후 상황이 변했다. 중국이 이런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북한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중국의 이권은 더 많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상디그룹의 고속철 사업 계획이 시사하듯이 사회간접자본이나 지하자원 개발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한국의 대북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중국은 열심히 틈을 파고 들어가 이 분야 사업을 거의 독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선 그 규모조차 짐작하기 어렵다. 못해도 최대 200억 달러 안팎에 이른다는 것이 추이둥위안(崔東原) ‘북한 4월 축전 준비위원회’ 이사 등 중국인 대북 투자자들의 추산이다.

    미약하기는 하나 중국의 북한 개입에 대한 대외적, 민족적 명분도 없지 않다. 최소 3만, 최다 5만 명에 달하는 북한 내 화교의 존재가 그것이다. 북한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해도 좋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야말로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한 알토란 같은 존재라고 봐야 한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북한 혼란 사태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비난을 어느 정도 회피하는 데 충분한 규모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 내 화교 담당 기관인 교무(僑務)판공실은 극비리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었다. 북한의 화교협회와 이 문제와 관련해 긴밀하게 협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크림 반도 사태와 미래에 있을지 모를 북한의 급변사태는 상당히 다를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면이 있다. 특히 크림 반도에 출병한 러시아처럼 중국도 북한의 급변사태를 팔짱만 낀 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나아가서 크림 반도 사태를 보는 이율배반적 자세와 어정쩡한 태도는 중국의 속내를 짐작하게 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통일은 대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낙관론에 안주해선 안 된다. 국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할 때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가 크림 반도에서 그러했듯이 국제사회가 비난하는 일을 능히 할 나라”라고 가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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