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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미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합의 관계라도 ‘뒷마무리’ 잘해야

‘성범죄 덫’에 걸린 억울한 남자들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빌미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합의 관계라도 ‘뒷마무리’ 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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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미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합의 관계라도 ‘뒷마무리’ 잘해야

배승희 변호사는 허위 고소를 당했다면 법률사무소에 무료 전화상담이라도 받고 조사에 응하라고 조언했다.

물론 무고사범 때문에 성범죄 피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져선 안 된다. 하지만 문씨의 경우처럼 허위 고소를 당해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적으로 ‘성범죄자’란 낙인이 찍히는 억울한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수년 전, 학계의 덕망 있는 원로이자 서울의 유명 사립대 명예교수로 있던 모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일이 있었다. 대학 총여학생회는 기자회견까지 열며 퇴진을 요구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학교도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직위 해제했다. 검찰 조사 결과 무고로 밝혀졌지만 한번 무너져버린 그의 명예는 다시 회복할 길이 없었다.

유력한 증거 CCTV

성범죄 가운데 가장 무거운 범죄는 성폭행이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폭행과 협박을 동반해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경우다. 의미는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지만, 적용 범위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는 게 오랫동안 성범죄사건을 전담해온 임 수사관의 이야기다.

“10~20년 전만 해도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의 폭행이 동반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반면, 지금은 실제 폭행보다는 ‘난 하기 싫은데 상대방이 강제로 했다’는 유형이 많아요. 과거엔 그 정도는 성폭행이 아니라고 했던 게 지금은 사회적으로 인정이 되는 거죠. 그만큼 여성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봐야죠.”



현재 법원은 남녀가 합의 아래 모텔에 들어간 행위만 가지고는 성관계를 합의했다는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둘 다 옷을 벗은 상태라 해도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강제로 성행위를 하면 성폭행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도 있다.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 B씨는 여성과 합의해 성관계를 가졌는데도 여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당했다. 친구와 함께 클럽에 놀러간 B씨는 여대생 C씨, 그녀의 친구와 동석을 하게 됐다. 이야기가 잘 통한 네 사람은 2차, 3차에 이어 모텔로까지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셨다. 이때 B씨가 자신에게 술을 먹이고, 자신이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 있을 때 성폭행했다는 게 고소인 C씨의 주장이었다.

반면 B씨는 C씨와 서로 눈이 맞아 다른 방으로 옮겨 합의해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 날 아침 함께 모텔을 나왔으며, C씨를 택시에 태워 보내기까지 했다고 항변했다.

B씨는 다행히도 C씨와 함께 모텔을 나와 편의점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술과 안주를 사는 모습이 찍힌 편의점 CCTV 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C씨가 먼저 방을 옮긴 후 B씨가 그 방에 들어간 게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방을 옮기는 모습이 찍힌 모텔 CCTV도 확보했다. 방에 술과 안주, 콘돔이 없어서 프런트에 요청했다는 모텔 직원의 증언까지 확보했다. 위력에 의한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이때 C씨가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B씨는 C씨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지도 않았으며, 합의해 방을 옮겨 성관계를 했음을 입증할 수 있었다.

엄마의 추궁 피하려…

합의해 성관계를 하고서 허위로 고소하는 것은 왜일까. 임 수사관은 “여성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게 돈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책임이나 추궁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는 것.

C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날 술자리를 함께했던 C씨의 친구가 두 사람이 성관계를 했다는 걸 알고 소문을 내고 다닌 게 발단이었다. 소문은 C씨 부모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부모가 다그치자 C씨는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술에 취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둘러댔고, 자신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B씨를 고소까지 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D(30)씨는 실직한 상태에서 인터넷에 빠져 살다 지난해 11월, 채팅방을 통해 당시 고교 3학년이던 여학생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성매매에 합의하고 관계를 가졌다. 여학생이 마음에 들었던 D씨는 “사귀자”고 했고, 두 사람은 성매매가 아닌 연인관계로 몇 차례 더 만났다. 하지만 여학생이 계속 용돈을 요구하자 관계를 끊었다.

지난 2월 여학생이 임신했다는 걸 여학생 어머니가 알게 됐다. 그동안 성매매를 해왔던 게 들통이 날까 두려웠던 여학생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둘러댔고, 범인이 누구냐는 엄마의 계속된 추궁에 최근에 만났고 전화번호를 아는 D씨를 지목했다. 엄마는 D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D씨로서는 ‘성폭행을 했다’ ‘그것 때문에 임신을 했다’고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런데 검찰에서 산부인과에 의뢰한 결과, 임신이 된 것은 5, 6월경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D씨와 성관계를 한 시기는 11월 초였으니 너무 차이가 났다. D씨 아이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여학생 측은 올해 3월 출산한 후에도 아이 아빠가 D씨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아이 혈액형이 두 사람 사이에서 전혀 나올 수 없다고 하자 비로소 현실을 인정했다.

불행하게도 여학생은 5, 6월경 성매매를 했던 남자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엄마의 추궁에 일단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해서 한 남자를 몇 달 동안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D씨는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고, 여학생은 무고와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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