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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미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합의 관계라도 ‘뒷마무리’ 잘해야

‘성범죄 덫’에 걸린 억울한 남자들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빌미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합의 관계라도 ‘뒷마무리’ 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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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감’

G(33·여)씨는 외국 명문대 출신에 글로벌 기업에 다니는 H씨와 6개월 넘게 사귀었다. 그녀는 수차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남자는 “좀 더 있다가”란 말만 한 채 관계를 지속했다. 어느 날 그녀는 남자가 지인에게 보낸 ‘이런 애랑 왜 결혼을 하냐. 그냥 즐기는 거지’라는 문자메시지를 봤다. 화가 난 그녀는 “강간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 소식을 들은 남자가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돈? 필요 없어. 넌 내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았어. 네 인생도 짓밟혀봐.”

성범죄 전문 변호사인 배승희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G씨의 경우처럼 여성이 허위 고소를 하는 이유의 하나로 ‘배신감’을 들었다.

“서로 합의해 성관계를 가진 후 아침에 각자 집에 갔는데, 밥도 안 사주고 보냈다고 서운해서 고소한 여성도 있어요. 또 다른 남자는 여성이 성관계 후 먼저 집에 가겠다고 하기에 ‘잘 가’라고 하고 잠이 들었대요. 그런데 여성이 자신을 데려다주지 않았다고 화가 나서 고소한 경우도 있어요.”

남자들로서는 이런 사례에 대해 ‘정신병자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배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로 고소하는 경우, 절반 이상이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난 그날 성관계까지 간 경우예요. 그때 여성이 ‘이 남자가 나를 하룻밤 상대로만 생각하는구나, 나랑은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면 배신감에 고소까지 갈 수 있는 거죠. 남성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대를 자신의 성적 욕구를 푸는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예의 있게 뒷마무리를 잘하는 게 필요합니다.”

인간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도 남자들로서는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은 고소장 접수로 끝나지만 남자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몇 달 동안 사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억울함과 분노, 성폭행 고소 사실이 주위에 알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 잘못하면 평생 파렴치한 범죄자로 낙인찍힐지 모른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건강의학과까지 찾게 된다.

연인 관계이거나 지속적으로 만난 관계라면 실제 성폭행을 한 게 아닐 경우 무죄를 증명할 확률이 좀 더 높다. 실제 성폭행 피해자는 병원에 간다든지, 분노 때문에 가해자에게 연락을 안 하는 게 보통이다. 연락을 한다면 성폭행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된다. 반면 평상시처럼 합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관계 후에도 일상적인 대화 문자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준강간 혐의로 고소당한 J씨가 그런 사례다. K(45·여)씨는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 있던 자신을 J씨가 강제로 성폭행했다며 고소했다. 그는 검찰에서 J씨가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기를 삽입하는 것까지만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J씨와 K씨는 연인 관계였다. 그런데 남자가 같은 회사 여직원과 사귀는 사이라고 오해하면서 수차례 다툼을 벌였고, 남자가 헤어지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J씨는 합의해 성관계를 가졌으며, 심지어 여자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임기구를 사용했으며, 성관계 도중 여자가 “왜 이렇게 성의 없이 하느냐, 그 여자랑 할 때도 이렇게 하느냐”며 화를 돋우는가 하면, 그 때문에 발기가 죽자 “그 여자랑 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되레 화를 내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은 “조사 결과 피임기구를 사용한 게 사실이었다. 성폭행범은 대부분 심리적인 압박 때문에 피임기구 착용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또한 J씨가 그날 이후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를 증거로 제출했는데, K씨가 ‘우리 만나’ ‘왜 연락을 안 해. 또 그 여자랑 있냐’ 등 성폭행을 당했다면 보냈을 리 없는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K씨가 ‘남자가 삽입한 것까지만 기억난다’고 진술한 것도 정사 상황을 언급하다보면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로 남자가 주장했던 적극적인 성행위를 했는지 묻자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했는데 거짓말 반응이 나왔다. 결국 ‘남자가 헤어지자고 해 격분해서 허위로 고소했다’는 자백을 받았다.”

성추행 고소 사건에서도 허위 고소 사례가 많다. 성추행은 신체접촉이 있었을 경우 가해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피해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유죄로 인정된다. 배 변호사는 “특수한 경우를 빼고 대부분의 성추행 고소는 100% 남자가 잘못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특수한 경우란 지하철 같은 혼잡한 대중밀집 지역에서 타인에 의해 밀려 어쩔 수 없이 부딪치는 경우 등을 말한다.

직장인 M(32)씨는 지난해 겨울, 신체접촉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성추행 용의자로 몰린 아찔한 일을 겪었다. 그날따라 출근길 지하철은 무척 혼잡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뒤에서 누군가 자꾸 밀었지만, 자리를 옮기기는커녕 뒤를 돌아볼 수도 없었다. 앞에 여성 승객이 있던 터라 혹시라도 오해를 받을까봐 양손에 신문을 잡은 채 꾹 참고 목적지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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